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끌려가 자동문 앞에 섰다. 그러자 자동문이 환영하듯 위잉거리며 길을 열었다. 그러자 향긋하고 맡기 좋은 잉크와 종이가 섞인 향이 났다. 우리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가 할걸 했다. 나는 김독자가 뭘 하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어느 새 한신영와 밟았던 루트를 밟고 있었다. 1년정도 밖에 됐는데도 많은게 바뀌어 있었다.
이젠 만화책 칸이 된  전 외국소설 칸도 보고, 목록이 갈아엎어진 국내소설 칸도 보았다. 이젠 사라진 벤치의 자리도 보았고, 서로의 이름을 검색해보던 검색대도 만져보았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건 없는 검색대였다. 아직도 사용되는지 손떼묻은 느낌이 났다.
나는 그리운  향수에 젖어 검색에 한신영이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인기 웹소설가 답게 10권 남짓하는 단행본들이 나왔다. 다 품절로 표시 됐지만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품절이 아닌걸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프린트 버튼을 눌렀고 우웅거리며 책의 위치가 표시 된 영수증이 뽑혔다. 그걸 들고 책을 찾아다녔다. 워낙 넓어서 그런지 찾는 것도 일이였다.
10분정도 찾아 헤맸더니 겨우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무도 사지 않아서 그런지 높은 곳에 있었다. 내가 키가 작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확실히 높은게 맞을 것이다.
손이 닿지 않았기에 주변에 있던 사다리를 펼쳐 밟고 올라갔다. 휘청거리고 무서웠지만 책만 보였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이 손에 닿자마자 그대로 사다리가 넘어졌다. 뒤로 넘어가자 나는 중심을 잃고 방향 그대로 추락했다. 그럴 때 조차 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지독한 여자 같다. 아플게 분명하기에 눈을 질끔 감았지만 고통은 없었다. 오히려 몸을 감싸는 가볍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천천히 눈을 뜨자 오늘 아침부터 본 얼굴이 보였다.

"위험하게시리 사다리는 왜 올라가? 이 사다리 균형도 제대로 안 맞구만."

그가 안고 있단걸 안 나는 발버둥을 쳐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나를 안전하게 세운 김독자가 본인이 이미 결제한 책으로 대충 균형을 맞추고 사다리를 올랐다. 그리고는 다 올라가 내게 물었다.

"책 뭐야?"

주변 시선을 신경쓰는 나와 다르게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은 그였다. 나는 부끄러운걸 눌러가며 말했다.

"···거기, 한신영 작가꺼."

김독자가 책들을 눈으로 훑고는 책 한권을 뽑아 던졌다. 몸치인 나도 받을정도로 완벽한 패스였다. 그리고는 타닥거리며 사다리에서 내렸다.
그리고 본인 책을 들고 나를 잡은 후 달렸다. 그리고는 계산대로 간 후 자그맣게 말했다.

"너무 부끄러운데."

그럼 왜 그런 짓을 한거야.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누르면서 책을 바라보았다.
'그녀'라는 소설이였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다. 주인공은 어느 날 모임에서 한 여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는 정말 따분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사랑했다. 이건 그와 나의 계획표였기도 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 이름에 나와 그의 이름을 대입하면 우리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난 동시에 이젠 이 책을 증오했다. 이 책대로 했다가 그가 죽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책을 위해서가 아니라 작가를 위해서다.
계산대 위에 책을 올려두자 직원에게 혼나버렸다.

*

김독자와의 시간도 다 지나가고 집에 도착했다. 역시 소음하나 없는 싸늘한 집이였다. 방으로 들어가 방 문을 잠그고 사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람의 인생은 노래와 같다. 어느 사람은 힙합같은 신나는 인생을, 어느 사람은 클래식처럼 독보적인 인생을, 어느사람은 가요같은, 트로트같은 인생을 산다. 이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은 노래인 내 인생의 노래를 시작하게 만든 그녀와의 이야기다.'

눈이 빠지도록 읽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작가의 말까지 정독했다. 마침표 하나, 쉼표 하나, 따옴표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을 읽자 눈물이 똑똑 떨어져버렸다.

'연인을 사랑할 수 있는건, 사랑하는 이와 있을 수 있는건 축복 받은 일 입니다.'

나는 한참을 울었다. 빈 집이였기에 목이 나가도록 울어댔다. 그래도 책을 덮을 생각은 한건지 젖진 않았다. 한참을 울었더니 온 몸의 진이 축 빠졌다. 그리고 나는 자살날짜를 적은 달력 부분을 통째로 한장을 뜯어 자살하려고 새로 샀던 커터칼을 감싸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너무 내 기분따라 써버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