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스크롤을 내리는 소리가 방에 퍼졌다.

글자들은 빠르게 내려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제 몇 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남을 거란 사실이다.」



13년동안 내 인생을 함께한 이야기였다.



-작가님 13년동안 수고하셨어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는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띠링!



-독자님도 그동안 읽어주어 감사합니다.



-13년동안 꾸준히 봐주신 이야기가 덕분에 막을 내렸습니다.



-다음 달 부터 새로운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한수영'님



나는 뒤로가기를 눌렀다.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세가지 방법」



저자:kdj123



kdj123

그가 누구인지 알수없었다.



13년동안 메시지로만 대화한

친구이자 은인.



"벌써 결말이라니.."



허무한 마음이었다.



어릴떄부터 봐온 이야기가.

결말을 맞이했다는 것이

체감되지 않았다.



그러던 때.



띠링!



메시지가 왔다.



-독자님 완결 기념으로 얼굴 한번 뵐수있을까요?



믿기지 않았다.

13년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kdj123'을 볼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당연히 되죠! 어디서 만날까요?



-■■카페에서 만나시죠.



-알겠습니다 30분내로 갈게요!



나는 급하게 씻고 옷을 입었다.



"저 카페면 금방이지!"



나는 설레이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보라색 후드티에 추리닝 바지.



그저 남는 옷이었지만 잘 어울리는 패션이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약속 장소로 도착했다.



딸랑!



문이 열리고 커피향이 은은하게 났다.



-창가 자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kdj123'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러던 중 창가 자리쪽에 백색 코트를 입은 한 사내가 보였다.



흑발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그 사내는

미치도록 잘생겼다.



'멸살법'의 표현으론 유중혁의 뺨을 3번 때릴만큼 잘생겼다.



그러던 중 그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잠시 보던 그 사내는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띠링!



-혹시..독자님이세요?



-아..작가님이셨어요?



나는 급하게 자리에 착석했다.



가까이서 보니 훨씬 잘생겼다.



"...'kdj123'님..맞으시죠?"



"아..'한수영'님..반갑습니다..!"



어색한 흐름이 주변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동안..글은 잘 보셨나요?"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예! 덕분에 13년동안 잘 버틸수 있었어요!"



"아.."



버틸수 있었다.



그동안 댓글로 남겼던 내 이야기를 알고있는 사람은

'kdj123'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단어에 뜻을 잘 알고있었다.



[-오늘은 부모님한테 맞았어요..정말 죽고싶은데..]

[그러면 더이상 이 글을 못 읽으니깐 못 죽겠어요..]



그저 버티기 위해 썼던 내 속마음들.

그 속마음들을 잘 아는 사람이

내 눈앞에 있다는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참 감사드려요."



그는 슬픈 표정으로 웃어주었다.



"잘 버텨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처음이었다.

내가 글에 빠진 것 부터 시작으로.

속마음을 밝힌 것

그리고 버텨주어 고맙다는 것까지.



이 사람이 처음이었다.



뚝..뚝..



움켜쥐고있던 바지로 떨어진 눈물 두 방울.

아랫입술을 꽉 깨물곤 울음을 참고있었다.



그러던 중 그가 내 오른손을 들더니

자신의 두 손으로 포개었다.



"앞으론 '멸살법'으론 위로드리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힘들땐.."



"저한테 연락하세요."



나에게 손길을 내밀어준 사람.



"....감사합니다..정말.."



점점 눈물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눈앞이 흐릿했다.



"수영 씨."



내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

차분하면서도 따듯했다.



그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눈앞을 가려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 편히 우세요."



"눈물은 그럴때 흘리라고 있는겁니다."



"흐윽...!"



왼손으로 눈을 가렸다.

아랫입술을 더욱 강하게 깨물자 비릿한 맛이 났다.



그러자 그가 포개어져있던 한 손을 떼고선 내 입술에 가져다 댔다.



"아프게 왜 깨무세요.."



그가 냅킨을 꺼내 내 입술을 닦아주었다.

그리고선 다시 한장을 꺼내곤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5분을 울었을까.



진정이 된 나는 코를 팽-! 하고 풀었다.



"진정되셨어요?"



그는 내 앞에서 계속 나를 달래주고 있었다.



"..덕분에 진정됬어요..감사해요."



그러자 그가 휴대폰을 건넸다.



"나중에 또 힘드실때 연락 주세요."



나는 그의 휴대폰에 내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그는 휴대폰을 조금 보더니 작게 웃음을 보였다.



띠리리링!



그 순간 전화가 왔다.



[송 팀장님]



왜지? 오늘은 휴일인데?



"여보세요?"



-"수영 씨! 옆에 그 남자 누구야?"



나는 급하게 옆을 보았다.

근처에서 친구들과 함께 내쪽을 보고있는 송팀장이 보였다.



"아..아는 분이요."



-"어머! 잘됐네 잠깐 들어가서 대화하자!"



그러고선 멋대로 카페로 들어왔다.



"수영씨! 반가워~"



"아...예."



나에게 짧게 인사하고선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아, 예 반갑습니다."



"저희 수영씨랑 무슨 사이세요?"



윽..너무 본론인데.



"저흰..가까운 사이죠."



응?



"어머..그렇구나.."



웃으며 말하던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수영아! 우리 술 마시러 만났잖아, 얼른 가자!"



그는 내 손을 잡고선 급히 자리를 떠났다.



"칫..아쉽네.."



라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무시했다.

그녀의 의도는 잘 알고있었으니 말이다.



'송팀장'

그녀는 회사 내에서 유명했다.

회사에서도 잘생긴 사람이 있다면 꼬리를 쳤기 때문이다.



"저..죄송해요 수영 씨."



"좀 곤란해보여서.."



"아뇨 괜찮았어요! 덕분에 빠져나왔네요."



그는 아까 그 상황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나는 뒤를 돌았다.



"자..잠깐만요!"



내 손을 덥썩 잡은 그가 말했다.



"..저랑 술 한잔 하실래요?"



"..예?"



-----



얼떨결에 정말 술집으로 왔다.

시끌벅적한 술집.

여기저기서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술..잘 드세요?"



"아..조금..?"



"맥주 드세요? 소주 드세요?"



"저는 소주요"



그러자 그가 주문을 했다.



"■이슬 2병 주시고요."



"안주는... 뭘로 드실래요?"



그가 나에게 질문했다.



"어..저는..아무거나 주세요."



"그러면..그냥 모듬 안주로 주세요"



주문이 끝나고 5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안주와 술이 나왔다.



드르륵!



술잔에 채워지는 맑은 소주.



내 잔을 채운 초록색 병을 다음 비워진 술잔을 채웠다.

이윽고 2잔을 채운 병을 내려놓고 그는 잔을 들어올렸다.



"건배 한번 하시죠."



눈웃음 짓는 그가 건배를 건넸다.



"좋죠."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건배를 하고 서로가 잔을 비웠다.



그렇게 한잔..두잔



어느던 4병을 까고있었다.



드륵!



앞에있는 그는 취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이름을 못 들었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김독자 입니다."



"독자요? 신기한 이름이시네요."



"그쵸?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시답지않은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마지막 병까지 채웠을때.



"으어어어..."



필름이 끊겼다.



-----



"으음.."



그렇게 눈을 떴을땐..낮선 천장이었다.

흔하디 흔한 클리셰.



전날밤 취해서 근처 모텔로 들어가 사고를 치는 클리셰.

하지만 이상하게 내 옷은 멀쩡했다.



'설마..하고나서 다시 옷을 입힌건가?'



라고 하기엔 이불이 너무 보송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옆에서 곤히 자고있는 김독자 또한

전날 먹은 검은 셔츠와 바지였다.



'휴..다행이다..어제 사고는 안 쳤던 모양이네'



"으으음..."



마침 옆에서 소리를 내던 김독자가 눈을 천천히 떴다.



"..잘 잤어? 수영아?"



'..수영아?'



"...뭐야? 기억 안나는거야?"



"예..기억이..안ㄴ..."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전날밤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독자씨."



"예 수영씨"



"저랑 사귀시면 안되요?"



"예?"



"저 독자씨 없으면 안될꺼 같아요."



"...그게 무슨.."



"저 독자씨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13년 동안..독자씨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면서."



"...저랑 사귀어주세요."



"수영씨.."



"..저도 사랑해요."」



그의 대답을 들은 나는 그 자리에서 잠들었다.

 김독자는 그저 잠든 나를 근처 모텔에서 재운거였다.



"이제 기억났어?"



"..예..근데 왜 반말을.."



"뭐야..거긴 기억 안 나나보네?"



"너 26살이라고 반말하라며~"



김독자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기억이 안나요.."



"너도 그냥 반말 해 2살 차이니깐."



"...어제 정말 바로 잠들었던..거야?"



"진짜 기억 안 나나보네.."



"응.."



"너가 고백하고 바로 잠들거 말곤..별일 없었어."



"다행이네.."



"그럼..나랑 안 사귈꺼야?"



시무룩하는 김독자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순간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아..아니 그건 아닌데.."



그 말에 김독자의 표정이 밝아지곤 나를 껴안았다.



"사랑해 수영아."



갑작스런 상황에 놀랐지만

이러는 김독자가 너무 귀여웠다.



"ㅇ...으응..나도..ㅅ..사랑해."



그의 몸에 얼굴을 푹 숙였다.



서로의 체온이 느껴지는 거리.

우리는 그 상태로 다시 잠들었다.

*****
제목 짓기 너무 애매하네..
추천 좀 해주셈..
여기 사람들 제목 잘 짓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