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시나리오를 실패하셨습니다.>
하급으로 올라가기 전 응애 도깨비가 중급 도깨비에게 물었다.
〔히든 시나리오가 정확히 뭐에여?〕
[성좌들이 보고싶은 이야기대로 스타 스트림이 흘러간다고 하지? 말 그대로야. 시나리오 내용도, 보상도, 클리어 조건도,
실패 시 패널티든 모든 것이 스타 스트림의 의지 자체야.
지 맘대로라고.]
[물론, 가끔 편파적인 경우도 있지.]
하급 도깨비 비형이 울부짖었다.
[으아아아아악! 내가 무슨 책임이 있다고!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저 녀석. 지하철에서의 기괴한 표정과는 다르게 좀 귀여운 것 같기도.
아니지. 내가 미쳤다. 사람 머리를 손짓 한 번으로 터트리는 녀석인데 귀엽다니.
그나저나 감시 받는다는게 이렇게 직설적인 뜻이었나?
[화유.. 내가 언젠가 씹는다 그 새끼는...]
"저기ㅡ"
...
허. 아는 척도 안한다 이거냐?
제천대성에게 들었다. 한국 채널 담당 도깨비들 중 가장 호구같은 녀석.
"그러니까 네가 만년 하급인거 아냐."
[.....]
나왔다, 기괴한 표정.
[....지금..뭐라고 하셨습니까, 원숭이왕의 화신님?]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 할 정도로 정곡을 찔렀나.
조금 놀려줘야겠네.
"말 그대로지. 시나리오 진행 능력은 그렇다치고, 네 잘못이 아닌데도 찍소리 못하고 씩씩대는거 보면, 넌 위로 올라갈 인재는 아니야."
[..널 지금 여기ㅅ..죽이지도 못해! 이이익!!]
비형은 씩씩대며 말했다.
[넌 앞으로 철저히 감시 당할거야! 시나리오에 조금이라도 위험을 초래한다면, 바로 집행부로 보내주지!]
"난 아무짓도 안했고, 아무것도 몰라. 됐으니까 다음 시나리오 안내나 해줘."
실제로도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앞은 이상한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녀석은 표정을 찡그린 채 시나리오 안내창을 띄워줬다.
<메인 시나리오 #2 - 조우>
[넌 다른 화신들에 비해 시나리오 진도가 조금 느려. 빨랑빨랑 진행 하라고.]
비형은 그 말을 전한뒤 몸을 숨겼다.
나는 조심히 가스에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해당 시나리오 지역의 대지는 깊게 오염되어 있습니다.]
[호흡을 참고, 최대한 빠르게 지하로 이동하십시오!]
흐음. 돌파는 할 수 있다는거겠지?
나는 필사적으로 숨을 참고 근처의 역을 찾아보았다.
"흐읍!흐ㅂ..콜..콝"
[도봉역]
"크아아아아악!"
헌천홍도경문위무대왕.
많은 선비들이 무참히 사화 당하듯, 정용후는 도림역의 화신들을 썰어내고 있었다.
[배후성과의 동조율이 아주 미미하게 상승합니다!]
"더 이상 거슬리는 놈들은 없는건가?"
"..예에..왕이시여..
정용후는 도봉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에게 반항하는 놈들의대부분을 무참히 썰어버리곤, 나머지를 노예나 첩으로 삼았다.
쾅쾅쾅!
"웬 놈이냐."
나는 방화셔터 너머로 살려달라 외쳤다.
"일단 열어라. 상판때기를 보고 죽일 지 말지 결정하지.
"커흑..!..욱..하아..하아.."
일 순간의 정적.
[다수의 성좌들이 경악합니다!]
따까리 하나가 외쳤다.
"좀비?..어제 봤던것들 아닙니까?"
정용후가 중얼거렸다.
"아직 잔재가 남아있었나?"
"너희들끼리 알아서 처리하도록, 첫번째부터 죽은 놈이니 그리 강하지도 않겠지."
나를 향해 화신 하나가 돌격했다. 정확히는 하려고 했었다.
"히익!..얼굴 대부분이 썩었잖아.."
털썩 주저 앉은 채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걸 보니, 지금 내 몰골이 소름끼친다는건 알겠다.
분명 막 깨어났을때만 해도 얼굴도 그렇고 몸 전체가 멀쩡 했었던 것 같은데.
그 순간, 날카로운 검이 날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