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란 차가운 음식을 먹는 날이다.

춘추 전국 시대의 일이다. 진나라에 개자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진문공과 함께 적나라로 떠났으며 함께 고생하며 충의를 다했다. 그러나 그는 그에 대한 공을 인정받지 못했으며, 그것에 개의치 않고 모친과 함께 산에 들어가 살았다. 훗날 문공이 그를 부를 때에도 그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진문공은 그를 나오게 하기 위해서 개자추가 사는 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끝끝내 그는 어머니와 산을 나오지 않았으며 불이 꺼진 후 나무를 끌어안고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를 개자추의 포목소사(抱木燒死)라 한다. 이에 진문공이 그를 애도하여 한해에 이날 하루는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을 먹겠다고 영을 내려 사람들이 찬밥을 먹는 풍속이 생겨났다. 이는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찬 밥을 먹으라고 주냐?!"


 차갑게 식은 밥을 든 제천대성이 뻔뻔한 얼굴로 웃는 미후왕에게 소리를 질렀다. 밥에서 열이 퍼질 때에는 훈기가 난다고들 하는 데, 그 말에 따르면 이 밥에서는 훈기도 아니고 한기가 난다. 어찌나 차가운지 밥 덩어리가 아니라 얼음 덩어리라 불러도 어폐가 없었다. 그러나 미후왕은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아예 보란 듯 웃는 태도다. 깔깔대며 웃더니 눈물까지 눈에 작게 맺혔다.


"오늘은 한식 날이잖아. 한식이란 차가운 음식을 먹는 날이다. 춘추 전국 시대의 일이다. 진나라에 개자추라는 사람이....."

"야, 그것 좀 그만 말해. 웬 사전을 통째로 외워서 말하고 있어."


 차가운 덩어리를 주면서 하는 말이 오늘은 한식 날이란다. 그러니 얌전히 차가운 밥이나 먹으라며 줄창 설명을 읖는다.


"내가 이 날 때문에 인터넷까지 뒤져서 찾아냈다고. 오늘은 내가 요리 담당이고 빨간 날은 아니라도 명절은 명절이니 풍속에도 따라보자 해서 준비한 거야. 특별히 냉동실에 하루 정도 박아... 아니 보관해둔 건데, 마음에는 드냐?"

"들겠냐, 새■야?"


 제천대성은 식은 밥을 공기째로 미후왕에게 던졌다. 미후왕은 낄낄 웃으며 꼬리로 밥을 잡고 식탁에 내려놓았다. 열이 머리 끝까지 뻗친 제천대성이 멱살을 잡을 듯 성큼성큼 걸었다.


"양심에 털이라도 났냐?"

"응. 어디사는 누구랑은 다르게 머리에도 털이 났고 말이야."

"다시 말해봐, 뭐라고?"

"내 눈앞에 있는 탈모 씨랑은 다르게 머리에도 털이 났다고요."


 제천대성이 미후왕의 멱살을 잡는 것과 동시에 미후왕은 제천대성의 얼마 남지 않은 머리털을 잡았다. 명명백백한 도발이다. 밥 먹듯 일어나는 형제의 난의 시작이었다.


                                                               한식


 거실의 한복판에서 두 원숭이들이 엉킨 채로 바닥을 굴러다녔다. 언듯보면 그저 공 굴러가는 것으로 보이지겠만, 실상은 그리 평화롭지 않았다. 그저 둘이서 바닥을 구르다 어딘가에 부딪치는 정도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는 말이다. 형제간의 싸움을 생각해보라. 작게는 손으로 집은 팔의 어딘가를 비틀어가며 꼬집고 이빨로 다리의 어딘가를 문다. 좀 판이 커진다하면 헤드락 정도야 꺼리낌 없이 걸곤한다. 작은 부분을 비트는 게 아니라 몸 자체를 비틀고 잡아당긴다. 그러나 그 둘의 싸움은 그보다 더욱 참혹했다. 어찌나 그 정도가 심한지, 주위가 성하지 않을 정도다.

 거실의 탁자 다리에 금이 생겼다. 의자가 기울어지더니 그 위에 올려져 있던 집에 돌아오지도 않은 필마온의 모자가 바닥을 구른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심한 것은 애먼 투전승불의 물건이다. 애지중지 하던 작은 불상이 넘어지더니 목 부분에 금이 갔다. 이는 사람으로 따지면 목에 디스크가 심하게 온 것이다. 불경은 찢어지는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걸레짝이 되었다. 그 외에도 거실의 온갖 물건이 성치 못했다.


 시간이 한참 흐르다 못해 해가 질 때가 되었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도 끝이 날 기색이 없었다. 두 원숭이의 몸에도, 거실의 모든 물건에도 곳곳에 멍이 생겼음에도 그렇다. 띠. 띠. 띠. 띠. 띠. 현관문의 번호가 눌릴 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현관문으로 들어온 투전승불은 아수라장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투전승불의 시선이 성한 것 하나 없는 물건들과 계속해서 싸워대는 저 망할 놈들에게 향한다. 계속 거실을 둘러보던 투전승불의 이마에 깊은 고랑이 파인다. 그것은 중증 목 디스크를 앓게 된 불상에 시선이 닿았을 때의 일이다.


"...미후왕, 제천대성. 어쩌다가 이렇게 싸우게 된 건지 말해라."


 투전승불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는 일종의 싸움을 그만 하라는 경고와 닮아 있었다. 이를테면,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멈춰도 너희는 죽는다. 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두 원숭이는 아랑곳 않고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는 당당하게 저 놈의 잘못을 고한다.


"저 자식이 오늘이 한식 날 이랍시고 찬 밥을 주잖아!"

"그렇다고 멱살을 잡는 건 또 뭔데, 이 놈아!"

"네가 그것만 했냐? 머리를 가지고 뭐?"

"탈모를 탈모라 한 것이 죄더냐!?"


 몸싸움이 말싸움으로 번진다. 그것도 몸싸움은 그만 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말싸움까지 겹쳐서 한다. 점점 이어지는 싸움에 투전승불의 이마가 구겨지는 것이 심해진다.


"그래, 오늘은 한식 날이지."

"거봐, 내 말이 맞다니까!"


 기세좋게 소리치던 미후왕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인다. 투전승불이 목탁으로 내리친 탓이다. 그 모습을 부처님의 사랑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어라, 왜?"


 미후왕이 풀썩 쓰러지는 것을 보고 제천대성이 뒤로 물러났다. 투전승불의 눈이 여전히 형형하게 빛났기 때문이다. 살기에 번들 거리는 것이, 꼭 불자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식 날에는 묘를 돌아보는 일을 한다지. 묘를 두 개 정도 더 만들면 되겠군."


 제천대성은 황급히 달아났지만 그 또한 바닥에 누울 수 밖에 없었다. 투전승불이 불상의 복수라는 듯이 목을 내리쳤기 때문이다.

 4월의 6일. 오늘은 한식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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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명절 중 하나로 세시풍속에는 찬 음식을 먹는 것와 묘를 돌아보는 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