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독자와 헤어졌다.

김독자의 이별통보에 눈물이 쏟아졌지만

김독자를 붙잡지않았다.




"...기만자 ㅅ끼..!"



그에게 건낸 마지막 한마디였다.



'...너무 심했었나..'



하지만 김독자가 잘못했다.

갑자기 자신을 잊어달라느니, 더 좋은 사람을 만나달라느니.

어이가 없었다.



"...개ㅅ끼...개ㅅ바ㅅ끼..!"



나는 베개를 주먹으로 패며 김독자를 욕했다.

흐르는 눈물이 베개를 축축하게 만들고.

축축해진 베개를 사정없이 팼다.



김독자가 미워서,

김독자가 한심해서,

김독자가 보고싶어서 계속 팼다.



"허억...헉.."



얼마나 팼을까.

베개가 더 이상 다시 원래 형태를 되찾지 못했다.

우리의 사이같았다.



사랑했던 그때로 못돌아가는..우리 같았다.



"..ㅅ발...ㅅ발..흑..."



나는 눈물을 닦으며 이불을 덮었다.



축축한 베개를 뒤집었다.



머리까지 뒤집어쓴 이불이 부드러웠다.



'...나쁜ㅅ끼...'



잠들기 직전까지 김독자를 욕하고 잠들었다.



스르륵...



눈이 감기고 다시 떠졌을땐 아침이었다.

창밖엔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도로엔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성좌,'구원의 마왕'의 별자리가 희미해집니다.]



이 메시지를 보기 전까지만..



세상이 조용해지는것 같았다.

아니

내 귀가 먹먹해지고 정신이 혼잡해졌다.



"...뭔데..왜 갑자기..그러는거야 김독자!!"



나는 방문을 열고 김독자의 방으로 달려갔다.



쾅!!



강하게 열린 문은 바람을 일으켰다.

창문이 열려있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커튼은 펄럭이며 한 사내가 누워있어야할 침대엔

피가 묻은 흰색 코트가 있었다.



"...뭐야..? 김독자?"



나는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유중혁..!!!"



나는 급하게 유중혁의 이름을 소리쳤다.



그때



쾅!!



유중혁을 부르자 문이 거세게 닫혔다.

나는 큰 소리에 흠칫 놀라며 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뒤를 돌아봐 코트를 바라보자.

김독자가 보인것만 같았다.

흐르는 눈물에 눈을 닦자

아쉽게 그 형태는 나를 바라보고 웃으며 사라졌다.



"...가지마.."



나는 뒤늦게 손을 뻗었다.

닿길 바라며.

그렇게 뻗은 손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고.



너무 급하게 뻗은 손때문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콰당!



"으윽...흑...흐윽.."



넘어진것에 억울해서가 아니라.

손을 뻗었는데 붙잡지 못한것에 서러웠다.



한참을 쏟아낸 눈물.

애써 정신을 차리고 침대를 붙잡고 일어났다.

바로 앞엔 피가 묻어있는 코트가 보였다.



하얀 그의 코트는

주인을 잃은 그 코트는



불어오는 바람에 힘없이 펄럭이며 주인을 애타게 부르고있었다.



나는 그 코트를 들어올렸다.



[성유물,'구원의 마왕의 아공간 코트'를 획득했습니다!]



성유물..?



나는 의아했지만 그의 주머니를 살폈다.

무언가 남겼으리라 믿으며.



뒤적였다.



[성유물,'스마트폰'을 획득했습니다.]



김독자의 스마트폰이 나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스마트폰을 켰다.

화면을 쓸자 잠금화면이 넘어갔다.



"...비밀번호가 사라졌어..?"



김독자는 원래 비밀번호를 가지고있었다.



'02150401'



김독자와 나의 생일이었다.



그렇게 사라진 잠금화면을 넘기고 배경화면을 보자.



메모장 하나가 보였다.

그것밖에 없던 스마트폰.



어느 어플도 깔려있지않았다.

배경화면은 나와 둘이 찍었던 커플사진.



"끝까지 나와 함께하는것들이었네.."



뒤늦게 그에게 건낸 마지막 말에 후회했다.

나는 후회를 뒤로하고

메모장을 열자 장문의 글이 보였다.



[수영이에게.]



[이 글을 보고있을때쯤이면 날 욕하며 찾아왔겠지.]



[...미안해 함께 해주고싶었는데.]



[암...이라네.]



"...신화급 성좌가 암 따위에 지는거야..?"



[암에 졌다고 한심하다 하지말아줘.]



[나도 내가 한심하니깐ㅋㅋ]



[....헤어지자해서 미안해.]



[너가 날 잊어주길 바랬어.]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주길 바랬어.]



[날 사랑하면..너가 슬퍼할까봐.]



김독자는 끝까지 날 배려해주었다.

그의 마지막 배려의 결말.



우리 사이의 종장이었다.



[..널 만날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



[돌아올수 있을지..살아남을순 있을지.]



[...그러니..]



싫었다.

다음 문장이 무엇일지 알수있었기에

스크롤을 내리기 싫었다.

하지만..그의 마지막 말을 듣고싶었다.



[날 잊고 살아줘.]



[날 원망하고, 저주해줘.]



[너의 기억에선 날 나쁜놈,그보다 더한 놈으로 생각해줘.]



[그럼에도..]



그의 이기적인 부탁은..



[날 잊지 말고..살아줬으면 해.]



[마음 한편엔 날 잊지않고..기다려줘.]



[날 위해 아파해주고..울어줘.]



[...그래야 내가 달려가 사과할테니.]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했다.



[..날 기다려줘,수영아.]



[사랑해. -독자가.]



그의 메시지가 막을 내렸다.



[성좌,'구원의 마왕'이 마지막 선물을 건냅니다.]



눈앞에서 선물상자가 생겼다.

나는 조심스레 상자 뚜껑을 열었다.



그곳엔 우리가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이 있었다.



벚꽃데이트를 갔을때.

자는 김독자를 몰래 찍었을때.

여행갔을때까지.



그동안의 모든 사진들이 있었다.

그곳에 우리는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있었다.



[성좌,'구원의 마왕'이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줍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하늘에 별하나가 사라졌다.

그는 떠났다.



나는 김독자의 스마트폰을 켜 날짜를 확인했다.



4월 1일 10:17



오늘은 만우절.

그리고 내 생일이었다.

 

"ㅅ발...생일선물을 이렇게 하는 놈이 어딨어..!"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김독자의 말대로

그를 원망하고 저주했다.

그리고.



"돌아오면 가만 안둘꺼야..그러니 빨리와.."



"..기다릴테니."



그를 기억하고 기다려줬다.

그렇게 나의 구원자를 기다렸다.



결말은 하나의 시작이 된다.



우리의 이야기가 결말을 맞이했고,

우리의 이야기가 새로이 시작되었다.

*****
오랜만에 쓰니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