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거의 문학작품이 되어가고 있는 푸니싱 스토리다.

좋은 뜻이다.


분량은 방대해지고, 필력은 이제 왠만한 소설보다 뛰어나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bgm과 컷씬. 비주얼 노벨 보는 느낌이라 진짜 존나ㅏㅏㅏ 행복하다.


예전 극지암류 분량 적다고 한탄하던 내가 재차 멍청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예전에 퍼니싱 스토리의 특징이 독특하고 매력있는 묘사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번 스토리가 그런 편이었음.

중력과 태양에 대한 묘사. 공중정원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특성 등이 아주 맛깔난 문장을 통해 전해졌음.

번역팀 드디어 일을 제대로 하는가? 아님 쿠로게임즈가 정신을 차린걸까. 중간의 十七公理를 보니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다.


공중정원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 우주를 떠도는 이들이 상상하는 지구의 풍경.

확실히 세레나가 예술인이라 그런지 표현을 참 아름답게 하는 재주가 있지 않나 싶다.



중간의 한스 장군? 첨에는 걍 개꼰대같았는데 후반 가니까 좀 착잡한 마음이 들더라.

지구를 포기하고 올라온 양반이라 그런지 많이 바뀌어버린 것 같음. 물론 내가 젊은 시절의 그 양반을 본 적은 없지만 군인으로서 많은 것을 버린 것 같음.


궤도타격지점에서 죽음을 담담히 맞이하는 난민들도 뭐랄까 씁쓸하면서도 이해는 되더라.

쉽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노인. 이제는 찬란한 문명이 무너진 뒤에 태어난 아이에게 이런 구차한 모습이 일상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 참, 퍼니싱이 대단한 재난이구나 싶었음.


적조에서 듣는 아빠의 유언.

할머니의 기억을 스치는 찬란하고 생명으로 충만했던 황금시대의 영광.



결국 세레나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바라보며, 스토리가 끝났는데도 끝났다는 느낌이 안들더라.

뭐랄까. 바뀐건 없지만 당장 급한 불은 막았다는 느낌? 현상유지가 최대구나 싶네.


영탄회성 후반부에 나오는 아놀드란 할아버지 참 호감이었음.

노년간지는 저런게 아닐까? 그런 느낌?


다들 황금시대를 얻기 위해 애쓰는 동안, 그 황금시대에 질려버려 자연인이 된 할아버지는 좀 신선한 캐릭터였음.

반즈도 그런 설렁설렁한 친구다 보니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구조체가 신인류다...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 현생 인류에 대한 어두운 면이 드러난 것 같아 좋았음.

다들 지구를 되찾으려 애쓰고 있는데, 지구보다는 주변의 동료들을 생각해야한다는 그런 의미였던 것 같음.

갠적으론 퍼니싱 세계관에 대한 신선한 해석이라 좋아하는 편.



노멀 요약은 지구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음.

이제까지의 이야기는 퍼니싱과 인류의 사투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번 외전은 우리의 목표인 지구와 황금시대, 인류에 대한 것일듯.


세레나 마지막에 왜 살아남? 글고? 원코 어케햇노.

서정적인 묘사와 함께 간 것치고는 예토전생했네.


히든은 솔직히 별로 재밌다고 느끼지는 않음.

바네사가 씹혐성이다정도? 구조체도 나름 사람이었을텐데 이 년 마인드가 이상해요.




반즈 외전.

분량? 최고점.

내용? 최고점.


푸니싱 외전은 항상 날 실망시키지 않네.

남캐 외전 거를까 거를까 하다가 보니까 어느순간 시간 삭제당해있음.


의식회수가 구라였다는건 일찍이 알았는데, 반즈의 고뇌가 진짜 맛있음.

지구를 되찾는 목적에 대한 환멸, 자신이 늘상 행해오던 치료를 의심하고, 결국 어설픈 폭로로 여럿 말아먹고서 무기력하게 나날을 보내는 반즈.


앞의 영탄회성 후반부의 반즈랑 연결되어서 내용이 참 깊다싶음.

모바일 씹덕겜이서 이정도의 필력을? 푸니싱 후반 스토리 극락이다 극락.


끝은 좀 희망차게 무언가를 깨닫고 나아가는 방향이더라.


초중반부의 의사로서의 고뇌가 수준급의 필력으로 잘 드러나있음.

거짓말과 진실. 너무나 양심있었던 반즈의 고뇌와 맨날 생명의 별이 꺼지지 않도록 들어오는 부상자 등 참 세계관 어둡다 싶더라.


카무이<-임마 그리고 똑똑하네. 마냥 생각없는 개그캐가 아니었구나. 다시 보게됨.


반즈 의사로서의 능력도 좀 먼치킨스럽더라 근데.


요약:잘자요 반즈 선생님.





보통 여타 씹덕겜, 혹은 씹덕겜이 아니더라도 게임들은 배경을 배경으로만 남겨두는 느낌이 있음.

매력적인 설정이나 세계관은 그저 캐릭터들이 뛰노는 무대일뿐이고, 조명은 보통 그런 캐릭터들의 서사위주로 가는 느낌이 많아서.


퍼니싱은 그런데 그런 세계관을 잘 조명한 것 같음.

이런 세계관이라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품을까. 지상에 남은 사람의 마음가짐은? 공중으로 도피한 군인의 마음은?

재난 이후에 태어난 아이는 예전의 시대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을까, 과연 지구를 되찾는다는 것이 옳은 목표일까? 등등.


모두 자신이 만든 세계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산물들임.

이런 류의 스토리는 보통 스토리가 메인 컨텐츠인 그런 게임들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캐릭터 팔아먹는 씹덕겜에서 보긴 어려운 느낌이라 생각했음.

제작사가 자신의 세계관과 설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음.


물론 그런 매력적인 세계관이다보니 캐릭터성도 더욱 돋보이고 심오한 맛을 풍기는 것 같아 극호임.


플레이어로 하여금 직접 그 세계관에 몰입하고, 이런 세세한 설정과 묘사 하나하나가 세계관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 같음.

많은 씹덕겜을 손대본 입장으로 세계관의 몰입도랑 매력만큼은 씹덕겜 원탑인듯.


초반이 진짜 고통이고, 씹하꼬겜이라 사람들이 못알아주는게 약간 안타깝네...

초반 스토리 리메이크좀 해줬으면 좋겠다.




후다닥 14장 읽고 감상문 쓰러 와야겠다.

소신발언은 영광게이보다 21호 나오는 미경각흔이 훨씬 기대됨 ㅋㅋㄹㅃ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