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이었다.
겨울이 찾아왔다.
유난히도 아름다운 겨울이었다, 그 해 겨울은.
"라파엘! 빨리 와요! 눈이 엄청 많이 쌓였어요."
"... 천천히 가겠음. 추우니까 옷 제대로 입고."
굳이 천천히 가겠다고 딴지를 거는 이유가 무엇인지.
카멧의 눈이 샐쭉해지더니, 곧내 재미있는 것이라도 발견했다는 듯 반짝이기 시작했다.
라파엘의 불안은 틀리지 않았다.
"악!"
"목도리 빌려갈게요! 라파엘! 항상 사랑해!"
"안 그래도 내가 매줬을...!"
카멧은 신이 난 듯 수북히 쌓인 눈 사이로 뛰어들었다.
라일락 물을 들인 연보라의 양털 목도리가 겨울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저는 라일락이 너무 좋아요.'
'왜? 예뻐서임? 아니면, 향기?'
'당신이 처음 제게 준 꽃이라서요.'
'...'
'라일락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
첫사랑.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이었다.
단지 네가 기뻐하는 걸 보고싶어, 꽃을 등돌린 네 몰래 라일락을 꺾어 몰래 연보라빛 염료를 만들어두고, 양털을 깎는 겨울만을 기다렸다.
반 년에 걸친 기다림은 그에 걸맞는 찬란이었다.
그녀는 미소지었다.
물들여본 경험도 없어 색이 드문드문 희고 짙은 그 길거리 잡화점에서도 안 팔듯한 목도리를 품에 꼭 안고 마치 세상을 품에 지닌 듯 찬란하게 웃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찬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파엘은 그녀가 어째서 저런 웃음을 짓는 건지 그 웃음을 보고서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 했다.
세상을 모두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금방이라도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 것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