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한 걸음 나아간 김독자가 둘의 등을 퉁,하고 쳤다.그러자 두 사람이 동시에 주춤거리며 앞으로 밀려났다. 인상을 쓴 한수영은 김독자를 향해 뭐라 말했고, 유중혁은 칼을 잡을 준비를 하며 눈을 부라렸다.

"이제 시나리오 끝난거 알지? 지금부터 도검 휴대는 불법ㅡ"

"멍청한 소릴 하는군. 아직 끝난게 아니다."

"그래, 아직 tls123이 누군지도 알아내지 못했고ㅡ"

서서히 문이 닫히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목소리 사이로,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었다. 김독자가 즐거운 듯이 웃었고, 아이들이 떠들었다.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었다.


...

...

...


「그리고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항상 그 문장이 싫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누 누구보다 그 문장이 현실이기를 바랐다.


[성좌,'구원의 마왕'이 자신의 ■■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꿈'이 됐습니다.]


스러지는 먼 불빛이 나를 기억하는 성좌들처럼 보였다.

그렇게, 나의 끝나지 않는 항해가 시작되었다.」


...

...


분명, 그렇게 시작이자 끝, 속죄이자 구원이 되었어야 했다.



*

덜컹거리는 지하철안. 평범한 듯 있는 의자와 지하철 봉.


그 옆에는 이 현장에 어울리지 않은 한 여인이 있었다.

짙은 눈썹과 밝은 노란 눈. 회색과 노란색에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포니테일 머리.

마치 범람하듯 평범한 옷. 당장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은 아이.

이마 중앙에는 커다란 뿔이달린 한 아이가 눈물을 훔치며 서있었다.


"정말. . .이게 최선이었던거야?"


"비유야. . . .나는. . ."


"어떻게. . .사람들한테 그럴수있어? 다른 사람은 걱정안해? 당하는 입장은 모르는거야?"


김독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여기서 대답해봤자 더 악화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독자는 애써 괜찮은 척 하며 지하철 문을 열었다.


"비유야. 지금이라면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갈 수 있어, 돌아가자."


"돌아가자고? 나 혼자? 어떻게. . 아저씨 혼자두고. ."


아저씨. 평소에 들었다면 전혀 지장이 없는 단어였지만. 이 멸망한 세계를 그 아이와 살아간 나로써는 뼈저리게 아픈 말이었다.


"그래. . 이게 아저씨 생각이라면. . 따라줄게."


"걱정마. 곧 따라갈게."


거찬 바람이 들어오는 지하철문이 열렸다. 비유는 바람을 맞으며 서서 김독자를 보았다.


". . 갔다와. . .아빠."


"그래. 꼭 갈게."

김독자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때는 꼭 아빠 취향대로 입어줄게."


"말이 좀 이상하지만. . 기대할게."


비유는 다시 도깨비로 변하여 지구로 떨어지고. 지하철문은 열린 적이 없듯이 닫혔다.

이제 이곳에는 그녀의 흔적조차 사라졌다.


김독자는 아픈 심장을 붙들어 잡았다. 


너무나 아팠다. 자꾸 그녀의 모습. 성격. 습관. 그 모든 것 하나 하나가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는 붙들어 잡은 심장을 놓으며 심호흡을 했다. 그렇지만 튀어나올 듯 움직이는 심장과 그의 눈에서는 그의 설화가 담긴 눈물이 그의 기억을 다시 말해주었다.


"꼭. . 다시. ."



*

사실 그녀는 알고있었다. 그가 돌아올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이제 대도깨비이기 때문에 벽에 적힌 내용을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성좌 ■■ ■■■ ■은 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째서 그에게 다녀오라고 했을까.


대체 어떻게 그에게 작별인사를 할까.


그녀의 인생 한 평생을 같이 살아온 사람인데.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같은 색의 눈까지 닮은 그.


「아기 도깨비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눈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채널 관리자 : 비유(譬喩]」


내 얼굴을 볼때마다 생각하는 그.


내가 최악의 상황이 되어도. 나를 믿고 구해준 그.


「저는 '재앙'을 죽■지 않겠습■다.」


또 그와함께 다녔던 나의 대장.


「네가 원■다면, 나는 얼■든지 너의'증오'가 되■다.」

「이 회■에서, 나를 죽■기 위해서 살아■라.」


이제는 다 달아버린 기억들.


하지만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


그가 없는 삶이 두렵다.


나의 맑고 긴 지평선처럼 거대한 그가 이제는 사라져간다.


그런 그에게 도대체 어떻게 작별을 고할까.


만약 신이 있다면. .


-쿠우우웅!


지구에는 커다른 충돌구가 생기며 비유는 떨어졌다. 


...

...

...


*

「만약, 누군가의 상상이 작가의 문장을 앞지르는 순간이 온다면.」


[거대 설화,'빛과 어둠의 계절'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거대 설화,'잊혀진 것들의 해방자'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제 몇 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남을 거란 사실이다.


천천히 펴지 듯 밝아지는 세상.


그곳에서 오랜만의 숨을 내쉬는 그.


그런 그를 바라보며 손을 덜덜떠는 그녀.


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복장을 하고있었다.


". . .진짜 입었구나."


"어-. .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


그녀의 목소리에 떨림이 직접 느껴지는 말이었다.


"몇년이나 그러고 있던거야?"


"암흑 차원의 시간 단층에 있어서 모르지만.. 나는 한 400년쯤?"


"와. . .그 긴시간 동안 그 부끄러운 옷을 입고 있던거야?"


"왜?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건데."


그의 침대에 앉는 그녀는 지금까지 있던 일들을 말했다.


"아 참. 그리고 벽이 바뀌었어. 마치 누군가 찢고 다시 쓴 것 처럼."


성좌 ■■ ■■■ ■은 돌■올 !@*(% 것이다.


"이제 벽을 다룰수 있게 되었구나."


"그럼. 이제 나 도깨비 왕이라구."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이제 가봐야 할 시간이야. 벽에 따르면 난 아직 여기 있으면 안되거든."


창문으로 나가려던 그녀를 멈추게 한건 그의 말 한마디 였다.



"다녀왔어 우리딸."



"응. 아빠 잘 돌아왔어."



그녀는 바람처럼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창문에는 그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눈물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녀가 나감과 동시에 병실 문이 벌컥 열였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잘 지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