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참고>
어느날 갑자기 사춘기 길영이가 독자에게 '악마가 천사보다 꼴리는 것 같다'라고 말함
우리엘과 연애중인 독자는 빨리 화제를 돌리기 위해 대충 맞다고 해줌
근데 우리엘이 숨어서 이 대화를 듣고 있었고 우리엘은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사라짐
그날밤 잠을 자다 깬 독자가 본 것은 손발이 구속된 자신을 바라보는
토라진듯 하면서도 흥분한 것 같은 표정에 서큐버스 복장을 한 우리엘
이 뒷부분은 누군가 써줄 거라 굳게 믿음
.
.
.
길영이랑 술을 좀 마셨다.
술에 취한 우리는 몇가지 시시껄렁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령, 술집에 오기 전 만나기로 했던 카페에서 일하던 천사와 악마 종업원 듀오 중에서,
누가 더 섹시하고 호감인가 라던지...
"당연히 악마 누나가 더 꼴리던데요?"
[길영아, 꼴린다니... 말을 점잖게 해야지.]
"왜 그래요, 형! 방금 진짜 상아누나 같았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불편하게 왜 그래요!"
[' 끙...' ]
애초에 말을 아무렇게나 하던 녀석이였지만,
요즘은 더욱 상스러움이 더해진 것 같았다.
'이건 전부 녀석이랑 붙어다니는 이지혜 그 녀석 때문이겠지.'
그런 불편한 생각을 하는 내게, 녀석이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형은 누가 더 야하다고 생각해요? 천사 누나? 악마 누나?"
[나는 별 생각 없어.]
"아, 정말 이러기에요? 너무해요, 형! 내가 얼마나 형이랑 술 한잔 하면서 놀고 싶었는데..."
녀석이 화가 난듯, 술을 한잔 쭉 들이키고서 나를 원망스럽다는듯이 노려보았다.
내게 매일같이 연락하던 이길영.
바쁜 삶을 사는중인 '가장 오래된 꿈'의 사무실 전화에는 항상 이길영이 남긴 음성메시지가 매일 하나씩 있었다.
「형. 다음달에 한국 온다고 들었어요! 저랑 그때 술한잔 해요, 저 이제 어른이에요!」
「형 3주 뒤에 저랑 술 한잔 해줄거죠? 저 대학교 친구들이 형이랑 친하다는거 아무도 안믿어줘서 꼭 사진도 한장 찍고싶어요, 형.」
「형, 보고싶어요... 형이 아끼는 신유승도 형이 엄청 보고싶대요. 그러니까 한국 좀 일찍이 돌아오면 안되요?」
그렇게 미워하는 유승이를 팔아가면서까지 나를 보고싶어하던 녀석이였다.
어쩌면 오늘 이렇게 말이 많은것도,
뭔가 나랑 추억이 될만한 어느 '이야기'를 살고 싶어하는 것이겠지.
나는 막 귀국한 피곤함을 조용히 감추고서, 녀석에게 피식 웃어주며 말했다.
[나도 악마쪽이 더 좋아.]
"진짜요? 하하핫! 형 그 말 책임질 수 있겠어요?"
나는 기뻐하며 뜻밖의 말을 하는 녀석에게 물었다.
[무슨 뜻이야?]
"우리엘 누나요! 형이랑 누나랑 사귄다면서요? 난 형이 당연히 천사 고를줄 알았는데?"
키득거리는 놈을 보며 나는 속으로 아차 싶은 느낌이였다.
하지만 한번 뱉은 말을 물리자니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나는 대충 둘러대고서 화두를 돌리고자 애썼다.
[꼴림 대결이니까 악마를 고른거야. 귀엽고 사랑스러움 대결이였으면 당연히 천사를 골랐겠지.]
"와, 치사해요, 형. 이걸 그렇게 포장한다구요?"
이길영이 시선을 피하려는 내 얼굴을 집요하게 바라보며 기분나쁘게 빙긋 웃고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녀석이 관심가질만한 정보를 꺼내서 화두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것보다 이번 여행에서 재미있는 공룡 화석을 발견했어.]
"네?"
[네가 말한데로 엄청나게 큰 공룡들이 많이 살았던 것 같더라고. 그래서 좀 파달라고 부탁해서 가져왔지.]
"헉! 지금 가져왔어요? 어디서 찾았어요? 혹시 엄청나게 커요, 형?"
녀석이 신이나서 먹으려고 막 집어든 삼겹살도 내려놓고서 눈을 반짝였다.
나는 걸어놓은 이차원 코트 주머니를 슥 가리키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신이나서 달려가는 녀석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성류 방송]은 한국에 오자마자 꺼놓는다고 비유가 그랬으니까. 뭐, 특별한 문제 없겠지...'
.
.
.
.
.
.
나는 가만히 생각중이였다.
'길영이와 한잔 했었지.'
'그리고 곧바로 집에 돌아왔고.'
'씻고 잠들었다.'
아무리 기승전결(起承轉結)을 따져보아도,
이런 결(結)이 찾아온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날 위해 마련된, 폭신폭신한 이 침대에서.
난 왜 불가사리마냥 사지가 결박된 채로 대(大)자로 뻗어있는 것일까.
[...끙... 이익...!]
[알 수 없는 힘이 당신을 완벽히 속박합니다!]
세상이 미친걸까, 내가 미친걸까.
잘 모르겠다.
지금 손발에 감긴 이 얇은 빛의 밧줄들을
현 세계선의 [가장 오래된 꿈]이자, 전 [구원의 마왕]께서 못풀고 계신 중이였다.
[...뭐지, 나 설마 위기상황인건가?]
몇년만인지 모를, 나를 위한 정성스러운 함정.
나는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것을 느끼고서 생각했다.
'이 두근거림이 혹시 어느 변태같은 취향의 각성은 아니겠지?'
그런 하찮고 불쾌한 망상을 하는 내게, 누가 말을 걸었다.
【일어났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뒤는 유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