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피폐물 채널

일어나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화장실문을 여는거야

근데 맨날 보이던 비루하고 살찐 한남은 안보이고

웬 귀여운 여자애가 보이는거지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하고 당황하다가

이내 거울 속의 여자애가 ‘나’라는걸 깨닫고

평소에는 바닥을 치던 자기애가 솟아나는걸 느껴


싱글벙글하면서 여성스러운 옷도 입어보고

평소에는 가보지 못했던 카페도 가보고

하여튼 자기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파오후 한남일땐 못하던걸 마음껏 즐겨보는거야


그러다가 어느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열이 40도까지 올라 너무 아픈 날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을 이끌고 병원엘 갔는데

건강보험에 등록된 사실과 당연히 다른 외형과 성별에

진료거부를 당하고

약국에서 산 일반 감기약으로 겨우 버티는거야


이걸 시작으로 평소 보장받고 있던 사회서비스의

편리하고 필수적인 것들을 점차 누리지 못하게 돼


그렇다고 제가 김우붕입니다라고 말해봤자

조현병 걸린 불쌍한 여자애로 밖에 비치지 않을걸 알기에

어디다 얘기도 못하고 점점 피폐해지는거야


그렇게 혼자 방 안에서 찌그러져있다가

월세도 못내서 원룸에서 쫒겨나고

결국 어두운 뒷골목에서 울다가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죽어버리는 

우울한 내용의 소설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