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약할 빠엔 죽고 말지. (2)







창밖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올림포스>의 정경.


12성운 중에서도 강(强) 성운에 속해있다는 소문에 맞게, 펼쳐져 있는 여러 건물들과 성좌들의 모습은 그들의 격을 증명하는 듯 보였다.


그런 절경을 바라보고 있던 한 여인이, 자신이 앉아있는 옥좌를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재의 <올림포스>에는 ‘혼인과 가정의 여신’이나 ‘해역의 경계를 긋는 창’과 같은 실질적 권력자가 사라진 상태이다. 그리고 지금, 공백이 생긴 그 자리에는 이 여인이 앉아있는 상태였다.


‘빌어먹을 녀석들.’


물론, 권력을 흭득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이, 심지어 저 시나리오의 끝에 도달한 ‘번개의 좌’조차 그들과 함께 홀연히 사라진 상태였다. 당연히 그 자리를 갑작스럽게 맡게 된 이 여인에게는 말할 것도 없는 스트레스와 업무들이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골머리를 썩히며 옥좌에 기대고 있던 그녀에게, 멀리서부터 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여기 계셨군요.]


전통적인 <올림포스>의 옷을 입고 온 남성이 그녀 앞에 섰다.


[흠흠. ‘정의와 지혜의 대변자’이시여.]


남성의 얼굴을 확인한 ‘정의와 지혜의 대변자’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괜히 격식 차리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 해.]


남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로 찾아온 건데?]


다짜고짜 본론을 물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남성이 고개를 긁적였다.


[별건 아닙니다, 아테나.]


[거짓말 치지 말고. 네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이번 에덴의 ‘성운 지원 시스템’에 아레스를 보낸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아테나는 겨우 그런 것이냐는 듯,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그녀는 그런 그의 행동에 납득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뭐, 너 말고도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걸? 성격도 더럽지, 뭐만 하면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듯한 행동을 하지······.]


[제 말이 그겁니다. 하지만 그런 이를 추천한 건 당신이 아닙니까?]


며칠 전, 12주신을 중심으로 개최된 회의에서 아테나는 <에덴>에 아레스를 투입 시킬 것을 요청하였다. 본래라면 그런 아테나의 의견은 묵살 되었을 것이 뻔했다. 하지만 중심이 되는 포세이돈이나 헤라와 같은 주신들의 자리에 공백이 생긴 이상, 실질적인 회의의 주도자는 아테나가 되었기에 그런 그녀의 의견은 아무런 반발 없이 지나갔다.


물론, 그때만 반발이 없었을 뿐. 지금 헤르메스처럼 그녀에게 따지러 오는 성좌들이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에덴뿐만 아니라, 다른 성운들에서도 ‘약(弱) 성운들을 핍박한다’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


[그것뿐입니까? 아레스는 올림포스에서도 여러 가지 것들을 부숴놓고 다녀서 ‘파괴의 신’이라고도 불리는 이인데······ 그런 이가 에덴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하지 않습니까.]


잠잠히 듣고 있던 아테나는 밖을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돌려 남성을 바라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야. 나도 그건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면 왜······!]


[‘하늘 걸음의 주인’.]


‘하늘 걸음의 주인’, 헤르메스는 자신히 도를 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낮게 대답했다.


[······예.]


[네가 에덴에 가고 싶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어.]


[······.]


[여기에 있는 그 누구보다 에덴에 어울리는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깐. 근데 내가 왜 아레스를 보냈냐고?]


헤르메스는 어린 시절, 정확히는 12주신이 되기 이전부터 여러 성운들에 관해 공부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성운들의 성유물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을 성운들의 탐구에 힘을 써온 헤르메스조차, 알지 못했던 성운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에덴>이었다.


점점 몰락해가는 성운에게는 그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을뿐더러, 남겨져 있는 관련 어록조차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 매력에 푹 빠져있던 헤르메스는, 지금까지도 ‘나도 에덴을 갈래요!’하는 식으로 여러 어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염원을 알고 있을 아테나가 다른 이를 보냈다는 것. 그것이 그의 불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질타하는 것을 대신하여, 달래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에덴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호락호락 한 곳이 아니야.]


[······그래봤자 몰락한 성운이 아닙니까?]


<에덴>이 본래 격을 잃었다는 것은 몇백 년부터도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헤르메스 또한 그것을 알았기에, 이렇게 강경하게 나온 것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해야할 것이 있었다.


[아직 몰락한 건 아니야.]


[어차피 가만히 두면 그렇게 될 거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촉진 시킬 수 있다면, 안될 건 없지 않아? 이왕이면 올림포스의 선(善)과 관련된 성유물도 들여놓고. 설화도 축적하고.]


<스타 스트림>에서는 설화는 곧 힘이다. 그리고 <올림포스>처럼 유래가 깊은 성운들의 설화들은 시대가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의문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몰락해가는 성운의 설화는 쓸모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올림포스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걸로 압니다만.]


그 말에 아테나는 의외라는 듯이 헤르메스를 바라보았다.


헤르메스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성운 <십이지>들은 다른 탄생 설화들에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된 설화이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강하진 않다. 아무리 오랜 설화가 축적되어있다 한들, 세월이 그 설화의 힘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었으니깐.


그래도 본래부터 약했던 <십이지>와는 다르게, 그들은 <에덴>이었다. 장차 몇백 년 전만 하더라도 강(强) 성운들과 맞먹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던 그들 말이다.


[너는 에덴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몰라. 더군다나, 너는 예전 에덴의 힘을 본 적도 없고.]


아테나의 말은 영락없는 사실이었다. 헤르메스는 호황을 누리고 있던 <에덴>의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깐.


[······예, 맞습니다.]


[만약 그들이 격을 되찾게 된다면······ 아마도, 포세이돈께서도 막기 힘들 거야.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이번에 아레스가 해줄 임무는 막중한 거야.]


그녀는 자기 손에 떠올라있는 한 파일을 들여다보았다.


[<에덴>에 관한 예언서]


12주신들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예언서. 그 예언서를 바라보던 아테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있을 일은 도화선에 불과해.]



*



[커헉!]


철퍼덕!


계속해서 일방적인 가르침(?)을 받던 아레스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어라?]


[왜? 무슨 일인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우리엘이 다가왔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아레스를 발견한 우리엘이 사색이 된 채로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뭐...뭔 짓을 한 거야?!]


[아니······ 아무것도...?]


진짜로. 내가 뭘 했다고.


설화급 성좌인데, 이 정도는 버텨줘야 하는 거 아니야? 거기다가 심지어 ‘전쟁의 신’인데?


‘도대체 얘는 고문 같은 거는 어떻게 버텼을까.’


이렇게 약해 빠져서야.


머리를 긁적이던 미카엘이 쓰러진 아레스를 발로 툭 툭 건들어보았다.


[그······ 살아있으시죠?]


[······.]


[얘 왜 대답이 없냐.]


[그 정도로 팼는데 당연히 쓰러질 만하지!]


[아니 누가 팼다고 그래? 난 그저 찌르기만 했을 뿐인······]


[그게 팬 거랑 뭐가 달라!]


미카엘은 ‘그렇나?’라는 표정으로 쓰러져있는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패배 설화가 이정도로 강력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정말로 순수하게 아무런 힘도 주지 않고, 심지어 사용할 수 있었던 설화들도 내버려 둔 상태로 위협만 주던 수준이었다. 뭐, 찌를 때마다 움푹 파이는 느낌이 있었지만, 아레스도 엄연히 설화급 성좌라는 것. 이런 간단한 창 따윈 버티거나, 다른 설화들이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럴 줄이야.’


‘패배 설화’라는 것이 단순하게 ‘그 상대를 쉽게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만 통칭이 되던 게 아닌가 보다. 역시 독자라고 해서 모든 일들을 다 아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니만…


‘근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처가 나 있는 곳에 또다시 상처를 낸다면 더욱 아픈 게 도리가 아닌가?


근데 그 상처가 한 개뿐만이 아니었다면?


쓰러져있던 아레스를 바라보고 있던 미카엘이, 측은한 눈으로 우리엘을 바라보곤 고개를 숙였다.


[······내가 팬거구나. 음······ 잠깐. 어라?]


[왜? 또 왜?]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창으로는 ‘패배 설화’가 작동될 이유가 없을 텐데?


미카엘은 자기 손에 들려있는 창을 바라보았다. ‘패배 설화’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창이 필요하다.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헤라클레스의 창이 말이다.


그렇다는 건······.


[잠깐만 우리엘.]


[또 뭐 하려고.]


[잠깐만 뒤로 가 있어 봐. 이 성좌 살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그런 게 있어. 잠깐 나와봐.]


우리엘이 한발짝 뒤로 가자, 미카엘은 조심히 쓰러져있는 아레스에게 다가갔다.


[에덴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치료법인데...]


그리고 아레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뭔지 보여줄게.]


빠아아아아악!


갑작스럽게 아레스의 옆구리를 발로 강타하는 미카엘에게, 우리엘은 놀라며 그를 말리려고 달려갔다.


[야! 그딴 게 뭔 치료법이야! 저러다가 진짜로 죽······]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그런 우리엘의 앞에 아레스가 벌떡 일어났다.


[깜짝이야! 뭐야! 쓰러지신 거 아니었어요?!]


[쓰러지긴 뭘 쓰러지는가! 죽을 거 같아서 잠시······ 아야! 그만! 그만! 진짜로 아프다!]


손사래를 치며 급하게 미카엘을 말려보는 아레스였지만, 아쉽게도 그의 상대는 미카엘이었다.


빠아아아악!


[아프라고 때리는 거야, 이 ■끼야! 어디서 엄살은 엄살이야? 어?! 내가 막 존댓말 써주면서 대우해주니깐, 막 뭐가 된 거 같지?]


[아니, 내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


[어어? 변명한다? 변명해? ■끼가 어디서 어른이 수업(?)하는데 받기 싫다고 쓰러지는 척 연기를 해?]


미카엘이 들고 있던 것은 ‘편애의 천칭’, 즉 가브리엘의 것이었다.


헤라클레스의 창도 아니라 ‘패배 설화’가 발동할 일도 없는데, 무슨 일로 저 아레스가 쓰러지겠는가?


거짓말한 거지. 거짓말을.


빠아아아악!


[■져! ■져!]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계속해서 발길질을 하고 있는 미카엘과, 그런 미카엘에게 무방비하게 맞고 있는 아레스.


우리엘은 최대한 미카엘을 말려보려고 그의 팔을 끌어당겨 보았다.


[미카엘! 그만! 저분 진짜 죽는다고······! 아니, 얜 뭐 이리 힘이 쎄!]


오히려 우리엘은 미카엘의 힘에 끌려가 대롱대롱 매달렸다.


[으아아아! 미카에엘! 진정 좀 해봐!] 


[아니, 좀 놔봐! 이 ■끼가 걱정을 좀 해주려고 했더니만, 자기 잘못도 모르고······]


[내가 뭘 잘못 했다고 그러는가! 아악!]


[뭐라고? 모르겠다고? 오냐, 이 ■끼야. 오늘, 네 죄를 알렸다.]


[경비! 경비이! 도와줘어!]


우리엘의 애달픈 외침에, 밖에서 참회동 근방을 순찰하던 하급 천사 경비가 급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다다다닥!


“무······무슨 일이십니까, 우리엘님?”


[얘! 얘 좀 말려······ 으아아아!]


온갖 방향으로 휘둘러지는 우리엘을 바라보던 하급 천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상황 판단을 끝내고 재빨리 미카엘을 말리기 시작했다.


텁!


"미······미카엘님! 진정하셔야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분은 에덴의 손님······"


[■치고 좀 놔봐! 안 죽일테니깐!]


꽈악!


······안 죽인다면서요.


근데 주먹은 왜 쥐고 계신데요.


"미카엘님! 진정하셔야······!"


[미카엘!]


[아으. 알았어, 알았어!]


이들의 의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미카엘은, 그제야 발길질을 멈췄다.


잠잠해진 미카엘을 바라본 천사들은 끈질기게 잡고 있던 옷소매를 놓고는 안심하며 한숨을 푹 쉬고 있었다.


[에잉, 쯧.]


그런 천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번 혀를 찬 미카엘은 등을 돌려 참회동 밖으로 향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엘이 미카엘을 향해 소리쳤다.


[야, 어디가!]


[숨좀 고르려. 걔나 잘 보고 있어.]


[······허.]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우리엘은 생각했다.


‘미친놈.’


어떻게 저런 애가 대천사가 되었을까······.


"저... 우리엘님?"


우리엘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르고 있는 하급 천사를 바라보았다.


“이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쓰러진 채로 경련하고 있는 아레스.


참으로 불쌍하기도 하지... 어째서 저런 대천사를 만나서…


그런 그의 마음을 알고 있던 그녀는, 진심을 다해 하급 천사에게 말했다.


[냅둬. 이따가 미카엘이 알아서 할거야.]


“······네?”


[괜히 어설프게 두었다간 미카엘이 뭐라고 할걸. 그냥 탈출 못하게 보고 있어.]


그런 그녀의 말에, 아레스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망할 천사들.’


내 편은 없네. 내 편은 없어.



*



다다다다다닥!


나는 참회동에서 멀어지자마자, 최대한 빨리 달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달려왔다.


[어으······.]


알 수 없는 괴리감에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었다. 몸에는 온통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머리는 핑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칫 늦었다면 그들에게 의심받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거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런 경험을 해봤을 일은 없잖아.’


빙의하자마자 이런 일을 맡게 될 것이라고는 누가 알았겠는가. 첫날부터 누군갈 고문하다니. 나도 미카엘이기 전에 사람이다. 아무런 경험도 없던, 그저 그런 일반인 말이다. 


미카엘의 기본적인 광인(狂人)의 성격은 흉내낼 수 있지만, 피가 난무하고, 전문가조차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그런 현장에서 일반인인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겠는가?


전혀.


[우욱······.]


계속해서 울렁거리는 속을 버틸 수 없던 나는, 급하게 주변에 보이는 쓰레기통을 찾아 속을 개워낸 다음, 손으로 입가를 훔쳤다.


[전용 스킬, ‘섭리를 거스른 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건 이 녀석 덕분일 거다.


‘섭리를 거스른 자’.


참회동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타난 이 스킬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을 지는 몰랐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만만치 않은 스킬이라는 것이다.


이 스킬이 발동되고 있을 때면 그 어떤 죄악이든, 감정이든지 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제어를 해주고 있다. 이러한 스킬의 특성 덕분에, 일반인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일들을 저지를 때 더욱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 지금 미카엘의 행색을 더욱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이 스킬 덕분이겠지.


[전용 스킬, ‘섭리를 거스른 자’가 당신을 째려봅니다.]


근데······ 얘가 내 편인지 아닌지는 자세히 모르겠다는 게, 본인이 필요할 때만 발동이 된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전독시에 나오는 스킬들 하나하나 죄다 결점이 있는 거야.’


머리를 붙잡으며 지끈지끈 거리는 두통을 견뎌내고 있자, 멀리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카에엘! 어디 있어!]


우리엘인가?


[미카엘!]


······맞네. 우리엘.


우리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모습으로 만나기는 힘들 거 같단 말이지. 방금 전만해도 멀쩡했던 애가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 더욱더 의심할 거란······.


[전용 스킬, ‘섭리를 거스른 자’가 발동합니다.]


거짓말처럼 스킬이 발동하자, 아까 느꼈던 괴리감을 포함해서 모든 부정적인 느낌들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망할 녀석.’


나는 땅이 꺼질 정도로 한숨을 푹 쉬고 난 다음, 옷매무새를 다듬고 골목 밖으로 나가 우리엘을 마주하였다.


[미카엘!]


[나 여기 있다. 아레스는? 두고 왔어?]


[경비병이 봐주고 있어. 그것보다 어딜 갔다······]


우리엘이 말 끝을 흐리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


[너 손에······]


우리엘의 말에, 나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언제 묻었을지 모를 아레스의 피.


[허...]


하지만 현실에서 보았으면 기절했을 피로 젖은 손을 바라보며 놀래기는커녕, 허무하게도 헛웃음이 나왔다.


싫다. 정말로 싫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상황에 느껴야 할 감정조차, 저 스킬 하나에 무심하게 아스러져 간다는 것이.


하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이곳은 내가 창조한 세계이고, 이것은 곧, 내가 받아야 될 대가이기도 했다. 


'그래도...'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한다면 벌써 무너져선 안 됐다. 적어도 이 <에덴>을 일으킬 수 있는 마지막 열쇠가 미카엘이라는 사실이 있는 이상 말이다.


‘버텨내야지.’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걱정하고 있는 우리엘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에이. 이런 게 뭐라고. 것보다, 그 망할 아레스 ■끼는 감히 내 앞에서······]


[아, 좀! 진정하라고!]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미카엘로 돌아온 나는 다시 참회동으로 향했고, 그렇게 참회동에서의 약속된 하루가 지나갔다.







미카엘처럼 밝게(?) 행동한다지만, 결국에는 저 미카엘도 작가야. 한수영처럼 밝아 보여도, 속으르는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