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데이의 거리는 단 향이 물씬 풍겨왔다. 온갖 사탕들의 알록달록한 색이 시선을 끌곤 했으나, 단지 그것뿐이었다. 사탕과는 연도 없을 날이라, 이길영은 알록달록한 길거리를 걸었다. 사귀는 사람도 없는데다, 연애와는 거리가 멀찍하다고 생각하는 그로서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
쌀쌀한 바람에 갈색 머리카락들이 흩낱렸다. 곱슬끼 있는 머리카락들이 이러저리 얽혀 눈을 가렸다. 엉망진창으로 헤집어져 시야를 가린 머리카락을 걷을 때, 이길영의 등이 툭툭 두드려졌다.
"...길영 오빠."
"무슨 일이야?"
흰 종이가방을 손에 든 유미아가 이길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쌀쌀한 바람 탓인가, 유미아의 뺨은 약간의 홍조를 띄고 있었다. 뺨이 붉어질 정도로 추워보이는 모습에, 이길영은 무언가라도 둘러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벗어줄 목도리도, 얇은 겉옷도 없었다. 여젼히 이길영을 빤히 바라보던 유미아는 종이가방을 건넸다. 이길영은 얼떨결에 가방을 받아들었다. 받아든 가방이 꽤 묵직했다.
"받아요, 사탕이에염."
어안이 벙벙해진 이길영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투성이였다. 처한 상황까지도. 받을 이유도 없었는 데다, 적어도 사탕과 연이 있다면, 이 날은 주어야 하는 날이었다. 영문을 알수 없던 이길영은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화이트 데이는 남자가 주는 날 아니야?"
"뭔 상관이에염.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상대방 주는 거지."
유미아는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하면서 이길영을 바라보았다. 유미아가 선물이라며 주었던 작은 물건들의 영상이 스쳐지나갔다. 유미아를 닮아서 청량하던 물건들이었다. 선물이라며 준 것 조차도 주인을 닮아있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던 적이 있었다.
벙찐 이길영과는 전혀 다르게도 유미아는 당연한 것을 말할 때와 다를 것이 없었다. 유미아는 이길영의 앞에 바로섰다. 손가락 두 마디도 되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이거 고백이에염."
"어, 어?"
"받아줄거에염, 아니에염?"
더욱 가까워진 거리에 이길영은 뒷걸음질을 하는 것 조차도 할 수 없었다. 겹쳐질 정도로 가까워진 거리가 아찔하기만 했다. 퍼져나가는 단 향에, 그러면서도 청량한 향에 이길영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