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음습한, 어디선가 비릿한 혈향이 풍기는 동굴.

발원지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동굴 속을 울렸다.


[사라졌다.]


그 중심에 펼쳐진 거대한 동공 속에서 커다란 돌덩어리를 둘러싸고 어두운 그림자들이 모여있었다.

벌레가 축축한 바닥을 기는 소리, 천장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들 사이로 끈적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 혹은 그 비슷한 무언가라고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형태의 생명체가 기괴한 소리를 토해냈다.


[죽었나?]


그 말을 받은 것은 커다란 돌덩이를 사이에 두고 그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자였다.


[죽지는 않았다.]


[그럼?]


[살아있나?]


[어디?]


[모른다.]


[어떻게.]


[먹어도 되나?]


[어딜!]


[내 거다, 내 거야...]


[냄새, 냄새가 나...]


그 소리를 시작으로 돌덩어리를 둘러싼 자들이 저마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로 보아 이 자리에 모여든 자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원탁과도 같은 둥근 돌덩어리를 중심으로 모여든 그림자들.

얼핏 봐서는 마치 인간들의 회의장 같은 풍경이었다.

개중에는 인간같은 형태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자들도 있었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동물과도 같은 울음을 으르렁거리는 부류도 있었다.


[조용히.]


다소 시끄러워진 동공을 조용히 시킨 것은 원탁과는 떨어진 커다란 왕좌에 앉은 자였다.


[시끄럽다.]


상석이라고 말하는 듯 원탁을 내려다보기 좋은 위치에 솟아있는 거대한 왕좌.

그 곳에 앉은 그들의 왕이 손을 흔들며 작게 속삭이자, 동굴 바닥을 기어다니던 벌레들마저 숨을 죽였다.

그의 손짓 하나와 단 두 마디의 말로 시끄럽던 자들이 모두 입을 다문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때가 왔는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갈라졌지만 환희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열망이 가득 담긴 목소리.

그토록 바라 마지 않았던 숙원.


[찾아라. 기필코 찾아서 내 앞에 가져와라.]


그가 앞으로 손을 뻗었고, 곧바로 동굴 안쪽의 인기척이 모두 사라졌다.


.


"그래서, 네가 흡혈귀라고...?"


"뭐, 그렇게 되겠지."


독자는 눈 앞에 펼쳐진 믿지 못할 상황에 조용히 한숨만을 내뱉었다.

160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체구의 여인.

갑자기 그의 친우와 함께 나타난 그녀는 자신이 사실은 흡혈귀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믿을 수 없겠지만, 그녀의 뾰족한 송곳니와 그녀의 도움으로 멀쩡해진 중혁의 동생을 생각해보면 믿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

할 일이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듯 한 불길한 예감을 감추며 독자는 애써 웃어보였다.


"그래서, 그 부탁할 일이라는 게?"


"내가 지금 유중혁 그 놈 동생 돌려놓느라 존나 약해졌거든. 그래서 힘 좀 회복할 때 까지 당분간 여기서 좀 지내겠다고."


자신을 흡혈귀의 기원이라 주장하는 자를 <컴퍼니> 본부에서 멋대로 지내게 놔둬도 되나.

게다가 '힘을 회복할 때'까지 란다.

그 흡혈귀가 힘을 회복하고 난 후에 다 때려부수겠다 날뛰면?

유중혁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상당히 강하다고 했는데.

감시역으로 '그들'중 하나라도 붙여야 하나?

평범한 흡혈귀라면 이렇게 대낮에 대화를 하고 있을 리도, 제 힘을 바쳐 중혁의 동생을 도울 리도 없겠지만, 그렇다 해서 <컴퍼니>의 수장으로서 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믿어도 되는 건가.


"근데,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그 원인을 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자니 수영이 갑자기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응? 뭐를요?"


"그 특수능력이라는거. 어떻게 확인해?"


"아, 그거.... 우선 제 방에도 있습니다만.... 근데 왜 반말해요?"


"불만이면 너도 말 놓던가."


"...능력, 이능, 특기. 다양한 방식으로 부르는 그 특수한 능력들은 사람마다 달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저마다 다르지만 어떠한 하나의 계기로 힘을 각성하게 돼."


"존나 빨리 놓네."


"네가 놓으라며?"


질린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영의 시선에 독자는 어깨를 잠깐 으쓱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어쨌든, 능력들은 당연히 사람마다 달라. 만화에서나 나오는 것 처럼 입에서 불을 내뿜기도 하고, 겉모습이 변하기도 해. 용으로 변신하는 사람도 있어."


"오..."


"능력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음, 능력을 각성하면 알 수 있어. 그냥 자기가 무슨 능력을 깨우쳤고, 어떻게 쓰는지 자연스레 깨닫게 돼."


"너는?" 


"나는.... 좀 복잡한데, 그냥 적당히 번개랑 바람을 다룰 수 있어."


"나는?"


"그건 네가 알겠지."


"모르는데."


"그럼 없는거야."


"...확인할 방법은?"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이 담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영에게, 독자는 한숨을 내쉬며 탁자 한 쪽에 장식되어 있던 유리 구슬을 가리켰다.


"여기다 손을 대면 알 수 있어."


"손?"


"마나, 기. 혹은 정, 넨, 차크라. 불리는 이름은 다르지만 사람의 몸에는, 단순히 지금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흘러. 이 마나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며, 인간 뿐 아니라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요소중 하나이기도 하지. 능력이 없는 자들도 미량이지만 기본적으로 갖고있기는 해. 능력자들은 좀 더 많을 뿐. 이 마나가 능력의..."


"복잡한 얘기는 스탑. 그래서 나도 막 불 뿜고 하고 싶은데."


"...너도 손을 대보던가."


"그럼 사양하지 않고."


수영이 가득 기대하는 눈빛으로 구슬 쪽으로 손을 뻗었다.

구슬은 수영의 손이 닿자마자 번쩍번쩍 빛이...


"이거 왜 이러냐."


나지 않았다.

마치 고장이라도 난 듯, 반짝반짝 빛나던 구슬은 어느새 시커멓게 죽어있었다.


"능력이 없다는 뜻이지."


"씨발."


"너무 상심하지 마라. 중혁이도 능력은 없는데 1급 헌터라고?"


"에휴, 내가 그럼 그렇지."


수영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한숨을 뱉으며 본 목적으로 말을 돌렸다.


"됐다, 그냥 나한테 방 하나만 주면 소설이나 쓰면서 조용히 지낼게."


"응? 소설?"


"뭐야, 못 들었어? 나 소설 쓰고 있는데."


소설? 와중에 들리던 반가운 단어는,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인물 때문에 이어가지 못헀다.


"형! 큰일이야!"


.


수영은 조용히 팔짱을 낀 채로 갑자기 난입한 소년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독자를 노려보았다.

뭐야,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차피 내 알 바는 아니기는 한데.

그럼 조용히 방 하나 얻어서 소설이나 쓰면서 보내려는 내 인생 계획은?

그들의 대화 전부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등장한 검은 머리의 소년. 그가 말하는 것을 요약해 보자면,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전국적으로 뱀파이어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대부분 하급 이하의 것들이라 다행히도 그 자리에 있던 헌터나 민간인 능력자들이 처리했다지만 중간중간 특별히도 강한 놈들, 즉 보기 힘들었던 상급이라는 녀석들도 다수 나왔단다.

덕분에 사상자가 다수, 본부에 상주하던 대부분의 헌터들이 급히 파견되었고, 그 사이엔 중혁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던 둘을 무시하며 어디 쉬고 있을 곳을 찾던 수영은, 그 사이로 들려오는 한 단어에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 끝엔 마찬가지로 굳은 표정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독자의 얼굴이 있었다.


"뭐, 잠깐 뭐라고?"


"네? 그러니까.... 다들 '왕을 찾아라'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갑자기 끼어든 수영의 말에도 소년은 당황하지 않고 물음에 답했다.


"젠장."


왕? 그들이 왕을 찾는다고? 갑자기? 하필 수영이 힘을 잃었다는 이 상황에?

다시금 수영과 눈을 맞춘 독자는, 빠르게 상황 정리를 끝내고 소년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래, 동훈아. 비번인 헌터들도 다 소집하고, 혹시 모르니 제로, 연락하고 상급 쪽으로 파견해. 상급이 셋이라 했지? 딱 맞네."


"네, 형."


"그리고 자세한 상황 지시는 일임할게. 네가 알아서 배치해 줘. 비형이랑 비유는?"


"이미 상황실에요."


"좋아, 늘 하던 대로. 할 수 있지?"


"네."


"그리고 상아 씨좀 불러 줄래? 나도 곧 상황실로 갈게."


"네!"


대답을 끝으로 동훈이라 불린 소년이 문을 열고 뛰쳐나갔고, 독자는 벽에 걸려 있던 흰 코트를 입으며 수영에게 말했다.


"한수영, 이라고 했지? 일단은 널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어. 하지만 우선 저들이 노리는 건 그쪽인 것 같으니, 우선은 우리의 말을 따라줘야겠어."


"돌발 상황 같은데 생각보다 파악이 빠르네."


"대충은 예상하던 일이었으니까. 우리 쪽엔 '예언가'도 있거든. 물론 그쪽의 일은 상정 외이긴 하지만."


"뭐, 알겠어."


독자가 코트를 걸치고 검을 들었다.

대표 이사이자 2급 헌터라 하더만, 자기도 싸울 생각인가.


"독자 씨?"


마침 문을 열고 상아가 들어왔다.


"아, 상아 씨. 아시죠? 긴급 상황입니다. 상아 씨는 여기 한수영을 지켜주세요. '감시' 도 포함입니다."


"네? 감시?"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코드, 으음... 레드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아, 네!"


그 말을 끝으로 독자는 서둘러 방을 나섰고, 졸지에 병실에서처럼 단 둘이 남게 된 수영이 멋쩍은 듯 입을 다셨다.


"그럼, 수영 씨? 우선 저를 따라와 주세요."


으엑, 뛰는 건 질색인데.

수영은 급하다 못해 뛰쳐나갈 준비가 만만인 상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뭐.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유중혁을 따라서 그 마을을 나설 때 부터 뭔가 꼬였을 수도.

수영은 거칠게 제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유상아를 따라 방을 나섰다.



-




역량은 없는데 스케일만 커진다 어쩌다 여까지 와버렸지

전투씬 어케 써야하나 심히 고민중

저가 머 소설쓰던 양반도 아니고 걍 읽기만 하던 놈이라 잘 써지는지도 모르겠고

언제든 연중하고 런할수도 잇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