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https://arca.live/b/reader/84176344



어느덧 한수영에게 고백한지 사흘이 지났다.


색다른 감정에 온 몸이 삐걱거리고, 꿈을 꾸는 기분이다.


글을 써서 날 살려준 구원자. 

오랜 전우이자 동료.

그리고 서로를 향한 작가와 독자라는 서사.


그리고 이제는 풋풋한 첫사랑을 시작한 연인관계이다.

시나리오 때부터 그저 친구처럼 지내왔었는데다가 한수영의

그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관계가 몹시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도. 낯선 건 낯선 거고 행복한 건 행복한거다. 


사랑은 입질이라는 비유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한번 릴이 움직이면, 물고기가 낚일 때까지 절대 움직일 수 없다. 물고기가 잡히더라도, 대부분 허상인 경우가 많다. 아직 새끼라던지, 독성이 있다던지, 미끼만 쏙 빼먹고 도망가는 경우라던지..


사랑에 문을 여는 순간을 입질에 비유해도 될까. 사랑이란 감정에 인색한 우리는 에둘러 표현할 뿐이다. 

테이블을 사이로 얼마나 많은 눈길을 주고받는지, 너가 없었더라면 그 위에 놓인 음식을 얼마나 게걸스리 먹었을지. 

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 역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채. 그렇게 우린 이상한 공기를 만들어냈다.


사랑이 입질에 걸린 순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며 쑥스럼에 중언부언하는 우리는, 날카로운 낚시바늘에 걸린 듯 견고했던 마음을 내어 줄 수밖에 없다. 


30여년 간 마음의 교류가 없던 나와 한수영도 마찬가지이다.

아직은 내가 알던 그 까칠한 한수영이지만, 고작 며칠 사이 가끔씩 나오는 그녀답지 않은 말과 행동이 사랑스럽다.




사귀기 시작한 뒤에도 일이 바빠 우리는 서로에게 시간을 많이 쏟지 못했다. 뭐,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는 한수영을 보고 "사랑해 수영아"

한마디 하면 부끄러워 쏜살같이 도망치는 탓도 있지만.


몇주간 백수 신세인 난 그저 한가로울 뿐이고, 한수영 또한 강연이 없는 날엔 집에서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서툰 사랑이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의 크기는 몇년간 사귄 돌박이 커플에 절대 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서로는, 서로의 인생을 품고 있었으니까. 

그녀와의 온전한 시간을 더욱 가지고 싶었다. 사귄지 사흘 째 된 날, 난 글을 연재하고 있는 한수영을 설득해 함께 해변으로 갔다.




"우와아..빛깔 봐. 완전 예쁘다.."


바다를 쳐다보는 한수영의 옆모습이 햇살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난다.


"수영아."


"으응?"


"사랑해."


교제를 시작한 후, 이런식으로 뜬금없이 사랑해를 외치고 있다. 내 삶을 포괄해 그녀에게 받은 것이 너무나 많아, 일종의 '채무 회수' 활동이라고나 할까. 


"윽..김독자..너 왜그래 자꾸..."


한수영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뭐야..우리 수영이는 나 안 사랑해?"


"미친..."


잠깐 고민하는 듯 하다 숨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나도 사..랑해 독자야ㅏ.."


어느새 내 품에 들어와 작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채무 활동이란 말은 취소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무슨 말인들 못하리.



우리는 노을을 배경으로 해변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어깨에 살짝 닿는 단발 머리. 날카로운 눈매를 돋보이게 만드는 긴 속눈썹. 하얀 피부 위 랜드마크인 눈물점. 어떻게 시나리오를 해쳐왔는지 모를 가녀린 몸.


그녀를 계속 눈에 담고 싶어 계속 옆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한수영도 나를 쳐다보았다.


애정이 담긴 눈빛이 몇 번 오고갔다. 순간 우리 둘다 볼이 빨갛게 변색되어 호흡이 가빠오는데도,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입술을 달싹거리는 한수영. 그런 그녀의 가늘고 찬 손을 깍지로 마주잡았다.


움찔


한수영은 놀란 듯 어깨를 떨면서도 되려 내 손을 힘줘서 붙잡았다. 내 몸에 바싹 밀착한 그녀에게서 레몬 냄새가 물씬 풍겼다.


"....너 손 되게 크다."


한수영이 작게 속삭였다.


"네가 작은거겠지."


"히히..그런가?"


귀엽게 웃는 익숙치 않은 모습이 사랑스레 느껴진다.

뭔가 놀리고 싶어져서 느끼한 말투로 귓속말 했다.


"네가 작아서 참 좋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잖아."


"미친놈아...! 오글거리지도 않냐?!"


질겁한 한수영이 손을 빼내며 말했다.


"김독자 너.. 원래 그런놈 아니었는데. 아무리봐도..."


"네가 너무 예쁜데 어떡하겠어."


새침한 한수영을 놀릴 의도도 아니었고, 불현듯 진심을 담아 한 말에 한수영은 이마 끝까지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뭐,뭐래. 이 누나가 그렇게 예쁘냐? 저기 하늘이나 봐봐, 갈매기다!"


당황해서 횡설수설 하는 모습마저 예쁘다. 난 이 참에 계속 놀려주고 싶어 짐짓 삐친 표정을 지었다.


"한수영, 나라고 원래 이러는줄 아냐? 그래도 남자친구니 최선을 다해 좋아해주고 있는데.."


내 말에 한수영이 무안한지 다시 내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당연히 안다. 이정도면 한수영도 여자친구로서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애정을 표하고 있다는 것을. 오히려 하루아침에 성격이 바뀌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거다.


"야, 솔직히 말해. 나 혼자만 마음 품고 있는거 싫으니까.

억지로 사겨준다거나 그런 거 아니지?"


말투를 예전처럼 바꿔 차갑게 쏘아붙이니 한수영이 많이 당황해했다.


"아니..그런게 아니라..!"


"생각해보니 내가 사랑한다 해도 계속 도망가고..난 진짜로 진심으로 말하는 거였는데."


이쯤 놀렸으면 그만둬야지, 하고 있는데 한수영이 갑자기 나를 끌어안더니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잠시 후 얼굴을 든 한수영이 울먹거리고 있었다.


"진짜 미안해 독자야..연애같은거 처음 해보는거라..부끄러워서 그랬어!"


눈물까지 글썽일 줄은 몰랐기에 이번엔 내가 당황했다. 한수영은 여전히 내 품에 안긴 채 말을 이었다.


"나도 너 사랑해. 그러니깐 앞으론 그런 말 하지 마."


이렇게까지 반응하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평소에 그랬다간 발길질이 날아올 테니까.


"그럼 수영아, 듣고싶은 말이 있는데."


"말해봐, 뭐든지 해줄게! 그러니깐 화 풀어, 응?"


한수영의 눈물을 닦아주며 미소를 씩 지었다.


"오빠라고 해봐."


"...뭣..."


"수영이가 오빠라고 불러주면 화 풀릴거 같은데."



한수영은 다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더니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차암..따지자면 내가 두 살 더 많은데 그것도 못해줘?"


"...."


"난 네가 시켜서 미소녀작가님이라고도 해주고 누나라고도 해줬.."



"오..오빠."


귀를 간지럽히는 한수영의 말에 두둥실 날아갈 것만 같았다.


"흐음? 뭐라고 수영아?"


"독자오...빠. 사랑해요..."


한수영이 내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시나리오 때,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도저히 그녀의 입에선 나올 수 없는 말.

존댓말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녹음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난 그런 그녀가 너무나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작은 체구가 내 품 안에 포옥 들어왔다.


내 품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한수영이 쏘아붙였다.


"야! 이제 니가 누나라고 불러! 난 해달라는거 다 해줬다?"


"네에, 누님. 사랑합니다~"


"미소녀 작가님도!!"


"예이, 미소녀작가님. 이제 얼굴을 드시죠."


뾰루퉁한 표정의 한수영이 입술을 비죽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치이..치사한 김독자. 진짜 죽는줄 알았다고.."


"그럼 그냥 하지 말지, 나도 놀랐다 야."


"그래도..너가 나때문에 삐져있는 건 싫어서.

우리 못생긴남친, 은근히 여리단 말야."


한수영이 히죽거리며 내 볼을 꼬집었다. 이번엔 내 뺨이 조금 물들었다.


"난 괜찮아 수영아. 넌 오랜시간 멸살법을 써준 내 구원자이자, 동료이자, 하나뿐인 작가님이니까."


바닷바람에 레몬향이 코에 확 들어왔다.


"그리고 이젠 소중한 여자친구이기도 하지.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난 한수영 널 좋아할거야. 뭐, 가끔씩 욕할때마다 무섭긴 하지만 말이지."


감동 받은 듯 한수영이 날 초련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좋으면서도 쑥스러운지 한수영이 입을 씰룩거렸다.



"김독자."


"응?"


"독자야."


"왜 수영아?"


말이 없더니 잠시 후 다시 날 불렀다.


"김독자?"


"듣고 있어."


노을을 바라보며, 한수영이 계속 나를 불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한 다정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히히..독자야.."


한수영이 내 품에 쏘옥 파고들더니 고개를 확 들어 날 올려다보았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진 눈꼬리. 애정이 가득 담긴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췄다.


"좋아해."


"나도 수영아."


무슨 생각을 한 건지 한수영이 가만히 나를 응시하더니, 어느새 얼굴이 닿을 듯 가까히 왔다. 입술에서 풍기는 진한 레몬향에 정신이 아득해져 몸을 뒤로 젖히기 전에, 내 볼에 그녀의 입술이 닿았다.


잠시 닿았던 입술이 떨어지고, 한수영이 볼에 홍조를 띄우며 나를 바라보았다. 몇초 간의 정적이 흐르고, 이번엔 내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입술과 입술을 부딪쳤다.


..



.



"언니! 저녁먹어! 아저씨도.."


기말고사를 마쳐 동기들끼리 낮술파티를 벌인 이지혜는 한참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김독자컴퍼니] 하우스에 돌아왔다.


식탁에 김독자와 한수영이 없는 것을 보고, 이지혜는 계단을 올라가 한수영의 방문을 두들겼다.


"뭐야..언니 없어? 혹시 또 아저씨랑.."


김독자가 돌아온 이후 자주 김독자의 옆에서 소설을 쓰던 그녀였다. 그래서 역시나 하고 김독자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부! 아저씨랑 언니 둘다 없는데?"


"또 둘이서 싸돌아당기는 모양이군."


앞치마를 벗고 식탁에 앉은 유중혁이 별꼴이라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긴, 요즘들어 둘이서 자주 놀러다니니까요."


정희원의 말에 유상아가 의아하다는 듯 덧붙였다.


"근데..그 두사람. 뭔가 있는거 같지 않아요? 며칠 전엔 둘이서 캠핑도 간다하고."


"맞아. 그리고 다들 그거 알아요?"


이지혜가 조금 목소리를 낮추자 일행들이 그녀에게 주목하였다. 심지어 유중혁마저.


"내가 어제 봤는데...언니가 아저씨 무릎에 앉아있었..흡!"


숙취가 덜 깼는지 이지혜가 헛구역질을 하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길영이 숟가락을 떨어뜨렸고, 정희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짖궂게 웃었다.


"와..."

"역시 수상하다 했지만..."

"그럼 두분이 사귀는 사이란 말입니까?"


식탁이 갑자기 시끌시끌 해졌고, 조용히 있던 신유승도 한마디 했다.


"이상하긴 했어요. 갑자기 아저씨가 언니한테 수영이라고 부르고.."


"이거 확실하네. 이따가 한번 따라가 볼까요? 핸드폰 추적장치 달아놨으니까 찾을 수 있을거같은데."


귀찮다고 빼는 유중혁과 시험을 앞둬 바쁜 신유승을 제외하고, [김독자컴퍼니]는 그의 자취를 따라 해변으로의 미행을 시작했다.



"대충 여기쯤인거 같은데.."

"엇? 저거 독자씨 아녜요?"


어스름하게 지는 저녁볕 사이 익숙한 그림자가 해변의 벤치에 드러나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봐보니, 그에게 감춰져있는 또다른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으아! 저거 흑염누나 아니야? 둘이 뭐하는.."

"잠시만."


경악하여 따라가려는 이길영을 정희원이 만류했다.


옆을 보니 얼굴이 빨개져 있는 이현성이 있었다.


"기다려 봐. 이건 방해하는거 아냐."


정희원은 알고 있었다. 이 둘은 사랑이란 장대한 감정의 파도를 타고있으며, 둘 이외의 어떤 것도 이 순간에 끼어들면 안된다는 것을. 서로를 탐하고 비류처럼 적시고 있는 그들을 보며, 이현성과의 첫키스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


.



"푸하!"


1분간 내 입을 격렬하게 탐하던 선홍색 살덩이가 천천히 뒤로 빠져나갔다. 


한참동안 서로에게 눈을 맞추고 있다가, 잠시 후 고백했다.


"수영아, 사랑해."


"...나도."


"뭐야..미소녀 작가님이 왜이렇게 반응이 미적지근하실까?"


"킥, 좀스런자식..."


배시시 웃는 한수영이 내 팔을 끌어안았다. 한수영의 몸이 내 몸에 찰싹 달라붙었고, 옅은 어둠 속 새하얀 피부가 황혼 때문인지 다홍색 빛으로 물들었다.


"나도 사랑해 김독자..아니 독자 오빠아."


"...."


"기분 좋으니깐 특별히 해주는거야!!"


창피해하는 한수영이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를 질렀고, 난 그런 한수영이 귀여워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그때였다. 




"헐 언니..."

"방금 한수영이 독자씨한테 오빠라고.."


이런 미친. 저 인간들이 언제 온거지? 그보다 대체 어디부터..


이지혜와 정희원 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유상아, 이현성, 이길영, 이설화..


"흐음~제가 잘 못 들은거죠?"

"대체 두분,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되신겁니까!"


한수영이 경악하며 자신을 감싸고 있는 팔을 풀려고 버둥거렸다. 난 잠깐 당혹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쳐다보다, 내 품에안긴 한수영을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보다시피 제 여자친구인 한수영 입니다. 우리 수영이가 아직 이런건 수줍어 하는군요."


-야..! 너 죽고싶냐? 이거 빨리 놔..!


"으음. 수영아 뭐라고? 오빠 사랑한다고?" 



이길영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나와 내 품에서 아둥거리는 한수영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니..누나, 뭐 잘못먹은거야? 그리고 형도.."


이지혜가 이길영의 말을 끊고 폭소했다.


"으히히히, 진짜 미쳤네. 언니, 아저씨같은 사람이 취향이었어? 독자오빠라니. 독자오빠...으하하하하!"


"수영씨, 맨날 툴툴대는 것만 봤는데, 이런면도 있는지는 몰랐네요? 아무튼 두 분 축하드려요."

"두 사람, 언제부터 사귄거에요?"


유상아와 정희원도 웃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나는 한수영의 손을 쥐고는 일행들 앞으로 걸어갔다.


"제가 먼저 고백했습니다. 며칠 전 별 보면서요."


"유후! 독자씨 낭만 합격이네."


"그래서 독자씨는 수영씨 어디가 좋아서 고백했어요?"


귀 끝까지 달아올라 땅만 쳐다보고 있는 한수영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냥. 좋은데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러고는 한수영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일행들의 웃음소리,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한수영은 이제 울 거 같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크흡흡..그럼 한수영 너는? 너 독자씨 싫어하는거 아니었냐?"


정희원이 실소하듯 말하자 한수영이 무언가 결심한 듯 갑작스레 나에게 팔짱을 끼며 성큼 다가갔다.


"아니거든? 나도..나도 좋아하거든! 김독자가 나 좋아하는 거보다 더 좋아해!"

"그치 독자야?"


"크흐흐하! 독자래 독자..."

일행들이 낯선 광경에 배를 잡고 웃었고 괜한 말을 했다는 듯 한수영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조그맣게 욕설을 내뱉었다.


"어허 수영아, 나쁜말은 줄이기로 약속했잖아."

"이씨..."


그래도, 손을 뿌리치고 도망갈 줄 알았던 한수영이 이렇게 나서주니 꽤나 의외였고, 고마웠다. 난 한수영의 팔을 붙잡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수영아, 사랑해."


한수영의 반응을 궁금해하며 그녀에게 모든 시선이 쏠렸다.

이지혜가 으웩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쳤고 정희원이 휘파람을 불었지만, 한수영은 엉거주춤 자세를 잡더니 나를 거세게 껴안았다. 

비록 얼굴은 터질 듯 달아올라 있었지만 또박또박, 진심을 담은 목소리가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채웠다.


"김독자, 내가 더 사랑해!"


그러고는 소심하게 웅얼거렸다.



"오빠.."






아무래도 당분간 한수영은 일행들의 놀림에 숨어살아야 할 것 같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