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작 했다!"
밍기적대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러자 밝은 빛이 눈을 괴롭게 했다. 나는 눈가를 만지며 말했다.
"무슨 과목?"
"국어."
쫙 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대충 몸에 힘을 줘가며 몸을 풀었다. 선생이 내가 일어난걸 봤는지 반갑게 말했다.
"수영이 오늘도 안 자?"
나는 반쯤 후회하며 답했다.
"네."
책상속을 뒤져 처음 꺼내보는 국어책을 들었다.
미끈거리지만 살짝 끈적이는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페이지 53페이지 펴라."
페이지를 펴자 꽤나 오랜만에 보는 시가 보였다.
한신영이 좋아했던, 하지만 난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시였다.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은 한창 사랑을 했던 내게 좋은 인상은 커녕 나쁜 인상만 심어주었다. 지금은 아예 거들떠도 안 보는 문학 리스트에 올려뒀지만.
"자, 어디보자. 오늘이 며칠일까?"
국어선생이 책을 쥐고 뚜벅뚜벅 걸었다. 그리고 달력을 슬쩍 보고 말했다.
"5일! 5번 읽어."
김독자가 책을 쥐고 일어나 읽기 시작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
싫어했던 시임에도 그의 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덕인지 좋게 들렸다. 한신영이 생각나 다시 눈 시울이 붉어지려 했지만 겨우 잘 참아냈다.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그의 시 낭송이 끝났다. 박수가 절로 나오는 실력이였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고는 날 보며 웃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멋졌다."
"그 말만 안 했으면 멋졌을텐데."
"아깝네."
그러면서도 키득거렸다.
이건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아마 내 인생에서 칭찬할만한 몇 안 되는 순간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순간중 하나가 그가 깨워준 덕에 잠에서 일어난 이 순간일 것이다.
*
"잘 가라."
"내일 봐."
"응."
김독자가 오늘도 나를 데려다 주고 갔다. 집에 들여서 뭐라도 줘야하나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그만뒀다. 한신영도 와보지 않은 집에 다른 남자를 들인단게 조금 죄책감이 들었다.
나는 그대로 올라가 교복도 안 벗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벗을 기운도 없었다. 잠은 잠대로 못 잤고 선생들은 선생대로 나를 엄청 시켜대서인지 평소보다 몇십, 아니 몇백배는 피곤했다. 물렁해지는 정신을 잡아가며 적어도 양말까진 벗고 뻗어버렸다.
*
우웅, 우웅.
진동소리에 잠에서 깼다. 8시밖에 안 된 시각이였지만 잠에서 깬 나는 기분이 그닥 좋진 못했다. 신경질적으로 책상에 올려둔 스마트폰 화면을 보았다가 화가 바로 식어버렸다.
'담당자언니'
언니였다. 한신영이 죽었을때 나를 배려해주고, 추스릴 시간을 줬던 담당자였다.
반년전에 멈춰있을 소설가 한수영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알림과도 같은 전화였다.
이번꺼는 좀 급하게 쓰기도 해서 좀 잘 안 나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