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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한 바에...신체 상에 문제는 없....건강도...문제는....의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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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사회에 따르면...보고..의식에...뚜렷한 활동...

적어도...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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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견도...아시...와 같아....


▆▄▇▆▃▄▁▆█    

난 이 모든 것을 끝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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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라!


▆▄▇▆▃▄▁▆█    

여기는 더 이상 가치가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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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 앞에...울지 말아요...난 거기에...있지 않아요...


익숙한 꽃향기가 어렴풋이 느껴지고, 몸이 흔들리는 듯했고, 귓가에 누군가 뭔가를 흥얼거린다.


【(눈을 뜨려고 노력한다)】



눈부신 흰빛이 눈에 비치자 한순간 따끔거렸다. 경치가 흐릿하게 보이고, 단지 땅 전체가 녹색 위에 하얀 덮개가 드리워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마치...


【눈?】


노래가 멈췄다.


루나

난초야.


시야가 다시 선명해졌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온 땅에 피어난 새하얀 난초들이었고, 자신은 루나의 무릎 위에 베고 있었다.



루나

우리가 한 약속 기억나? 난초가 꽃 피우는 그날, 같이 보러 가자고 했던 거.

우리가 해냈어. 【지휘관 이름】


【(일어난다)】


알 수 없는 혼수상태의 여파가 계속되었고, 두통과 함께 온몸에 힘이 빠졌다. 이번 혼수상태의 후유증이 더 심해진 것인지, 힘껏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루나

그냥 누워있어. 허락할게.


【(가만히 누워있는다)】


따스한 햇살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녀는 인간의 머리를 쓰다듬고, 의식의 파동으로 인한 두통을 달래준다.

산들바람과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려온다.두 사람은 정원에 조용히 앉아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한참 후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인간은 일어나 앉았다.


【...】


루나

네가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어.


【...난초 참 이쁘네】


앞에 있는 인간이 말을 돌리는 것을 알아차렸고, 루나는 가볍게 웃었다.


루나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이렇게나 많이 심었어.


【여기가 네 어릴 적 집이야?】


루나

응. 언니와 한땀 한땀 공들여서 다시 지었어.

건축에 대한 많은 지식을 보았고, 조금씩 공부하면서 재건했지.


【대단해】


루나

처음에는 문제가 많아 다시 짓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무엇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희미해져 더 이상 기억 속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재구성할 수 없었지.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한테 '기억 속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보는 게 낫겠다'고 말했어.


루나는 옆에 있는 인간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너는 확실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네】


【예전에 비해 지금의 너는 많이 변했어】


루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살짝 젖히며 다시 그 가락을 흥얼거렸다.



루나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난 거기에 잠들어 있지 않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 흘러다니고~


단순한 곡조와 가사일 뿐인데, 소녀의 목소리가 거기에 많은 색채를 더해준다.


【잘 부르네】


루나

어느 폐허에서 발견한 시인데, 이 시를 지은 사람은 유명한 시인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자였다고 해.


【노래 좀 가르쳐줄래?】


루나

응.


...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추가 음악 수업이 끝났다.


루나

엄청 빨리 배웠네. 나는 그때 며칠이나 걸렸는데.



【루나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이지】

비록 말은 없지만 픽셀 단위로 입꼬리가 치켜올라간 것으로 보아 루나 선생님에게 아첨이 통한 것이 분명하다.



【이게 바로 수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녀가 이마를 두드렸다.


루나

득의양양하기는.



루나

내가 마당 옆에 꽃집도 하나 지었는데 가볼래?


【당연하지】

【영광이야】



루나의 발걸음을 따라 꽃집으로 가보니 생각보다 넓었다.


루나

어렸을 때 엄마는 꽃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셨고, 나와 언니에게 꽃 키우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

언니는 대단해. 빨리 배우고 꽃도 잘 키웠어.

나는 늘 꽃을 잘 키우지 못해서, 나중에 선인장과 다육류를 키우고 다녔어.


소녀는 지금 공중에 떠 있는 것을 택하지 않고 경쾌하게 앞장을 서며 지난날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루나

엄마도 설영란 꽃을 키웠는데, 아마 그래서 내가 그 새싹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꽃집을 짓기로 한 뒤 언니와 나는 꽃 관련 책을 많이 찾았어.


그녀는 벽 쪽에 늘어선 책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루나

폐허에서는 항상 예상치 못한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지.

황금시대에 대한 찬사도 봤고, 초고층 빌딩 건설 청사진도 봤고, 칠판에 가지런히 놓인 판서, 정교한 사치품도 보았어.

하지만 이들은 예외 없이 모두 폐허 속에 묻힐 수밖에 없었지.

현실에서, 리보위츠 수도원은 존재하지 않을 거야.


【...】


루나

이런 얘기는 그만하자.

이거 봐, 히아신스야, 이건 키우기 쉽고 향기도 좋아.


루나는 색깔이 각기 다른 여러 줄의 꽃 사이로 걸어갔다.


루나

이 여러가지 색깔 중에서 나는 여전히 노란색 히아신스를 가장 좋아해.

그다음에 이거, 물망초.

정원 뒤편의 잔디밭에 왜지치를 많이 심었는데 꽃이 필 때 엄청 아름다워.

그리고 저쪽에 저거...


루나는 꽃집을 누비며 가끔 가지치기를 하고 꽃에 물을 뿌리고 경쾌한 말투로 말하면서, 이전의 신비롭고 강렬했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의 루나는 평범한 소녀에 가깝다.


루나

그리고 이거, 이 꽃 이름이 뭔지 모르겠는데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찾았어.

완전히 새로운 품종이 아닐까 생각 중인데, 아마 내가 직접 이름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이거, 겨우살이, 빛의 신 발두르가 겨우살이가 덮인 나뭇가지에 죽었다는 전설이 있어.

여신 프리가는 자신의 눈물로 겨우살이의 독을 녹이고 아들 발두르를 구했대.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그것을 '생명의 황금가지'라고 부르기도 한대.


루나는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겨우살이 밑으로 가더니 몸을 돌려 손을 내밀었다.


루나

이리 와.


소녀는 방에 조용히 서 있었다. 오후의 햇살은 아치형 창문을 통해 소녀에게 기대어 꽃향기를 탐했다. 붉은 눈이 빛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였고, 눈앞이 소녀인지 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루나는 가만히 눈앞의 인간을 기다렸지만 인간은 침묵하며 주저했다.


【루나...】


빛의 각도 변화 때문인지 소녀의 눈동자 속 붉은 색은 다소 칙칙한 듯했다.



【이곳은...미래지?】


루나

...

들켰구나.



루나의 침실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꽃집에서 던진 질문에 대하여, 루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

뜻밖에도 소녀의 온몸은 날개가 달린 붉은 기체가 아닌 순백색이었다.



루나

약간 놀란 것 같네. 이 정도 변화는 지금 내 힘으로는 할 수 있어.

네가 아마 이 모습에 더 익숙할 거라고 생각해.






루나는 난초를 들고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손에 든 난을 바라보며 어떻게 운을 뗄까 생각했다.


"루나"

언제 눈치챘어?


【처음에는 약간의 위화감이 있었어】


【관건은 그 차였어】


【부품에 표시된 출고 시간은, 바로 미래였어】


"루나"

그랬구나.

너에게 있어 확실히 이곳은 어떤 미래라고 할 수 있어.

발단은 과거의 내가 승격 네트워크에 몰입해 추론을 하던 중, 현재의 내가 한 가지 시도를 한 것이었어.


【어떻게 그럴 수가...】


"루나"

그래, 나는 지금까지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어려워.

나는 승격네트워크를 통해 과거의 나 자신을 연결했어. 그리고 너는 어쩌면 우리가 의식 링크를 한 순간부터 이미 서로의 운명이 얽혀 있었기 때문에 너의 의식이 여기까지 따라올 수 있었던 것 같아.


【...】


"루나"

적어도 가 보기엔 그래.


【네가 보기에는?】


"루나"

내 기억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기억이란 것은 정말로 믿을 수 있을까?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이 행성에 나 혼자만 남았는데, 이제 시간을 뛰어넘어 여기에 이르다니, 이런 전개가 너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만약 이 이야기에 작가가 존재한다면, 그 작가는 형편없는 능력과 악취미로 가득 찬 사람임에 틀림없어.



루나는 손을 가볍게 흔들자 붉은 안개는 손을 따라 움직이며 지우개처럼 주위를 맴돌았고, 붉은 베일은 흰색을 지우고 붉은 기체를 드러내 눈앞에 있었던 그녀 역시 허황된 조물일 뿐임을 알렸다.

그녀는 또 손에 든 난초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루나"

심지어 너와 함께 난초를 보고 싶은 마음도 내 마음에서 우러나왔는지 확신이 안 서는데……

그래도, 널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난 너무 기뻐.


기억의 우리에 갇힌 소녀는 짧은 기적이라도 반가워했다.


"루나"

전에 언니와 내가 어떻게 설영란 새싹을 발견했는지 얘기했던 거 기억나?


【응】


【네가 어렸을 때 살던 집 바닥 사이에 있었다고 했지】


"루나"

그 난초도 오래 키웠지만 결국 죽었어.


【하지만...】



"루나"

네가 준 거야.


루나의 얼굴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고, 기억으로는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루나"

나중에 네가 나에게 난초 한 송이를 보내서 지금 정원에 난초가 많이 있게 된 거야.


【반이중합탑 근처에서 발견한...】


"루나"

응. 네 덕분에 사라져야 할 설영란이 남아있을 수 있었어.

너의 미래에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될 거야. 기쁘고, 쓰라리고, 화나는 일들을...

아주...아주 많이...

하지만 그것은 너의 미래이고, 나에게는 단지 하나의 추억일 뿐이야.


그녀의 삶의 모든 찬란함은 이제 외로움으로 갚아야 한다.


"루나"

나는 네가 기꺼이 말만 하면 너의 편에 설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

확실히 그랬어.

나는 너와 함께 서 있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아.


백발 소녀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고 있다.


"루나"

하지만...최후의 말로는 이런 식이야...쥐 죽은 듯이 고요하고, 미래가 없는 세상...

너마저...가버렸지만, 난 그저 이 꽃을 가져가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


그녀는 무덤에서 가져온 꽃을 손에 꼭 쥐었다.


【아니야】


"루나"

...



【우리의 미래는, 결코 그렇지 않을 거야!】


【나는 정해진 운명을 절대 믿지 않고,】


【시간과 미래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으리라 믿어】


【난 이 결말을 바꾸겠어】


"루나"

...확실히 네 스타일대로네.


그녀는 요 며칠 동안의 짧은 만남을 꿈결처럼 회상했다. 그녀는 이미 한 번의 기적을 얻었고, 더 이상 바랄 수 없었다.


"루나"

나는 너를 믿어.


현기증이 다시 일었다.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으며, 기적은 결국 짧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빛이 시야를 뒤덮고 커튼과 베란다, 백발 소녀의 윤곽이 흰 빛에 녹아 사라지면서 소리마저 아득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소녀의 웃는 얼굴에 눈물 자국이 맺혔고, 그녀의 입술은 약간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손을 뻗는다)】


그러나 그 손은 끝내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마지막 순간에야 소녀가 자신에게 한 이 말을 처음부터 듣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녕"


...



기적이 사라지고 과거의 그림자가 각자의 시간으로 돌아오자, 시간의 틈새에 있는 소녀가 갖고 있는 것은 한 장의 '합동사진'뿐이다.

소녀의 몸에는 붉은 빛과 안개가 나타났고, 이 빛들은 그녀 옆에서 이중합 인간 형체로 융합하여 또 다른 루나, 진짜 루나를 형성하였다.

이를 마친 그녀는 비틀거리며 침대 옆에 허약하게 앉아 있었다.



루나

여기가...정말로 미래라고?


지난 며칠간 루나는 눈앞의 몸을 통해  그녀가 보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을 듣고, 만지는 것을 만져보았고, 심지어 어떤 순간에는 자신이 그 앞의 몸을 조작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녀는 이전의 말들 중 일부가 자신 앞에 있는 소위 "미래" 루나가 말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말한 것인지 더 이상 분간할 수 없었다.


"미래"루나

어쩌면 이것은 실제 미래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나는 단지 너의 의식의 일부일 수도 있고, 혹은 너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승격네트워크가 시뮬레이션한 환경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는 단지 특정 가능성에 대한 너의 두려움이 구체화된 것일 수도 있어...

어쩌겠어, 아무래도 상관없어.

내가 꿈꾸는 나비일지라도 상관없어.

너희들에게 있어 이곳은 단지 경화수월일지도 몰라...


루나

나와 그 사람의 결말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 말에 "미래" 루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미래"루나

물론...물론이지...

힘을 빌려줘서 고마워.

가지고 돌아가.


그녀는 베란다에 있는 그 설영란을 가리켰다.


"미래"루나

...안녕, 루나/나.


두 개의 그림자가 다시 합쳐지고 세상은 고요해졌다.



눈을 떠보니 익숙한 천장이었다. 귓가에 심전도 모니터의 박동소리, 공기에는 소독제 냄새가 가득하니 이곳이 생명의 별 병실임에 틀림없다.

꿈을 꾼 것 같았으나 내용이 막연했다.

인공 하늘로 만든 인공 광원은 창문을 통해 병상을 비추고, 생태 시뮬레이션 및 순환 시스템은 공중정원이 살기 좋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눈앞에 틴들효과가 만들어내는 빛의 길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속에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모든 것은 진실일까, 아니면 거짓일까?



??

...물속의 달도 아름답지 않아?


어렴풋이 백발의 어떤 소녀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리리ㅡㅡ

단말기 통신이 추억을 끊었다. 발신자 아이디가 알 수 없는 깨진 문자로 되어있었다.

마음 속에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반드시 이 전화를 받아야 한다.


【(수신)】


??

...


단말기에서 들려오는 가쁜 숨소리가 잠시 들려왔지만, 이내 잦아들었다.

신호가 불안정하고 음성이 왜곡된 듯했지만,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순간-


"너 드디어 깨어났구나"

"같이 갈래?"

"걱정 마, 널 해치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거짓말을 했어"
"...우리 같이 사진 한 장 찍을까?"
"난초가 꽃 피우는 그날..."


모래바람, 황야, 놀이공원, 푸르른 사진, 활짝 핀 난초, 창가의 소녀……

수많은 화면이 쓰나미처럼 휘몰아쳤다.


【루나...】


루나

응.


비록 맞은편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이 말에서 미소가 느껴졌다.


루나

그 난초는 잘 지내?


침대 옆을 돌아보니 순백의 설영란 한 송이가 탁자 위에 조용히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