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영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 이야기가 너를 살릴 수만 있다면.」


네가, 조금의 기억이라도 되찾아, 우리를 다시 한 번 기억해준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영원히, 너를 위한 종장을 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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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영은 외출을 좋아했다. 버스를 타고 서울을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중간에 내려서 걷기도 했다. 공단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서울의 모습, 한국과 일본, 중국, 미국, 이탈리아 어느 한 나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모습이 주는 이질적인 감정을 즐겼고 작품의 배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버스는 한 공원에 멈춰섰다. 공단으로부터는 꽤 떨어져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공원이었다. 한수영은 생각이 복잡할 때면 종종 이 공원을 찾아왔다.


"하....■발 어떻게 하지..."


한수영은 얼마 전 이설화, 정희원과 나눈 대화 이후 머리가 복잡해져 이 공원을 찾은 것이었다.



"수영씨, 독자씨랑은 사귀는 건가요?"


"맞아 요즘 둘이 엄청 붙어 다니던데"


"응? 아니 아직은..."


"하긴 그 답답한 인간이 먼저 고백할리가 없지"


"수영씨가 먼저 해버리는건 어때요?"


"내, 내가?"



김독자보다는 나았지만 한수영도 고백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쁜 외모 덕분에 받은 적은 있었지만 이제까지는 소설에 몰두하느라 연애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 몰라. 그냥 말해버리자"


그녀는 다시 공단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공단 근처에 멈췄고 한수영은 곧장 공단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공단에 도착한 한수영은 김독자를 찾기 시작했다.



"야 유중혁, 김독자 어딨냐?"


"방금 전에 나갔다. 무슨 일이냐"


"아 아무것도 아니야"



김독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자신의 방으로 간 한수영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야 김독자 나랑 사귀자'

"이건 너무 평범한가"


'야 나 너 좋아한다'

"이것도 평범해"


'김독자 너 내거 해ㄹ..'

"아니야 이건 진짜 아니야"


머리를 싸매고 한참을 고민하던 중 노크소리가 들렸다.


「똑 똑」


문이 열리고 김독자가 들어왔다. 김독자의 얼굴을 본 한수영의 심장이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나 찾았다면서 나도 할 말 있었..."


"나 소설 다시 쓰기 시작했어."


머리속을 어지럽히던 활자들이 정리되면서 자연스럽게 문장이 만들어졌다.


"어쩌면 3천 편 넘을지도 모르고 재미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네가 읽어줘."


언젠가 김독자에게 했던 말.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전해지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너를 위해 종장을 쓸게"


"응?"


"나 지금 고백하는거야. 사랑해 김독자"


"그래....자,잠깐만 뭐라고?"



김독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말도 더듬기 시작했다.



"너, 너무 갑작스럽잖아"


"그래서, 싫어?"


"싫을리가 없잖아..."


"오늘 약속 있어?"



김독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랑 있어"


방은 묘한 분위기와 디퓨져의 레몬 향으로 가득했다. 한수영이 김독자를 당겼고 둘은 입을 맞췄다. 방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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