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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붕이들 모두 즐거운 설을 보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남들 다 친척이랑 덕담나누고, 맛있는 제사 음식도 먹었지?


사촌동생 앞에서 퍼니싱을 조지는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요구하더라.

혼자 할 때는 그렇게 보기좋던 수영이 복장이 난생처음으로 부끄러웠다...



각설하고 난 어제 그 신해이도를 다 읽었다.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오던 엑스칼리버 눈나의 스토리를 다 읽었다.


고후위등이 씹고점이었지만, 이번 스토리는 적당한 분량과 뛰어난 연출, 그리고 캐릭터의 꼴림으로 충분히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스토리다.


일단, 그 퍼니싱의 연출이 스토리와 함께 발전하는건 분명 좋은 변화다.

계속해서 발전해오던 연출은, 여명의 경계부터 카메라 무빙이 특히 맛깔나게 변화했는데...


이 좋은 연출로 초반의 그 공포연출을 찍었다 생각하니 씨발 존나 무서웠따.




스토리의 시작은 센이라는 구조체가 비앙카 대신 적음신계라는 종교단체를 조사하기 위해 카퍼필드 해양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센의 휘하에 있는 벨포이드랑 노리스가 사망 플래그를 진하게 찍어주면서, 불안한 스타트를 시작해준다.

잔뜩 쫄아있는 벨포이드와 이 임무가 끝나면 전입신청을 넣어서 같이 임무를 뛰자는 노리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벨포이드는 이 카퍼필드 해양 박물관을 둘러보다 물고기가 제법 많이 살아있는 것을 보게된다.

그리곤 최면에 걸리는 것마냥 수면에 다가가니 수많은 물고기들이 자신을 주시하던 것을 알게된다.


서술을 담담하게해서 그렇지 씨발 존나 무서웠다.

1초 간격으로 스치는 흑백그림 컷씬이 뭔 존나 무섭기도 했고 그 나날히 발전하는 필력으로 물고기들을 뭔 코스믹호러마냥 묘사해뒀다.

미경각흔보다 덜하다매....! 씨발!



그와 동시에 회상에서 깨어난 비앙카.

청심흔 모습의 앙카는 전에 쓰던 기체가 중상으로 교체된 새로운 비앙카의 기체였다.

그리고 그 기체는 근원 추적 장치라는 랜턴 모양의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데, 예전 종언복음 때 썼던 파오스의 창이랑 비슷하게 물질에 담긴 기억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근데 정보를 저장하는 퍼니싱의 특성을 이용해 퍼니싱의 정보를 읽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침식이나 의식의 바다 오염 정도가 위험할 정도로 증가한다.

따라서, 우리 지휘관이 그런 비앙카의 의식의 바다 안정을 위해 따라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적음신계를 조사하러 떠났던 센과 정화부대들은 전원 실종된 상태였다.

적음신계는 적조를 숭배하는 종교단체라 할 수 있는데, 아포칼립스라면 한 번쯤 나와줘야하는 사이비종교다.

물론, 아포칼립스의 종교처럼 막나가는 짓은 하지 않고 소심하게 자기들끼리 노는 그런 친구들이지.


그 적음신계는 적조에 들어가면 뭐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거나 하는 교리가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승격자에게 초대를 받았고, 정화부대는 그들을 구출하고 승격자를 제거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섞인 박물관 안내음성과, 어둡고 칙칙한 박물관 내부를 푸른 나비가 내려가는 연출이 있는데.... 안무섭다고 한 새끼들 다 나빴다. 치직거리는 노이즈에 ㅈ같이 어두운 박물관. 난 아쿠아리움이 이렇게 무서운 곳인줄 몰랐다.



쨌든, 깨어난 비앙카에게 심흔 기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지휘관.

원래는 마녀?와 같은 외형을 하고 있다는 심흔 기체지만, 평소 자신의 모습과 가까운 것이 더욱 의식의 바다 안정에 도움이 되어 평소의 수녀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비앙카다.


기체는 쿠로노의 베살리우스 아가씨라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네?


가만보면 쿠로노<-임마들 기체만드는 솜씨가 뛰어남.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더라. 특히 심흔 디자인한 베살리우스는 상을 받아야한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 고트.



그리고 제말하면 오는 호랑이처럼, 비앙카에게 근원 추적 장치 사용 소감을 묻기 위해 전화한 베살리우스.

심흔을 심흔이라 부르는 베살리우스가 지휘관에게도 소감을 물으니 이름이 아닌 기체명을 부르는 것이 영 불편한 지휘관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베살리우스는 금세 그런 지휘관의 모습을 비웃는다.

의식의 바다 안정에 옛날 인간 시절 기억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다 자기위안일 뿐이다.

구조체로 다시 태어난 이상, 구조체로서의 새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왜 계속 과거에만 매여있느냐.


구조체가 도구라고 생각하는 관점이 어리석은만큼, 구조체를 사람이라고 보는 관점도 멍청하다.




말만 들으면 까칠하고, 바네사 과인 것 같지만 사실 이 말은 뜯어보면 바네사보다는 예전 영탄회성에 나왔던 아놀드와 비슷하다.

베살리우스를 아가씨라고 부르는 비앙카의 태도나 딱히 구조체를 업신여기는 듯한 발언도 없다.

그리고 나름 자신의 자신작이라며 심흔 기체의 손상을 우려하고, 구조체가 인간의 진화방향이라고 하는 듯 묘하게 말투가 그린스를 닮았다.


그리고 위의 대사가 구조체가 사람이라고 보는 관점이 멍청하다에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사실 얘는 도구로 보는 관점도 까고 있다.

중의적으로 해석할만한 여지가 있는 듯한 문장이지만, 의외로 쿠로노 이 새끼들 인류에 진심인 새끼들이다.



도망친 적음신계의 도움으로 막힌 입구를 뚫고, 허약한 난민들을 지키기 위해 루시아와 정화 부대 일부를 남기고 진입하는 지휘관과 비앙카.

이 ㅣㅆ발 근원 뭐시기 장치는 쓰면 쓸수록 자꾸 과거의 흔적이랑 현실을 혼동해서 배경을 휙휙 바꿔버리고.


중간에 벨포이드라는 친구가 먼 ㅈ같은 고깃덩어리가 되어 기어다니는 모습도 보고.

이 벨포이드 패티 묘사가 진짜 ㅈ같은게, 묘사를 쓸데없이 존나 잘해놓음. 시체썩는 역겨운 악취에, 꿀렁거리는 고깃덩어리와 흐르는 진물같은 점액성 액체, 그리고 ㅈ같이 무서운 신음소리.


내가 러브크래프트에 들어온건지 해양 박물관에 들어온건지 모르겠다.

결국 유서깊은 괴물의 상대법 불로 벨포이드를 소각시켜 편하게 해줬다.



중간에 노리스가 도망가다가, 고깃덩어리 벨포이드한테 먹혀죽는 과거회상이 있는데.

평온한 벨포이드의 일상처럼 느껴지는 부분과 그와 대비되는 역겨운 그의 모습, 노리스를 기억하지 못하다가 쿠키(노리스의 머리)를 먹으며 공중 정원에서 휴식을 즐기는듯한 벨포이드의 왜곡된 인식이 씨발 존나 무섭다고.



해양 박물관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기현상과 과거의 돌출이 잦아지는 상태.

주변 동료가 하나하나 없어지는데, 씨발 배수구에서 흘러나온 적조가 '그것'의 삐에로마냥 하나씩 발목부터 잡아가는데.

아니 들어갈 때는 많았는데 동료가 점점 없어지고 이합 생물이 하나씩 늘어나잖아...!


대충 개쩌는 공포연출과 해양박물관 내부에서 숙체를 잡아낸 비앙카와 정화부대.

갑자기 수압을 버티지 못한 유리가 터지며 내부가 물로 가득차며, 문의 셔터가 닫히는데.


그런 셔터의 차단을 막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적음신계의 생존자들.

순진한 비앙카가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하자, 마지못해 따라가면서도 지금까지 우릴 도와주지 않다가 기회를 보고 말을 걸었다며 대원들은 탐탁찮아했다.


생존자들을 구출해 돌아가는 과정, 비앙카도 아이 하나를 발견해 보호하며 입구까지 후퇴하는데.

입구에 몰려온 이합생물과 차오르는 수위를 뒤로하고, 루시아와 지휘관, 그리고 정화부대 대원들은 모두 엘레베이터를 타고 박물관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비앙카가 구한 아이는 사실 과거의 흔적이었고, 아이를 구하다가 늦은 비앙카는 그 아이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그대로 바다에 수장당해 버린다.



예전, 눈이 펑펑 내리는 설원으로 센을 찾아온 비앙카가 있었다.

센은 이곳까지 왜 왔냐고 비앙카에게 질문했고, 천성이 수녀였던 비앙카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 답한다.


펑펑 내리던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비앙카에게, 센은 정화부대로서의 조언을 건네었다.


죽은 자에 대한 감정은 자신을 나약하게 만들고, 산 자에 대한 감정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한다.

죽음 앞에서 흔들림없는 사람만이 괴물을 이길 수 있다.


괴물을 이기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한다.



비앙카와 센은 이별에 익숙해져야 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미래에도 비앙카는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자신이 침식체가 된다면, 마음껏 자신을 비웃어달라며. 센은 그런 말을 비앙카에게 남겼다.



바다에 수장된 비앙카를 구한 것은 이미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센이었다.

적조로부터 비앙카를 건져네며, 띄엄띄엄 끊기는 목소리로 센은 비앙카에게 자신을 비웃어달라고 한다.

미소를 만들기 위해 입술을 스친 센의 손가락으로부터, 피부가 갈라져 흘러나온 순환액이 입술을 적셨다.




빨갛게 빨갛게 변하는 바다를 보며 망연자실한 지휘관과 정화부대.


맨날 트롤밖에 안하는 의회는 또 바다에 방류당한 적조를 보면서도 철수명령을 내린다.

알고보니, 달 기지가 아직 복구가 되어있지 않다더라. 유일하게 오메가 무기를 양산할 수 있는 곳이니, 지구의 바다보다도 높은 가치로 쳐준 것이다.


니콜라와 하산이 발로 뛰어가며, 여론을 바꿔보기 위해 노력하지만 바다보다도 그들에게는 오메가 무기가 소중했나보다.


하지만 지휘관과 정화 부대 전체, 그리고 루시아가 보낸 성명문이 공중 부대에 도착한다.

지금 태어났으면 희대의 명연설가로 기록되었을 지휘관답게 현란한 혓놀림으로 단숨에 의원들을 현혹시켜버린다.


바다를 지켜내는 것은 지구의 자존심이 아닌가.

훗날 퍼니싱을 몰아내고 지구를 복구하더라도, 생명의 양수를 적에게 침범당했다는 것은 인류에게 수많은 상처를 남길 것임에 틀림없다.


애초에 바다를 뺏기면 지구가 끝장인데 뭔소리를 하냐고.



달에서 뛰는 정화부대가 목숨을 무릅써가며 탐사한 결과 달의 대부분에서 퍼니싱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오고, 결국 바다를 지키기 위해 의회에서는 오메가 무기 지원을 승인 때려버린다.



그리고 그런 지휘관을 구하기 위해 모이는 그간의 인연들.

열심히 특화 기체 적응하던 리와 병원 신세지던 리부를 포함해, 케르베로스, 크롬 소대, 시몬과 블랙 램 친구들에 정비부대, 망각자, 북극항로 연합과 로제타까지 모이는 상황.



배타면서 시트콤찍는 케르베르스 친구들이 바다에 오메가무기를 박고, 크롬이 동부전선을 맡고, 리와 리부가 루시아와 함께 전선을 유지한다.


캬루니나와 곰돌이는 열심히 오메가 무기를 운반하고, 망각자와 블랙램친구들, 영야태동에서 봤던 팔지와 해리조까지 참여한다.


로제타와 북극 항로 연합은 배를 타고 해안전선을 커버하기 위해 출발한다.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며 유지하는 전선임에도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인간형 형상과 계속해서 끊임없이 몰려오는 이합 생물들이 전선을 붕괴시키는 상황.

모두의 힘으로도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어 간다.




바다 속에서 적조가 퍼지는 것을 바라보며, 비앙카는 누군가의 속삭임을 듣는다.


비앙카에게 적조로 돌아와 센과 일부가 되자고 하는 누군가.

비앙카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적조에서 불완전함을 버리고 온전한 하나가 되자고 계속 종용하는 누군가.



예전, 비앙카는 정화 부대의 대장으로 임명받고도 대원들에게는 항상 무시만을 받았다.

전우애나 깊은 관계를 맺고있는 집행 부대의 대원들과는 다르게, 정화 부대에게 동료애라는 개념은 희박하기 그지없었다.


배신자를 쫓거나 더러운 임무만을 받는 부대의 특성과 더불어, 그들은 수많은 동료들이 침식체가 되어 직접 죽여야했던 상황을 기억한다.

그들에게 동료애를 가지라거나, 감정을 버리지 말라는 비앙카의 모습은 위선자나 세상 물정 모르는 수녀의 투정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때문에, 오히려 냉혹하고 감정이 얼어붙은 것으로 유명한 부대장인 센이 비앙카보다도 많은 존경을 받았다.


센은 그런 비앙카에게 정화 부대의 내막을 알려주며, 자신들을 미워해달라고 한다.

그래야만 비앙카가 사정에 손속을 두지 않을 것이고, 미워하는 이들이기에 판단에 감정을 섞지 않을 것이다.


센은 자신이 죽을 때, 침식체가 되어버린다면 마음껏 비웃어달라고 했다.



비앙카는 파르마(블랙 램 소대의 걔 맞다.)를 정화부대에서 내보냈다.

출중한 전투력과는 별개로 그녀가 아직 살아있는 동료를 해쳤기 때문이다.


정화부대원들은 이미 침식체가 되어버릴 군인보다는 파르마의 전투력을 훨씬 소중히 여겼다.



센은 자신의 별명인 괴물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비앙카의 별명인 마녀를 알고 있었다.


센은 내심, 그 괴물과 마녀라는 조합을 그리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환영이 되어버린 센은 비앙카에게 물었다.


너의 인자함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지?


살아있는 사람을 지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가 신부를 죽인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지?


살아있는 사람을 지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너의 냉혹함은 무엇을 위한 것이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래서, 해결이 되었나?



비앙카는 그 말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재차 묻는 센의 환영에게, 그저 해결된 부분도 아닌 부분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흘릴 뿐이었다.


센은 비앙카에게 도망치자고 했다.



비앙카는 거절했다. 자신이 도망친다면, 그럼 정화 부대 대원들은 다시 동료를 죽이는 비극만을 반복해야할 뿐이었다.



적조를 통해 들어온 정보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이 있었다.

살고 싶다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으로, 그들은 괴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었다.

서로를 엮고 의식을 해체해 흘려보낸 적조.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혹사의 바람은, 죽고 싶다는 바람으로 변질되고.

그렇게 몇 번의 죽음 끝에 혹사는 새로운 승격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원만을 품었다.




예전, 설원에서 홀로 자살하려던 센을 비앙카가 막았던 적이 있었다.

설원의 눈을 좋아하냐는 센의 물음에 비앙카는 자신의 고향이라며 과거이야기를 들려줬었다.


계속해서 변질되는 추억 속에서, 적조가 보여준 파멸의 미래는 비앙카의 슬픔을 자아내긴 충분했지만 비앙카의 마음을 꺾을 순 없었다.



누군가는 적조 속의 세계, 센이 있는 세계를 보며 유혹하지만 비앙카는 이미 센을 죽이기로 다짐했다.

비아냥거리는 누군가에게 비앙카는 승격자의 거짓말일 뿐인 적조에 속지 않겠다고 일갈한다.


모순된 센의 말들이 바다 아래를 떠돌며 비명처럼 비앙카의 귓가에 울리고, 비앙카는 항상 굳세던 센에게도 연약한 면이 있음을 알았다.


사람이란 모순적인 존재였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완벽하지 못한 세상의 일원이었다.


단편적인 아름다움 뿐만이 아닌 수많은 빛의 면면들이 사람을 이루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일전, 설원에서 센은 비앙카에게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다가가는 용기를 부러워한다고 했다.

센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그런 비앙카도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센을 부러워했고, 센은 그 모든 것들이 단지 완벽하지 못한 사람의 모습이라며 받아들였다.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았다.

불완전하다는 인간의 특성은 다시 말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뜻하니까.


비앙카는 자신의 그림자마저 받아들였고, 결국 센을 죽이기로 다짐한다.




의식의 바다 속을 폭우 소리가 가득 채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센은 그런 비와 결말이 형편없었던 영화에 불평했고, 비앙카는 반대로 그런 영화에서 하나의 교훈을 읽어내며 반대로 호평을 남겼다.


영화에서 던지는 메세지 속에서, 동료들을 죽이는 자신들의 죄에 대해 자조하는 비앙카.

센은 그런 비앙카를 위로하기 위해, 불합리한 세계여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손을 더럽힐 뿐이라고 했다.


예전, 센은 침식체가 되어버린 자신의 동생을 죽이지 못한 적이 있었다.

언니에게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다가오던 동생은 자신의 동료들을 죽였지만, 센은 그럼에도 동생의 모습을 한 괴물을 죽이지 못했다.


비앙카는 신부를 죽였다.

자신을 돌보아준 사려깊고 인자한 신부였지만, 침식된 신도는 사람을 죽였다.

비앙카는 신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센은 군인으로서 일을 하며 쌓인 죄책감을 버렸다.

죄책감을 안고가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 무거운 일이었을 뿐이다.

죄책감을 잊는다면, 그녀의 마음을 괴롭히는 고통 또한 함께 잊을 수 있었다.



센은 비앙카에게 자신이 더욱 대장에 어울리냐고 물었다.


비앙카는 그 더러운 전장에서도 인간성을 놓지 않았다.

모든 군인들이 첫 전장에서 마음을 비우는 것과는 다르게, 비앙카는 자신이 앗아가는 생명의 무게를 알 수 있었다.


너무나 덧없이 사라지기에, 언뜻 한없이 가벼워보이는 그것.


비앙카는 그러나 정화 부대의 대장으로서 인간성을 버리지 않고 있었고, 단지 센을 포함한 정화 부대 대원들은 그녀의 인간성에 질려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아가는 센.


반대로 한줌의 인간성을 품은 비앙카.



비앙카는 센과는 다르게 퍼니싱이나 그 어떤 외부 환경에게 자신의 죄를 전가하지 않았다.

죄를 짊어지고 나아가는 비앙카는, 설령 구원이 닿지 못한다면 망설임없이 그 구원을 끊어내고 죄악을 짊어지고 나아갈 수 있었다.




영화에서 했던 말 기억나? '우리 모두는 악한 자들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또 다른 종류의 악이 있는데, 그것은 선한 사람들의 무관심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역에서, 센은 영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열차가 역으로 들어오고, 마지막이라며 돌아본 센의 눈동자에는 비앙카 자신의 모습이 비쳤다.


그것은 자신의 이면이자, 이 기체의 본모습인 마녀의 형태였다.



비앙카는 몇 년전, 설원에서 보았던 센의 이면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고통, 그녀의 미련. 둘은 서로 달랐지만, 그렇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센은 이름 없는 열차에 올라 비앙카와 헤어졌다.

내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은 친구처럼, 언제나와 같은 일상으로 떠나갔다.




이별의 꿈에서 깨어난 비앙카는 자신이 부숴진 박물관의 구석에 쓰러져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곁에는 센의 귀걸이가 흩어져있었다. 비앙카는 말없이 그것을 주워들고, 랜턴을 높이 들었다.


희미한 추적 장치의 빛이 옛 흔적으로 향하는 길을 밝혔다.




혹사와 하이디는 리브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인간형 이합 생물의 잔해를 회수했다.

남성형 쪽은 아예 죽어버렸고, 여성형은 살아는 있었지만 완전히 껍데기만 남은 상태.


그런 상황에서, 혹사는 새로운 실험을 위해 적음신계를 초대해 이 인간형 생물을 보여주었다.

고민하는 그레이스에게 혹사는 적음신계의 교리와 새로운 삶으로 유혹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런 혹사와 하이디의 계획을 망친 것은 일전에 진입한 센과 정화부대였다.


그레이스와 적음신계를 도망가게 한 후, 센과 정화부대는 당장 이 박물관에 가득한 이합 생물과 승격자에게 죽음을 선물하려 검을 들었다.

센의 말에, 무언가 스위치가 눌린 듯 혹사는 자신의 처형의자에서 직접 싸움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수 시간 후에, 센을 제외한 정화 부대는 모두 이합 생물의 먹이가 되어 뜯어먹혔다.

센은 만신창이인채로 포박당한 채, 혹사의 앞에 홀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눈에는 한 점의 두려움도 없었다.


죽일 것이라면 죽이라는 싸늘한 말만 내뱉는 센.

혹은, 사람의 고통을 즐기는 저열한 취미라도 가지고 있냐며 조소하는 센에게 혹사는 승격자의 연민을 드러냈다.


도망간 그레이스 대신, 혹사는 센을 붙잡아 억지로 인간형 이합 생물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합 생물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센에게, 혹사는 자그마한 축복만을 빌었다.

센의 마지막 표정은 어땠을까, 마지막까지 결연함을 보였을까 혹은 마지막 순간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두려움을 드러냈을까.


센의 환영만을 보는 비앙카는 결국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앙카는 자신의 이면을 받아들였다.

마녀로서의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비앙카는 친구에게 안식을 주기 위해, 바다에서부터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상황의 전선.

끊임없이 밀려오는 이합 생물의 군세 속에서, 한 순간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끈 여인이 있었다.


척하고 몰려오는 불길한 기운.

본능적으로 내린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모든 구조체의 화력이 순간 바다 위에 선 여인을 향했다.


그러나 카레니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정화 부대의 대장이자 해저 박물관에 수많은 이합 생물과 함께 잠긴 비앙카였다.

수많은 정화 부대 대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동시에 그레이 레이븐의 명령이 떨어졌다.


반격의 때였다.

이때까지의 기나긴 지루한 방어전의 설욕을 치루겠다는 듯, 만신창이인 몸으로 믿을 수 없는 힘을 내며 구조체들은 일시에 이합 생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혹사는 센이 들어간 인간형 이합 생물을 놔둔 채, 크롬과 구조체들이 철수한 서부 전선을 공략하러 홀로 나섰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지휘관이 그런 혹사의 수를 예상하고 비앙카를 보내놓은 상태.

자신을 받아들인 비앙카의 검 아래, 혹사는 온힘을 다해 덤볐지만 그녀를 넘지못하고 명을 달리한다.


혹사의 시체는 갑작스레 몰려든 이합생물들에 의해 회수하지 못했고, 대신 머리장식만을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때까지 적조를 흡수하기만 하던 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캬루니나는 베살리우스가 화물에 우겨넣은 아합에게서 비앙카의 보조기를 건네받았다.


캬루니나가 전달한 가오리를 타고서, 비앙카는 이 전투를 끝내고 친구에게 안식을 선사하기 위해 그대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거친 바다로 나아갔다.

믿을 수 없겠지만, 센은 그 상태가 되어서도 인류를 위해 주변의 이합생물들을 포식하며 버텼다.

센의 고통으로 얼룩진 절규와 모순적인 죽음을 향한 강렬한 갈망이 마지막 전투가 벌어지는 바다를 울리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센도 죽음을 두려워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죽음을 두려워한다.

우리의 용기는 죽음을 향한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결함을 직시하는 것이다.


실로 센이 말한 것처럼, 비앙카는 자신의 죄악을 짊어지고 나아갈 용기가 있었다.

비앙카의 마지막 인사에 응답하듯이, 센의 몸이 무너지며 남긴 파편이 랜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지휘관의 질문에도, 이제 비앙카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흐린 전장에 내리던 폭우는 검이 센의 심장을 파고들자마자 그쳐서, 고요한 바다만이 남았다.







바네사와 밤비나타는 먼 발치에서 그들을 지켜봤다.

항상 아름다운 모습만을 유지하던 바네사는 얼굴 반쪽에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바네사를 배신하고 달아난 테슈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녀들은 살아남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몰라도, 바네사는 떠나는 테슈에게 마지막 부탁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탐탁찮은 테슈와, 사진용 포즈를 취하는 밤비나타, 먼 윤곽에 잡히는 리브.

그리고 사진 속에 들어가지 않은 바네사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인 백로 소대의 단체 사진은 그렇게 모두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찍혔다.

미련없이 떠나는 테슈. 바네사는 그의 말 때문만은 아니라도, 다음에 만날 때는 목숨을 걸어야할 적인 것을 알고 있었다.



공중정원으로 돌아갔지만, 그녀가 입은 심한 상처는 결국 영구적인 상흔을 남겼다.

한 쪽눈을 아예 적출하고 의안으로 갈아끼워야할 상황. 그러나, 그 긴 여정에서 무언가를 느꼈을지는 몰라도 바네사는 초연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동기들이 찾아올 때만은 평소와 같은 고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멸잔주 시기, 의식불명 상태인 지휘관을 돌봐주었다며 수석에게 으스대며, 같은 동기인 지휘관과 시몬, 그리고 해리 조와 함께 바네사는 병실에서 때 아닌 담소를 나눴다.



지휘관은 센의 시체에서 나온 파편을 공중정원으로 들고왔다.

공중정원 과학 이사회 최고의 두뇌라던 아시모프도 쉬이 해석하지 못하는 자료.


묘하게 누군가가 생각나는 메세지에, 지휘관은 문득 오랫동안 보지 못한 한 구조체를 생각했다.



미래의 나나미가 아는 미래에서, 비앙카는 적조로 가득한 바다 속에서 검을 잡고 마녀가 되어 돌아왔다.

실종된 비앙카를 수색하는 임무에서, 센은 바다에서 다시 태어난 압도적인 절망을 마주했다.


정화 부대원과 해안 근처의 모든 사람들은 이합 생물과 '마녀'에게 살해당했다.


나나미가 본 미래, 센의 마지막은 자신을 비웃는 비앙카의 모습이었다.

마녀는 친우의 목을 꺾어 떨구었다.




그러나 현재, 비앙카는 정화 부대 대원들과 함께 웃고 있었다.

동료애 따위라면 찾아볼 수도 없는 예전의 정화부대에서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지휘관은 비앙카에서 시작될 정화부대의 변화를 기대하며, 이번 스토리도 막을 내리게 된다.








이번 스토리의 주요 주제는 인간성이다.


센과 비앙카라는 대립적인 캐릭터의 제시.

그리고 맛깔난 서사와 매번 진화하는 연출이 그 상반되는 캐릭터의 비교를 잘 자아냈다 할 수 있다.


동생을 죽이지 못하고, 후에 감정을 버린 센.


자신을 기른 신부를 죽였지만, 오히려 인간성을 버리지 않은 비앙카.



반대의 인생을 살아왔다 해도 좋을 둘의 우애와 센의 비극적인 마지막.

친구의 죽음을 딛고 성장하는 비앙카 등등 볼만한 포인트가 스토리 내부에 많이 산재해있다.



진화하는 연출은 정말로 불행히도 이 공포연출에도 적용이 되었는데, 이 일취월장한 연출실력과 음산한 해양박물관 배경은 절해성화를 기대하고 들어온 나에게 거대한 공포를 안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또 트롤하는 의회. 이제는 클리셰다. 의회와 쿠로노의 트롤링->어떻게든 트롤을 막아보려는 하산과 니콜라->도와줘 지휘관에몽->개쩌는 연설->음... 지휘관 말이 맞는 듯.


초중반은 개인적으로 의회의 트롤과 개같은 공포연출 때문에 불호에 가까웠다.

그냥 난 공포가 싫다. 무섭다고 젠장.



그래도 후반부 센과 비앙카의 서사는 정말 잘 풀었다고 생각한다.

대립적인 캐릭터성과, 그런 둘 사이의 우애, 교차하는 그들의 인생과 결말이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번 스토리의 주제인 인간성 또한 그런 센과 비앙카의 시점으로 잘 표현했다.


인간찬가는 용기의 찬가!

이녀석들은 두려움을 모른다! 용기란 두려움을 직시하는 것이지!


체펠리좌 연전연승.



용기는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 아닌 직시하는 것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주제의 깊이와 전달력은 진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스토리보는데 에반게리온 같은 느낌도 많이 들더라.


초반의 그 뭐라해야하지, 미스테리어스하면서도 압도되는 느낌의 공포연출이나.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흑백의 소름끼치는 컷씬들, 인간의 불완전성을 조명하는 전체 스토리의 주제라거나


마지막 보스가 된 센의 모습.


그리고 센 죽을 때 십자 모양으로 터지는 것까지.


에반게리온을 재밌게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닮은 요소들이 있다 싶었다.




초반은 개인적으로는 불호였지만 후반부는 확실히 극찬할만하다.

초반부의 불호도 주관적인 측면이 없잖아 있기 때문에, 공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스토리다.



그 씨발 공포연출에 맨날 떨면서도 입으로는 감탄하게 된다. 연출 개쩐다 하고.



심흔 스토리는 성공적인 것 같다. 캐릭터도 잘 뽑았고, 서사도 잘 뽑았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다음 스토리는 밤비쟝 스토리...

신해이도 안 무섭다는 사람 나와라. 미경각흔 본 정도면 괜찮다매!


아예 공포가 메인인 다음 스토리.

리뷰가 안올라오면 심정지로 죽었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케르베로스 케미 진짜 뒤지더라ㅋㅋㅋㅋㅋ

얘네는 진짜 가족맞다ㅋㅋㅋ 등장 하나하나가 존나 웃김 걍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