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유중혁의 팬이 되었는 지에 대해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그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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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 하며 텔레비전에서 나오던 영상이 끝이 났다. 유상아는 텔레비전에 꽂힌 USB를 뽑고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까만 화면을 바라보다 그 위의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강아지와 산책을 갈 시간이었다.


"밥은 다 먹었고... 산책 가고 싶니?"

"왕 왕!"


까만색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짖었다. 까만 꼬리를 신나게 흔드는 것을 보니 문을 열어준다면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것만 같았다. 유상아는 한 번 웃어주고서 목줄 등 필요한 물건을 챙기기 위해 작은 방으로 향했다.

 온갖 물건들이 자리한 작은 방에서 유상아는 목줄을 꺼내 들었다. 고개를 숙였던 탓일까, 고개를 들자 방안 높은 곳에 걸린 상장들에 시선이 닿았다. 누군가는 부러워 할지도 모르는 상장들이다. 그러나 유상아한테는 딱히 소중한 것들이 아니었다. 억지로 걸어왔던 길에서 얻었던 것에 불과한 것들이다.

그녀가 유중혁의 팬이 되었던 것에 대해서 이유를 대자면 스스로 만든 길 위에 주저 없이 발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길 위에 발을 올리고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스스로 정하지 못한 길을 억지로 걸은 자신과는 달랐다. 그 길 위에서 내려오지 못했던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던 분기점은 몇 번 씩이나 존재했었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 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에 정해진 길 만을 걸었다. 그러다 딱 한 번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 길을 걷다 지쳐있을 때, 그 때에 그를 알게 되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 만을 묵묵히 걸어가는 한 남자를. 주저 없이 그 길 위에 발을 올리는 남자를.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래서 였을지도 모른다.

유상아는 작은 방에서 나왔다. 강아지가 신이 나서 꼬리를 방방 흔드는 소리가 이곳에서까지 들렸다.


"중혁아, 목줄을 매야지."

"왕!"


목걸이에 달린 장식에서 유중혁이라는 세 글자가 불빛에 반짝였다. 키우는 강아지에게도 유중혁 이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저도 참 심하게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 목줄을 잡고서 현관문을 열었다. 아파트 1층의 좁은 집에 있다 넓은 길이 펼쳐져서인지, 강아지는 신나게 달려 나갔다.

유상아는 유중혁의 뒤를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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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 왈!"


아이보리색의 강아지가 털로 가득한 꼬리를 흔들었다. 오랜만에 밖에 나온 탓에 지친 유중혁과는 달리 활력으로 가득 찬 눈이 유중혁을 향했다. 활기가 넘쳐 보이는 강아지는 유중혁의 주변을 돌고 또 돌았다. 과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모습에 유중혁이 한숨을 쉬었다.

지인의 권유로 기르게 된 강아지였다.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던가, 강아지를 키워보라는 말을 듣고 얼마 있지 않아 만나게 된 강아지였다. 어느 비 오던 날에 문 밖에 혼자 서 있던 것은 강아지였다. 어설프게 끊긴 목줄이 버려진 강아지라고 말했다. 안쓰러울 정도로 떨던 강아지를 집에 들이고 수건으로 닦아준 다음 보호소에 맡기려했다. 그냥 키우자는 미아의 말을 넘기며 보호소에 맡기려 했을 때였다.

'강아지라도 한 번 키워보지 그래?'

강아지를 한 번 키워보라는 말은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었다. 버려졌다는 것이,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 어딘가 닮아 보여서 미친 척하고 집에 들였다. 지금은 차가운 비에 덜덜 떨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차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말이다.

 아이보리색 강아지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탔었는 지 사람을 좋아했다. 아직까지도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주인을 반갑게 맞이 하고 따를 정도로. 적어도 작명에 만큼은 자신이 없는지라 유중혁은 아직까지도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다. 좀 괜찮다고 생각한 것을 말하면 항상 미아가 뚱한 눈으로 바라보기 일쑤였다. 강아지한테 미안하지도 않냐는 말이 아직도 아프게 찔러왔다.


"왈 왈!"


털이 북슬북슬한 꼬리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신나게 뛰놀고 싶다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털이 길게 내려와 처져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그야말로 활력의 대명사 그 자체였다.


"알았다, 대신 뛸 때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라."

"왈!"


힘차게 짖은 강아지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숨을 한 번 고른 유중혁은 그 뒤를 따라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 때였다. 강아지는 지치긴 했지만 아직도 활력이 남아있었고 주인은 지쳐있는 모습이 아까전과 다를 것 하나 없었다. 오랫동안 밖에 나가지 않은 것이 이유였고, 강아지가 유난히도 활력이 넘친다는 것도 그 이유였다.

가쁜 숨을 고르며 천천히 걷고 있을 때였다. 아직 활력이 남아도는 강아지도 그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주인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유중혁은 천천히 걸으며 간식을 꺼냈다.


"중혁아!"


한동안 듣지 못했던 이름이 뒤쪽에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