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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존나게 개쩌는 스토리를 쓰는거다.

고후위등 4자 요약: 개씹고트




존나게 긴 고후위등을 보고 오는 길이다.

그냥 존나게 고트다. 이 새끼들은 그냥 문학을 쓰고 있다.

보면서 존난 몰입해서 4시간이 없어졌다. 존나게 물고뜯고씹고 즐겼다.


내용은 길어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일단, 이 노안이란 친구는 예전에 본 슈렉이다.

종언복음 히든에서 여자친구 잃어버리고, 인멸잔주에서 가버린 그 슈렉이다.


본 투비 니거가 주운걸 보고, 부활플래근가? 싶었지만 진짜로 부활해버린 슈렉이다.

고글만 쓴 모습밖에 못봐서, 나도 처음엔 못알아보고 신캐인줄 알았다...



외딴 폐허에서 깨어난 노안.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기억상실증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는 폐허의 밖으로 나선다.


그 순간 마주친 순찰하던 공중정원의 집행부대.

기억이 없는 노안을 승격자와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면 의심했지만, 결국 집행부대는 노안을 데리고 보육 구역에 돌아가 검사를 시키기로 한다.


착하고 건실한 청년인 우리 노안은 처음보는 집행부대를 쫄래쫄래 따라가 검사를 받는다.

다행히도 의식의 바다는 아주 안정적인 상태. 그는 거기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과의 대화를 약간 나누고 잠에 든다.


밤이 지나고, 지휘관이 떠난 상태.

노안은 조금 더 좋은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릴리안이라는 소녀 구조체를 따라가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9호 보육구역까지 가며, 이따금 튀어나오는 기억의 조각들에 혼란스러워한다.


순조롭게 9호 구역에 도착한 노안과 릴리안.

그 과정에서 침식체에게 습격받던 탤버트란 구조체를 구한다.


기지 내는 현재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승격자의 '선별'에 관한 소문이 퍼져, 부대에서 탈영해 선별을 받기 위해 찾아가는 배신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이었다.

퍼니싱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달콤함에 혹하는 자들과, 그런 그들을 경계하는 자들 사이에서는 불신과 의심이 점차 싹트고 있었다.


노안은 수시로 튀어나오는 기억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상황.


그런 그의 곁에는 침식체들 사이의 유일한 생존자인 한 보라머리 소?녀가 착 달라붙어있었다.

보기에도 많은 일을 겪었는지 피폐해보이는 인상을 가진 이 친구는...



수많은 예비 게이 퍼붕이들의 마음을 울린 '남자' 혹사 되시겠다.

난 아직도 왜 이새낄 남자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구아아아ㅏㄱ



어쨌든, 난민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떠올린 노안.

게다가 그는 자신이 승격자들의 선별의 현장에 있었다는것, 그리고 정체불명의 승격자가 자신을 만들었다는 사실로 자신이 승격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솔직하게 9호 구역의 사람들한테 까버린다.

어쩌면, 자신이 승격자일지도 모른다고.


안그래도 받고 있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승격자들한테 데일대로 데인 사람들은 곧바로 죽이자는 의견까지 등장하는 상황.


그 와중에, 승격자가 되어 퍼니싱을 다룰 힘을 얻고 싶다는 탤버트. 탤버트는 그 힘으로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지만 그의 의견은 싸늘한 반응밖에 이끌어내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선별의 장소에 갔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전우들이 배신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붉은 침식체가 되어 돌아왔던가.


둘의 처우를 둔 토론이 격렬해지던 순간, 타이밍 좋게 수많은 침식체들이 쳐들어오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아간다.

정의로운 청년 A 노안은 그 상황에서, 침식에 영향이 없어보이는 자신이 군세를 뚫고 지원을 요청해오겠다고 한다.


미쳤나면서, 죽이자는 의견이 격화되었지만 노안의 그 똘망똘망한 눈과 별 다른 수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 그들은 노안을 밖으로 내보낸다.




어릴 적, 노안은 오셀럼 영구열차의 하층구역을 전전하던 평민 소년이었다.

항상 가면을 쓰고 다니는 어머니는 노안에게 너무 엄격했고, 그런 노안이 의지할 어른은 어머니의 친구인 레이첼 이모밖에 없었다.


항상 까칠해 사람들과 마찰을 빚던 어미니와 다르게, 레이첼은 오셀럼의 수송부대의 대장이자 만인에게 신뢰를 받는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오늘도 몰래 그리던 그림이 들켜, 어머니에게 뺨이 맞고 그림이 찢긴 노안.


평소 집에서 홀로 지내던 노안에게 어머니는 절대로 가까운 존재가 되지 못했다.


결국 쫓겨나듯이 레이첼의 수송부대 일을 도와주러 간 노안에게, 레이첼은 아주 단란한 안식처를 제공해주었다.

그녀는 벨트를 점검하는 임무라며, 몰래 노안을 책이 가득한 창고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그렇게 그는 힘든 일상 속에서도, 그만의 낙원을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하루하루 어머니에게 도망치듯 창고에서 책을 읽으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레이첼의 신호가 밤늦게까지 오지 않자, 새벽 4시까지 책을 읽던 노안은 불안감에 창고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와 레이첼 사이의 의미심장한 대화를 엿듣게 된다.


평소와 달리 피투성이였던 레이첼.

어린 노안에게 그녀들의 대화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수송부대에서 자주 물건이 사라진다는 것.

어머니와 레이첼이 싫어하는 '오슬란'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

레이첼이 예전, 아버지와 관련된 사건에 관계가 있고 그 일로 어머니에게 미안해한다는 것.


이야기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던 레이첼은 노안을 보고는 흠칫했다.

곧, 목소리를 낮추며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곤 자리를 떠났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대화에 노안은 차가운 모습을 보이던 어머니께 진실을 요구했다.

항상 자신을 어리다며, 진실을 알려주지 않던 어머니께 노안은 진실을 듣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이제 수리 부대에서 일을 할 정도로 컸다고 거짓말했지만, 어머니도 노안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단지 그녀는 책이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버려둔 것뿐. 노안의 입이 닫히자 어머니는 곧장 강압적인 말로 노안에게 자라고 했다.



노안은 평소에 어머니가 받는 멸시와 혐오를 생각했다.

수많은 근거없는 악의적인 헛소문이 그녀의 어머니를 공격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한 번도 그런 공격에 대응하지 않았다.


어쩌다 노안이 선을 넘은 사람들에게 주먹을 휘두를 때면, 어김없이 혼이 나는 것은 노안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그런 말을 듣는 것이 싫었다.


노안은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를 말했다.


잠시 침묵하던 어머니는, 결국 노안에게 진실의 일부를 말해주기로 결정했다.



오셀럼은 예로부터 살기가 힘든 지옥이었다.

모든 것을 걸어서 살아남아야했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죽어야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런 환경을 만든 부패한 귀족들 중 한 명이었다.

레이첼이 폭동을 일으키던 때를 틈타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고, 어머니는 그대로 하층구역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와야 했다.


평민들이 어머니를 미워하던 이유는 단순히 까칠한 성격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평민들을 그렇게 못살게 굴던 귀족의 일원이었다.



노안은 어머니에게 이 열차를 떠나면 안되냐고 했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열차 바깥은 열차보다도 더한 지옥이었다.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침식당해 죽길 바라는 자살희망자들의 미친 짓이었고, 발을 멈추고 휴식하는 것은 침식체나 도적의 표적이 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 세상에 온전히 살만한 곳은 없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어린 노안에게 레이첼이 그런 환경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안은 레이첼의 모습을 자신이 좋아하던 영웅이야기의 영웅과 겹쳐보았고, 어머니는 그런 레이첼을 돕고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진실을 알고싶다며 징징대는 노안을 억지로 눕혀 담요를 덮어주고는, 기침이 자주나는 좋지 않은 목으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그 후로 어느날, 상층에서 새로운 상품을 고안해냈다.

일명 '행운의 상자'라는 것이었는데, 오셀럼의 승차권을 무료로 주는 이벤트였다.


예로부터 보육구역이나 오셀럼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심사를 거쳐 그들이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인원인지 증명해야 했다.

별다른 재주가 없는 사람이나, 현재는 별 쓸모가 없는 예술이나 공연 등의 업종 종사자들은 그런 심사에 합격하지 못한 채 침식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천만한 대륙을 거닐어야했다.


그러나 이 행운의 상자에서 나온 승차권을 획득한다면, 어떤 심사 없이 그들을 오셀럼의 일벌 부대로 받아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층 사람들은 행운의 상자로 얻은 물자들로 풍족해져서 좋고, 상층은 부족한 일손이 늘어나 좋고, 떠돌이들은 위험한 땅이 아닌 안전한 열차에 탑승할 수 있어서 좋다.


말로만 듣는다면 완벽하게 모두의 행복을 증진하는 상품이다.


그래서 아무도 그런 행운의 상자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어린 노안 또한 행운의 상자를 접는 활동은 다른 노동에 비해 수월할 정도로 쉬워서 좋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아무런 기술도 없는 떠돌이들이 밥만 축내며 일벌부대에 있기만 하자, 불만들이 생겼다.

열차는 좁아지고, 가뜩이나 한정된 노동에는 지원자들이 들끓어댔으며, 물자도 점점 열악해졌다.


상층의 초병들은 갈수록 무례하고, 강압적으로 변했다.


규칙 또한 점점 하층 평민들을 몰아붙이도록 바꿔가며, 어떻게든 물자를 주지 않기 위한 치사한 수를 이어갔다.



늘어난 일벌 부대에 지원이 줄어든 기존의 수송 부대가 불만을 터트리고, 처음 들어올 때와는 다른 대우에 일벌 부대의 떠돌이들도 불만이 쌓여갔다.

초병들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환경은 열악해지며 물자는 적어졌다.


초병들은 말솜씨만 늘어갔는데, 하층 평민들이 잘 살지 못하는 이들은 모두 그들이 게으름을 피우기 때문이며,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불만만을 내뱉기에 생활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충고를 가장한 착취만을 이어갔다.



모두가 그런 열차에 지칠 때쯤, 돌연 노안의 어머니가 초병들에게 잡혀갔다.

어떻게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초병들의 칸에까지 들어가 어머니와 면담 기회를 얻은 노안.


크지 않았던 체격, 그리고 평소보다도 수척해진 외모에 노안의 마음이 아파졌다.

여기까지 찾아온 노안에게, 어머니는 자신을 믿느냐고 했다.


노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머니는 노안에게, 평소처럼 차가운 그녀의 진실을 전했다.

눈물은 아무도 구할 수 없다.


노안은 이곳까지 찾아오기 위해 어머니의 행방을 묻자 사람들이 보이던 반응을 기억했다.

어머니는 장부를 조작해 물자를 횡령하다 적발되었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런 나쁜 짓을 했느냐고.


어머니는 긍정했다.


노안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어머니는 다시 노안에게 자신을 믿느냐고 했다.

노안에게 다시금 답을 확인받고 나서야, 어머니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존재만 자신을 믿어준다면 된다고 했다.


노안은 어머니에게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트렸다.


엄격하기만 한 노안의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에게마저 가면을 벗지 않았다.

항상 엄격한 어머니는 자식의 앞에서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


평소에도 여러번 터트렸던 불만들.

어머니는 오늘에서야 그 불만을 마주했고, 매시간 그녀를 가리던 가면을 벗었다.


창백한 손과 하얀 손톱.

초점이 없는 한쪽 눈과 흉터가 가득한 얼굴.


어머니는 다시 돌아가자는 말에 평생 한 적없는 사과만을 전했다.



어머니는 노안을 사랑했다.

그가 상처받지 않길 바랬고, 살아남길 바랬다.

사람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면 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노안을 해칠까, 일부러 멀리 했다.


그가 그리던 그림을 찢고, 읽던 책을 빼앗으면서도 그녀는 노안이 좀 더 좋은 집안에서 자랐으면 나았을까 하는 한탄이 멈추지 않았다.

이제서야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노안을 조금 더 온화하게 교육했어야하나 후회했다.


어렸을 적, 노안의 어머니도 꿈이 있었고 노안처럼 문학과 예술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기억들은 노안의 어머니에게 차디찬 현실의 편차와 괴로운 절망만을 가져다줄 뿐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을 닮은 슈렉이 헛된 희망을 품지 않았으면 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후의 희망은 닿을 수 없이 찬란해 아프기만 할 뿐이었다.




노안이 사람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해도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자신에게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시는 노안을 보지 못하기 전, 그녀는 마지막으로 노안이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당부했다.



노안, 잘 자라서 이 종말의 생존자가 되렴.

그렇게 살아남아서, 어머니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모두 버려도 좋아.


자장가를 기억하니?


노안. 안녕.




노안은 그 안녕이 그제서야 일시적인 헤어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생을 가면을 쓰고 생활한 어머니. 노안은 그런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사랑을 고백한 어머니. 노안은 어머니에게 물어보지 않은 일이 너무 많았다.




결국 어머니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노안.


다음 날, 곧바로 노안은 어머니의 죽음을 전해받았다. 사인은 식중독. 인위적일 정도로 급작스런 죽음이었다.


레이첼은 수송 부대와 열차 밖에 있었고, 노안은 어머니가 숨겨둔 물자로 버텨야만 했다.


어머니가 준비한 물자가 동나고도 레이첼은 돌아오지 못했고, 평소 그를 어여삐 여기던 힐 아주머니나 에드 할아버지가 근근히 챙겨주고, 노안이 도와준 사람들이 작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노안은 그런 그들의 도움으로 겨우 레이첼이 돌아올 때까지 연명할 수 있었다.


노안은 아직도 돌아온 레이첼이 보인 표정을 잊지 못한다.

그 어떤 때보다 고통스러운 표정의 레이첼에게, 차마 노안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물을 수 없었다.


노안의 어깨를 꽉 잡은 레이첼은 노안에게 말했다.


노안은 이제부터 레이첼의 제자가 되기로 했다.

억압에서 모두를 해방시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바람처럼 살아남기로 했다.




천재가 아니었던 노안은 레이첼의 훈련 강도를 따라가기 위해선 피나는 노력을 해야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정도 레이첼의 훈련을 이수할 수 있을 때쯤, 노안은 초병에게 얻어맞는 자신 또래의 아이를 보았다.


자신이 어렸을 때처럼, 다리를 다치고 허약한 아이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모습에, 결국 노안이 나서 초병을 막고 아이를 지켜냈다.

화난 초병의 앞을 같은 수송부대 대원들이 막아 지켜주고, 그렇게 노안은 자신의 또래를 지킬 수 있었다.


많이 다친 그를 자신의 비밀기지-레이첼이 어릴 적 알려준 도서창고로 데려간 노안은 그의 이름이 펠드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와 친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수송부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노안은 처음으로 그들의 사이에 들어가게 된다.



펠드는 그 사실을 진심으로 축하했고, 노안은 그런 펠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펠드는 성정이 온화하고 사근사근한 아이였다.


노안처럼 책을 읽기를 좋아했고, 바깥에 대한 지식도 있었다.


어느날 펠드는 노안에게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여름이 되면 상태가 호전될 것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그는 여름 숲의 반딧불이를 좋아했다.


반딧불이를 본 적 없는 노안에게, 펠드는 반딧불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책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며, 노안과 직접 보고싶다는 말과 함께.


어머니가 불러주었던 반딧불이에 대한 자장가의 기억을 나누며, 펠드는 반딧불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에 썩은 풀은 반딧불이가 된다고 했다.

반딧불이가 썩은 풀에서 난다는 미신이 있었다.


펠드의 어머니는 항상 우리가 초원의 들풀과 같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말을, 펠트는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들풀은 뿌리가 깊지 않았다. 들풀의 꽃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러나 들풀은 이슬을 마시고, 죽은 이의 피와 고기를 마시고 그들을 땅으로 돌려보낸다.


살았을 때는 짓밟히다, 마침내 죽어서 썩어버린다.



사실상 이게 이번 존나 긴 고후위등의 주제다.


사람은 들풀이다.


우리는 죽었기에,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고.

우리는 죽어 허무해질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 가득 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들풀은 우리의 시체를 먹어 땅으로 환원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을 틔워낸다.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죽음 위에 서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쌓아올린 대지에 선 것이 사람이다.

언젠가 죽으면, 그들은 다음에 살아갈 생명을 위해 땅으로 돌아가고 다음 들풀이 자라날 양분이 된다.


그리고 들풀이 타오르며 나는 불씨는, 깊은 밤의 앞을 밝혀줄 등불이 될 수 있었다.




펠드는 아직도 어머니의 죽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반딧불이가 된 어머니가 자신을 찾고있지 않을까 상상한다.

한편으론 이런 나약한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그는 자신과 다르게 용감한 노안을 동경했다.


그 일로 혼났다는 노안에게, 펠드는 노안이 맞다고 해준다.


그는 노안이 구해준 사람이다.

펠드는 노안이 건넨 선의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할 것이고, 그렇게 선의 순환을 시작할 수 있다.



그 이후, 펠드는 노안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다.






펠드와 친해진 노안.

수송 부대의 대원들은 그런 노안에게 펠드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


펠드의 아버지인 밴크로프트는 분명히 귀족에게 정보를 팔아넘기고 있었다.

그런 모종의 뒷거래로 수송부대에 들어온 사람이다. 게다가 그가 담당한 물자도 계속해서 조금씩 잃어버리는 일이 잦으니 자연스레 평판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


노안은 그런 펠드의 모습을 자신에게 겹쳐보고는, 그를 보호해주기로 한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펠드가 사라졌다.

노안은 그가 남긴 노트를 보았다.


평소 그가 좋아하던 책을 읽고, 좋아하는 구절을 적거나 자신의 생각을 적던 노트는 처음에는 분명 글씨가 정갈하고 예뻤다.

후반부로 갈수록 글씨는 삐뚤어지고, 몇몇 페이지에는 떨어진 핏방울이 굳어 붉어진 것도 있었다.

마지막에선 겨우 노안이 알아볼 수 있었는데, 이별을 암시하는 그의 마지막 메세지에 노안은 쥐잡도록 열차를 뒤졌다.


평소 밴크로프트를 미워하던 열차 사람들은 그런 노안의 모습에 시큰둥했다.

노안은 아무도 어린 아이가 사라졌음에도 찾지 않는 사람들에 분노하며, 또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려 말했다.



우리의 증오는 모두 이상한 곳을 향하고 있다.

밴크로프트의 아이, 펠드는 다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다.

그런 아이의 약을 구하기 위해선 무조건 상층의 의사를 통해야 하는데, 물자도 없는 밴크로프트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가뜩이나 계속해서 수송 물자들에는 펑크가 나지, 약은 주기적으로 챙겨줘야하는데 그에게 어떤 선택지만 남겠는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행한 일이다. 우린 왜 근본적인 원인인 상층을 미워하지 않는가.


밴크로프트가 없어져도, 상층이 있다면 결국 제 2의 제 3의 밴크로프트가 나올 뿐인데, 우린 왜 항상 그들이 만들어놓은 우리 속에서 서로를 향해서만 싸워야하는가.



노안의 연설에 찔린 구석이 있는지 모두들 열차를 수색해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결국 돌아온 밴크로프트.

평소 펠드와 놀아주던 노안에게 자주 감사를 하며 안면을 튼, 오셀럼의 공적이 아들을 찾기 위해 열차에서 내리기로 했다.


혹시 자신이 운반하던 화물에 숨어들었을까 하고.


레이첼의 친구인 아사와 그의 아내이자 노안의 어머니인 장부일을 대신하던 바바라는 일당을 계산하여 밴크로프트에게 물자를 넘겨줬고, 밴크로프트는 짧은 인사를 남긴 채, 열차에서 내려 펠드를 찾아 떠났다.


그리고 그런 밴크로프트의 뒷모습을 보며, 아사와 바바라는 웃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펠드와 밴크로프트의 일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모두의 화제에서 멀어졌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노안을 제외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수송 부대에 들어가서도, 노안은 줄곧 펠드를 찾아보려 했지만 떠날 수 없었다.


이후, 레이첼의 한 거점에서 노안은 벨라를 만난다.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벨라에게, 이 혁명에 가담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벨라는 거절했다.


그리고 어차피 실패할 혁명이라며 노안에게 비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벨라는 나이에 비해 성숙한 노안에게 약간의 조언을 건네주었다.



상층 초병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에드 할아버지를 열차 밖에 묻고서, 노안은 물자가 없는 일벌들에게 물자도 나누어주었다.



결행 전 날, 노안은 아사와 레이첼이 함께 술을 마시는 장소에 있었다.

술에 약한 레이첼은 한 잔만으로도 5시간을 잘 수 있었다.


아사는 그런 레이첼에게 술을 많이 먹였고, 노안을 남겨둔 채 홀로 방을 나서려 했다.


묘하게 부자연스러운 모습.

노안은 그의 코트의 부자연스럽게 꿰매진 부분에서 도청장치를 찾아냈다.

술을 마시며, 레이첼과 아사 사이에는 결행의 상세한 기밀들이 수없이 오갔다.


아사의 도청기가 상층에 넘어간다면, 증거가 없어 벼르고 있던 상층에게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



아사는 노안의 손을 뿌리치고, 부부 사이의 일이라며 도망쳐나갔다.



다음 날, 기차 밖으로 내던져진 아사의 시체를 상층의 초병들이 들고 찾아왔다.

이미 무기 자체도 탄로난 상황, 보기만 해도 끔찍한 아사의 시체.


환풍구에 숨어있던 노안이 추궁받던 레이첼에게 신호를 보냈고, 순식간에 기차의 전원이 나가버린다.


수많은 수송 부대들이 단숨에 일어나 무기를 쥐고 초병들을 죽이기 시작했고, 반란의 불씨가 커져갔다.



그러나 생각보다도 많았던 초병의 병력, 군용 구조체도 상대하기 버거운 전투기계들까지 동원한 상층의 병력을 넘긴 어려웠다.

레이첼의 본대와 떨어진 채, 초병들에게 붙잡힌 시민들을 구하러가는 노안의 부대.

그러나 온갖 비열한 방법과 헬리콥터들로 무장한 초병들을 이기지 못하고, 세나의 희생으로 번 시간에도 인질로 잡힌 죄없는 평민들 탓에 항복한다.



수많은 희생들 후, 남은 것은 노안과 신야, 그리고 마이크.

노안은 숨겨놓은 비수로 초병들에게 마지막 반란을 해보려는 셈이었지만, 그의 눈에 어릴 적부터 자신을 돌봐온 힐 아주머니가 보였다.



아주머니는 전형적인 소시민적이고 겁이 많은 평민이었다.

그녀는 노안이 많은 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을 때도 나서지 못했다.

내심 그녀에게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노안.


힐 아주머니처럼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은 앞으로 나설 용기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순간, 수류탄을 안은 채 초병들 사이에서 자폭할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길과 노안의 이름을 부르는 한 마디와 함께 힐 아주머니의 여린 목숨은 불길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아주머니가 남긴 혼란을 틈타, 앞쪽의 레이첼을 구하기 위해 나아간 노안.



그리고 폭풍우처럼 눈이 내리는 열차 위에서, 노안은 난생처음으로 레이첼의 초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왼팔은 이미 잘렸고, 온몸은 피투성이에 만신창이였다.


레이첼은 자신을 구하겠다는 노안의 손에 권총을 쥐여주며, 후를 도모하라는 말만을 남긴다.

싫다며 함께 돌아가자는 노안에게 시간이 없어 말을 쏟아내는 레이첼.


레이첼은 수송 부대의 대장이자 평민들의 기둥이었다.

그러나 그녀라고 완벽한 영웅은 되지 못했다.


억압받는 시민들과 횡포를 부리는 초병을 보면서도, 때가 아니라며 눈을 돌렸고.

믿어야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믿지 말아야할 아사같은 사람은 믿었다.

아사가 수송 부대의 물건을 훔치는 걸 눈감아줬고, 그가 나누어준 물건으로 무기를 샀다.


펠드가 아사의 꾀임에 속아 화물에 실려간 것도, 자신이 모두 묵인했다.

그러나 자신의 방법은 틀렸고, 그래서 결국 혁명은 실패했다.


레이첼은 자신과 오슬란 사이의 거래 내역이 모두 담긴 단말기를 노안에게 건네고, 권총을 쥐여주었다.


노안이 살아남아야 했다.

이 단말기와 레이첼의 머리를 가지고 가, 상층의 영웅이 되어야했다.

그렇게 다시 수송부대의 대장이 되어 후일을 도모하라.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노안.



레이첼은 마지막으로 권총을 쥔 노안의 손을 잡으며, 그의 어머니에게 사죄하며 당기지 못할 방아쇠를 대신 당겼다.




레이첼을 죽인 충격과, 반란의 실패로 감옥에 갇힌 노안.

상층의 처벌만을 기다리던 노안에게 자밀라 황녀가 보낸 소년 구조체가 다가왔다.

그는 황녀의 사과를 전하며 노안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오슬란의 수많은 협박과 회유, 고문을 동반한 심문.


너덜너덜해질대로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노안은 재판장에 올랐다.

결국 레이첼의 단말기는 넘기지 않았지만, 오슬란은 이 반란을 전적으로 황녀의 잘못으로 돌리며 황실의 폐지와 의회 설립을 주장한다.


현장에는 황녀와 귀족들 외에도 공중정원의 구조체들도 참석한 상태.


노안은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수많은 고뇌를 거친 끝에 진실을 전한다.



그러나 이미 귀족들은 모두 오슬란의 편.

황녀를 넘어선 오슬란의 위세 앞에서는 진실조차 진실이 아니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황녀의 측근인 구조체에게 숨겨둔 단말기를 던졌지만, 결국 현장에서 발사된 총알에 노안의 가슴도 꿰뚫리고 증거품도 눈앞에서 산산조각났다.


눈앞에서 희망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과, 오슬란은 노안을 열차 밖으로 던져버리라 지시한다.

노안은 그렇게, 평생을 살아온 열차에서 쫓겨나 눈이 쌓인 설원에 쓰러진 채 의식을 잃어버린다.



시간이 지나, 의식을 되찾은 노안.

황녀의 구조체가 그를 구하고 은밀하게 보육구역에 숨겨둔 것이다.


죽은 듯 산 듯 살아가는 노안.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잠을 자고.


차가운 현실 보다도 모두가 있는 꿈을 선호한다.

꿈 속의 모두가 자신을 매도하고 차갑게 바라보더라도, 이미 죽은 그들을 볼 수 있는 것은 꿈속 뿐이었다.


시도때도없이 눈의 상처를 건드려 치료는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꿈 속에서 펠드를 보고, 노안은 펠드가 사라진 74호 도시로 돌아가 어딘가 살아있을 펠드를 찾아 떠나기로 한다.



그렇게 눈 빼고는 치료된 노안은 보육 구역을 나와 74호 도시를 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벨라를 만나고, 그녀가 함께 살던 할아버지를 떠나왔다고 한다.

자세한 사정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가 평생 자신의 손녀라며 그녀를 속였고 그래서 벨라는 진짜 어머니를 찾아 떠나고 있다고 한다.


벨라와의 동행을 받아들이고, 그런 노안에게 벨라가 자신의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려달라 한다.

여러모로 현학적이고 모호한 벨라의 묘사에서 빡침을 느끼면서도 몇 날이 넘어서 벨라의 어머니의 초상화를 만들어낸 노안.

시체마냥 돌아다니던 노안의 얼굴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명백하게 드러나있었고, 벨라는 그런 노안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이름을 알려달라는 벨라에게 노안은 자신의 이름을 대지 않았다.

어릴 적, 엄마가 죽기 전 슈렉이라는 괴물처럼 괴물이라 불려도 죽지않고 끝까지 살아 해피엔딩을 가지라던 말.


노안은 자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슈렉을 선택했다.



보육구역에서 들은 열차의 소식은 절망적이었다.

수송 부대는 완전한 극악한 테러단체처럼 되어있었고, 노안 자신도 역적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그들의 모든 희생과 뜻은 진실을 감춘 거짓 아래에 사람들의 멸시로 끝났다.


그러나 벨라와 함께 여행하며, 열차에서 내린 새로 만들어진 수송 부대를 보았다.

눈 좀 긁으라는 뜻으로 벨라가 선물해준 고글을 쓰기도 했고, 키도 부쩍 커버린 노안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기에 벨라와 슈렉은 그들과 물자를 교환하며 말을 나눴다.


열차의 최근 소식.

아무런 희망조차 없던 노안.


변함없이 수송 부대를 욕하던 신 수송 부대의 일원에게 갑자기 부대장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어릴 적에 그는 수송 부대의 혁명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상층의 초병의 총 아래 죽어가던 사람들, 재판을 받고 죽던 열사들.

그럼에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숨겨졌다.


그러나 현재, 그 사건을 계기로 황녀의 발언권이 커졌고.

오슬란이 수리 부대에 손을 뻗어 모두를 죽였지만, 살아남은 소녀는 구조체가 되어 황녀에게 붙었다.


기어코 몰린 오슬란은 승격자들과 거래라는 미친 짓까지 감행했지만.


수리 부대의 소녀구조체가 한 진심어린 연설과 거래에 감화된 열차 사람들은 황녀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중정원 없이도, 종점이 없는 영구 열차에 걸맞게 낙원을 만들어보이겠다는 소피아의 의지.




오슬란의 몰락에는 분명히 그 날 일어났던 반란에서 희생된 수송 부대의 목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전 상층 초병들의 횡포와 지옥같던 삶의 전환은 모두 그 수송 부대의 죽음에서 일어난 일이다.

수송 부대의 부대장은 그런 자신의 주장을 열변적으로 토해냈다.


수송 부대의 시체 위에서 이루어진 평화인데, 그딴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노안은 그 말을 들었다.

그의 삶은 그제서야 뜻을 이루었다.



벨라는 그의 어머니가 열차에 있다는 소식에 열차를 탔고, 노안은 펠드가 사라졌던 74호 도시로 떠났다.


황야를 거닐며, 노안은 자신이 외면해온 진실을 마주했다.

언제까지나 펠드가 살아남아, 그가 오고싶어했던 숲에서 반딧불이를 보며 자신을 기다릴 것이라는 망상은 그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세운 그만의 목표였다.

펠드는 살아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수년 전, 노안이 거닐던 황야를 똑같이 밴크로프트와 레이첼이 화물을 운반하고 있었다.

수많은 침식체들이 갑자기 화물을 습격했고, 화물들을 놔두고 잠시 후퇴했어야 했다.


아사의 말에 속아 수송 화물 속에 숨은 펠드는 침식체의 공격에 화물들이 뒤집히며 중상을 입는다.



먼저 돌아온 레이첼, 그녀는 말없이 밴크로프트의 아들이 화물아래 깔려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밴크로프트가 오기 전에, 그녀는 펠드를 그 74호 도시에 버려버렸다.



황야의 어느 곳에서는 배꽃나무가 하나 우뚝 서있었다.

수년의 시간은 사람의 흔적을 지워버리긴 충분한 세월이었고, 펠드가 자주 두르던 목도리의 천조각 같은 것이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배꽃나무 주위에 핀 야초들을 바라보며, 노안은 그의 친구인 펠드를 회상한다.



펠드 덕분에, 노안은 삐뚤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온화한 친구가 노안이 수송 부대에 어우러지도록 도와주었다.


평생을 재판장의 선택으로 고뇌하던 노안, 그는 결국 배꽃나무에서 친구를 상상하며 자신의 긴 꿈을 보내기로 한다.




돌아오자, 벨라는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서로 친해지며 책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했어도, 인생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벨라의 어머니는 열차에서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녀를 잘 알던 친구가 전해준 바로는, 수송 부대의 반란에 많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반란이 성공한다면, 모두가 잘 먹고 살며, 모두가 행복한 낙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꿈꾸다 죽었다고 했다.

그녀는 반란의 시작조차 보지 못한채 죽었다.



노안은 슬퍼하는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자 했지만, 벨라는 거절했다.


이 이상의 최악은 없을거라며, 남은 것은 올라가는 것뿐이라며 벨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안과 방황을 시작한다.




종언복음에서 보았듯이, 벨라는 스캐빈져에게 살해당했다.

그녀의 죽음은 대단한 재난도 아니었다.


그러나 벨라의 죽음을 포함해, 많은 죽음들이 지금의 노안을 만들었다.


적조의 환상을 보며, 노안은 그들에게 받은 희망을 이어갔다.

그리고 구조체가 되기 전, 노안은 자신의 생을 다른 사람에게 바칠 것이라 말한다.


구조체가 되기 전, 노안의 말로는 이건 자신이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받아온 승차권을 넘길 뿐이라고 했다.




그렇게 현재.


노안은 9호 의료구역을 위해 지원을 가달라고 하지만, 수많은 구조체들에게 승격자로 의심받아 거절당했다.

그리고 나타난 혹사가 자신을개조시킨 승격자라는 것과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된 노안.


이 얀데레보추게이는 노안과 가족이 되자며, 침식체를 제어할 수 있게 해준다고 꼬셧지만 정의로운 청년 노안은 씹고 다시 돌아간다.



승격자에게 받은 침식체를 제어하는 권한으로도 수많은 침식체의 파도는 막을 수 없었다.

탤버트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난민들을 대피시키다가 죽었고, 노안은 홀로 다 부숴진 몸을 이끌고 숲을 거닌다.


그리고 그의 뒤를 쫓아온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노안에게 지휘관은 죽을 건지, 혹은 공중정원으로 돌아갈건지 선택지를 주며 회유한다.


일찍이 그와의 대화에서 지휘관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던 노안.


자신이 승격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사람들이 죽은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던 노안에게 지휘관은 그 따위 고뇌는 죽은 희생자들을 모욕할 뿐이라며 일축했다.


그런 그를 따라 공중정원으로 돌아가기로 하는데, 곧바로 혹사가 노안을 도넛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동시에 지휘관을 호위하기 위해 쫓아온 루시아가 혹사와 대치하고, 혹사에 대한 비밀이 풀린다.

전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레븐쉬가 연결한 승격자가 그였다.


루시아와 싸우며 혹사는, 비앙카를 포함한 그들이 다 죽었을거라고 하며 루시아를 재워버리려 한다.



루시아에게 사과를 구하던 혹사, 자신은 인간과 공존하고 싶다던 보추게이.

그러나 이 얀데레보추게이는 도저히 용서가 되질 않았다.



노안은 자신을 계속해서 재우려던 혹사의 힘을 떨쳐내고, 깨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꿈 속에서, 이 때까지의 인연들을 만난다.

그들의 생명은, 지금 야초를 태우는 불이 되어 노안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주고 있었다.


이때까지 자신이 의심해오던 모든 선택들.

후회하던 선택들 모두, 받아들이고 이 미래가 자신이 만든 것임을 받아들인다.


꿈에서 깨어나며, 노안은 자신을 돌봐준 모든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안녕을 전한다.



그렇게 깨어난 노안이 지휘관의 앞을 막아서고, 보추게이는 물러가며, 이 존나게 길고긴 고후위등의 스토리가 막을 내린다.



뒤에 RGB 에디션 노안, 시몬이 깨나 고생할 듯한 새로운 블랙 램 소대도 나오긴 한다.

리와 지휘관이 드디어 노안이 슈렉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인사하며, 에필로그가 끝난다.





씨발 존나 길다.

요약 적으면서 느낀건데 이거만 적었는데 다른 리뷰 2~3배 분량이다.


스토리전체적으론 대만족이다.

분량이 좀 많이 길긴 하다 근데.


노안, 그니까 슈렉의 일생을 다룬 슈렉 전기라고 볼 수 있다.



종언복음 히든에서 시작된 여정이 정말로 전나게 길다.

서사가 이렇게 완벽하다니... 남캐를 뽑게 만드는군.


이번 스토리의 특징이라면, 나오는 사람들이 전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오슬란이 절대악 포지션이긴 하지만, 등장하는 모든 사람이 선인은 아니다.


어머니도 아들을 사랑하긴 했지만, 거의 학대하듯이 키우기도 했고 남들에게 평판도 안좋았다.

레이첼은 수송 부대의 기둥이었지만, 아사의 잘못을 묵인하고 열차의 폐단들을 암묵적으로 눈감아주는 등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게다가 이 사람이 펠드 갖다버린 사람이다. <-이게 좀 존나 큰 거 같다.


펠드도 겉으로는 온화하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걔도 어머니의 죽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직 해메는 아이였다.


노안은 펠드의 장래희망에 대한 대답에서 알 수 있듯이, 영웅을 꿈꾸는데 정작 그는 천재도 아니고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도 못했다. 결국 기구한 인생에서 치이기만 하다 지냈다고 할 수 있다.


열차의 사람들은 살아남느라 바쁘고, 친한 수송 부대원들도 노안을 전에 줄리의 아들이라며 무시하며 지내기도 했다.



이렇듯, 이야기의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과 같은 초인보다는 조연에 가까운 범인의 캐릭터성을 띄고 있는데,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성이 주제와 부합하며 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끌어올려준다.


이야기의 주제는 야초,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이다.

이들은 화려하지도, 죽음으로 무언가 성대한 것을 남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선대의 죽음으로 생명을 물려받아, 다시 다음 사람에게 생명을 넘기며 순환한다.

야초를 태우는 불은 깊은 밤의 어둠을 밝히지는 못하더라도, 눈 앞을 밝히는 등불은 되어준다.



영웅이 되어고 싶었던 노안을 살린 것은 레이첼과 어머니, 펠드와 같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이었고.

노안은 그들에게 받은 목숨을 기꺼이 남의 생명에게 넘겨주기 위해 쓸 줄 아는 평범하되 선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스토리 전체적으로는 떡밥도 많았다.


릴리안, 이 초반에 나온 구조체 말이다.

롤랑 앞에 노안 던져놓을 때 보이던 구조체 실루엣이 누가봐도 릴리안 실루엣이다.


그리고 혹사, 이 보추게이.

얘도 좀 기구한 인생을 산 것 같다.

부모가 버려서 고아원에서 컸는데 고아원의 어른들이 많이 정상이 아니었다.


혹사가 타고다니는 의자, 저 뱀같은거 혹사가 직접 만든게 아니라 그냥 고아원의 어른들이 의료용 의자를 고문기구로 바꾼 것을 그대로 쓰고 있을 뿐이다. 이것만 봐도 고아원이 정상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미친년도 아니고 놈은 적조에 빠지면 무슨 의식의 융합같은거라 구원이라는 갯ㅗ리를 하는데 이새끼 무섭다.



그리고 새로운 블랙램소대 대장이라는 도살자, 임마 스탠딩 예쁘게 나왔더라. 존나 예쁨 ㅇㅇ.

스토리 전체적으로도 많은 떡밥들이 등장했다 할 수 있다.


줄이고 줄인 분량도 이틀동안 겨우겨우 써냈다.


중간중간에 떠있는 라이브 2d, 스토리에 라이브 2d 처음으로 나온게 이거라니...



요 2장면 라투디더라. ㅇㅇ




레이첼이랑 노안의 사제관계 야스는 나오지 않는걸까? 그 열악한 환경에서 피어난 상처투성이 관계가 예쁜건데...

레이첼 솔직히 꼴렸음ㅇㅇ. 살아남았으면 노안에 눈독을 들였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러면 자기 친구 아들 따먹는거네. 엄...


노안 칼쓰는데 엔진 소리 나는 것도 존나 낭만넘치긴 했음. 간지나더라. 근데 평타 존나 두들겨야되서 손가락 아픔...



쨌든, 이 길고긴 고후위등. 스토리적으로 많이 길다는 것 빼고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노안의 서사는 진짜 역대급이기도 한 것 같다. 인멸잔주에서도 울었는데, 여기서도 울리네.


솔론이 남캐를 파는 법:개쩌는 스토리와 서사 부여.

여캐를 파는 법: 디자인.



이 안경남캐를 데리고 이 정도의 서사를 써서 날 울린 솔론에게 잠시 찬양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범인의 기구한 인생과 영구열차의 폐단, 수많은 범인들의 죽음 위에서 영웅이 되길 원하는 노안의 이야기.

야초에 관련된 비유도 느낌 낭낭했고 좋았다.



다음은 드디어 씨발 드디어 심흔 스토리.

숟가락 수녀눈나 앙카가 어째서 사나이처럼 츠바이핸더를 들게 되었나 알아보도록 하자.



심흔 보다도 근데 밤비나타가 걱정이다.

씨발 역대급 공포라는데 시발ㄴ 난공포못본다고개시발거진짜미경각흔보다무서우면못봐나시발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빌며, 수영이 버전 다들 존나 재밌게 즐기길 바란다.

존나 재밌는 수영이 굴리면서, 오셀럼 상층 초병의 응원과 함께 글 마치도록 하겠다.


퍼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