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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하철을 내려 다리를 통해 달렸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것은


"하하... 씨발 늦었네."


뒤틀리며 끊어진 다리였다.


[성좌,'거짓된 종말의 연출가'가 당신의 판단에 머리를 지끈 짚습니다.]


[성좌,'달빛에 숨은 여인'이 당신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이것들은 도와주지도 않을 거 면서 왜 난리야?


'전 회차 였으면 그냥 건너는 건데....'


실제로 나는 시나리오에서 추방 되었을 때 도약 한번으로 이 다리를 건넌 적이 있었다.


이 다리를 어떻게 건너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작지만 고요한 발소리.


이 발소리의 주인은 어느새 내 뒤에 서있었다.


"아 잠만."


터억!


"크흡!"


유중혁은 나의 멱살을 쥐고 물었다.


"너 뭐야?"


점점 유중혁의 손에 힘이 실렸다. 


만약 내 말이 들린다면 제발 멱살을 잡고 묻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나는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등...등장인물 일람!'


[전용 스킬, '등장인물 일람'이 발동합니다!]

[해당 인물의 정보가 너무 많아 '요약 일람'으로 변환됩니다.]

['요약 일람'으로 인해 이름, 배후성, 특성, 나이만 일람됩니다.] 


이름 : 유중혁


나이 : 28세


특성 : 회귀자<3회차>(신화), 프로게이머 (희귀)


배후성(背後星) : ???


"켁..켁!"

"..."


툭!


나의 목을 놓은 유중혁은 다시 물었다.


"너는 어떻게 살아있지?"


나는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나는...."



*


내 대답을 들은 유중혁은 잠시동안 고민을 하는 듯이 보였다.


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발동했다.


[전용 스킬, '전지적 독자 시점' 2단계가 발동합니다.]


[이녀석은 전 회차에 없던 녀석이다.]

[죽여야 하나?]

[아니면 동료로?]


나는 서브 시나리오의 잔여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5분 남짓.


나는 한참을 고민하고 계신 회귀자 나으리한테 말했다.


"그래서 궁금증은 해결되셨나?"

"...그래."

"그러면 같이 가자고 나 하나 들고 다리 건너는 것은 일도 아닐 거 아니야?"


이런 말을 하면서 나는 왠지 유중혁의 기분을 알 것만 같았다.


나를 알고 같이 싸운 유중혁은 이곳에 없다.


이것이 회귀자의 기분인가.


나는 모두를 알지만 모두는 나를 모르는 감정.


유중혁은 그런 감정을 천 번을 넘게 겪은 것이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버텨내는 유중혁이 새삼 존경스러워 질...


"하지만 뭔가 이상해."


질 뻔했다.


[등장인물,'유중혁'이 스킬,'현자의 눈'을 발동합니다.]


현자의 눈.


유중혁이 가진 최고의 탐지 스킬.



전 회차에서는 [제 4의 벽]이 있었기에 이 현자의 눈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지금 나에겐 [제 4의 벽]이 존재하지 않았다.


꼼짝 없이 내가 회귀자인걸 들키는구나 싶었을 때.


[스킬,'현자의 ■'이 발■...]


이변이 일어났다.


마치 누군가가 검은색 물감으로 칠하고 있는 듯 스킬의 발동이 취소되었다.


"크윽!"


유중혁은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감싸 쥔 채 나를 바라보았다.


"네놈...무슨 짓을..."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아니 [제 4의 벽]도 없는데 어떻게 막은거야?'

'이런 경우는 원작에서도 없었는데?'

'스킬이 알아서 발동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되면......


[이곳에서 죽여야 한다.]


젠장.


이제 유중혁은 날 믿지 못할 것이다.


이러면 이야기가 복잡해지는데.


나는 결국 내가 가진 패를 사용하기로 했다.


"당신은 혼자서 46번 시나리오를 못 깰 꺼야, 알고 있을 텐데?"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패.


"네 녀석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설마 회귀자인가? 아니야 그러면 전 회차 에서도 만났어야 했다.]

[그렇다면 설마..?]


그것은 바로 상대방이 오해할만한 패였다.


"나는 네가 모르는 미래를 알고 있다."


나의 말을 들은 유중혁의 두 눈은 서서히 커졌다.


[말도 안돼. 설마 예언자라고?]

[예언자라면 내 현자의 눈이 발동하지 않았던 것도 설명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로 온다는 걸 알고 있었나?"

"그래."


[등장인물. '유중혁'이 '거짓 간파' 스킬을 사용합니다.]


['거짓 간파'가 당신의 말을 진실이라고 판정합니다.]


[그렇군 내 앞에 이 녀석은 예언자다.]


고개를 숙인 유중혁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녀석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만약 그저 우연이 겹쳐서 예언자라고 착각하는거라면?]


제발 고민을 하려면 멱살은 놓고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시나리오 종료까지 50초 남았습니다.]


[과도한 정신력 사용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이 해제됩니다.]


"좋아 너를 동료로 삼겠다."


유중혁은 나의 목덜미를 잡고 다리를 향해 도약했다.


고작 메인 하나 서브 하나 거쳤는데 이렇다니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다리를 건넌 유중혁은 낭떠러지를 향해 걷더니 나를 들어 올린 손을 낭떠러지를 향하게 했다.


나의 발끝에는 내가 디딜 땅이 없었고 그 자리에는 그저 바람이 불 뿐이었다.


"너가 예언자라면 너에게 일어날 미래를 알고 있겠지."


'아오 이 사이코패스가 좋게 가는 법이 없네.'


[시나리오 종료까지 20초 남았습니다.]


[성좌,'하나뿐인 멸망의 검'이 이 상황을 지켜 봅니다.]


[성좌,'구원 받은 곤충의 왕'이 이 상황을 지켜 봅니다.]


"과연 난 이 손을 놓을까?"


나는 유중혁의 질문에 결론을 내렸다.


이미 한번 들은 질문이기에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만 이 손 놓고 꺼져."


나의 대답이 끝나자 나를 지탱해주던 힘이 사라졌다.


그러자 나는 중력의 힘을 받으며 어룡의 입속으로 추락했다.


떨어지면서 바라본 햇살에 비친 유중혁의 얼굴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믿겠다, 확실히 너는 예언자 로군."


'진짜 또 겪는 것이지만 기분 더럽네.'


떨어지면서 느껴지는 한강의 수온과 그런 떨어지는 나를 향해 입을 벌리는 어룡.


텁!


어룡의 입이 닫히자 나는 따듯하고도 거대한 어둠을 느꼈다.


[시나리오 클리어에 실패하셨습니다.]


다음부턴 진도 확확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