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은 하루였다. 송민우 패거리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썩은 우유를 뒤집어쓰거나 급식 판을 머리위에 맞아서 화장실에서 힘겹게 교복을 빤뒤 축축한 교복을 입고 하교하는 하루. 맞은 곳에서는 화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지고, 어께에 쏟아진 뜨거운 국물 때문에 얕은 화상을 입은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늘 그런 똑같은 하루였지만, 그날따라 그게 그렇게도 서러웠던 것에는 이유가 없었다. 친척집에 들어가, 또 어디서 교복을 이렇게 축축하게 만들어왔냐고 구박을 받을 것이 그날따라 무서웠기에, 나는 그때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쓰레기통 옆의 작은 벤츠 구석에 앉아서 핸드폰을 켰다. 베터리는 20퍼센트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20퍼센트면 1시간은 쓸 수 있을까. 핸드폰을 붇들고 고민하는 동안 숫자 20이 금세 19로 바뀌었다. 놀란 마음에 급히 핸드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추운 겨울 바람이 젖은 교복단을 스치고 들어왔다. 혹시라도 오늘 밖에서 노숙하다 추워죽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아니, 어쩌면 죽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얼어버린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거려 핸드폰을 꺼내었다. 16퍼센트. 추운 날씨덕에 금세 베터리가 닳은 모양이다. 그래도, 조금은 따듯한 감이 있는 핸드폰을 만져서 웹소설 플랫폼을 열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UP)


 6시 30분인데 벌써 업로드된 멸살법을 보며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김독자는 뻣뻣한 손가락을 움직여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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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에 과연 의미가 있었을까.'

유중혁이 가슴에서 피를 뚝뚝 쏟아내는 이설화를 품에 안은 체 중얼거렸다. 

뒤에서 날아오는 적의 칼날을 무시한체 이설화의 흰 머리카락을 손에 꼭 쥐었다. 

[성흔, 회귀가 발동합니다.]

그게, 유중혁의 583회차였다.

-


 유중혁도 비극을 겪고 있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결국은 자기 자신까지 잃어버리는 비극을 겪고 있구나. 


김독자는 어쩐지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끔찍한 비극에 위로받는 자신이라니. 김독자는 어쩐지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유중혁에 비하면, 김독자의 비극은 티끌만한 비극조차 되지 못한다. 그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소위 말하자면, 뻔한 비극. 그래, 뻔한 비극이다. 


3%


그나마 따듯하던 핸드폰도 이젠 차가워졌다. 밝게 빛나던 화면도 검어져있었다. 

별 한줌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 만이 김독자를 비추었다. 

외진 벤츠 주변을 지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저 겨울의 칼바람만이 김독자에게 인사를 건네며 김독자를 꽤뚫었다. 


김독자는 외로웠다. 나의 비극이 화면 너머 큰 비극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이 외로웠고, 큰 비극이 온전히 자신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 또한 외로웠다. 사람 한명 없는 거리에, 별 하나도 없는 것이 외로웠다. 가로등이 불규칙적이게 깜빡이는 것 또한, 외로웠다. 


김독자는 조용히 검은 하늘에 눈을 맞추며 잠에 들었다. 어쩌면 저 곳 너머에 조용히 숨어있을 작은 별들을 헤아리며, 잠에 들었다. 


-


김독자는 기묘한 꿈을 꾸었다. 대기업의 계약직이였던 자신이 멸살법의 인물들과 시나리오를 헤치우는 한심한 상상이였다. 자신과 등장인물들은 가끔은 행복하게, 또 가끔은 슬퍼하며, 시나리오의 끝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끝에는 자신이-


그 순간 김독자는 그것이 꿈임을 알아차렸다. 

꿈인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김독자가 일어난 곳은 동네의 조그만 파출소였다. 경찰관들이 컴퓨터를 바라보다 김독자에게 눈을 돌렸다. 


"깼냐? 깼으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


김독자는 떠밀려서 파출소 밖으로 나갔다. 졸지에 가출한 불량 청소년 신세가 되었다. 

관절 마디마디가 고통에 비명 질렀다. 두통이 몰려왔다. 

창백해진 손으로 주머니를 더듬거려 핸드폰을 찾았다. 

홈 버튼을 미친듯이 달칵였지만 핸드폰은 켜지지 않았다. 그저 베터리를 충전하라는 짤막한 메세지가 화면 밖에 뜰 뿐이였다. 김독자는 한숨을 내쉬며 가로수 울타리에 걸터앉았다. 


가방 앞주머니에 있는 조그마한 보조 베터리를 연결하자, 베터리가 충전 중이라는 메세지가 떴다. 

조금 기다리자 화면이 켜졌다. 하루종일 외박을 했는데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어젯밤 보던 멸살법 플랫폼이 로딩중 화면을 띄우며 켜졌다. 


-

'회귀에 과연 의미가 있었을까.'

유중혁이 가슴에서 피를 뚝뚝 쏟아내는 이설화를 품에 안은 체 중얼거렸다. 

뒤에서 날아오는 적의 칼날을 무시한체 이설화의 흰 머리카락을 손에 꼭 쥐었다. 

[성흔, 회귀가 발동합니다.]

그게, 유중혁의 583회차였다.

' 가 있었다면...'

-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 합니다. 재접속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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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이 검어졌다가, 멸살법 플랫폼이 다시 로딩중 화면을 내보였다. 


방금 마지막 문장이 뭐였지? 분명히 어제는 없었는데.


달칵 소리가 나며 멸살법의 화면이 다시 보여졌다.


-

'회귀에 과연 의미가 있었을까.'

유중혁이 가슴에서 피를 뚝뚝 쏟아내는 이설화를 품에 안은 체 중얼거렸다. 

뒤에서 날아오는 적의 칼날을 무시한체 이설화의 흰 머리카락을 손에 꼭 쥐었다. 

[성흔, 회귀가 발동합니다.]

그게, 유중혁의 583회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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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본 것인가. 마지막 문장은 언제 있었냐는 듯 지워져있었다.

의문스러운 마음을 품에 않은체 김독자는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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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독자: 작가님! 오늘도 좋은 작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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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