인증 카드, 생체 인식, 그래픽 비밀번호, 양자 키, 이중 보안 잠금 장치 등 5가지 검증을 통과한 아시모프는 마침내 삼엄하게 보호받는 이 방에 들어섰다.

이스마엘

아시모프 씨, 이번 달 정기 검사 부탁드릴게요.

또한 그와 함께 5개 주요 기능 부서의 대표자들이 들어왔고, 그들은 단지 두 가지 목적, 즉 다른 사람들을 감시하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감시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그 시절의 참혹한 재앙 이후로 게슈탈트 접근 권한은 엄격히 통제됐다.

이에 따라 과학이사회와 5대 기능 부서 대표가 동시에 참석하지 않으면 게슈탈트 본체에 접근할 수 없도록 번거로운 검증 절차가 설계됐다.

현 과학이사회 수석의 생체정보 전체를 채집한 생체인식, 감사원이 관리하는 동적 그래픽 암호, 외교원이 관리하는 인증카드, 행정원이 관리하는 양자키, 그리고 마지막 두 자루는 군과 사법부가 관리하고 있다.

아시모프

예전과 마찬가지로 당신들 마음대로 하되, 제 일은 방해하지 마시죠.

휴대 장치를 포트에 연결한 후 아시모프는 월간 정기 점검을 시작했다.

검푸른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침묵 속에서 손가락이 스크린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공간에 메아리쳤다.

통상적인 검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래가지 못했고 아시모프는 장비를 수거했다.

아시모프

지난달에 비해 0.023%나 변동했는데, 최근 특화기체 개발에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변동성은 경고 한계치 안에 있습니다.

행정원 구성원

안전을 위해 다음 달 연산력 한도를 일부 줄여야 합니다. 현재 청정구역의 슈퍼컴퓨터 어레이가 사용되고 있는데, 다만 기존 연산력의 1만분의 1만큼 분담할 수 있습니다.

아시모프

당신들 말대로, 연구에 있어서 연산력의 원천은 중요하지 않아요.

데이터 잠금 장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변동 곡선을 생성하지 않았으며 사건의 수신 또는 송신 기록이 없습니다.

사법부

격리시설은 여전히 정상 가동 중인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시모프 씨.

아시모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게슈탈트 정면에 설치된 칸막이를 올려다보았다. 그 밑에는 인간의 모든 지식이 봉인돼 있었다.

고고학 소대가 고심하여 되찾으려 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실 줄곧 인류가 장악하고 있었다.

다만 그 일이 있은 후, 꺼낼 기회가 없었다.

게슈탈트 보수관 지하 500m

와타나베

니트?

발라드,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와타나베는 즉시 통신을 열어 발라드를 향해 물었다.

발라드

...생각보다 남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니트

휴...그냥 제가 설명하죠.

무거운 방호복을 입은 니트는 마침내 안전문 앞의 터미널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니트

그래도 쓸만해서 다행이네요.

그녀의 손가락은 장갑의 영향을 조금도 받지 않고 마치 연주하듯이 춤을 추었다.

니트

이번 임무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게슈탈트로, 가져가든 파괴하든 전제조건은 우물이 있는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현재 속도로는 침식도가 임계값에 도달하기 전까지 우물로 내려갈 수 없어요. 왜냐하면 이 안전문이 여러분을 방해하기 때문이거든요.

물론 안전문을 여러 차례 왕복 철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렇게 되면 작전계획 기간이 최소 이틀은 더 길어지겠죠.

이대로 계속되면 게슈탈트가 침식될 위험성이 있고, 주변 침식체에 포위당해서 당신 같은 군인들의 전문 분야의 영역으로 넘어갈 거예요.

그 후 제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그를 설득한 건 제가 아니라 수치와 추산이었어요.

결국 '게슈탈트 다음으로 안전이 중요하다'는 말은 게슈탈트가 있는 곳까지 가지 못하면 저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니까요.

발라드

...

와타나베

결코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닐 겁니다.

니트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지만, 저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격식탑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상대방의 무의식적인 말투를 감지한 와타나베는 더 이상의 말이 상대방의 결심을 짓밟는 것임을 깨달았다.

와타나베

전원, 호위 진형 변경.

돌파소대는 진형을 바꿔 니트를 삼각 대열로 엄호했다.

와타나베

다음 안전문을 부탁드립니다. 부디 낙오되지 않기를.

니트

알겠어요. 그리고...고마워요.

일행은 계속 지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전투 개시

와타나베

너무 위험한데...

당신 상황은 어떻습니까?

니트

무거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아직은 멀쩡하죠.

병사

상황발생!

와타나베

방어태세!

병사

이거 봐!

도대체...악!!

와타나베

속히 퇴각한다!

니트

접촉하지 마세요!

돌아가서 왼쪽으로 가세요!

병사

대장님, 빨리 오세요!

와타나베

상황은 어떻습니까?

니트

안전문을 하나 더 통과하면 우물에 도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안전문에는 비밀키가 필요해요.

비밀키가 없으면 단말기에 접속할 수 없어요,

와타나베

비밀키...제가 찾아보죠.

니트

부탁드립니다, 군인. 제가 배기 시스템을 제어해서 가스를 빼낼게요.

이것은 모니터링 기록입니다.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니트

찾았나요?

서두르세요!

병사

대장님, 녀석들이 또 왔습니다.

와타나베

니트를 보호하라!

니트

열렸어요!

게슈탈트 중추 코어

과학이사회 지하 700m

니트

역시 과부화로 다운됐네요.

제가 다시 켜볼게요. 나머지는...윽...

와타나베

당신?

니트

그냥 운동을 많이 해서 그래요.

병사

무언가가 서버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니트

그것들은 당신들에게 맡길게요.

니트

재부팅 완료, 나머지는...

발라드의 통신

조심해!!! 강력한...

전투 종료

방송

경고! 게슈탈트 소스 프로그램이 변조되었습니다. 1단계 계획을 실행하십시오!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지하 공간을 가득 메웠고, 잠시 후 또 다른 사이렌 소리도 동시에 울리며 겹쳤다.

병사A

퍼니싱 농도가 치솟고 있습니다. 곧 임계치를 돌파할 겁니다!

와타나베

당황하지 마!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와타나베는 이럴 때일수록 허둥대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안다.

와타나베

니트, 게슈탈트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니트

10분 정도예요!

와타나베

당신은 이곳의 퍼니싱 농도를 견딜 수 없으니 먼저 대피하세요.

니트

저는 수석의 부관입니다. 떠나지 않아요.

(저도 성공으로써 그들을 맞이해야 하니까요.)

침식체에게 습격당했을 때도 침착했던 목소리는 처음으로 애타게 느껴졌다.

와타나베

네, 그럼 저희가 당신을 위해 쟁취하겠습니다!

전군, 방어태세!

청각 모듈에 성가신 경보 외에도 금속 파이프쪽에서의 마찰음도 들려왔다.

사방에서 몰려온 침식체가 거미줄 한가운데 있는 벌레를 사냥하려 하고 있다.

금속이 물리는 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와타나베

!

와타나베는 몸을 돌려 손에 든 칼을 연결기둥 쪽에 있는 은밀한 구석을 향해 던졌다.

곡도는 총알을 튕겨내고 다시 와타나베의 손에 들어왔고, 이에 반응한 소대원들은 위치가 노출된 침식체에 총알을 쏟아부었다.

와타나베

그들이 온다!

배기관, 배선관, 계량대...침식체는 붉은 진흙처럼 은밀한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왔다.

와타나베

발사!

외딴 섬은 부서지는 파도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니트

(어째서 이런 일이...)

니트의 손가락은 제어단말기를 날아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바이러스의 게슈탈트 침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니트

(분명히 수석의 말대로 했는데...…왜 또 이러는 거야?)

24시간 전

니트

수석님, 게슈탈트 쪽을 저한테만 맡겨도 되는 건가요?

이렇게 중요한 일을...…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 텐데……

모든 행동은 매우 중요하며, 당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사람입니다.

니트

저를 남겨두는 건 영점 원자로에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렇죠?

우리는 희생을 전제로 행동을 계획하지 않지만, 행동 속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니트

이건 뭐죠?

게슈탈트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그것을 연결하세요.

니트

(왜, 이래도 소용없는 거야?)

도미니카가 넘겨준 데이터 디스크를 게슈탈트에 집어넣었지만 방화벽은 여전히 뚫려 있었다.

니트

(혹시, 수석이 틀린 건가?)

그 사람의 부관으로서 니트는 무조건 상대방을 믿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올 것입니다. 반드시.

그녀는 이것을 믿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 1호기 오염구역으로 들어가려는 고집을 포기했다.

당신은 가장 적합한 사람이니 반드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믿고 그녀는 평소의 고집에서 벗어나 가장 급진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게슈탈트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그것을 연결하세요.

그런데 상대방이 시키는대로 했는데도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수석이 틀려서일까...

그럼...우리가 처음부터 영점 원자로를 노린게 잘못된건가...…

격렬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니트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병사A

빌어먹을!

구석으로 날아간 병사는 다리가 부러지고 순환액이 흘러나왔지만 손에 든 총을 움켜쥔 채 침식체를 향해 총알을 쏟아부었다.

멀지 않은 곳에 나머지 소대원들의 몸도 크고 작은 손상을 입었으며, 그들 주변에는 침식체의 잔해가 깔려 있었다.

이 외딴 섬은 이미 파도에 휩쓸릴 정도로 위태롭다.

니트

시간...얼마나 남았지?

13：42.2

그녀는 이미 시간을 초과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단지 최선을 다해 그녀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벌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전우를 믿고, 나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니트

마치...그들이 나를 믿는 것처럼!

그녀는 헤드셋을 뽑고 모든 에너지를 사고에 집중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눈앞의 이 기계 내부의 세계를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수백 번의 반복과 수만 번의 정비를 하였다.

이 기계에 존재하는 코드는 바로 그녀의 뇌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지금 그녀는 자신의 두통의 근원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눈앞의 광경은 점차 사라지고 문자의 홍수처럼 변해갔고, 그녀가 두드릴 때마다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독사를 산산조각내고 있다.

독사는 조각이 되어 칠흑 같은 심연의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니트

이거야...그리고 이거!

니트는 자신의 사고가 이렇게 빨리 지나간 적이 없었고, 심지어 몸의 속박에서 벗어날 정도로 빨랐다고 느꼈다.

니트

(이러한 오류 명령이 가리키는 대상은...…좋지 않아!)

그녀는 마침내 게슈탈트의 위기에 숨겨진 또 다른 위협을 발견했고, 이것은 그녀로 하여금 섬뜩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니트

그것은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을 겨냥했어……

이 바이러스들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건가?

반드시 막아야 해!

그녀가 "손을 뻗자", 세 개의 후속 명령이 "손아귀에 잡혔다."

니트

두 개 더....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손을 길게 뻗었고", 심지어 찢겨 나가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았다.

니트

조금만 더...

와타나베

니트!

그녀는 순간 와타나베에 의해 침식체 곁에서 끌려나갔다. 만약 잠시 후였다면 상대의 망치질에 손을 집어넣었어야 할 것이다.

게슈탈트의 방송은 경고를 되풀이하지 않았고, 눈부시던 붉은빛이 고즈넉한 그윽한 푸른빛으로 바뀌었다.

현장에 남아있는 유일한 붉은 색은 방호복에서 배어 나온 인간의 피였다.

니트

저...성공한 건가요?

말해주세요...보이지 않아요...

와타나베

잘했습니다...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온 침식체는 와타나베에 의해 단칼에 전동부가 절단된 뒤 구석의 잔해 더미로 날아갔다.

와타나베

당신은 성공적으로 게슈탈트를 복원했고, 당신은 임무를 완수하였습니다...…

니트

게슈탈트...아니야!

니트는 몸을 일으키려고 몸부림쳤지만 이내 바닥에 쓰러져 마치 물이 가득 찬 풍선이 땅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녀는 걷고 싶었지만 온몸이 끈적끈적한 액체에 잠겨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피와 살이었다.

그녀는 기어가려고 했지만 이미 힘을 쓸 수 있는 손가락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와타나베

버티세요. 즉시 당신을 데리고 포위를 뚫겠습니다.

니트

아니...아직 못 가요. 게슈탈트의 혼란은 위기 중 하나일 뿐...

그 잘못된 명령의 대상은 우주 부대예요!

와타나베

뭐라고요?!

발라드

와타나베, 빨리 보고해!

게슈탈트의 혼란을 수습한 뒤 임시 지휘소와의 교신도 재개된 듯했다.

와타나베

게슈탈트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포위당했고, 니트는 심각한 침식으로 인해 이미 크게 곪아버렸습니다.

발라드

!

예비팀, 따라와!

버텨라, 곧 지원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