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나 말없이 고기를 뜯고나니
포만감과 함께 몸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정희원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후어...잘 먹었다. 진짜 맛있는데
더 못 먹는게 아쉽네요."
적당히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섬 중앙 션구소로 곧장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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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는 플라스크와 각종 실험도구들이 놓여있었다.
인큐베이터에는 무려 배아 중인 공룡이 들어 있었으며,
혈액 채취를 위한 호박석도 있었다.
없는 건 사람뿐이었다.
나는 일행들이 정신이 팔린 틈 을 타 앰플을 챙겼다.
비록 체력 앰플은 못 쓰겠지만...
"여러분, 잠시 이것 좀..."
"어? 그게 뭐에요? 체력 강화 앰플?"
"아마 이 던전의 보상 일겁니다."
[독식을 선호하는 몇몇 성좌가 상황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아까부터 근력 강화 앰플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이지혜가 입을 열었다.
"근력은 나 줌 안돼? 나 저거 모자란데."
[전용 스킬, '특성 일람'을 발동합니다!]
<특성 일람>
이름:이지혜
특성:
............
종합 능력치: [체력 Lv. 17] [근력 Lv. 20] [민첩 Lv. 16]
[마력 Lv. 15]
요망한 녀석이 어디서 구라를...
"응? 희원 언니, 저거 제가 가짐 안 돼요?"
"음...독자 씨가 발견한거니까 독자 씨가..."
솔직히 유상아와 이길영한테 가는 건 상관없지만
저놈한테는 체력 앰플도 조금 아까운데.
[성좌,'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의 공폄함을 기대합니다.]
공평함이라...그래, 내가 아는
가장 공평한 게임이 하나 있지.
"가위바위보 어때?"
"가위바위보?"
"마지막에 이기는 사람이 원하는 거 가지자고,"
순간 이지혜의 얼굴에 탐욕이 드리웠다.
"좋아!"
"괜찮으시겠어요? 잘못하면 몰아주기가 될 수 도..."
"그럼 그 사람 운이 좋은 거죠 뭐"
이지혜가 방방 뛰었다.
자기도 한몫 챙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나본데,
그리 쉽지는 않을거다.
나는 근력 강화 앰플을 집어들었다.
"넌 나랑 하자."
"나 가위바위보 잘하는데 괜찮겠어?"
"아~그러세요?"
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싱긋 웃어보였다.
곧 달라질 그 표정에.
[전용 스킬'전지적 독자 시점' 1단계가 발동합니다.]
['바위'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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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긴고아의 죄수'가 당신의 야바위에 흥미를 가집니다.]
[독식을 좋아하는 성좌가 만족한듯 당신에게
300코인을 후원합니다.]
승자는 순식간에 가려졌다.
만족한 두 얼굴과 약간의 동정심이 든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말도 안 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은 이지혜가 있었다.
"아, 저한테 안주셔도 되요."
"괜찮아요, 체력은 더 이상 못 올리거든요."
"저 한 개만 주셔도 되는데..."
"넌 마력더 올려야 되."
그렇게 이길영이 앰플 다섯 개,
유상아와 정희원이 각각 네 개,
내가 일곱 개,
앰플을 하나도 못 먹은 사람은 이지혜뿐이었다.
"어떻게 스무 판 중에 열한판을 이길 수 있어?
사기 친 거지?"
"이거 왜 이래, 증거있어?"
"진짜 관심법이야? 그러지 말고 나도 딱 한개만 주라..."
"네 잘난 사부한테 달라 그러세요."
나는 애처롭게 눈물을 글썽이는 이지혜를 보며 보란듯
앰플을 흔들었다.
정희원이 시무룩한 이지혜의 어깨를 두드렸고,
유상아는...
"아...전 마력은 더 못올려서요..."
"죄송해하실 필요 없어요, 상아 씨건데 상아 씨 맘이죠."
고작 앰플 하나에 기뻐해하는 이지혜의 표정은 어딘가
얄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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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두두,
돌아가는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
멀어져가는 섬은 더욱 작아졌다.
"길영아, 걔네는 못 데려갈 것 같은데..."
이길영 주위에는 어느새 초록색 사마귀까지 붙어있었다.
"잘가...테이아, 티타노."
그새 친해진 걸까. 이길영은 시무룩한 얼굴로
사마귀들을 날려보냈다.
[첫 번째 '엔딩 크레디트'에 도달했습니다.]
[출연자:유상아, 김독자, 이길영, 정희원, 이지혜]
[출연료로 각각 5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며 눈을 떳을 때,
우리는 1층으로 돌아와 있었다.
"계속 올라가죠."
"이런 식으로 몇층을 올라가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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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4층에 진입하였습니다.]
[해당 층의 상영이 시작됩니다.]
푸르게 빛나는 스포트라이트 너머에 포스터에는
꽤나 유명한 영화가 그려져있었다.
눈을 떴을때, 아니, 뜨기도전에 소금기와 바닷바람이
느껴졌다.
"여긴....?"
나는 뱃머리 너머로 보이는 탁트인 수평선에 그만
넋을 놓고 말았다.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어서일까.
아니면 앞으로도 보지 못할 광경이어서 일까.
"이 영화는...아, 그보다 길영이는 어디..."
유상아의 말은 순간 들려온 비명에 묻히고 말았다.
소리의 근원지에서 이지혜가 허공으로 입에서 나온
무언가를 흩날리고 있었다.
"우읍, 우어에엑."
정희원이 등을 두드려주었지만 이지혜의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저 뱃멀미가 있...우읍!"
"괜찮아, 토해."
정말이지, 이지혜의 배후성이 충무공이라는게 와닿지가 않는다.
"언니 근데 이 영화 그거죠? 배 침몰하는."
"그런 것 같네."
"혹시 언니가 여주인공인가?"
이지혜는 부럽다는 듯 정희원의 드레스를 쳐다보더니
떨어진 모자를 주우며 나와 유상아쪽을 일갈했다.
"남주는 어디...설마? 우웨에엑!"
뒤쪽에서 이길영이 튀어나온건 그때였다.
"형!"
후즐근한 복장의 이길영이 그곳에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엔딩을 구상해보죠."
유중혁이 이 영화를 패스한건 이유가 있다.
이런 영화는 무작정 때려부순다고 되는게 아닐테니까.
"어차피 침몰할거 우리가 가라앉혀버리자."
"돌았냐?"
"독자 씨, 저 사람...".
곁에 있던 유상아의 시선에 끝에선 검은 머리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잭! 잭 도슨!"
"악당을 해치워봐요, 형."
이길영의 명백한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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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백머리 사내를 납치 감금했다.
하지만 극장 주인은 반응이 없었고,
내가 잠시 주저하던 틈에 이지혜가 선수를 쳤다.
"죽여보자."
시퍼런 칼날의 비친 표정에 공포가 스쳤다.
"어차피 진짜 사람도 아닌데...괜찮겠죠?"
정희원의 말은 조금 찜찜했지만 방도가 없었다.
유상아도, 이길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고작 '등장인물'인데."
이지혜의 시퍼런 칼날이 사내의 가슴 중앙을
관통하려던 순간,
[극장 주인이 바뀐 엔딩에 만족합니다.]
[두 번째 '엔딩 크레디트'에 도달하였습니다.]
[출연자:유상아, 김독자, 이길영, 정희원, 이지혜]
[출연료로 각각 500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현실로 돌아오자, 곧바로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윽!"
"괜찮아?"
뒤를 돌아보자 중심을 잃고 쓰러진 이지혜가 보였다.
"아이 씨! 깜작이야! 죽이지 않아도 내보내줄거면
진작 그럴 것 이지!"
정희원을 잡고 일으나는 이지혜의 표정에 당황스러움과
약간의 분노가 섞여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안도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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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5층, '보상의 방'에 진입하였습니다!]
"어? 보상의 방? 여긴 포스터가 없네요?"
5층은 다른층과 확실히 달랐다.
휘황찬란한 스포트라이트들과 유리관안에든
소품들... 재미있게도, 이것들은 이제 '소품'이 아니다.
큰 바위 디오라마쪽에 다가간 정희원이 눈을 빛냈다.
"우와!"
그모습에 나조차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바위위에 수직으로 꽃혀 고고함을 뽐내는 검,
그것이 꽃힌 바위에는...
[엑스칼리버-레플리카]:A급 도검
무려 엑스칼리버,
원작에서는 항상 아서왕의 화신이 사용해
몇번 등장하지 않은 검인데,
레플리카라지만 이게 왜 여기에?
"이것도 쓸 수 있을까요?"
"글쎄요...우선 한번 뽑아보시...."
스릉-
.....?
새검을 얻고 신난 정희원과 감탄하는 일행들,
아무리 레플리카라지만...저리 쉽게?
애초에 원작에서 엑스칼리버의 레플리카는 단한번도
언급이 없었는데...
"아, 이게 왜 안빠져!"
불행인지 다행인지,내 고민은 이지혜의 시끄러운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뭐하는데?"
"오지마! 내꺼야!"
뭔가 했더니, 이거 였군.
[묠니르-레플리카]:A급 둔기
엑스칼리버와는 달리 미동도 하지않는 묠니르,
나는 끙끙대는 이지혜를 보며 말했다.
"그거 특별한 사람만 쓸 수 있는 거 아니냐?"
"젠장, 나정도면 꽤 특별한거 아냐?"
그때 뒤쪽에서 유상아와 이길영이 나타났다.
"뭔데요?"
"아, 이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상아의 손이 묠니르를 쳤다.
그리고 들려온 묵직한 쇳소리.
"....잉?"
얼빠진 이지혜의 눈에 가볍게 묠니르를
든 이길영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가볍게 망치를 휘두르던 이길영이 반짝이는 눈으로
유상아에게 물었다.
"누나, 혹시 이거 쓰실거에요?"
"응? 아니, 너 가져."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의 이지혜에게 말했다.
"딴거나 찾아봐."
"그쪽이나 찾아! 옷도 시커먼 누더기나 입은게!"
"그러고보니 새옷을 찾기는 해야겠네, 조언 고마워~"
"저이씨!"
나는 씩씩대며 남은 아이템을 뒤지는 이지혜를 뒤로하고
방어구쪽을 살폈다.
마침 정희원도 근처에 있었다.
"옷 한벌 뽑으시려고요?"
"네, 보시다시피, 이건 이제 못 쓰니까요, 희원 씨도요?"
"아뇨, 현성 씨 것도 하나줘야죠,"
"그거 좋네요, 이런건 어때요?"
[헤라클레스의 방패-레플리카]:A급 방패
만족한 얼굴의 정희원이 다른 소품을 둘러보는 사이,
나 또한 옷을 갈아입었다.
[외장 강화 슈트-레플리카]:A급 방어구
<난쟁이의 투명 갑옷-레플리카>
분류:A
설명:모험을 떠난 한 난쟁이의 이야기가 깃든 갑옷,
사용자의 사용자만을 위한 갑옷이다
슈트를 먼저 입은 후 투명 갑옷을 입었다.
겉으로 안보일 뿐더러 움직임에 제한을 주지도 않으니,
이만한게 없지.
이길영은 이름모를 스냅백을,
유상아는 회색 코트와 검으로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아, 잠깐만! 뭐쓰지? 음...."
"빨리빨리와라~"
"아! 간다고 가!"
장난투로 말하긴 했다만
정말 서둘러야했다.
아직까지 던전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았을때
유중혁이 살아있다는 건 확실하다만
최악에 경우 보스룸에 있을 수 도있을테니까.
"자, 어서 가죠, 그놈 뒷통수 좀 후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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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어요ㅠㅠ
(독자가 입은 갑옷은 반지의 제왕, 상아가 입은 건
신과함께에서 가져왔습니다.
길영이의 스냅백과 희원이의 엑스칼리버는,
지혜가 챙긴 아이템은 후에 다뤄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