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이젠 밤에도 잘 수 있다. 꿈도 꾸지 않는다. 악몽을 꾸지 않은걸 다행이라 생각해야할지, 한신영을 더이상 볼 수 없단걸 슬프게 생각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책상에 놓여진 한신영과의 사진을 한참 보다가 나도 모르게 달력이 있던 자리를 보았다. 그리고는 커터칼과 함께 생을 마감했단걸 기억해내고는 잠겨있던 문 앞으로 걸어나갔다. 문을 열자 역시 조용했다. 그럼에도 이 정적이 기분 좋았다. 씻으려 화장실로 가 거울을 보니 어제 눈 마사지를 한게 효과가 있었는지 붓기가 빠져있었다.
"아아."
목소리도 살짝 긁는소리가 섞였을 뿐 상태가 나쁘진 않았다.
짜증나기만 했던 교복단추도 웬일로 정갈히 잘 끼워졌다. 어쩐지 몸이 가볍다. 뛰어도 될 정도로 몸이 가벼웠지만 그럴 수 있을 정도로 근육이 발달되지 못했다. 그 사실을 씁쓸하게 곱씹으며 학교에 도착하자 저번주와 똑같이 반에는 김독자만 있었다.
"일찍 왔네."
뭐라 해야할까.
정말로 기분이 이상했다. 얼굴 근육이 응집되어 꼬여진 기분이 이런 기분일 것이다. 나는 뒤늦게 웃으며 답했다.
"응."
그 기분 그대로 걸어서 내 자리에 앉았다. 푹 자서 그런지 졸리진 않았다. 하지만 습관적이라고 해야할지 나도 모르게 엎드리고 있었다.
"오늘도 자게?"
"응."
김독자가 그때처럼 내 옆에 털썩 앉고는 턱을 괴고 말했다.
"밤에 좀 자."
"응."
단답만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뭐라 할 말이 없었으나 씹기엔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귀찮은가? 아니다. 그럼 길게 말해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가? 그건 또 아니다. 그렇기에 짧게 짧게, 격식도 없이 의미만 전달하는 아주 효율적인 어법을 채용한다.
하지만 그런 어법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김독자가 본인의 뒷목을 손으로 대충 슥 쓰다듬더니 말을 꺼냈다.
"이번주 토요일에도 시간 돼?"
나는 옛날 습관을 미처 억누르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스케줄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텅텅 빈 스케줄을 씁쓸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점심 먹고 나서는."
"그럼 만나서 먹자."
정말 낯선 모습이다. 사람에게 담을 쌓고 지낸 내게 뭔들 안 낯설겠냐만은.
나는 기껏 들었던 고개를 다시 팔에 쳐박으며 작게나마 말했다.
"그래."
대인기피증 때문일까, 아니면 그와 한신영이 겹쳐보여서 그런걸까. 그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커녕 답하는 것 조차 힘들다.
세번정도 끊고 엎고했더니 매끄럽지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