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약할 빠엔 죽고 말지. (3)








메타트론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메시아시여. 이런 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겁니까.’


분명히 이번 일로 인해 <에덴>은 망할 거다. 확실하게. 더없이 완벽하게 말이다.


평소에는 서기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슨 상황에서도 담담한 기색을 풍기던 그였지만, 미카엘이 저지른 일은 그에게 있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그의 천생(天生)에 있어 그 일은 무덤까지 기억이 날 것이 분명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났으니.

- 그러면 이건 하극상이다, 이 ■■끼야!!


치가 떨리는지, 메타트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답지 않게 소리를 쳤다.


[아니. 거기서 왜 미카엘은 폭력을 써서······!]


[저 부르셨어요?]


[······어?]


님이 왜 거기 계십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잘 처리하고 왔으니깐요.]


어느샌가 집무실에 들어온 미카엘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메타트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



미카엘의 설명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먼저, 하루 간 아레스와의 오랜 독대 끝에 협상은 성공 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렇게 아레스는 직접 <올림포스>로 돌아갔다는 말을 전해주긴 했는데······.


- 오, 오지 마라. 내가 혼자 갈테니.


- 그래도 함께 한 정이 있는데. 제가 마중을 안 가면 그것도 문······.


- 아, 오지 말라고!


후다다다다닥!


······아마 돌아간 게 맞을 거다. 도망간 건 아니겠지.


아무튼. 그렇게 일련의 사건이 지나간 이후, 그는 메타트론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해 그의 집무실에 와 있던 것이었다.


미카엘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휘저으며 말했다.


[······해서, 아레스는 <올림포스>에 따로 보고하지 않기로 했어요.]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보고하지 않는다고?


미카엘이 더 말하기 귀찮다는 듯, 귀를 다.


[제가 벌인 일에 대해서 알려질 일은 없을 거예요. 뭐, 아레스 그 ■끼가 약속을 어기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도대체 어떻게 한 겁니까?]


미카엘이 그 질문은 당황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냐고?


- 알았네…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하지.


- 좋아요. 봐봐. 사람이 맞으면 답을 찾는다니깐?


- ...그러면 이제 보내주는 건가?


- 보내드리긴 할 건데... ‘존재 맹세’는 하고 가셔야죠. 뒤통수 때리면 어쩌려고. 제가 특별히 기한은 3년으로 드릴게요.


음. 안된다. 참회동에서 있던 일을 서기관한테 말할 수는 없다. 말했다간 노발대발할 게 뻔한데, 굳이?


[크흠. 그런 일이 있었어요.]


씰룩거리는 미카엘의 얼굴에서는 분명 간단한 일이 아니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메타트론은 그런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더 많았지만, 일단 뒷전으로 밀어두기로 했다.


‘그래도 해결 해준게 어디야...’


[하아...]


메타트론은 죽음의 고비를 넘긴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해젔다.


[정말로 다행입니다... 하...하...]


그러고는 실성한 사람처럼 끝없이 웃었다. 흐트러진 금발은 그가 얼마나 다른 일로도 고생하고 있는지 훤히 보여주는 듯했다.


‘그럴만도 하지.’


메타트론은 <에덴>이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두발 바삐 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카엘이 난동을 피웠으니. 그에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십년감수라는 표현이 어울릴 거다.


‘근데 아레스는 때릴 만 하지 않았나?’


하지만 우리의 미카엘은 사과를 하기는커녕, 멀뚱멀뚱 쳐다보며 혀를 찰 뿐이었다.


[쩝.]


암튼.


잡념을 떨쳐낸 미카엘 삐딱하게 앉아있던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 메타트론의 책상 가까이 붙였다.


[서기관님. 부탁이 있는데 말이죠······.]


[그 난리를 치고도 부탁이 있습니까.]


[······네?]


어라?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메타트론이 강경하게 나오자, 미카엘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껌벅. 껌벅.


똘망똘망한 눈을 껌벅이며 메타트론을 바라보고 있는 미카엘의 표정에선, ‘들어줄 때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라는 의지 분명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렇게 바라봐도 안 됩니다.]


부탁은 무슨. 미카엘은 벌을 받아야 되는 게 마땅하다. 물론 자신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여 오기는 했다만, 그건 그거고. 

자칫 잘못하여 <에덴>을 멸망으로 이끌고 갈 뻔한 그의 행동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음은 분명했으니깐 말이다.


그렇게 메타트론과 미카엘이 계속하여 대치하고 있을 때, 미카엘이 먼저 그의 생각을 읽었다는 것처럼 피식 웃었다.


[제가 어떤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할지 고민하고 계신 거죠? 에이. 아무리 그래도 염치가 있는데, 에덴의 기둥을 뽑을만한 부탁을 하지는 않죠.]


그치.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것보다는 미카엘이 저지른 일이 너무 큰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뭐, 책임을 묻겠다고요?]


미카엘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너머에 있는 메타트론에게 다가다.


[제가!]


[······.]


[그 모든 일을 수습했는데도?]


[그, 그것과는 다른 문제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죠! 잘한 건 잘한 거고! 못한 건 못······. 이게 아닌가?]


또 미카엘이 날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메타트론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물론 날뛰는 미카엘 쯤이야, 서기관의 권능으로 제압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였다. 하지만 그 권 또한 설화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


만약 그가 미카엘에게 그 힘을 사용하게 된다면, 후폭풍으로 인해 메타트론의 집무실은 깔끔하게 사라지고, 그의 집무실은 ‘였던 것’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시 고칠 코인도 없는데!’


더군다나 기본적인 성운의 유지보수조차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에덴>의 경제 상황은 바닥을 찍고 있다. 그래도 명색이 <에덴>인데, 집무실 하나 고치는데 그깟 돈이 뭐가 아깝냐고?


그 돈이면 성운이 하루를 더 버틸 수 있다. 무려 하루를 더.


[쯧. 알았어요.]


하지만 의외로 미카엘은 얌전히 자리로 돌아갔다.


[가능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포기하진 않은 겁니까.]


[책임은 피할 수록 좋은 거니깐요. 근데 안된다면 어쩔 수 없죠.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는 수밖에.]


미카엘.


부탁하는 데 조건이 있으면, 그건 부탁이 아니라 협상입니다. 협상.


그때, 미카엘이 세 손가락을 피면서 말했다.


[딱 3년. 3년만 유배 갔다 올게요.]


[유배 말입니까?]


[진짜 유배 말고요. 명목상의 유배 말이에요.]


[······그게 뭡니까.]


메타트론에 되물음에 미카엘이 머리를 긁적이며 덧붙였다.


[서기관님도 곤란하실 거 아니에요. 딱히 처벌을 하자니 그건 좀 그런 거 같고, 또 내버려 두자니 그것도 문제가 생길 거 같고. 그러니깐 3년 동안만 조용히 숨어 지낼게요.]


[······.]


[뭐, 에덴에도 참회동이 있긴 한데... 거기에서도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고 난리 치실 게 뻔하잖아요.]


[크, 크흠!]


저기요?


기침은 왜 하시는데요? 진짜로 그러시려고 했어요?


미카엘이 의심스러워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자, 메타트론이 급하게 말을 돌렸다.


[에덴에서 유배를 보낼 장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에덴에서 그럴 뿐만이 아니라, 더군다나 다른 성운들에서도요.]


[굳이 가둬둘 필요가 있어요? 어차피 그걸 확인할 사람들도 없을 텐데.]


[······.]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의 <에덴>은 미카엘을 잡아둘 그릇이 못 된다. 저 서기관조차 미카엘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만약 그런 이가 참회동 안에서 난리라도 친다면? 그날부터 <에덴>은 미카엘과 함께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잡아둘 필요가 없다면 말이 달라지지.’


위와 같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있지만, 정확히는 미카엘의 ‘명목상 유배’가 결정된다면 그의 일시적인 직위 해제와 함께 추방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더 이상 메타트론이 간섭할 수 없게 되지만, 그 말은 곧,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에덴>이 발뺌 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진다는 뜻이었다.


[나쁘지 않은 제안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아레스 폭행 사건’ 이후, <올림포스>으로부터의 이목을 줄이기 위해서,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 미카엘을 억제할 수 있는 이 제안은 메타트론의 입장에서도 손해볼 것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에덴>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사기를 친다는 점에서 조금 마음이 걸리긴 했지만······.


‘에덴을 위해서라면, 이것 또한 선(善)일지니.’


고개를 끄덕인 메타트론이 미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 혼자서는 안 됩니다.]


[네? 유배 가는 건데요?]


[말만 유배지. 결국에는 외박이랑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정곡을 찔린 미카엘이 인상을 찌푸리며 메타트론을 바라보았다.


[칫. 그러면 우리엘이라도 데려갈까요?]


[우리엘은 안 됩니다. 다른 대천사들도 포함해서요. 대천사의 자리가 두 개 이상이 비게 된다면, 다른 성운들도 눈치를 챌겁니다.]


거참, 까다롭게도 하시네.


[그 따져보면, 3년 동안이나 저를 따라다니는 애가 불쌍한데요? 걔는 잘못한 것도 없을 텐데. 그냥 혼자 다녀오면 안 되는 거에요?]


메타트론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저를 대신해서 미카엘의 상황을 살펴봐줄 수 있는 천사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미카엘이 저지를... 아니, 관여된 일에 대해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안 좋은 일에 말려든다면 그것을 중재할 이가 필요하니깐요.]


메타트론이 미카엘의 제안을 승낙한 것은 이 일이 선(善)을 위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선이 오히려 오히려 악(惡)이 되어버리면 안되니, 최악의 상황이라도 막고자 하는 그의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동행자 마저 제가 정할 수는 없으니, 직접 미카엘과 함께하길 원하는 천사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그런 이가 대천사가 되어 미카엘의 뒤를 이을 수도 있으니깐요.]


이 말은 미카엘이 직접 후계자를 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미카엘은 그 뜻을 이해하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하지만, 현재 <에덴>의 상황을 봐서는 대천사들이 격의 소실로 인해 소멸할 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도 있었으니까. 메타트론의 입장에선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그들의 후계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상황이 안 좋을 뿐이지, 나도 엄연히 대천사이긴 하니깐.’


물론 하필이면 내가 ‘명목적 유배’를 가는 상황에서 후계자를 고르라는 것은 좀 이상하긴 했는데······ 뭐, 어쩔 수 있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그것보다······.


[서기관님. 근데 진짜, 정말로.]


미카엘은 잠시 말을 멈췄다.


[뭘 말이십니까?]


[저랑 비슷한 애가 에덴의 뒤를 잇기를 바라세요?]


[······.]


미카엘의 표정에서는 진심 어린 걱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미카엘의 표정에서.


[진짜로?]


[크흠.]


메타트론은 헛기침을 하며 어제 우리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아니, 서기관님. 미카엘이 이상해졌다니깐요! 저한테 사과했어요. 사과를!


‘······그 말이 진짜였나 봅니다, 우리엘.’


아무리 그래도, 데려오는 천사가 저 미카엘 같은 애는 아니겠지.


······아니겠지?






*



[미카에에에엘!]


참회동 안. 원망으로 가득 찬 우리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옷 그저께 수선한 건데······.”


한편 우리엘의 곁에 있던 하급 천사는 자신이 입고 있던, 더러워진 <에덴>의 정복을 바라보며 시무룩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녀도 우리엘의 목소리에 한걸음에 달려온 것밖에 없었지만, 그 잘못된 판단 하나로 인해 미카엘에게 내던져지고, 거진 몇 시간 동안이나 그가 어지럽힌 참회동을 청소하고 있었으니 마음이 참 착잡하기도 했다.


“하아······.”


다른 동료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면 비웃었을 것이 분명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들의 기숙사에서 자랑스럽게 그 말을 외쳤으니깐 말이다.


- 나는 강해져서 대천사가 될 거야! 악마들을 일 검에 도려내고! 그런 거 있잖아!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짓을...’


어젯 일을 떠올리니, 얼굴이 붉어지는 그녀였지만, 곁에 우리엘이라도 함께 있어 주니 조금이나마 마음은 편했다.


[이게······ 벽돌이 여기가 맞나…?]


파사삭!


[어. 아니었나 보네.]


우리엘의 손에서 바스러진 벽돌을 바라보며, 그녀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편할 거다······ 편해야지...


쾅!


그때, 누군가 참회동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아으! 뭐 이리 애들이 깡이 없어! 여기가 사회였으면 바로 ‘아이고, 영광입니다.’하면서 받아들였을 애들이······. 에잉, 쯧!]


그 목소리를 들은 우리엘이 눈을 반짝이며 잽싸게 달려 나갔다.


[야아! 미카에엘!]


[이게 윗물이 이러니깐 아랫물······. 히익!]


쿠당탕!


[아악!]


[넌 이딴걸 우리한테 맡기고 놀러 가냐?!]


미카엘을 올라탄 우리엘이 그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난동을 피웠다.


[놀러 가긴 뭘 놀러 가! 애들 좀 찾아보······. 아악!]


쿠당탕! 파악!


“······.”


아무리 봐도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느낀 하급 천사는, 우리엘을 말리려고 다가가며 말했다.


“우리엘님. 그러시다가 건물 하나 날아가요.”


[아, 그런가?]


우리엘이 재빠르게 미카엘에게서 내려왔다. 참 저런 순진한 면은 좋은데······.


‘너무 순진하셔서 문제라니까.’


[아으, 머리를 그렇게 쥐어뜯는 애는 처음 본······. 에? 너 누구냐?]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구시렁거리던 미카엘이 하급 천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까 전만 해도 없던 애 같은데… 우리엘, 얘 누군지 알아?]


그녀는 우리엘 대신, 미카엘의 물음에 답했다.


“전 우리엘님께서 부르셔서 왔던 하급 천사입니다! 그때는 미카엘님을 말리기도 했고요.”


[물론이지! 애가 너 하나 말리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오호. 그래?]


그 말에 미카엘은 그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대천사인 자신 앞에서도 주늑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있다니. 심지어 저 옷이 저렇게 해져질 때까지 자신을 막았다고 하니······.


‘은근 마음에 드네.’


다른 의미가 아니라, 순수하게 그녀의 자신감과 용기에 감탄하였다. 누구라도 그 난장판을 수습하려고 자신의 몸을 던지려 하진 않을 테니깐.


[너, 이름이 뭐야?]


“네, 네? 아! 저는 아직 이름이 없어요… 하급 천사들은 승격 전까지 이름을 받지 못해서······.”


시무룩해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카엘은 순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엘 같은 녀석이네.’


우리엘이 하급 천사였다면 딱 저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괜찮아요! 언젠가는 저도 이름을 받을 수 있게 되겠죠!”


금세 활기를 되찾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미카엘에게 그녀는 물어보았다.


“근데, 아까 전에 ‘사회였으면 어쩌구~’ 하셨던 건 무슨 말이세요?”


[아, 그거? 뭐. 대충 그런 게 있어. 대충 누굴 데리고 오라는 그런 거였는······. 아니, 생각해보니깐 빡치네? 그 망할 올림포스 놈 하나 때렸다고 무슨······!]


옆에 있던 우리엘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쟤한테 왜 물어봤어.]


“그러게요.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한바탕 난동을 피우던 미카엘이 한숨을 쉬며 진정하고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후! 아무튼. 너는 그 많고 많은 업무 중에 참회동 경비를 맡은 거냐?]


“저 그게······.”


[너 설마 하급 천사 대표냐?]


다른 편안한 일들도 많은데도 굳이 힘들고 어려운 참회동 경비 같은 걸 맡았다는 것은 특별한 부탁이 있었거나, 아니라면 다른 이들에게 밀려서 직접 자원한 경우 밖에 없다.


응? 어떻게 아냐고?


사회 생활을 해봐라. 그러면 대부분 고된 일은 가장 서열이 낮거나 높은 이에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근데 이 녀석은 아무리 봐도 낮은 애는 아닌 거 같아.’


그저 직감이다. 직감.


‘네. 아무리 봐도 지원한 천사들이 없는 거 같길래······ 저라도 해야될 거 같아서 그랬어요.“


[음.]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미카엘이 갑작스럽게 물었던 것은 그때였다.


[야, 꼬맹아.]


“네, 네?”


[너한테 목표는 있냐? 그렇게 끌려다니다간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그 전에 과로사 할 거 같은데.]


“목표요?”


[응. 대충 꿈이나 이런 거 있잖아.]


“음······. 꿈이라...”


그녀는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더니, 이내 활기차게 답했다.


“저는 여기에 계신 분들처럼 대천사가 되고 싶어요!”


[음.]


“그, 그리고!”


눈을 질끈 감은 그녀는 미카엘을 향해 소리쳤다.


“저는 서기관이 되어서 에덴을 일으킬 거에요! 그 어느 성운들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말을 끝낸 그녀는, 순간적으로 입을 가리더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나섰나? 도를 넘은 게 아니려나?’


여기서 대천사들에게 찍히면 답도 없다. 미래도 없고.


‘바보같이 설쳐대서는!’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는 다르게, 미카엘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음… 좋아, 마음에 들었어.]


그러고는 오랜 고민에 빠진 듯 허공을 바라보던 미카엘이,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나랑 같이 다녀보지 않을래?]


“네······? 미카엘님이랑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미카엘의 눈빛에 장난기라는 것은 사라지고, 진중한 눈을 한 채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덴을 일으키고 싶다면서. 그거, 나도 마찬가지거든.]


그런 미카엘의 눈을 바라보던 그녀는 생각했다.


‘에덴을 일으킨다.’


그저,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미카엘은 오히려 그녀를 질책하기 보다는 마음에 들어하더니, 이런 제안을 내려놓은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없을 제안을 말이다.


‘과연, 이분을 따라가는 것이 맞는 일일까.’


미카엘의 명성은 <에덴>에서는 유명하다 못해 설화로 만들어지기 이전이다. 물론 그것이 악(惡)과 관련된 명성이지만.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는 그런 좋지 않은 명성과는 다르게, <에덴>을 이끌어나갈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자신을 옳은 길로 이끌어줄 그런 사람의 모습이.


[너한테 강요하진 않을 거야. 그렇다고 해서 너의 선택이 어떻게 되든 너를 나무랐다 하지 않을 거고.]


어쩌면,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잘못된 선택일지도 모르고.


그래도······.


그녀는 흔들림 없는 자세로, 똑바로 미카엘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네. 좋아요.”


어쩌면, 이것이 옳은 길이 될 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대답 들은 미카엘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였다.


[좋아! 그러면 나도 널 부를 이름은 필요하니깐, 임시로라도 만들어볼까. 불리고 싶은 이름 같은 거라도 있어?]


“네, 네? 저한테 이름이라뇨! 그건 에덴 규율에 위반되는······.”


[그딴 ■같은 규율은 집어치우고. 쯧, 서기관은 왜 그런 규율을 만들어서 말이야.]


내 말을 들은 우리엘이 소리쳤다.


[서기관이 아니라 ‘서기관님’! 그리고 그건 서기관님 이전에도 있던 거거든!]


아, 그런가?


아무튼 지금 서기관은 메타트론이잖아. 메시아가 아니라.


‘메타트론이라도 그 악습을 없앴어야지. 그런 일도 안 해서는.’


한편 미카엘이 무슨 생각을 하든지 말든지, 하급 천사는 심히 고민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카엘? 리엘? 카엘? 아니, 이건 아닌 거 같고······.”


그리고 고민을 끝냈는지, 자리에서 멈춰섰다.


“그러면······.”


그녀는 침을 삼키곤 미카엘을 향해 말했다.


“아자젤(Azazel) 어때요?”


[아...자젤?]


“네! 아자젤이요!”


그 말을 들은 미카엘은 흐뭇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얘가 아자젤이었구나.’


왠지 작중에 안 나오더라. 하급 천사에만 머물러 있었으니 ‘엑스트라 1’ 따위와 같은 걸로 치부 되는 거였겠지.


어쨌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반듯하게 자세를 취한 미카엘은 손을 뻗으며 아자젤에게 말했다.


[좋은 이름이네. 앞으로 잘 부탁해, 아자젤.]


아자젤 또한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도요, 미카엘!”


[그러면, 이제 서기관한테 가자.]


아자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기관님이요? 그분은 왜요?”


[그런 게 있어. 나만 믿고 따라와봐.]


[뭐하려고?]


우리엘의 질문에, 미카엘은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두 마디만을 던져놓고 등을 돌렸다.


[약할 빠엔 죽고 말지. 안 그래?]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는 말씀해 주셔야죠! 미카엘님? 어디 가세요!”


[······.]


‘옳은 선택일거야.’


아자젤은 말 없이 참회동의 밖으로 향하는 미카엘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그 말을 되뇌였다. 그리고는 이내 그를 따라나섰다.


“같이 가요!”


하지만 그녀는 알았을까?


옳은 선택이라고 해서, 그 선택이 편안한 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나도 그림이나 웹툰처럼 합작 해보고 싶어. 창작 합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