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독자는 자고 있다.
낡고 단단한 침대지만 바닥보다야 편하기 때문에 자기엔 좋았다.
조금씩 잠에 빠져들어갔다.
깊게 들어갈만했다.
온도도 따뜻했고, 거기에 배고프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편했기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빌어먹을 스마트폰이 그녀를 깨웠다.
그녀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스마트폰을 집었다.
연결버튼을 누르고 귓가에 가져다 댄 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독자 맞지?"
꽤나 나이있는 목소리다.
잊고싶어도 잊지 못할 목소리.
이모였다. 김독자가 감정을 숨기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네, 이모. 무슨 일이세요?"
"얘, 너희 엄마 출소일이잖니. 내일 시간 되지?"
내일은 안 된다.
내일은 유중혁과 만화카페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김독자는 이 여자에게 거절하지 못한다.
그녀가 다시 억지로 웃은 후 말했다.
"몇시까지 가면 될까요?"
"한 11시쯤에 오렴!"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기분나빴지만 묵묵히 웃고 있었다.
"그럼, 내일 보자."
그리고 뚝 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그녀는 화가 났다.
그 비웃는 듯한 말투는 정말 역겹다.
그 역겨움은 그녀가 스마트폰을 던지려하는 수준까지 만들었다.
그녀가 스마트폰을 꽉 쥐고 손을 들었다.
이제 던지기만 하면 됐지만 던지기 직전 남은 약정이 생각나 실패했다.
김독자는 그대로 다시 누웠다,
어지러웠다.
어머니를 욕하고 싶었다.
하지만 본인을 살려주신 분이다.
아버지를 욕하고 싶었다.
죽은 사람을 탓해서 어쩌려는걸까.
결국 남은건 자기혐오였다.
태어났기 때문에 어머니도 살인자가 된게 아닐까.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버지도 살았지 않았을까.
그런 혐오감을 해치며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그녀가 손을 올려 화면을 보았다.
유중혁에게서 온 카톡 알림이였다.
이런 감정으로 그를 대한다면 좋지 않을거란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녀는 홀린듯 그 카톡을 보았다.
'뭐하고 있지?'
시비인가 싶을 문자였지만 그다운 문자였다.
혐오감이 씻겨져 내려갔다.
그녀가 웃으며 화면을 두드렸다.
'자려다가 꺴는데'
그러자 유중혁이 다급하게 답했다.
'미안하다'
김독자가 킥킥대며 웃었다.
'미안하면 내일 나랑 어디좀 가자'
'만화카페가 아니고?'
*
"어머, 옆에 그 애는 누구니?"
김독자가 고개를 푹 숙인 유중혁을 힐끔 보고 말했다.
"남자친구요."
"멋진 아이구나."
이모가 유중혁을 힐끔 보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가자."
우리는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이모가 앞에 탄건 둘에 대한 배려인 것 같아 그 둘도 호응했다.
"중혁아, 뭐해?"
당황한 듯 한 그였지만 이내 능숙하게 받았다.
"난 네 생각만 하고 있어."
오히려 당황한건 그녀 쪽이였다.
그러자 이모가 헛기침으로 눈치를 줬고 둘은 다행히 조용히 갈 수 있었다.
*
"수경아, 우리 왔다."
"언니, 그리고 독자야."
이수경이 그녀와 이모를 눈으로 바라보았다가 옆에 있던 유중혁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는?"
"유중혁이라고 합니다, 어머님."
이모가 재빨리 이수경 옆으로 가 속삭였다.
"그렇구나, 우리 독자 잘 부탁해."
"예."
그리고 두부를 사러갔다.
따뜻하고 네모난 두부는 밍밍했지만 이수경은 잘만 먹었다.
*
"수경아, 그래서 어디로 갈거야?"
이수경이 김독자와 이모를 번갈아보고 말했다.
"독자야, 혼자 잘 살 수 있겠니?"
그러자 김독자가 우는건지 웃는건지 모를 표정으로 이수경을 안으며 말했다.
"같이 가요."
그러자 이수경이 그런 그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가 미안했어, 그래, 같이 가자."
그런 모습을 유중혁은 묵묵히 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퀄이 낮아져버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