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왁!!



피가 뿜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 바로앞에 한수영의 몸에서 뿜어지는 소리였다.


"한수영!"



나는 급하게 한수영에게 달려갔다.



"커헉...허억.."



거칠게 숨을 쉬는 한수영은

공허한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고있었다.



[허..아직 죽지 않은건가?]



"...<올림포스>..!!"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올림포스>성좌들.

차갑게 노려보는 제우스는 말했다.



[설화를 계승했다면 연인을 잃지 않았을터인데..]



[..어리석구나.]



[닥쳐라!!]



격이 담긴 진언에 한수영이 움찔거렸다.

나는 급하게 격을 낮춰 한수영의 상태를 봤다.

최악이었다.



"..수영아..일어나..아직 자면 안돼.."



"김..독자..나,졸려.."



"일어나라고..자면 안돼..!"



"..미안,해..김,독자..."



한수영은 공허한 눈동자를 감았다.

축 늘어진 그녀의 팔은 창백했다.



[..ㅅ발...ㅅ발!!!]



나는 한수영을 꼭 껴안고 소리쳤다.



[<올림포스>!! 내가 죽여버릴꺼야!!]



나는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붙잡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달려든지 2시간.



2시간동안 싸우니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역시..괴물같은 놈이군...]



몸의 반쪽이 날라간 제우스는 말하고있었다.



[우린 너를 지켜볼꺼다.]



그러던지.



[저주하고 방해하겠다.]



언제든지.



[성좌,'번개의 좌'가 잠에 빠집니다.]



주변에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는

<올림포스>성좌들이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

이미 눈을 감고 늘어져있는 한수영이 보였다.



나는 한수영의 시체를 데려가

'서울'로 갔다.



모두가 한수영을 보고 입을 열지못했다.



그녀는 죽었다.

그 사실은 이미 세계에 각인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갔다.

이만 잊으라는 그 말을 흘려듣고

매일 밤을 그녀를 기억하며 살아갔다.



그렇게 시나리오가 끝나고도..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우린 공단 주변.

그곳에 한수영을 묻어주었다.



그녀가 아끼던 물품을 넣어 관속에 묻어주었다.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

이미 식은 그녀를 깨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2년..4년...8년..



10년이 지났다.

설화는 우리를 늙지않게 해주었지만.

시간은 우리를 괴롭게 만들었다.



육체는 세월을 피했지만.

정신은 세월을 견디지 못했다.



"수영아...보고싶다.."



한수영이 묻힌 곳을 이젠 집보다 익숙했다.
그곳에 앉아 한수영을 회상했다.



오늘도 어느때나 마찬가지였다.

그저 한수영을 회상하며..하늘을 봤다.



다시 돌아오길..저 무덤을 뚫고 나와주길..



그러던 중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애애앵!!"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수영의 무덤에서 들렸다.



"...한수영..?"



무덤에 다가가니 어떤 아기가 버려져있었다.



주변엔 누구도 없었다.

어디서 나타난 아기인지 모르지만..



그 아기의 눈동자는...한수영과 똑같았다.

그리고 저 눈물점..



그녀는 돌아오지않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돌아왔다.



나는 홀린 듯 그 아기를 들어안았다.

그러자 아기의 울음이 멈췄다.



나는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 아기는..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네 이름은 이제 수영이다..한수영."



나는 김씨다.

그럼에도 너는 한수영이다.

이제부터 너를 그녀처럼 대하고.

그녀라 생각하며 살것이다.



그날을 시작으로

수영이는 정말 빠르게 자랐다.

그해 걸음마를 뗐으며.



1년 후 처음으로 '아빠'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다시 1년..2년..

계속해서 혼자서 키웠다.

다른 일행들은 모르게.



계속해서 수영이를 키웠다.

그렇게 어느덧 18년이 지났다.



수영이는 한수영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키 또한 158..정확했었다.

단발머리가 잘 어울렸고..글에 재능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한편은 마음이 뿌듯했고.

다른 한편은 그리움에 잠겼다.



나를 보고 "아빠!"라 외치는 수영이가..

자꾸 한수영과 겹쳐보였다.



어제만 하더라고 무덤에서 울고있던 아기가..

이젠 고등학생이 되었고.



그때까지만 하더라고 한수영을

기억하며 괴로워하던 나는



수영이를보며 회상하고

그리워하고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 저는 왜 한씨에요?"



고등학생이 된 수영이는..

다양하고 곤란한 질문을 했다.



"...네 엄마가 한씨였어."



"다른 애들은 아빠성 따라가던데.."



"...네 엄마가 좋아할꺼 같았거든."



수영이도 알고있었다.

자신의 엄마는..이미 죽어있다는걸.

그리고..



"...아빠가 좋다면 다 좋죠!"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걸.



"...이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교복을 입고..보라색 가방을 메고

학교를 가는 수영이에게 미안했다.



죽은 한수영의 이름을 쓰게 한것도.

너무 일찍 진실을 알려준것도.



그때부터였을까..수영이는 나와

대화를 별로 하지않았다.



"흐윽...미안하다..내가 미안해.."



수영이게도..한수영에게도 미안했다.



후회에 빠지면..한수영이 보고싶다.

그리움에 빠지면..수영이가 보고싶고.



그렇게 산지 다시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수영이는 성인이 되고.

집에서 첫음주를 했다.



취익! 딸깍!



우리는 식탁에 앉아 조용히 술을 마셨다.



"...쓰다."



수영이는 술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홀짝홀짝 마셨다.



"쓴다더니 잘 먹네."



"계속 먹게되네요."



수영이는 허공을 보며 무언다 생각했다.



"아빠."



"왜?"



"엄마도..술 잘 드셨어요?"



나는 그 말을듣고 뭐라 말하지 못했다.



"...말하기 어려우시면 안하셔도 되요."



수영이는 나를 배려해 말했다.

자신이 말하면 안될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네 엄마는..술을 잘 먹었어."



수영이는 놀란 듯 날 쳐다봤다.

그런 수영이를 본 나는 살짝 웃어주었다.



창밖에 넓게 퍼진 별들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술을 잘 먹고..농담도 잘했고.."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날 정말 사랑해줬지.."



뺨을 타고 흐르는 그 눈물을 수영이가 닦아주었다.



"엄마도..아빠를 정말 많이 사랑했겠죠?"



수영이도 옅게 웃어주었다.



"물론..엄청 사랑해줬을꺼야."



"다행이네요.."



그런 수영이를 보니..새삼스럽게도

한수영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넌..네 엄마와 정말 많이 닮았구나.."



술기운에..그동안의 말들을 했다.



"...정말..정말 많이 닮았어.."



눈물이 계속 흘렀다.

수영이의 얼굴이.

수영이의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나를 바라보는 한수영같았다.



나도 모르게 수영이에게 다가가 꼭 껴안았다.



"수영아...한수영..."



수영이는 내 말을 듣고 굳었다.



그동안 듣지 못했던 자신의 엄마의 이름이..

자신과 똑같다는 사실에 놀라보였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수영이는..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흐윽..보고싶었어..수영아.."



"...아빠.."



아빠라는 단어에 술기운에서 확 깨어났다.



"...미안하다..취한거 같네.."



나는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자러 갈게..

곤란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안녕히주무세요."



나는 힘 없이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이불을 덮고 자기 위해 눈을 감으니..

28년전 죽어가던 한수영이 아른거렸다.



그때 내가 더 빨랐다면..

내가 더 강했다면..

한수영이 죽지 않았을텐데..



나를 자책하며 계속 울었다.



"끄윽..끅...흑.."



울음을 꾹 참았지만..쉽지 않았다.



똑 똑 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괜찮으세요?"



방문앞에서..한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라는 단어가..

한수영이 아닌 수영이라는걸

알게해주었다.



"아직 안자.."



그러자

끼익..하며 조용히 문이 열렸다.



수영이는 조심히 나를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수영이는 아무말 없이

침대로 다가왔다.



"..잠시만 누울게요.."



내 등뒤로 와 침대에 누운 수영이는..

뒤에서 나를 꼭 안아주었다.



"아빠..."



뒤에서 거칠게 숨결이 느껴졌다.

수영이는 내 뒤에서 울고있다.



"수영아.."



"아빠 울지마세요..제발.."



이제 성인이 된 수영이는..

나이는 성인이지 아직 어린 아이같았다.



"무서워요..아빠가 힘들어하는게.."



나는 뒤를 돌아 수영이를 안아주었다.

내 가슴에 얼굴을 대고 계속 울었다.



그리고 진정이 된 수영이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아빠.."



방금 울어 눈이 촉촉해서인지

어두운 방안에서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나는 수영이의 뒤통수에 손을 올려

내 몸으로 당겼다.



그렇게 수영이를 안은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화신,'한수영'이 새로운 특성을 개화합니다.]



그러다 수영이에게 메시지가 생겼다.

공중에서 생겨난 활자가

수영이에게 흡수되었다.



나는 황급히 [등장인물 일람]을 사용했다.



[전용스킬,'등장인물 일람'을 발동합니다.]



[이름:한수영]

[나이:20 살]



[특성:없음]



없음 이란 단어가 흩어져갔다.



ㅇ..ㅓ..ㅂ.ㅅ...ㅇ.ㅡ..ㅁ



[특성:  ]



생겨난 공백으로

새로운 단어가 생겨났다.



ㅈ..ㅏ..ㄱ..ㄱ..ㅏ



[특성:작가]



[성좌,'거짓 종막의 설계자'가 남긴 힘이 깃듭니다!]



한수영이 남긴 힘.

그것이 수영이에게로 넘어갔다.



[성좌'거짓 종막의 설계자'의 기억이 계승됩니다!]



[성좌,'거짓 종막의 설계자'의 설화가 계승됩니다!]



한수영의 모든것이 계승되었다.



[설화,'예상표절'이 계승됩니다!]



수영이에게 스파크가 튀었다.


[성좌,'거짓 종막의 설계자'의 모든 기억을 계승했습니다!]


그리고 수영이가 감긴 눈을 조심히 떴다.



수영이의 입술이

덜덜 떨고있었다.



"...독자야..?"



한수영이 돌아왔다.



"...수영아!!"



나는 바로 한수영에게 다가가 안았다.



"보고싶었어...수영아..!"



눈물이 계속 흘렀다.

멈추고 싶지도.

그만 울고싶지도 않았다.



오히려 마음놓고 울수있어 행복했다.



"독자야..고마워.."



"날 기억해줘서..기다려줘서 고마워.."



한수영이 나를 살짝 밀어 얼굴을 바라보았다.



"김독자..사랑해."



그 말을 하고 입을 맞췄다.



아까 마셨던 술향이 입안에 남아있었다.



"하아...하아.."



입을 뗀 한수영은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나 또한 한수영을 보고 계속 웃고있었다.



"복수해줘서 정말 고마워.."



"널 위한거니깐.."



한수영은 그 말에 씨익 웃었다.



사실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다.

화신체는 어떻게 구한건지 물어보고싶었다.



하지만 나는 한수영에게

아무말도 하지않고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창문 넘어로 밝게 빛나는 달 아래로

너를 만날수 있어 기쁘다고만 말할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
소재는 나쁘지 않은데 필력이 아쉬운거 같네.

요즘 창작이 별로 안나오는거 같아서
급하게 올림.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