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퍼니싱의 위협이 가시고, 모든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좋을 것 같음.

각명나선에서 평행세계가 있는만큼, 어쩌면 그런 미래도 있지 않을까?


작중에서 죽은 사람들도 멀쩡히 살아있고, 공중정원이 아닌 지구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가득한 미래.


그레이 레이븐이 퍼니싱 시대의 전설로 남고, 공중정원이 이민함이 아니게 되는 시절.

그 때가 되면 다 머하고 있을까?



로제타와 숲을 지키는 자들은 북극 항로 연합과 화해했겠지?

가끔 편찮으신 할아버지를 데리고 바다로 나가 기계고래를 보는 일상을 누리고 있을지도 몰라.


에티르도, 엠베리아도 북극의 어두운 역사에서 벗어나 삶을 다시 찾고, 로제타는 가끔 새하얀 눈덮인 설원에서 빙하가 잠긴 바다를 바라보고.




퍼니싱이 사라진다면 구룡 연합도 다시 서겠지?

곡은 구룡 수장으로서 많은 백성들과 구룡파의 존경을 받고, 가끔은 묵연에게 줄 선물을 살 겸 저잣거리로 나와 시찰도 해보는거지.


그리고 창위는 쓰러져가던 극장을 다시 일으켜세워, 할아버지와 극장 식구들과 함께 연극을 할 수도 있을거야.


포뢰, 카이사이 같은 구룡파들은 곡의 곁에서 구룡 도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지?

비리야는 화서랑 연애질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영구열차에 탄 자밀라는 퍼니싱이 사라지며, 안전하게 온 세계를 누비며 거래를 하고 있을거야.

소피아도 자신을 이뻐해주는 수리 부대 사람들과 자밀라를 잘 보좌해줄지도 몰라.

자밀라가 소피아를 많이 애껴주겠지?



노안의 어머니도 살아있고, 레이첼도 살아있다면 그리고 친구인 펠드도 살아있다면.

노안의 성격도 온화하고 건실한 청년이 되었겠지. 그리고 영구열차의 노안 식구들이 벨라를 보면 어떤 반응을 할까.


모든 위협이 사라진다면, 노안의 어머니도 평소에 쓰던 가면을 내려놓고 살 수 있을거고.

레이첼도 지독한 인간불신에서 빠져나올 수 있겠지.


펠드는 노안과 벨라가 잘되도록 응원해줄 것 같다.



노안에게 그렇게 집착하던 혹사도, 평화로워진다면 노안과 벨라가 동생처럼 잘 돌봐줄 것 같음.

뒤틀리지 않았다면, 심성이 착한 혹사는 노안과 벨라를 잘 따르지 않을까.


그리고 귀엽게 생긴 혹사면 노안의 어머니나 레이첼도 귀여워해주겠지.



노안과 벨라가 둘다 살아있다면, 망각자의 보부상 역할도 했을텐데 그 때가 되면 망각자들은 뭐하고 지낼까.


더 이상 정화부대에게도 쫓기지 않고, 불시에 퍼니싱에게 습격당하지도 않는 삶.

와타나베와 망각자들은 그런 평화가 익숙치 않겠지만 잘 적응할 것 같음.


머, 와타나베랑 비앙카가 그 때가 되서 만난다면 서로 껄끄러울까? 잘 모르겠네.



크롬도 스미스에게 편하게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고, 카무이도 친구를 구하고, 반즈도 여전히 잠은 많이 자지만 평화롭다면 의사를 하고 있겠지.


샌디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일거고, 팡틴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설파하고 있을거야.


아합은 유독 썰풀게 많겠네.

내가 그 달기지에도 갔고, 그 리브랑 같은 부대였고, 비앙카한테 보조기도 전달하고 으이?

물론 성격 상 직접 썰풀지는 않겠지만, 주변에서 재촉할 듯.



루나랑 알파는 외딴 곳 경치 좋은데 작은 집을 짓고 살 것 같음.

그렇게 물이 흐르듯이 잔잔한 시간을 보내며, 숨쉴 새 없이 달려왔던 유년기에 대한 보상을 만끽하겠지.


롤랑은 그 옆집쯤에서 살 것 같음.


만약 롤랑이 다시 배우를 시작한다면, 루나랑 알파한테는 기자들을 몰고 다니는 롤랑이 눈엣가시겠지.



라미아는 바다 주변 해안가에 살겠지?

가끔은 바다에 들어가서 물장난을 치거나, 아틀란티스에 라스트리스를 보러갈거야.


생각이 난다면, 육지로 올라와 루나한테 생선이라도 선물한다는 핑계로 찾아가겠지.



나나미는 기계교회의 아이도루가 되어있지 않을까?

모든 기계들이 나나미만 보면 회로가 폭주해서 쓰러질 정도로 인기 많을 것 같음.


기계교회 콘서트장에서 라이브라도 한 번 뛰면, 무뚝뚝한 하카마와 크싸레 제로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열성적으로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광휘봇이 자기 팔에 달린 광선검을 응원봉삼아 흔들고 있으면 그것만큼 웃긴 것도 없겠네.


마틴과 로쿠하치는 그런 미친 기계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내젓겠지.




그런 곳에서 지휘관은 어떤 삶을 살까?


아침에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잠을 깨운다면, 지휘관은 일어나서 밖을 걸을거야.

가끔 알아보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는 모습이 쑥스럽겠지만, 모두가 분투해서 구한 지구를 걷는게 취미가 될 것 같음.


평화가 익숙치 않아도, 천천히 적응해나가며 여생을 즐기는거지.


소대원들은 자주 만날 것 같음.


밤에는 세레나의 공연 초대장 같은 것도 받고, 번화가를 누비고 있을지도 몰라.

지휘관 바라기인 루시아는 루나를 자주 보러가겠지만 그만큼이나 지휘관과 붙어있겠지.



둘이서 밤에 볼 세레나의 공연을 상상하며, 길을 걷다보면 쇼핑몰 어딘가에서 길잃은 리를 발견할지도 몰라.

원래는 머레이와 함께 왔을텐데, 21호와 녹티스가 또 사고를 치는 바람에 뒷수습으로 불려가버린거지.


지휘관은 루시아와 리와 함께 북적거리는 거리를 누비며 가끔은 추억도 읊고 활기찬 거리를 거닐며 생명으로 충만한 세상을 충분히 즐길거 같음.


TV에서는 라스트리스의 얼굴이나, 엄청난 발명품을 만든 카레니나와 테디베어의 얼굴이 뉴스에 나올지도 몰라.

가끔 과학토론회에 억지로 끌려나온 아시모프가 귀찮은 표정으로 길길이 날뛰는 카레니나의 말에 하나하나 반박하고, 카레니나는 빡쳐서 오함마를 들어올리다가 테디베어에게 제지당하는 그런 콩트쇼도 가끔 tv에 나오겠지.


베라는 평화로워져도 여전히 사고만 치고다니는 리묵이랑 녹티스를 제어하느라 바쁠 것 같음.

정 안되면, 옛 연줄을 이용해 머레이나 쿠로노를 불러 해결하는거지.



그렇게 길을 가다보면, 가족과 함께 웃고 있는 리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니가 죽고 결합된 가족은, 처음에는 삐걱대도 리브의 천사같은 모습이 새엄마와 새언니에게 받아들여진다면 그들은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을걸.

가정부는 리브의 아버지가 다시 웃음을 찾으신걸 보고 기뻐하고, 리브는 언니들과 새로운 옷이나 가방등을 구경하며 누군가를 떠올릴지도 몰라.


그렇게 길을 가다가 엘레나와 히포크라테스를 보고 기뻐하고, 나중에 지휘관과 리와 리브를 만난다면 옛날 이야기로 웃음꽃을 가득 피울 수 있을걸.



그렇게 길가를 거닐고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치는 것만으로 하루가 갈거야.



비앙카는 센과 파르마를 데리고 새로 나온 영화를 보러갈지도 몰라.

아마 영화가 끝나고 나면 주변 커피숍은 비앙카와 센의 영화토론회가 되겠지. 파르마는 그런 둘의 모습에 질려하면서도 가끔 엉뚱한 말을 툭툭 던지고.


시몬과 해리조는 함께다니면서 서로의 소대에 대한 이야기를 피우다가, 모두가 동기로 지냈던 파오스 학도시절을 떠올릴걸.

그리고 수석의 모습이나 차석의 까칠한 모습들을 농담거리로 주고받으며 시몬은 작게, 해리조는 크게 미소를 지을지도 몰라.



바네사는 밤비나타와 진짜 자매가 되었을까?

그 때, 밤비나타의 기억 문제가 고쳐진다면. 바네사는 매사 까칠한 성격을 고치지는 못했어도 밤비나타에겐 조금 누그러진 모습을 보일지도 몰라.

내심 좋은 언니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자기는 극구부정하겠지만.



심야에 개봉할 예정인 세레나의 영화.

영화를 보기 전에 우연찮게 모인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음식점에서 허기를 달래기로 하고, 다시 거기서 우연히 전 상사들을 볼지도 몰라.


그린스가 비싼 와인을 까고, 곁에 니콜라랑 리스트를 끼고 엄청 진상짓을 하고 있을걸.

차마 이 양반 위치가 있어서 생깔 수도 없고, 가끔 던지는 정보가 또 쓸모가 많다보니 니콜라는 뻗치는 화를 참으며 묵묵히 개소리들을 듣고 있을거야.

리스트는 진작에 낌새를 눈치채고 도망간 레베카를 원망하고 있을거야.


하산은 여전히 바빴지만, 그래도 공중정원시절보다는 여유가 생겨 항상 부려먹던 세리카에게 휴가도 내줄 수 있을걸.

끔찍한 과로에 시달리던 세리카, 그런 그녀에게도 봄이 찾아오고 풋풋한 연애담이 할배들의 안줏거리로 변모하고 있을거다.

건실한 청년과 세리카의 풋풋한 연애담... 아마 소문이 쫙 퍼지고도 남지 않을까.


한스와 아놀드는 다시 건설된 문명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싸구려 술로 대작하고 있을걸.

늙은이들의 안주로는 별하늘과 문명의 불길이 어우러진 지구의 광경으로도 충분할거야.



불편한 공기 속에서 식사하면서도, 소대는 새로 쇼메가 개장한 샤크빌 놀이동산이나 본 네거트 작가가 쓴 신작 소설 '하이디'와 같이 일상적인 주제로 잡담을 나누고 있을거야.

그런 사소한 잡담으로 소박한 행복을 느끼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초대장에 적힌 심야에 가까워져.



한 극장을 통째로 세레나가 빌려 개봉한 극장,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그곳에서 수많은 인연들을 마주칠걸.

세레나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뿌린 초대장을 보고, 곡이나 로제타처럼 먼 곳에서 온 손님, 대행자와 승격자를 포함해 여정에서 마주친 모든 인연들이 극장에서 세레나의 연극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들거야.


극장 대문에 박힌 큼지막한 연극의 포스터(아이라 作)

익숙한 얼굴들로 가득찬 극장에 다시 안부같은 주제로 담화가 퍼지다가, 극장의 불이 꺼지는 순간 조용해지겠지.



영화는 세레나가 그동안 보았던 것들을 담고 있을거야.


전쟁의 참상과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의 광경.

퍼니싱과 죽음, 인간의 꺾이지 않는 의지.


모두가 저마다의 과거에 잠기며, 잔잔한 음악과 배우의 열연이 극을 매끄럽게 흐르게 할거야.



그리고 마지막 장면.

모든 전투가 끝나고, 주인공은 상처투성이인채로 풀밭에 드러누워 새벽의 찬공기를 마셔.

고요한 전장은 최후의 전투가 치뤄진 후였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겠지.


일출은 평범할거고, 그 어떤 과거나 미래의 날과 다를 바 없겠지만.

주인공의 눈에는 그 어떤 극의 결말보다도 찬란하고 웅장한 빛으로 보일거야.

고요한 풀밭 위로도 여명의 빛이 밝아오고, 길고도 길었던 재난이 조용히 끝을 맺겠지.


극의 주인공은 지구에서 맞이하는 여명을 벅찬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세레나의 극이 마무리 돼.



배우의 마지막 대사가 끝나자마자, 박수갈채가 무대로 폭포처럼 쏟아질거야.

세레나는 이 연극을 함께 구상한 아이라와 함께 나와, 고개를 숙이며 온화한 미소와 정중히 인사하겠지.

커튼 콜을 마치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지휘관은 이곳에 모인 이들과 사진을 찍는거야.


곁에는 루시아와 리, 리브를 두고.


지난 세월동안 싸워왔던 적과 친구를 가리지 않은 채, 카메라의 셔터가 눌리면 사진에는 모두가 평등한 모습으로 실릴거야.

그런 사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쌓아온 인연을 실감하면서 지휘관은 사진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겠지.



편안한 침대에 누워 어두운 천장을 바라본다면, 고요한 밤에 바람을 타고 울리는 풀벌레소리가 자장가가 되고 푸르게 뜬 한 때 인류의 희망을 품었던 달빛이 창밖으로 너울거리며 지휘관의 뺨에 내려앉겠지.


그렇게 지휘관은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기며, 평화로운 시대의 하루가 다시 끝나는거야.





이런 내용의 잔잔한 미래도 퍼니싱에 있을까?

모두가 살아남고, 전쟁을 과거의 역사로 치부할 수 있을 때가 올까.


각명나선 보면서 했던 생각임.

이런 희망찬 퍼니싱도 가끔 보고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