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독자다.
성별은 여자.
설화는 수도 없이 많고, 가오꿈 역할을 맡고 있는...
에잇, 너무 자기자랑 같으니까 그만하자.
아무튼, 요즘 중혁이가 나한테 조금 서먹해진 것 같다.
다른 애들하고만 놀러다니고.
아니, 어떻게 나랑 사귀고 있는 사이면서 그렇게 평화롭게 다른 여자들이랑 놀 수 있어?
하여간 눈치도 없는 개복치.
"아, 김독자."
잠깐만,
'이렇게 갑자기 만난다고?'
김독자는 둘이서 눈이 마주친지 일주일은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아니, 이미 일주일은 지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반가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중혁아!"
김독자는 유중혁이 자신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곧장 달려가 그의 넓은 가슴에 안겼다.
"뭐 하는 거냐, 아기도 아니고."
말을 저렇게 할 뿐이지, 피식하며 웃는 것부터 숨길 수 없는 애정이 김독자는 느껴졌다.
하지만 뒤에 들려오는 말에 그 감정은 순식간에 차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아, 미안하다. 잠시 어디 다녀오도록 하지."
'또?'
"이번엔 어디 가는데! 최근에 우리 이렇게 만나지도 못 했잖아. 또 나만 두고 갈려고?"
"당연히 나도 너와 함께 있고 싶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를 돌아 걸어가는 유중혁을 보면서, 김독자는 약간의 회의감과 상실감을 느꼈다.
'이번에도.. 나는 떨어져 있어야 하는거야...? 이게 사귄다고 하는 게 맞을까?'
아마 김독자가 유중혁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때부터일지도 모른다.
***
끼익-
'바람의 길'을 사용해 빠르게 집으로 돌아온 유중혁은 현관문을 열었다.
최대한 약하게 열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문 소리가 들리고, 유중혁이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들어갈려고 했다.
발이 실외와 실내를 나누는 경계를 넘어설려는 순간, 갑작스럽게 나온 시스템 메세지가 그의 눈에 띄었다.
[성좌, '가장 오래된 꿈'의 권능으로 인하여 출입 불가 상태가 된 지역입니다.]
"김독자! 괜찮은 것이냐!"
유중혁이 자신을 막는 벽을 두드렸지만, 노란 벽은 도저히 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당 지역엔 '음파 차단' 스킬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음파 차단까지 걸려 있어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유중혁은 욕설을 내뱉으며 급히 아이템 하나를 사용했다.
[화신, '유중혁'이 '한낮의 밀회'를 사용합니다!]
<무슨 일 있나?
다행히 답장은 빠르게 도착했다.
<아니, 아무것도.
<그럼 왜 나를 막는 것이냐!
<너가 날 안 만나주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을 했었다!
<그래, 그랬겠지. 그래서. 혼자 남은 사람의 심정을 생각해 봤어?
순간 할 말이 없어진 유중혁은 가만히 <한낮의 밀회> 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난 너랑 내가 사귀는 것 같지 않았어."
그가 그렇게 원하던 김독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린 같이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었잖아? 그건 너가 제일 잘 알테고."
반짝거리며 빛나던 노란색 벽이 서서히 없어지며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
유중혁은 혼나는 아이처럼 입을 다물고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로 김독자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미안하다."
"뭐?"
"진심으로, 미안하다."
"...넌 항상 그래. 남이 슬퍼하는 동안에는 신경도 안 쓰다가, 무엇이 불만인지 말하고 나서야, 그때서야 사과를 해. 진심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김독자는 눈물을 흘리며 유중혁에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다."
"나는 그 사과가 진심으로 안 느껴져. 우리 둘은 서로의 것이 되어주지 못 하는 것 같아."
"나는, 누가 뭐라 해도 너만의 것이다."
"그 말, 맹세할 수 있어?"
"...내 존재를 걸고 맹세한다."
그 대답을 하고 나서 김독자의 얼굴에는 미세한 미소가 걸쳐져 있었다.
"중혁아."
"왜 부르는 거냐."
"넌, 이제 내꺼야."
김독자는 섬찟하게 웃으며, 유중혁의 앞으로 걸어왔다.
[성좌, '가장 오래된 꿈'이 자신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유중혁은 갑자기 방으로 이동되었다.
천천히 다가와 문을 닫는 김독자는, 공포 그 자체라고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너도 혼자 있어 봐야지?"
.
.
.
온갖 고문에 가까운 집착들을 버티고 해명할 기회가 생긴 것은, 그로부터 약 한달이 지난 뒤였다.
에라이 후반 다 말아먹음 ㅅㅂ
미안해 나도 맘에 안든다
역시 난 순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