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피폐물 채널

사전조사 없이 작성해서 좀 현실감이 떨어질수도? 있음.


7/11 (토) 날씨 : 우중충
별로 기분이 좋진 않다. 사실 기분이 좋을 때가 더 적지만, 오늘은 특히 더 그렇다.
하늘도 우중충하고 공기가 무거워졌다. 곧 비가 올 모양이다. 이건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비가 오는게 왜 좋냐고? 들어봐.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다양한 취미가 존재한다. 어릴 때는 주로 게임이나 그림, 운동이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뭔가를 수집하는 쪽으로 바뀐다. 난 사진을 찍는다. 비가 오는 날에만 찍을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사실 사진만 찍는 건 아니다. 사람도 죽이니까.
일기니까 내 독특한 취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싶진 않다. 사람을 죽이는데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을 써는거에 흥분하도록 태어난 사람인거다. 다들 야동도 보고 하잖아? 난 그냥 사람을 죽이면서 푸는거다. 쉽게 생각하라고.
사실 살인이란게 그렇게 쉽게 쉽게 되는게 아니다. 죽이는건 쉽다 쳐도 이후에 처리하는건 고역이다. 중요한 건, 걸리지 않는거다. 난 걸리지 않을 장소, 걸리지 않는 시간, 걸리지 않을 사람이 맞아 떨어질 때를 물색해 왔고 그 때에만 사람을 죽여왔다. 엽기적인 방법으로. 어쨌든 그래서인지 그렇게 많이 죽여보진 못했다. 두 세명 정도? 조사가 됐는지도, 시체가 발견 됐는지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걸리지 않았다는 것.
내일 드디어 다시 누군가를 죽인다. 계획은 세워 놨다. 이제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1. 난 야외에서의 살인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비를 좋아하는 것은 살인의 흔적이 지워지는 것 때문이 아니다. 말했듯이 사진을 찍기 좋아서다.
2. 이왕이면 젊은 여자를 죽이는 편이다. 특히 예쁜 여자로. 나와 비슷한 나이의 반짝이는 여자를 죽이는게 좋다. 특히 시체의 오른쪽 볼을 찢어놓는게 좋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3. 지금 일요일 새벽 3시인데, 비가 꽤 세차게 온다. 

7/12 (일) 날씨 : 폭우
오늘 오전은 평범했다. 비가 그쳐 있었다. 낮이라 너무 어둡지도 않고 구름 때문에 너무 밝지도 않아서 사진 찍기에 좋았다. 오늘은 쓰러질 것 같은 낡은 전봇대를 찍었다. 칠이 다 벗겨져 있는 수준이었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인데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쓰레기 봉투들이 모여 있는 쓰레기장도 찍었다. 빗물이 고여 있었는데 그위로 썩은 나뭇잎과 비닐들이 떠 다니고 있었다.
멀쩡한 비둘기 사체를 발견해 그것도 찍었다. 밤 새 내린 비를 맞아 퉁퉁 불어있긴 했지만 손상은 전혀 없는 수준이었다. 인도에 가지런히 놓여 있어서 누군가 죽이고 올려 놓은것 같기도 했다. 가슴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깃털이 약간 빠져 있었다.
사진을 찍다 보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 오래된 빌라의 (사람이 사는지도 모르겠다. 주차되어 있는 흰 승용차가 있는데 한 달 째 그대로 서있다.) 지상 주차장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그 후론 평범하다. 밤쯤에, 살인을 했다.
지금 이 일기는 일을 끝내고 난 후에 적는 일기다. 지금 그녀가 내 앞에 누워있다. 
오늘 대상을 물색하는데엔 SNS가 이용되었다. 예쁜 여자를 제일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성매매다. 매춘부를 죽였던 옛 사람들의 지혜는 역시 무시할 수가 없다. 고마워요 새뮤얼. 고마워요 조엘. 
요새는 SNS를 통해 물리적인 접근을 하지 않아도 성매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폐쇄적이고 여초 성향을 띄는 그런 SNS를 이용한다. 꼬리를 잡히지 않을 수 있어 참 좋다. 굴다리에서 그녀를 만났다. 내가 사는 동네에선 꽤 멀리 떨어진 동네였는데, 오히려 좋았다. 일부러 버스를 갈아타가며 빙빙 돌아갔다. 8시 쯤되어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작은 체구에 단발이라 보기에는 애매한 조금만 긴 머리. 진한 회장. 산뜻한 복장. 성매매를 할 것처럼 보이는 여자는 아니었다. 새삼 웃음이 나왔다. 평소에도 아는 사람인 것처럼 붙어서 이동했다. 이게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약간 오점이 있는데, 장소를 내가 정하지 못했다. 성매매에 대해서 잘 모르다보니 일어난 문제다. 이 사람들도 머리가 있는데 여자 혼자 성매매를 했다가 해코지를 당할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할까? 아니다. 그래서인지 장소는 그쪽에서 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계획을 세웠으니 이런 일이 일어난 거겠지. 일단 이건 신께 맡기자.
그녀가 정한 빌라로 들어섰다. 좁은 편이고 그녀가 사는 곳인지 가구가 놓여있었다. 혼자 사는 집 같은데, 어쨌든 누군가 올 일은 없는 것 같았다. 일단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작은 비명이 샌 것 같다. 방음 상태를 고려하니 무조건 들렸을 것 같은데, 그렇고 그런걸 하다가 난 소리겠거니 했음 한다. 어쨌든 지금은 그녀를 눕혀 놓고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체를 처리하자.
우선 옷을 갈아입었다. 혹시 어딘가에 피가 튀었을지도 모르고, 옷을 다르게 입으면 인물 특정에 혼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모자를 쓴다. 눈이 가려지는 편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시체를 토막낸다. 이건 시체를 토막 내는 경험만 제외하면 상당히 좋은 방식이다. 시체 전체를 처리하는 것보다 조금씩 작게 처리하는게 편하다. 우선 머리통은 따로 분리하고, 팔, 다리, 몸통을 나눈다. 팔과 다리는 세 개에서 네 개 정도로 절단한다. 여자는 160 후반대로 보였으므로 다리 길이는 74에서 80cm 사이다. 네 개로 자르면 딱 적당한 크기가 될듯해 잘랐다. 뼈 때문에 잘 안잘려서 고생했다. 마찬가지로 팔도 네 조각으로 잘랐다. 준비해 온 검은 비닐봉투에 크기가 비슷하도록 작게 자른 조각들을 넣었다. 냄새가 날 것 같아 음식물 쓰레기도 조금 섞었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몸통에서는 내장을 빼야한다. 내장을 넣어두면 잘 잘리지도 않고 뒤처리가 힘들다. 무게도 많이 차지하고. 아주 조금씩 잘라서 변기에 내려 보내거나 흙에 묻는 방법을 선택하자. 화분이 있길래 몇 개는 넣어놨다. 
마지막으로 머리통인데, 개인적인 취향을따라 봉지에 반쯤 넣어놓고 칼로 아구창을 쑤셔놨다. 자르기 전에 했을걸 후회가 되기도 한다. 칼이 목구녕을 헤집는 감각이 궁금해진다. 어쨌든 사진도 찍고 할 건 다했다. 머리는 크므로 봉지 하나에 그대로 담아놓는다. 
끝내고 나니 피와 봉지 7개 정도가 남았다. 4개는 그 집 냉장고에 꽉꽉 넣어놓는다. 냉장고는 냄새를 가둬놓고 썩는걸 늦쳐줘 최고의 시체 보관 기구다. 옛날 냉장고 였는데 아래에 밀폐형 야채칸이 있었다. 거기에 넣었다. 2개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고, 하나는 이 집에 있는 큰 가방에 담아 근처에 버릴 생각이다. 
슬슬 이 집을 나서려고 한다. 누군가 뒤에서 바라보는것 같은데, 뒤돌아 보니 역시 아무도 없다. 착각한 모양이다.

7/13 (월) 날씨 : 장대비
어제 찍은 사진들을 확인했다. 쓰레기장이 괜찮게 나온 것 같다. 
1. 앞으로 언제 다시 살인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 분명 찍은것 같은데, 그녀의 머리 사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