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차갑디 차갑고 어두운 방을 내 목소리가 울렸다. 그 목소리가 전화 속으로 전해졌는지 담당자가 웃음 반, 알 수 없는 감정 반인 목소리로 내게 인사했다.

 "수영아, 잘 지냈어?"

 "응, 그럭저럭."

 담배 덕에 갈라진 목소리는 여전했다. 솔직히 말하면 갈라진 것 보다는 허스키에 더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녀가 조금 길게 숨을 마신 후 길게 뱉었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행동이 반가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언니 또 담배 피고 있어요?"

 "응. 끊으려고는 하는데 잘 안 되네."

 그러자 담당자도 따라 웃은 건지 웃음 기가 묻어 나오는 목소리였다. 여전히 변함없이 담배 피는 담당자인 그녀와 이젠 작가라는 자리도, 책도 놓아버린 나. 꽤나 재밌는 조합이 아닌가.

 반가워도 할 건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물었다.

 "언니, 그래서 웬 일이에요?"

 "웬일이긴, 근황 물어보려..."
 "언니가 그런 걸 물어볼 사람은 아니잖아요. 직접 찾아오면 찾아오는 사람이지."

 그러자 잠시 침묵으로 답이 돌아왔다. 스읍 하고 숨을 들이키며 담배를 피는 소리, 그리고 후우 하며 담배 연기를 뱉는 소리 덕에 연결이 끊어진 게 아니란 걸 겨우 알 수 있었다. 1분, 2분. 담배 한 개비를 다 필 시간이 지나고 라이터 소리가 들린 후 다시 담배를 피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서야 "역시 넌 눈치가 너무 빨라." 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너를 다시 데려오래."
 "네?"

 두 귀를 의심했다. 요즘 너무 무리해서 이명이 들렸나? 글을 안 쓴지도 반년이다. 노트북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한 건 4개월이다. 말만 안 했지 사실상 이제 작가가 아니게 된 나를 데려오란 건 어느 미친 놈일지 궁금해진다.

 "윗 대가리들이 그러더라. 너라도 데려와서 글이라도 쓰게 하라고."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월급도 안 주면서 무슨 권리로 저럴까. 담당자가 머리를 헤집는지 거친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자그맣고 죄책감 담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미안하다.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아녜요. 슬슬 다시 쓸까 생각하고는 있었으니까요."

 거짓이다. 소설은 쓰고 싶지 않다.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또 다시 그를 괴로울 정도로 그리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난 내게 선의를 보여준 사람이 괴로워 하는 건 볼 수 없다. 그랬기에 거짓으로라도 말했다.

 그걸 캐치 했는지 담당자도 미안한 감정을 가득 담아 말했다.

 "억지로 그럴 필요는 없어."

 "아녜요. 정말로 써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러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난 후 담당자가 겨우 뱉는 목소리로 물었다.

 "...시간 언제 괜찮아?"

 나는 괜히 째깍 거리는 시계 소리가 오늘 따라 거슬렸다. 그리고 버려진 달력을 그때서야 기억한 후 쓰레기통을 뒤졌다. 뒤졌다 할 것 없긴 했다. 쓰레기통에는 커터 칼과 그걸 감싼 달력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구깃구깃한 달력을 펼치며 말했다.

 "이번 주 일요일 돼요?"

 담당자가 "잠시만" 하고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말이 들려왔다.

 "토요일은 안 돼? 일요일에는 다른 작가님이랑 미팅이 잡혀서..."

 "토요일이요?"

 토요일은 김독자와 놀러 가기로 한 날 이였다. 김독자와 담당자. 이 둘을 천칭에 달아본다. 그리고 결정이 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


 "오, 안 자네?"

 나를 발견한 김독자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이쪽으로 왔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며 말했다.

 "야, 김독자, 할말 있어."






슬슬 독수인지 아닌지 햇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