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어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 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있다가,
다급한 사연들고 달려온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맞이할 수 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 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