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의 중간사이, 벚꽃이 만개한 정오에 한 커플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독자야 우리 저기가보자.”
단발의 여성, 한수영이 가르킨 곳은 벚꽃길의 중간에 있는 포토존을 가르켰다. 긍정의 의지를 밣힌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선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먼저 온 커플이 지나가자 우리의 차례가 되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나는 사진 짝는 것도 잊은채 한수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찍었어?”
기다리기 약간 지루했는지 한수영이 나를 제촉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간직하고 싶은 내 마음은 서터를 눌러주지 않는데.
몇분이나 더 흘러서야 나는 겨우 사진 몇장을 건질 수 있었다. 전부 다 나의 정성이 녹아든, 아름다운 사진들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같이 붙어있는 사진도 여러장 찍었다. 이 사진 속에서의 웃음이 계속되길 바랄 뿐, 더 이상 원하는 것은 없었다.
“솜사탕--1,500원”
사진을 다 찍자 주변에서 하나둘씩 솜사탕 장사를 시작하였다. 나는 한수영에게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고, 그녀은 수락했다.
3,000원을 내고선 금방 만들어진 솜사탕을 들고 산책을 즐겼다. 따스한 봄바람이 우리를 시치고 지나가자 벚꽃잎이 그 뒤를 따랐다.
살랑 살랑
허공을 나부끼며 천천히 떨어진 벚꽃잎이 한수영의 머리에 안착했다. 내가 머리위에 올라가 있는 꽃잎을 가만히 보고있으니 네가 머리위에 뭐가 묻었냐며 물었다.
“머리에 뭐 묻었다.”
자연스레 그녀의 머리로 손을 가져다 댄 내가 꽃잎핀을 만들어 한수영의 머리 위에 꽂아주었다.
“잘어울리네”
“뭐가?”
한수영이 작은 손거울을 꺼내들고선 머리를 비춰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기 흩날리는 벚꽃만큼, 아니 그 이상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기…김독자 너 이제 뭐하는…”
“푸핫”
그녀의 당황한 표정에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이 귀여운 얼굴 앞에서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여간 능구렁이 같은 김독자”
새침하여 약간 삐진 듯이 보여도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한수영도 어쩔 수 없었나보다. 자꾸만 세어나오는 이 웃음기가 나를 더욱 기분 좋게 하였다.
벚꽃길을 길었다.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웃고 떠들다 보니 벌써 저녁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노을이 지며 하늘이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형형색색이 빛났다.
“김독자, 나 배고파”
한수영의 말에 나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약간 이른시간이라 가게들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우리…저기 갈래?”
내가 가르킨곳은 회전초밥 집이었다. 더 늦으면 회 먹기도 힘들고 마침 부족하진 않을 것 같아 바로 그곳으로 들어갔다.
연어, 문어, 광어, 새우, 장어, 조개 등등 보기만 해도 맛있는 여러 초밥들이 나열되었다. 우리는 느긋하게 초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배가 찰 때 쯤에는 8시가 조금 넘어버린 시간이었다.
마침 한수영도 밥을 다 먹어서 우리는 가게 밖으로 나왔다. 해는 거의 지고있었다. 그런데 그때 참을 수 없는 냄세가 우리를 이끌었다. 붕어빵 가계였다.
“디져트로 붕어빵 어때?”
“좋아.”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구수한 냄세가 코를 자극하였다.
“여기 5000원 어치만 주세요.”
붕어빵을 주문하자 얼마 안가서 따끈따끈한 무언가가 나왔다. 우리는 붕어빵을 옴뇸뇸 거리며 대화를 하였다.
“이런 곳은 또 오랜만에 와보네.”
“그러니가, 시나리오중에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잠깐동안, 사니리오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름답지만 미치도록 슬픈 그 기억에 잠시 가슴이 저렸다.
툭
한수영이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내가 화들짝 놀라 티슈를 꺼내 닦아주었다.
“왜 울어, 내가 미안해. 응?”
“그냥…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나는 말을 잃고야 말았다.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모두 힘든 일일 테니
“붕어빵 맛있다.”
3개의 붕어빵을 게눈감추듯 빠르게 먹은 한수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리 결제를 한 나도 같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이제 집에 가야겠지?”
“그렇지 뭐.”
“수영아”
“넌 나 좋아해?”
“그럼 넌 나 좋아해?”
“아니”
그녀의 행동이 잠깐 멈추었다. 그때 나의 품이 그녀를 안았다.
“나는 너 사랑하는데?”
아직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인 한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선 곧 상황 파악을 마친 한수영의 얼굴이 말 그대로 벚꽃잎 처럼 되었다.
그만큼 붉고
그만큼 아름다웠다.
“넌 또 왜 얼굴을 붉히는건데…”
그녀의 말에 나 또한 놀랐다. 제 빨리 근처 거울을 보니 나의 얼굴 역시 한수영의 얼굴 못지않게 붉어져있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야옹”
검은 길고양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김독자에게 다가왔다.
“고양이 귀엽네”
“그러게”
김독자가 고양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자 고양이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우리도 고양이 키울까 수영아?”
“우리? 이미 한 마리 키우고 있잖아.”
“우리가?”
그때 한수영이 김독자의 바로 옆까지 다가갔다, 심장소리, 숨소리, 심지어 체온도 느껴질만큼 가까운 거리까지. 그러곤 그의 귀에 대고 작게 말하였다.
“냐옹”
그날 밤에 이 둘은 자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