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춘절 메일: 루시아, 리

2023 춘절 메일: 리브




지휘관께 드릴 선물을 준비했어요.

안녕하세요, 지휘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전 오늘의 구매 임무를 마치고 방금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로 돌아왔어요. 선물은 봉투와 함께 보내야 하잖아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선물을 고를 때 그동안 모은 몫 전부로 지휘관께 새 옷 한 벌을 사드리고 싶었는데, 1회 청구 금액에 제한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쇼핑 가이드가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많은 선물도 좋지만, 특별해야 의미가 있다고요.

이건 단순히 아주 간단한 설명일 뿐인데, 오히려 듣고 나니까 지휘관이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여러 곳을 전전하며 수많은 전우와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정작 저를 안심시켜 주는 곳은 그레이 레이븐 휴게실뿐이었어요. 제가 무언가를 찾고 있을 때 진실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지휘관뿐이에요.

특별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줘야 하겠죠.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문득 제가 어느 순간부터 한 가지 일에 익숙해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 마음이 불안하면 누군가가 제 손을 잡아주거나, 말하거나, 어떤 표정을 짓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항상 그는 저에게 행동으로 "괜찮아, 루시아. 내가 여기 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따뜻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때로는 심장이 아직도 가슴에서 뛰는 것 같은 황홀함을 느껴요. 이 설렘이 제 손 안에 든 칼날을 치켜올려줘요. 물론 이제 와서 제가 전의를 갖게 됐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전 제가 짊어진 책임과 행동의 의미를 언제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와주었기에 노력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어요.

사람들은 제가 분투하여 개척한 미래에서 행복하게 살 거에요. 그 중심에는 당신이 있고요. 
그래서 저는 끝에 이 선물을 선택했어요. 불꽃 무늬의 배지에요. 당신이 저의 겨울을 녹이고, 새로 태어나 따스한 봄으로 데려오셨으니까요.




 

저의 소원이에요.

좋은 아침이에요, 지휘관. 전에 물어보신 것에 대해 새로운 답을 찾게 됐어요.

섣달 그믐날 밤에 그레이 레이븐의 모두가 함께 새해 소원을 빌었죠. 그때 지휘관이 몰래 저에게 어떤 소원을 빌었냐고 물어보셨을 때 저는 이미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말했어요. 지휘관, 그리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모두와 함께 평온하게 살아가는 일상은 바로 제가 마음속으로 수없이 빌었던 그 광경이기 때문이에요.

원래라면……이렇게 되어야 했겠죠.

모두와 헤어지고 난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흩날리는 눈과 희미한 가로등이 제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저도 모르게 가로등 아래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창문의 불빛으로 당신이 일어서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돌아가려던 때에, 잠시 후 저는 깨달은 게 하나 있었죠. 헤어질 때 너무 기뻤던 나머지 방 청소를 돕는다는 걸 잊어버렸다는 걸요. 우리는 친밀한 사이여도 항상 함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이 세상에 항상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하지만……저희가 함께하지 않을 때의 지휘관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호기심은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어서요.

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밥은 제때 잘 챙기셨을까요?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계실까요?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을 찾고 계실까요? 아니면……저를 생각하고 계실까요?

제가 이런 말을 적는 건 정말로 대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대신 지휘관께,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저는 우리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가능한 한 제 자신을 잘 돌보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항상 이별 후의 재회가 당신께 더 나은 저를 보여줄 수 있길 바라요. 저도 항상 당신을 볼 때마다 더 건강하고 더 기쁜 지휘관을 볼 수 있길 바라고요.

알고 보니 제가 거짓말을 했네요. 제 소원은 단순한 일상에 그치지 않을 뿐더러 더 많은 것을 욕심내고 있었어요.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몰래 또 기대가 돼요. 만약에 제가 지휘관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한다면, 지휘관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 저에게 더 많은 요구를 드리지 않을까요?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지휘관. 밤새 내린 눈으로 지금은 바깥 온도가 매우 낮습니다. 야외 활동을 하는 사람이 드무니 조용해서 수면에 매우 적합하겠죠. 만약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거나, 조금 더 주무시고 싶으시다면 이 이유를 사용할 수도 있겠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의 공무는 제가 이미 당신을 대신하여 모두 처리했습니다. 

또한 머레이의 감사를 대신 전합니다.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축복을 받게 되어 굉장히 기뻐 보이더군요. 당신이 보낸 게 형식적인 단체 발송 메일이 아니어서 그런 거겠죠. 당신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중요시하는 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이 돌보기에 오히려 자신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군요. 

그밖에도 예상 외의 일은 당신이 올해 휴가 기간에 무의미한 공무 접대를 회피하는 법을 배우셨다는 겁니다. 정말 좋습니다. 비록 당신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자신을 강요하는 습관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셨군요. 그러니 그 다음 잡일은 모두 저에게 맡기시고, 당신 페이스에 따라 원하는 휴일을 보내시면 됩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또 한 해를 나란히 걸어왔죠. 새해에는 당신과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생활적으로든 다른 면에서든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새해 잘 지내세요, 지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