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
즐감
어쩌다보니 한수영과 분식집에 왔다.
그니까.. 이게... 한수영이 날 끌고 온 것이다.
일단 내가 가자고는 안 했다.
분명 난 소설 얘기를 하러 갔는데, 일 얘기는 조금 더 본격적인 곳에서 하자며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거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다.
전부터 지금까지 당연히 나는 돈이 없었기에 그 흔한 PC방은 커녕 이런 허름한 분식집도 안 와봤다.
쉽게 말해서 돈이 없다.
시켜 먹을수가 없다.
"이모~ 여기 떡볶이 2인분 주세요~"
어?
"왜 2인분 시켰어?"
"1인분은 부족하잖아!"
에이. 조금 기대했는데 역시 어림도 없다.
"ㅋㅋ 얘 시무룩한거 엄청 귀엽네. 당연히 장난이지~ 같이 먹자! 마침 나왔네."
처음 말은 무시하고 먹자.
맛있어 보이네. 요즘 편의점 폐기밖에 못 먹었는데.
"고마워."
"잠깐만!"
"어?"
"아 해봐"
"어?"
"아니 뭔 반응이 어? 밖에 없어, 아 해봐!"
이거 그거 아닌가?
먹여주는 척만 하는 장난.
근데 너무 많이 당했던 거라서 뭐.
딱히 화나진 않을 것 같다.
안 하면 죽일 기세니까 일단 해야겠다.
"아"
음, 그럼 그렇지. 지 입으로 가져가네.
살짝 실망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에,
"읍, 음?"
입 안으로 떡볶이가 들어왔다.
맛있네.
이걸 진짜로 해 줄지는 몰랐지만.
"고마워."
"뭐?"
아니, 얘는 또 왜 이래. 인사도 해줬더니.
"반응이 그게 다야?"
"그럼 뭘 더 해야해?"
"아니, 그냥 말을 말자. 내 잘못으로 하자."
진짜로 모르겠네.
이게 내 잘못인가?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한수영 집까지 같이 가주기로 했다.
부우우웅-
잘 가고 있긴 한데.. 너무 멀다?
지금 택시 타고 적어도 30분은 온 것 같은데.
아니, 1시간이네.
"너 도대체 어디 사는거야?"
"기숙사."
아. 우리 학교에 기숙사 있지. 까먹고 있었다.
"근데 왜 굳이 집으로 가?"
"너가 같이 가자매."
분식집에서 나온 이후로 계속 저기압이다.
미안해서 같이 가자고 한건데,
더 미안한 일이 생겨버렸네.
그래도, 몸은 편하다.
어깨에 있는 한수영 머리만 빼면.
"야, 좀 일어나."
"코오- 코오-"
"자냐?"
잠들었네. 어떡하지.
내가 지금 있는 돈이..
아, 다행히 최근에 알바비를 인출해서 좀 있다.
"도착했습니다- 91,000원 입니다."
젠장, 많이 비싸네. 이번 달은 좀 힘들겠는걸.
와, 아파트 엄청 높네.
애들이 하도 말하고 다녀서 집주소는 안다.
그니까.. 여긴데...
벨을 눌러도 아무도 안 나온다.
얘 자취했던가?
그것보다 일단 비밀번호가 뭐지?
0401.. 아니고,
3149.. 아니고,
.
.
.
아, 모르겠다 아무거나 쳐.
1234.. 당연히 아니고,
0215.. 어?
내 생일?
우연이겠지?
와... 집 좋다....
이런 곳에서 자취하는 건 좀 부럽네.
아니지, 얘 빨리 눕히고 가자.
아, 계속 업고 있었더니 너무 힘들어.
이 와중에도 안 깼다는게 웃기네, 잠귀가 얼마나 어두운거야?
얘 방이 어디지?
여긴 창고, 여긴 글 쓰는데 같고,
아, 여기다.
뭐, 그냥 무난무난하네.
책상 하나, 책장 하나, 침대 하나.
책은 뭐 있을려나?
<소설 잘 쓰는 101가지 방법>
<판타지 잘 쓰는 방법>
<일상물 잘 쓰는 방법>
<연애 잘 하는 법>
오, 얘도 이런 책은 봐?
근데 하필 대상이 나네.
....이런 거 봐도 될려나? 고소 당하는 건 아니겠지?
.
.
.
잠깐, 이 책은 뭔데?
<멸살법 댓글 모음집>?
내 댓글들인가?
아니네, 연재 초반에 먹은 욕들도 다 포함되어 있구나.
이 명작을 왜 욕하는건지 이해가 안 갔지.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우음..."
어? 깼나?
아직은 안 깼네.
"우으으으..."
"뭐야, 얘 울어? 야 한수영, 괜찮아?"
우는 게 꼭 비유같다.
저럴 때는 쓰다듬어주면 그치던데...
스윽- 스윽-
"어휴, 내가 어쩌다 한수영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지....
그래도 울음은 그쳤네"
얼굴을 자세히 보니까, 확실히 왜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았다.
긴 속눈썹과 도톰한 입술, 까만 흑발과 매력적인 눈물점.
'예쁘게 생기긴 했네...'
"으음... 어?!"
일어났나보다. 날 빤히 바라보는 게 참 뭐랄까... 고양이와 닮아 보였다.
"잘 잤냐? 윽!"
"히히, 김독쟈다..."
갑자기 왜 달려들어서 사람을 안아 얘는..
진짜 고양이 같은 짓만 하네.
"귀엽긴 해, 확실히..."
"어, 나?"
내가 말로 했나?
하필 그걸 들었네...
"헤헤, 나 기여워?"
'잠 안 깨서 잘못 들었다고 둘러대야하나?'
라며 내 이성은 머릿속에서 토론을 하고 있었지만
내 본능이 앞섰다.
"응. 너 귀여워."
아, 젠장. 망했군.
얘도 잠 다 깬거 같은데.
"나, 나 귀엽다고? 진짜로?"
그냥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그래, 너 귀엽다고. 꼭 고양이같아."
"머? 고양이? 나 고양이 아니야!"
발음 보니 아직 다 안 깼네.
"그래라, 뭐."
"아니야!"
라며 옆에서 날 치는 한수영과의 시간이 이대로 끝나지 않길 바랬다.
아 쓰다가 잘못 올려서 후다닥 지움.
오타, 맞춤법 지적 환영
재밌게 읽었으면 개추랑 댓글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