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밑이 검군. 졸린가?"
 "흐아암, 졸린데 데려온건 너잖아."

 잠을 설친 나는 6시 즈음이 되어서야 꾸벅꾸벅 졸 수 있었다. 덕분에 2시간만 자야겠다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대로 세시간을 자버렸지만.

 "네가 한시간을 더 자버리는 덕분에 666과 999의 일처리도 늦어졌다. 그렇기에 내가 간거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살기는 없었다. 그렇다고 감정도, 친밀감도 없는 목소리는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1863회차라는 긴 세월 덕에 그의 감정은 마모되어서 일까.
 그 공포에 나도 모르게 와인을 한 번에 들이켰다. 도수가 셌던 걸 잊어버린건 내 최대 실수다.
 속이 타는 느낌에 얼른 스테이크를 서걱서걱 썰어 넣었더니 모략가가 진지한 얼굴로 지그시 바라보았다.

 "재밌군."

 저게 재밌는 표정인가.
 날카로운 눈매는 움찔대지도 않는다. 혼자 생기를 품은 입술도 아랑 곳 하지 않는다. 입꼬리도 축 늘어져 있다. 눈동자 혼자 연못에 비친 보름달처럼 맑아져 있다. 설마 저게 재밌다는 표현일까.

 "너무 쳐다보는군."

 그의 눈이 더 똘망똘망하게 핑글핑글 돌았다. 나는 아차 싶어 그에게서 눈을 떼며 말했다.
 
 "아니, 재밌다는 표현을 하는 신체부위가 어디일까 싶어서."

 그러자 모략가의 왼쪽 눈썹이 움찔거렸다. 저건 무슨 표현일까.
 그걸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모략가가 직접 말했다.

 "내게 관심을 준다니, 고맙기 그지 없다."

 여전히 차갑지만 이정도면 많이 나아진 사이가 아닌가.
 나는 대충 다 먹은 후 작게나마 하품을 했다. 그러자 모략가가 손가락을 튕겨주며 말했다.

 "잘 자라. 점심은 방으로 보내지."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그의 능력에 재차 감탄하며 베개를  꾹 잡고 잠에 들었다.

*

 "젠장"
 깨버렸다. 시계를 봤는데 두 시간도 채 자지 못 한 것 같았다. 나는 사라지질 않는 개같은 습관을 원망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은 가져다 준다 했던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책상에 놓여져 있는 책을 펼쳐 마저 읽어갔다.

["사랑해, 비안."]

나도 이 책의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여기를 나가는게 먼저겠지만 행복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졸린 상태로 쓰니까 글도 늘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