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콰과광 펑 퍼벙
아침부터 집 안에서 울려퍼지는 불길한 소리.
나는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 계단을 급하게 내려왔다.
반토막이 난 테이블과 티비, 잔뜩 찌그러져 있는 냉장고. 이것들을 배경으로 황충 무리에 올라타 도망을 다니는 이길영과 양손에 검을 쥔 채로 그 뒤를 쫓는 이지혜가 있었다.
"야, 이길영!"
"아 미안하다고오!"
"미안하면 거기 서든가!"
"잡히면 나 죽일거잖아!"
이길영은 나를 발견하고는 살려달라며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형아! 나 좀 살려줘요!"
"지혜야.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그만하면 안될까?"
"아저씨는 비켜!"
나에게 비키라고 소리치며, 이지혜는 내 뒤에 몸을 숨긴 이길영을 보며 어떤 기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 사식
사검참허
언젠가 척준경이 '형용할 수 없는 아득함'을 상대할 때 발동했던 기술이었다.
"어, 어? 야 잠시만!"
"아저씨는 비키라고!"
- 쾅 콰과과광 콰광
몸을 옆으로 던져 가까스로 피한 나는 방금 내가 서있었던 자리를 돌아보았다.
더 이상 오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계단과 그 뒤로 큼지막하게 뚫린 구멍......
"하......"
"이지혜! 이길영!"
내가 한숨을 쉬는 것과 동시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 한수영 또한 이 소란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잠에서 깬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어? 언니?"
"누나! 나 좀 살려줘요."
한수영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세게 쥐여박았다.
"아 아파!"
"난 왜애!"
"둘 다 닥쳐라. 지금 집안 꼴이 안보여?"
그녀는 손으로 방금전까지 내가 서있었던 곳을 가리켰다.
"둘 다 지금 뭘 잘못했는지 알지?"
"아니, 쟤가 노트북에 있던 내 과제를 지웠다고오!"
"실수였다고! 미안하다고 내가 몇번을 말하냐?"
"너 일로와. 진짜 죽을래?"
"형아!"
"둘 다 시끄러!"
"아,아! 내 귀이!"
우리 일행들 중 최단신인 한수영은 뒤꿈치를 든 채로 이지혜와 이길영의 귀를 잡아당기며 혼을 내고 있었다. 나는 엎어져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둘 다 방 안에 들어가 있어."
"근데 아저-
"쓰읍!"
"아니 계단이 부서져서 못올라간다고."
"......하, 그럼 얘 방이랑 상아 씨 방에 각각 들어가 있어."
"네......"
이지혜와 이길영은 방으로 들어갔고, 한수영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여기 고칠 수 있을까?"
"글쎄.....?"
"시발. 이번엔 누구한테 신세를 져야하냐."
"설화 씨한테 전화해볼까?"
"내가 지금 전화해볼-"
"저 언니? 아저씨?"
끊겨버린 계단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 신유승은 자다 지금 일어났는지 상황 파악이 전혀 안되어있는 얼굴이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러게나 말이다."
*
"여보세요? 아, 네 수영 씨. 아 그런 일이...... 네네 지금 오셔도 괜찮아요."
"이설화?"
"중혁 씨, 일어났어요?
"무슨 일인가."
"수영 씨가 집이 망가져서 저희 집에서 잠시 같이 살아도 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설마 또 이지혜인가?"
"네. 또 지혜요."
*
"설화 씨. 저희 왔어요."
-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며 알아서 열리는 문. 대문을 지나 한참을 걷자 반대편에서 손을 흔드는 이설화와 벽에 기댄 채 우리를 노려보는 유중혁이 보였다.
"또 돌아오게 됐네요...... 하하"
"저흰 괜찮으니까 어서 들어오세요."
"항상 쓰던 방 쓰면 되는거죠?"
"네네. 이미 다 정리해놨으니까 들으가셔서 짐 푸시면 될거에요."
이지혜가 집을 망가뜨리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었기에 우리는 방 안내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방으로 발을 옮겼다.
내게 배정된 곳은 침대는 없지만 충분히 넓은 방이었다.
- 똑똑
"예, 들어오세요."
삐걱거리며 열리는 문. 그 사이로 유중혁이 날 보며 물었다.
"이게 도대체 몇번째인지 아나?"
"나도 그만 좀 오고 싶다."
"이번에도 이지혜가 주동자라 했었지."
"응, 또 지혜야."
"......"
유중혁은 뒤돌아서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보나마나 이지혜 방이겠지.
"이지혜."
"사, 사부, 말로 해. 말로"
쾅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 문 틈새 사이로 비치는 파천강기 특유의 파란빛.
나는 내 방문을 닫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여기도 얼마 못가겠네."
(김독자, 한수영, 유상아, 이지혜, 신유승, 이길영)
(유중혁, 이설화, 유미아)
(정희원)
(이현성)
(한명오, 한아름)
(공필두)
(장하영, 성좌들)
()안이 같이 사는 사람들
유중혁은 존내 큰 주택
김독자는 이지혜 땜에 집을 자주 옮기느라 비교적 작은 주택
정희원, 이현성은 집은 두 갠데 사실상 한 집에서 같이 동거 (둘 다 아파트)
한명오도 아파트
공필두도 아파트
장하영은 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