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영혼이 손상 됐어요."


이설화의 그 떨리는 말 한마디에 일행들의 세상은 무너지고 말았다.


그들이 그토록 살리고 싶었던 사람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그저 영혼이 없는 상태로 변해 버렸다.


그 사실은 너무나 잔인했으나, 일행들은 그 상황을 받아 들여야만 했다.


그들의 구원은 실패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의 에필로그였다.


*


원래의 1864회차의 세계선은 점차 복구되어갔다.


마치 시나리오가 무엇이냐는 듯이.


일행들이 겪은 지옥은 한 역사로써 지워져갔다.


별 한 점없는 밤.


한 여자가 공단 주변에 있는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치 세상이 끝난 거처럼.


"씨발...씨발..."


한수영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자신을, 일행들을 버린 김독자를 향한 분노였다.


그는 왜 그런 짓을 했는가. 그는 대체 왜 마지막 까지 구원을 하는 걸까.


그와 같이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확인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최후의 벽을 넘었더라면, 그가 그 지하철에 남아 있다는 걸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그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탁!


어느새 한잔을 또 다시 비운 한수영은 또 다른 맥주 캔을 따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한수영의 손을 잡았다.


그 누군가는 한수영이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었다.


"뭐야...유중혁이냐?"

"...지금 뭐 하는 거냐."

"보면 몰라? 술 처마시고 있잖아."

"정신 차려라."

"지금 정신 차리게 생겼어!?"


한수영은 유중혁에게 소리쳤다.


"김독자가 죽었어, 그 김독자가!"

"..."


그녀의 외침에 유중혁은 잠시 고민하더니 한수영의 앞자리에 앉았다.


"....지금 뭐하냐?"

"같이 이야기나 하지."

"내가 왜 너 같은 놈이랑 얘기를 해?"

"너와 나 사이에 위로를 하는 것 보다는 나을 거 같더군."


그의 어이없는 모습에 한수영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래 뭔 얘기를 처 할라고?"


유중혁은 그의 두눈으로 한수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가 그 '멸살법'이라는 소설을 썼다고 들었다."

"그래 내가 썼지, 정확하게 말하면 분신인 내가."

"그럼 내가 겪은 회차들을 알고 있겠군."

"그래..대충은. 대체 뭘 말하고 싶은데?"

"그럼 내가 겪은 1864회차 동안 얼마나 많은 동료가 죽었을 거 같나?"


유중혁의 물음에 한수영은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글을 썼어도 그가 겪은 고통은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런 많은 수의 회귀를 겪어 본 적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이지혜가 죽었다."


유중혁의 말투는 덤덤했으나 그 안의 담긴 감정 만큼은 아니었다.


"그 후 이현성이 죽고, 이설화가 죽었다. 처음에는 절망했다. 그들을 구하고 싶었고, 다시 한번 세계선을 뛰어넘어 그들을 동료로 영입했다."

"...."


한수영은 그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배신을 당했고, 죽임을 당했다."


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슬펐고 너무나 아팠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주변은 마치 조용했다. 세상에 둘 만 존재하는 거처럼 너무나 조용했다.


"....여기까지가 나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는 끝났다.


3149편의 이야기에 쓰이지 않은 그의 감정이 들어간 이야기가.


"아무리 슬프고 아파해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못한다. 그것은 당연한 거니까."

"하지만 기억해라. 그러면 적어도 죽은 사람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삶을 산 한 남자의 조언이었다. 


그의 조언과 이야기를 들은 한수영은 입을 열었다.


"..김독자... 다른 곳에선 아프지 않겠지?"

"아플지도 모르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하는 것 뿐이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유중혁의 말에 한수영은 말했다.


"..야 유중혁."

"또 왜 그러지?"

"..고..고.. 아 씨 못해 먹겠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군."

"야..근데.. 왜 난.. 너가 2명으로...보.."


털썩.


"..한수영?"


주변을 둘러보던 유중혁은 알아차렸다, 지금 둘 이서 맥주 9캔을 마셨다는 사실을.


원래 술에 강한 유중혁은 상관 없었지만 이 작가는 유중혁이 오기전에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하아...."


이 빌어먹을 작가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유중혁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기 : 중수력이 부족하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