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성화로 끝까지 끌어올려진 인간찬가와 희망을 단번에 부숴주는 에피소드다.

내용이 존나게 딥다크하기 그지없다.


그러고보면 최근 푸니싱 스토리는 인간의 의지와 희망을 중시하는 스토리를 많이 써오긴 했다.

이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차례가 다시 찾아왔는지 이번 스토리는 푸니싱이 다시 진화해 인류를 위협하는, 어찌보자면 패배하는 스토리다.


종언복음 이후로 순조로웠던 공중정원에게 긴장감을 주는 장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다.

라스트리스가 남긴 오메가파일을 받자마자 하산과 니콜라는 존나게 들떠서 아주 신나있었다.

이건 분명 인류의 반격의 초시이자 게임 체인저가 될거라며 그레이 레이븐을 후방에서 돌리며 존나게 기뻐했었다.


나도 그 사이에서 살짝 뽕에 취해있었다.

이때까지의 스토리는 순조로웠고, 호감할배 그린스 씨가 보여주는 남다른 언행을 팝콘삼아 이번엔 어떤 뽕을 뽑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후방을 돌아다니는 그레이 레이븐도 역시 활동의 제약을 받았지만 감금실보다는 100배 나은 상황.

안전한 후방에 있는게 좀이 쑤시는지, 지하에서 만난 푸니싱 모체 '실험체'가 아닌 진짜 실험체를 격멸하는데 지원을 넣게 된다.

크롬의 도움을 받아 어찌저찌 아시모프상의 설명도 듣고 익숙한 얼굴들과 강하.


푸니싱이 인간을 닮아간다는 사실에 살짝 소름이 끼치는건 제쳐두고, 극야회귀 때 봤던 시몬, 영탄회성 때 봤던 한스할배, 영탄회성 외전에 나오는 바네사까지 익숙한 얼굴들과 공원에 도착했다.

긴장되는 분위기는 제쳐두고 첨보는 금발 친구와 머레이를 족치려던 팔지 스탠딩까지 보면서 '와 라인업 돌았네ㅋㅋ' 쌍둥이고 뭐고 다 디졌다ㅋㅋ 이러고 있었다.


내가 누구? 승격자는 무슨 대행자까지 의식 연결 때리고, 세이렌에 모체에 취서체에 적조는 보이는 족족 족쳐버리는 적조 킬러, 아틀란티스에서 베라눈나랑 단둘이 데이트도 즐기고온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모체랑 적조, 이합생물 상대로는 승률 100퍼센트를 장담하는 적조 킬러 아니냐. 이번에도 여자 쌍둥이 이쁘던데 줘패야지 하는 맘으로 갔지.

근데 시발 몰랐지 이번에 승률 100퍼센트 깨질 줄은.


한스의 지휘 하에 여과탑 진입까지는 군대답게 아주 팀워크를 잘 맞춰서 갔음.

필드 포인트? 아 한스 할배 넣어둬, 영탄회성 때도 하나면 충분한걸 뭘 들고 왔어. 이러고 갔지.

근데 먼가 빽빽함.


퇴로 확보하고 들어가는데 저 배경부터 존나 불안함.

맨날 어두운 것만 파던 나에게 한 가지 철칙이 있다면, 진입이 순조롭거나/ 숙련된 지휘 아래서 계획대로 진행되는 일->100퍼 ㅈ댐 이라는 공식이 있었거든.


어찌저찌 들어가서 모체 잡는 것까지는 해낸 줄- 알았는데...?

이 씨발 갑자기 알에서 부화를 해버리네.

첨 태어났는데 벌써 포스가 대단함.


아포칼립스, 배틀물 특:태아가 존나 강함.

헌터헌터의 메르엠부터 전해져내려오는 법칙답게 지금까지 아주 순조로웠던 작전 상황이 갑자기 사망 플래그처럼 느껴지기 시작함.


아니나 다를까 방금 태어난 쌍둥이가 공중정원 엘리트 소대 몇 개를 지혼자 말아먹기 시작함.

까마귀 지휘관은 이미 배에 촉수 꽂혀서 요단강 수온 체크 중인데, 리랑 루시아로는 좀 간당간당 할 것 같음.


그리고 이어지는 보스전.

보스전은 재밌었음. 보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문제라면 이 새끼들이 지 맞을 때 초산을 열어제끼는데, 화면에 나타나는 유리 깨진 연출 때문에 얘네 모션 안보여서 다 쳐맞음.


어찌저찌 깼는데, 다음 화면은 쓰러져 있는 리랑 루시아임.

리브도 쳐맞고, 아주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음.



그 와중에 한스가 보인 의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음.

이번 스토리의 하이라이트는 다름아닌 이 간지나는 할배의 퇴장이 아닐까 싶음.

처음에는 꼰대로 봤고, 나중에는 어쩔 수 없는 노병으로 보였는데, 영탄회성에서 나온 것 치고는 너무 일찍 퇴장해버림.


혼자서 담담히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데 일말의 공포나 거리낌도 없었다는 점이 이 할배가 참군인이었다 싶음.

끝까지 인류의 승리를 위해 행동하고, 공허한 우주에서 바라본 별보다는 지구의 풀들 위에 드러누워 바라보는 밤하늘이 훨씬 아름답다는걸 알고 있던 낭만넘치던 노병은 기어코 퍼니싱에 굴복하지 않고 의무를 다함.


궤도 폭격이 날아오고, 까마귀 소대 전멸 직전- 본진 빽도를 당하는걸 깨달은 쌍둥이들이 급하게 귀환을 탐.


근데 우리 상태는 처참함.

지휘관들 스탠딩은 이미 다 중상에 찡그리는 얼굴 뿐이고, 시몬은 아예 지휘관 대신 부하를 감당하다 피 토하고 죽어버림.

얘는 첫 등장이 극야회귀고 이번이 두 번째 등장인데 바로 죽어버림. 세계관 참 악랄해.


그래도 엘리트 소대답게 뼈아픈 실패에도 어찌저찌 몸을 빼 나옴.

비록 샘플도 건졌고, 모체도 조졌지만 이 쌍둥이 푸-니싱 메르엠들은 뒤지질 않았음.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는 처참한 상황.

지휘관은 아예 사경을 헤메고, 세계의 여론도 극악으로 치닫음.


여러모로 지금까지의 밝은 스토리에 긴장을 주는 장이었음.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승리와 마찬가지로, 퍼니싱도 진화하고 있으며 전장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알 수 있었음.



리브가 구한 아이가 다시 구조체로 나와 싸우고 있는걸 봤을 때.

나도 무심코 리브와 같은 생각을 함.


아마 내가 끄적인 글들 중 의사가 주인공인 글이 있는데, 걔가 하는 고민이랑 비슷하더라.

근데 리브같은 내강외유형 캐릭터가 그런 대사를 읊을 줄은 몰랐음.

퍼니싱과의 전쟁은 앞으로도 그 행방을 알 수 없게됨. 지금까지 우리가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던 우위는, 퍼니싱도 끝없이 진화하는 탓에 오히려 인간과 닮아간다는 호러를 연출하는 중임.


저 푸-니싱 메르엠련들 살아서 깽판 치는 꼴을 보니 어케 처리해야할지 모르겠네;


이번 에피소드는 전체적으로 푸니싱의 어두운 세계관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스토리였다 생각함.

다음 인멸잔주, 리브 백야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을 못하게씀.


나지막한 기대를 담으며, 다음 스토리 보러 가야겠음.




아, 그리고 히든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황롤랑님의 공연임.

황금시대 최고의 소년배우답게 우리 대황롤랑님은 공연 연출에도 나름의 미학이 있으심.


롤랑 스토리래놓고, 노멀에는 등장하지 않아서 섭섭했는데 히든에서 얼굴을 보여주시니 반갑기 그지없음.


난민 연기가 참 맛깔남.


그리고 청소부 삼인방, 첫 인상은 청소부 인성 평균이 이런가 싶을 정도로 씹창인데.

스테이지 10개 만에 이 이미지에 각 캐릭터 전달을 완벽하게 해내는 분량 조절에 감탄함.


이 새끼들 동료애에, 마지막에 인류를 위해 거대한 퍼니싱을 저지하려는 거 보고 감동먹음.

중간에 나오는 눈치없는 딸 얘기랑, 마지막에 딸 사진 꺼내는 거 보고 얘도 퍼니싱식 엑스트라 엔딩나겠다 싶었는데.


어림도 없지. 대황롤랑님은 낭만을 아는 스윗가이.

이들의 인류애 넘치는 행동을 보고도 밷드 엔딩을 들이미는 냉혹한 남자가 아니었지.


자크의 유언에 혈청과 탈출구에 희망까지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대황롤랑님의 인심이 참 따뜻하다 느꼈다.


대화 몇 줄로 캐릭터의 과거를 실감나게 전하고, 이미지 변화를 성공시키는 푸니싱.

그들의 스토리는 어디까지 진화하는가.


대황롤랑님이 오랜만에 준비해주신 연극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이제 발로 뛰어서 무대 세팅하는 대황롤랑님은 좀 웃기기도 했다.



이번 스토리도 만족함.

저번 스토리의 뽕을 단번에 빼버리고 차가운 현실을 머리에 박아버림.


퍼니싱 특유의 문체는 캐릭터가 죽고 고뇌할 때 가장 빛나는 듯함.

오늘도 한스할배 퇴장씬과 리브의 고뇌를 돌려보고. 다음 스토리를 기대해보도록 하겠음.


리브 백야상 사경을 헤메는 지휘관이 가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