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에필로그의 에필로그
【이것은, 단 한사람의 독자를 위한 이야기이다.
- 전지적 독자 시점 完】
고작 한 뼘 남짓한 넓이의 스마트폰 화면 안에 외로이 쓰여진, 고작 한 줄 남짓한 문구였다. 그럴 뿐이었다. 그 짧은 문구가, 화면을 따라 아래위로 움직이기를 반복하는 것이 보였다. ‘글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글은 분명 쓰여진 자리에 요지부동의 자세로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화면 위의 스크롤이었다. 스크롤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를 거듭했다. 마치 매트로놈이나, 시계 초침, 혹은 심장 박동처럼, 일정한 주기로 움직였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스크롤이 움직이는 속도가 불규칙적으로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화면이 정지했다.
화면 안에 보이는 문구는 아까와 같았다. 그 문구의 마지막 글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시 보고, 또 다시 봐도 틀림없는 완전할 완(完). 소설이 끝났다는 얘기였다. 글자를 막 떼었을 즈음부터 머리가 제법 굵어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읽고, 또 읽은 소설의 완결이었다. 완결 이후로도 몇 번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었으니, 별로 감명 깊은 일은 아니었다. 그저,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좀 필요했을 뿐이었다. 멈춰 있는 글을 정말로 움직일 수 있게 될 때 까지 말이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체중이 발바닥에 가해지는 그 느낌이 제법 낯설었지만 문제가 될일은 없었다. 손등에 꽂혀있는 링거 바늘을 빼고, 비틀거리며 병실을 나왔다. 컨디션 체크를 하는 시간이 되기 전에 돌아온다면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갔을 때, 침대는 텅 비어 있을 것이다.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문은 굳게 잠겨 있었지만, 그것 역시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옥상 가장자리를 향해 비척비척 걸어가 난간에 몸을 기대었다. 주머니를 뒤져 스마트폰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소설의 끝을 보고 싶었다. 불이 들어오며, 스마트폰의 화면 속에 한 문구가 나타났다.
[이것은,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한 이야기이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먹으로 새카맣게 칠을 한 듯한 밤하늘에, 단 한사람의 독자(獨子)들이 쓸쓸히 빛나고 있었다. 그많던 빛들이, 이윽고 하나 둘씩 꺼지고 있었다. 독자들이 전부 사라진, 캄캄한 밤하늘의 정경을 잠시 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아주 익숙한, 덜컹거리는 어느 지하철의 천장이었다.
--------------------------------------------------------------------------------------------------------------------------------------------------------
가장 오래된 꿈의 파편들이 모두 모여 되돌아온, ‘진짜 김독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