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동그란 사탕이었다.



 “...이게 뭔데?”


 “눈깔 삐었냐? 당연히 사탕이지.”



 그러니까 이걸 왜 나한테? 김독자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한수영을 바라보았다. 한수영은 평소처럼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레몬사탕을 입에 물었다.



 마치 김독자에게 사탕을 주는 것이 지극히 합당한 행동이라는 듯 태연자약했다. 설명해봤자 어차피 너는 모를 거라는 태도라서 김독자는 추궁하기를 포기했다.



 대신 손에 들린 사탕을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한수영이 늘 입에 달고 살던 레몬사탕과 달리 막대가 없는 둥근 사탕이었다. 투명한 포장 껍질 너머로 보이는 불투명한 설탕 덩어리는 옅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포도맛인가? 김독자는 쓸데없는 추론 대신 사탕 껍질을 깠다. 혀끝이 아리는 단맛과 함께 새콤한 향이 올라왔다. 블루베리구나. 김독자는 느릿하게 혀 끝으로 사탕을 굴렸다. 김독자는 의외로 단것을 좋아했다.



 그 뒤로도 한수영은 이따금 김독자에게 사탕을 건넸다. 종류는 늘 다양했다. 블루베리를 시작으로 딸기, 오렌지, 복숭아, 그리고 자두까지.



 주머니에 쑤셔 넣은 사탕 껍질이 하나둘 늘어나고, 김독자는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의 조건을 어렴풋이 알아냈다.



 한수영이 사탕을 줄 때는 대체로 김독자가 ‘잘한 일'을 했을 때였다. 그 ‘잘한 일’ 기준이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건지 김독자로서 방법이 없었지만 말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나리오 지역을 한바퀴 돌고 오거나, 유상아의 요청에 따라 5급 괴수종 무리를 소탕하는 등의 사소한 과제를 해결하고 나면 한수영은 어김없이 사탕을 내밀었다.



 언젠가 약간의 쪽팔림을 감수하고 사탕의 의미를 물었을 때, 김독자가 한수영에게서 들은 대답은 “상”이라는 모호한 단어뿐이었다.



 그래서 김독자는 사탕에 담긴 의미 따위의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김독자에게 한수영은 이해하기보단 이해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한수영은 김독자가 읽을 수 없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독자는 한수영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비단 사탕뿐이 아니더라도, 김독자에게 한수영은 늘 그런 존재였다. 인기척도 없이 슬그머니 나타나 김독자의 울타리 안을 멋대로 쳐들어온다.



 차마 쫓아낼 자신이 없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익숙해질 때가 되면, 왔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 빈자리를 깨달았을 때면 찾으러 갈 수조차 없게. 그러면 김독자는 안 그런 척 속절없이 동요해 버리고 만다.



 언제부터 한수영이 김독자에게 이리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건지. 김독자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사탕은 달기만 한데 이상하게 입 안이 썼다.







 성격 나쁜 회귀자를 따돌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 김독자는 모처럼 유중혁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잽싸게 움직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 히든 시나리오는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 한수영과 김독자 단둘이서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묘하게 옛날 생각도 나네. 옆에서 한수영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한수영만큼 데리고 다니기 좋은 사람이 없었다. 옆에서 제4의 벽이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김독자는 깔끔히 무시했다.



 “결국 이번에도 김독자 너한테만 좋은 거 아니냐?”


 “대신 코인 줬잖아.”


 “돈도 많은 놈이 꼴랑 그 정도로 퉁칠려고? 와 양심도 없다 김독자.”



 몇 번 실랑이가 오고 가고, 결국 코인 삼십 퍼센트를 추가 지급하기로 합의가 났다. 가만 보면 한수영은 작가보다 장사꾼의 기질이 타고난 것 같았다. 하긴, 그러니까 조회수 1짜리 소설을 표절이나 했겠지.



 방금 획득한 히든피스 정리도 할겸 자리를 잡고 쉬어가기로 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한수영이 보였다.



 한수영의 끄집어낸 것은 지난 몇 주 동안 질리게 본 작은 사탕이었다. 아무래도 한수영의 ‘잘한 일'에는 히든 시나리오 클리어도 포함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김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고, 개별포장된 껍질을 깐 한수영은 그대로 사탕을 입으로… 어?



 당연히 제 몫인 줄 알았던 사탕이 한수영의 입으로 들어가는 걸 본 김독자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뭘 봐? 라고 입은 열지 않아도 눈으로 말한 한수영의 시선이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김독자의 손으로 향했다. 그리고 폭소했다.



 “뭐야 김독자. 그렇게 이 누님의 사탕이 받고 싶었냐?”


 “...너 원래 막대 달린 레몬사탕만 먹는 거 아니었어?”


 “음, 보통은 그랬는데.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서.”



 특수한 상황? 순간 김독자는 멍청하게 되물을 뻔 했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은 많았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야, 미안하다. 내가 진작 눈치채줬어야 했는데. 사탕이 마음에 들면 그렇다고 말하지, 그랬어요 김독자 어린이.”



 아, 배 아파. 아직도 우스운지 눈물까지 흘리며 실소하던 한수영이 킥킥거렸다.



 “그런데 어떡하냐. 방금 내가 먹은 사탕이 마지막인데?”



 한수영의 눈가가 야살스럽게 휘어졌다.



 “정 먹고 싶으면 이거라도 가져가던가.”



 사탕에서는 레몬 맛이 났다.








역시 난 축전을 쓰면 안될 듯

목표 기간 안에 업로드한 적이 없는 것 같음

뭐라도 써야할 것 같아서 짧게 쓴거라 개연성 나가리됨

내가 글을 자주 안 써도 눈팅은 많이 하니까 다들 글 많이 써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