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가 끝없이 펼쳐진 눈밭을 걷고있었다. 허허벌판의 설원은,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은채로 오직 차가운 눈발을 날리고 있을 뿐. 사내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이끌며 힘겹게 설원을 걸었다.


허억—허억—


가쁜 숨소리와 귓가에 울리는 바람소리는 어느 강단있는 사람이라도 기가 꺾이게 만들법 했지만, 사내는 그럼에도 꼭 해야하는 일인양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리를 움직였다.


어느새 사내가 걸어온 길은 눈에 덮여 보이지 않게 되었고, 사내 자신조차 자신이 지금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듯 했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사내의 뒤통수가 저려왔다. 사내가 잘 돌아가지 않는 목관절을 억지로 꺾어내어 뒤를 돌아보자—


퍽!


다시금 타격음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얼굴 한가운데의 콧잔등이었다. 사내가 신음소리와 함께 얼굴을 문지르자, 이내 옆구리를 향해 무언가가 날아왔다. 3번은 당할수 없어, 사내는 그 무언가를 밖으로 쳐내었다.


"이걸 쳐내네."


사내가 뒤를 돌아보자, 단발의 고양이상의 여자가 사탕을 꼬나문채 중얼거렸다. 예쁘기는 했지만, 성격은 더러워보였다.


"누구지?"


사내가 입을 달싹이며 물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던가? 아무 기억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도—


"어떻게 여기에 있는건가."


이 추운 설원에, 후드 집업하나만 덜렁 걸치고 걸어다닌다. 평범한 옷차림이면 삽시간에 동사할 날씨임에도, 그녀는 멀쩡하게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