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매우 적절함.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음.

내용? 매우 뛰어남. 개인적인 스토리 최고점 중 하나인듯.

주연? 말이 필요한가? 우리 베라눈나다.


절해성화는 10점 만점의 100점짜리 스토리다....



처음은 또 정치얘기 나와서 좀 어려웠음.

보닌 정치물에 약한 사람으로서 알아들은 거는 그냥 "공중정원 고위직들이 나에게 집착한다." 정도의 웹소설 제목만한 단락임.


수상할 정도로 주인공에 집착하는 고위층 아찌들.

초반 탈출극까지만 해도 이번 스토리도 14장이나 미경각흔처럼 정치물로 흘러가겠구나 생각했음.


근데 비행기타고 내려다보는 아틀란티스의 전경이 컷씬으로 딱 뜬 순간.

그냥 와...하는 느낌 밖에 안들었음. 초반에 플라톤의 아틀란티스에 대한 묘사가 스치면서 걍 가슴이 ㅈㄴ 뛰는거임.


비행기에서 내려서 하산이랑 니콜라에게 임무전달 받을 때부터 벌써 내 마음은 들뜬지 오래였음.

드디어 정치물에서 벗어났구나! + 저 개쩌는 해저유적지를 베라눈나랑 같이 탐험한다고?

그냥 쉬불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구성인거임.


틱틱대는 베라 특유의 화법도 마음에 들고, 안챙긴다고 하면서 상처하나 없이 지휘관을 보호해준 베라눈나가 멋져보였음.

걍 배타고 아틀란티스에 진입할 때부터 내 마음은 이미 그 웅장한 도시의 자태에 빼앗겨버린거임.


중간에 낀 라미아의 아틀란티스 도달과 연구원의 독백.

특히 연구원의 독백은 퍼니싱 특유의 필력과 개쩌는 아틀란티스의 외경, 그리고 연구원의 절제된 감정과 맞물려서 벌써부터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림.


베라랑 함께 아틀란티스 내부를 살피며 자연스레 그 배경이 상상력을 자극함.

이렇게 거대한 공간, 심지어 영점원자로를 조사하는 공간인데 사람의 흔적이 하나도 남지 않음.

퍼니싱도 비교적 최근에 침식된 걸 보아하면 이곳이 퍼니싱 탓에 멸망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임.


그럼에도 퍼니싱 사태 이후에 완전히 봉쇄되었을 아틀란티스는 그 어떤 사람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음.

또한, 도시 내에 어떤 음식물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의 최후를 짐작하게 함.


또한 도시 진입까지 베라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내가 생각하는 그녀의 인상이 약간 달라지긴함.

원래는 그냥 싸움에 미쳐버린 년인줄 알았는데, 나름 의사 때 품고있던 정의도 가지고 있고 동료를 소중히 여김.


베라 특유의 화법은 아마 그녀에게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던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함.

평범한 사람이라면 미쳐버렸을 상황인데, 베라의 강직한 성격은 도리어 자신을 뒤틀어버린 것 같음.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는건 그녀는 최소한 선한 인물이라는거임. 자신은 극구 부정하겠지만.


베라의 관심은 이미 타인을 떠났음.

남들의 시선을 고치는 데에 이미 체념했고, 자신에 대한 오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길을 막는 것들을 직접 부술 뿐임.

물론, 자신 또한 가끔은 지휘관이나 외전에 나온 사람을 보면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자신의 악명으로 그들을 감싸주기도 함.


이런 까칠한 화법으로 베라의 성격을 전할 수 있다는데서 이 게임의 스토리전달력을 느낌.



지휘관과 베라는 라스트리스의 일기를 봄.

베라는 비웃고, 지휘관은 그와는 다른 의견을 보임.


베라는 이미 이 세상에 대해 많은 기대를 저버렸음.

그녀는 불확실한 타인이나 세계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임.


쿠로노의 어두운면에 질려 떠나가, 의회의 부정적인 면을 보고 결국 실망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음.

그녀의 타인에 대한 평가는 극히 부정적임.


그녀는 타인을 구하지만, 그건 오로지 자기만족이나 의무감에 가깝지 남들에게 보상을 바라지 않음.

타인의 분노나 공포를 아랑곳하지 않음. 그녀의 손이 닿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수 자신과 친분있는 인물뿐.


그런 베라에게 아직도 의회를 믿는 것처럼 보이는 지휘관은 순진하다 못해 멍청해보임.

지휘관은 그러나 딱히 의회를 믿는건아님. 우리 지휘관의 멘탈이나 인간성은 세계관 최고급이기 때문에 이런 초인과 같은 지휘관은 베라처럼 뒤틀리지 않음.


베라는 그런 지휘관을 보고 웃으며, 자신이 본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고도 꺾이지 말라고 함.


지휘관은 기지를 발휘해 베라와 함께 도시 내 최중요시설의 위치를 찾음.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베라와 지휘관은 결국 모든 방해를 이겨내고 영점원자로에 도달.


영점원자로의 모습 또한 거대하고 웅장하기 그지없음.

내가 로딩화면마다 본 영점원자로가 이거구나 싶어서 잠시 감탄함.

저런 감성을 좀 좋아해가지고, 그랬음.


제정신이 아닌 라미아가 런을 치고, 베라와 나는 라스트리스의 마지막 메모를 봄.


첫말은 라스트리스의 환영.

그녀는 마지막 집단회의의 모습을 메모에 담음.



이 해저도시의 연구원들의 최후가 바로 절해성화의 하이라이트임.

예상과는 다르게, 연구원들은 봉쇄된 바깥 세상을 원망하며 비참하게 죽어가지 않음.


인류의 빛나는 지성을 상징하는 그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의무를 다하기로 결심함.

라스트리스는 작중 이곳을 대뇌와 같다고 표현함. 이 거내한 대뇌에서 인간의 역할은 아미노산, 그 뿐.

거대한 대뇌 속에서 연구원들은 결국 자신의 역할을 다함.


사람이 하나하나 줄어감.

사람의 공백은 커지고, 점점 조용해지는 복도와 한적해지는 해저도시.

처음 지휘관의 인상대로 이곳은 이미 거대한 묘지와 같았음.


줄이고 줄여가고 희생했어도 그들의 연구는 결국 구원에 닿지 못함.

라스트리스가 혼자 생존해있을 때도, 결국 그들은 퍼니싱을 재현하지 못함.


그러나 성과는 있었음.

퍼니싱에 대한 단서. 라스트리스는 그 편린과도 같은 것들을 해저도시를 잠재워가며 얻어냄.


그녀가 남긴 말이 이 절해성화, 나아가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 본작 전체의 주제를 꿰뚫음.

그들은 후회하지 않았음. 결과의 아쉬움은 있어도 이 과정만큼은 몇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져도 되풀이할 의무임.


처음 인간이 두 손으로 태어났을 때, 그들의 눈은 땅을 내려다보기보다는 하늘을 보기로 했다.


이 한 문장이 인간의 본성을 꿰뚫음.

인간의 본질은 상승임.


두 손, 불과 창, 내연기관, 컴퓨터.


그들의 수단이 진화해갈수록 그들은 바라는 하늘에 가까워짐.

긴 시간 끝에 지구의 정점에 선 그들은 달을 넘어 아득한 별바다를 바라보고 있음.


영점원자로의 사고. 그건 비극임. 하지만 베라의 말대로 인간은 교훈을 얻지 못하는 동물임.

퍼니싱은 찰나의 재난일 뿐. 언젠가 인간은 퍼니싱마저 정복할 것이라고.

우리는 지나간 길을 후회하지 말고 나아가는 법을 알아야하는 거임.


퍼니싱의 악역들은 전부 인간사를 부정해오고, 인간의 비열한 습성에 집중함.

구룡도시의 곡은 인류사가 보다 아름다운 최후를 맞길 원했고, 루나는 퍼니싱의 선별에 걸친 신세계를 원함.


인류는 벼랑 끝에 몰려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약탈해내고 별바다에 손을 뻗을 거임.



베라는 결국 그녀를 인정함.

이 거대한 바다의 도시는 종말을 앞둔 인간의 자세를 보여줌.


베라와 지휘관은 최종적으로 이 잠기는 도시를 바다 속에서 꺼내기 위해 도시의 탑으로 향함.

라스트리스의 최후. 그녀의 시체에서 유품을 챙기며 베라는 자살한 라스트리스가 남긴 전투식량을 먹음.

그녀는, 라스트리스의 아틀란티스의 의지를 잇기로 했음.


그들의 숙원과 고통 모두를 받아들여 그녀가 약탈하기로 함.



최후, 라미아와의 보스전.

라미아는 솔직히 퍼니싱 보스 중에 정말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생각함.


Narwhal에 이은 뽕의 절정을 달리는 브금.

패링시스템을 극한까지 이용한 전투패턴.

바다라는 주변의 환경을 아름답게 표현한 전장과, 물 속에서 울리듯 퍼지는 모든 음성들.


단연 내가 이때까지 해온 보스전중 가장 재밌었음.



결국 라미아를 쓰러트리고, 베라는 아틀란티스의 꼭대기에서 깃발을 꽂음.

깃발은 정복의 상징. 베라는 먹구름이 걷히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평소처럼 당당한 미소를 지음.




히든은 이때까지 허당적인 모습만 보여줬던 라미아의 과거임.


어떻게 보자면 참 안타까운 애임 라미아는.

라미아의 성격을 형성하기에 그녀가 지낸 곳은 너무 범인들에게 가혹했음.


라스트리스는 마지못한 듯이, 라미아의 이름을 붙이고 그녀를 좋게 본 것 같았지만 어린 라미아에게 이 바다란 곳은 그녀를 옥죄는 감옥일 뿐임.

어딜 둘러봐도 천재들뿐인 이곳은 라미아에게 가혹했고, 그들이 보이는 철저히 사무적이고 차가운 대응은 라미아를 외롭게 만들기 충분함.


아틀란티스가 홀로 갇혔을 때, 라미아는 죽고싶지 않아함.

그녀는 육지를 보고싶고, 이곳에서 벗어나 살고싶었음.


그런 당연한 소망은 이 인류 최고의 천재들에게는 어리광으로 보였나봄.

라미아와 그들 사이는 너무나 멀어서, 라미아는 차마 그들로부터 온기를 느낄 수 없었음.


살고싶었던 라미아에게, 의료부장은 구조체수술을 주장하고, 그녀는 받아들임.

몇 주간의 훈련기간 끝에 라미아는 심해의 수압을 견디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됨.

일말의 미련도 가지지 않은 채 떠나간 라미아를 보며, 그녀를 개조한 의료부장은 라스트리스와 마지막 대화를 나눔.


그도 인간이었듯이, 최후에는 죽음을 두려워함.

이성적으로는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진정시키려 해도, 본능만은 죽음에게서 도피하려 하고 있음.


그는 마지막으로 라스트리스에게 말함.

우리에게 없고, 라미아에게 없는 것은 연약함이라고.

다만, 없는줄 알았던 연약함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묻었을 뿐이라고.


라미아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그녀는 별탈없이 큰 소녀였을까?

스토리를 보면 알듯이, 아틀란티스의 모두는 딱히 라미아를 미워하진 않음.

오히려 배려해주고, 보살펴주며 많은 관심을 보인 쪽에 가깝지.


다만 너무나 똑똑했던 그들은 아이에게 그들의 관심을 표현하지 못함.

라미아는 혼자 시들었고, 그들이 일상적으로 사실을 진술하듯 내뱉는 멍청함이라는 수식어에 갇혀버림.


라스트리스도, 모두도,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겠지.

구조체 시술을 시켜주고, 직접 바깥으로 라미아를 내보낸걸 보면. 그들도 이곳이 라미아에게 맞지 않은 곳임을 알지는 않았을까.


긴 시간이 흘러 라미아는 돌아와 라스트리스가 남긴 메모를 봄.

조금의 미련이나 사랑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라스트리스가 그녀에게 자유를 선고하는 모습에 라미아는 무너짐.


그녀가 잊어버린 곳을, 그녀는 바다에 묻고자함.

그렇게 자신의 현실을 도피하고자 함.


바로 전 에피소드가 인간의 냉혹함의 끝장을 보여준 21호의 에피소드다 보니, 라미아의 환경은 오히려 아주 따뜻한 곳이라고 할 수있지만, 라미아는 단지 너무 어렸고 그렇기에 망가진거라고 생각함.


참 안타까운 이야기였음.





이렇듯, 절해성화는 이 부분 스토리만 떼서 단편작으로 만들어도 좋은 평가를 가질 것 같은 개쩌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

개인적으로 이런 미지에 대한 탐험물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전이 너무 나랑 안맞는 정치물이라 그런지 이번 스토리가 더욱 맛있엇다고 생각함.


횃불, 약탈, 아틀란티스의 묘사 등 퍼니싱 특유의 문체가 이런 이질적인 스토리에 잘 녹아들었고,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이때까지 스토리의 최고점 중 하나라고 생각함.

아주 뛰어난 보스전 퀄리티, 수려한 배경과 bgm,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 등 장점 덩어리인 장이었지만.


도저히 히든의 난해한 스테이지 구성은 이해를 못하겠음.

옥의 티인가. 이 아방가르드한 구성 때문에 스토리 깨는데 참 많이도 잡아먹음.


이번 스토리는 원래처럼 많은 동료들과 악에 맞써는 그런 배틀물보다는 베라와 둘이서 도시를 탐험하는 탐험물에 가까움.


뽕차는 인간찬가적인 스토리, 완벽한 기승전결과 게임 내적 완성도, 캐릭터 전달까지.

정말 존나 맛있고 쩔었던 스토리였다고 말할 수 밖에 없음.


딱 이부분만 소설로 냈어도 흥행했을거라 생각함.



여러모로 느낀점도 많고 쩔었던 스토리였음.


이제 다음은 대황롤랑님의 차례, 그 다음은 백야...

앞으로의 스토리를 기대하며 이번 리뷰 마치도록 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