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의 끝은 곧,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말한다.”」


ㅡ ■■■■ ■.


*


모두 이러한 일들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이 끝날 때의 즐거움과 허무함.


「이것은,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겪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아름다운 노을이 보이는 창가.

나는 버스에 앉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완독한다.


‘ 전지적 독자 시점 ’.


1년이 지나가면서도 수도 없이 많이 읽은 소설.

그 끝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는 마음이 있다.


「이 끝은 내가 원했던 결말인가.」


유중혁은 말했다.

「"네가 원하지 않았던 결말은 모두 실패한 결말인가?"」


그래, 그런 말을 했었지.

이것은 이야기의 끝이다.

내가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작가가 만들어낸 것도 아닌,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낸 결말.


가장 오래된 꿈이 전지 하면서도 무능한 것처럼,

우리 독자들도 또한 이 이야기의 끝을 암에도,

끝없이 돌려봐도 결국 그 이야기를 바꿀 순 없다.


다시 한번 상념을 끝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거장에 잠시 내려 시간을 확인한 나는 생각했다.


PM 6:30

‘얘는 뭔 이 시간에 나를 불러서...’


“준혁아! 여기!”


난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 버스가 늦게 와서.”

“으이그, 그러니깐 일찍 나오라니까! 그것보다 내가 오늘 있잖아ㅡ”


그녀는 내 오랜 친구 이예서다.

생각해 보니, 내 소개를 안 한 것 같다.


나는 한준혁, 평범한 대학생이다.

뭐... 취미는 보다시피 책 읽기나 글쓰기 같은 거다.

지금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놀고만 있지만.

그렇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ㅡ


“한준혁.”


아 맞다. 


“너 자꾸 이상한 생각 하고 있지.”

“전혀, 너 지금 과제 이야기하고 있었잖아.”

그녀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근데 과제 내용이 뭐였더라?”

“봐봐! 너 내 말 안 듣고 있었네!”

“미안. 한 번만 다시 말해줘.”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말하였다.

“이번에 교수님이 <오이디푸스 왕>의 분석과 함께 서평을 써오라고 하셨잖아. 설마 안 읽은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다 읽었지.”

“오늘 들은 답 중에 제일 맘에 드네. 그래서 넌 어떻게 쓸지 생각해봤어?”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가 지은 아테네 비극으로,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면 많이들 들어봤겠지.

아마, 전지적 독자 시점에선 ‘자신의 눈을 찌른자’라는 수식언으로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글쎄, 결국은 오이디푸스의 갈망이 중심적으로 나와야 하니깐ㅡ”


결국 이것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나타낸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가장 잘 나오는 곳은…

“결말을 중심으로 쓰는게 낫지 않을까?”

“결말?”

“응, 결말.”


오이디푸스는 결국 자신의 눈을 파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결말이라... 그래! 그게 가장 편하겠다.”


근데 브레인 담당은 내가 아닐 텐데?


“너... 설마 생각 안하고 있다가 나한테 물어본 거 아니지?”

“설마? 내가 그러겠어~”


딱 봐도 표정에서 다 보인다.

이래서 날 불렀구만.


노트북을 꺼낸 그녀는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근데 넌 아무것도 안 하냐?”

“응? 아, 미안.”


하여간 이런 건 철저해요.


“할 거 없으면 책 내용이나 다시 살펴봐, 또 저번처럼 오류 있으면 교수님 난리친다.”

책을 건네준 그녀는 다시 작업에 몰두하였다.


‘다시 한번 살펴나 볼까.’

책을 펴낸 나는 한 대사에 집중하였다.


「“아아, 아아, 모든 것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구나, 명백하게!”」

예언.

결국 이야기도 같다.

아무리 원치 않는다고 하여도 결국엔 일어날 일.

아주 조금. 조금이라도 우리가 이야기에 간섭할 수 있다면, 이 이야기는 바뀔 수 있을까?


츠즈즛…


뭔 소리지?

나는 그 소리의 원인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너 지금 뭐하냐.”

얜 못 들은 건가?

“뭔 소리 못 들었어?”

“무슨 소리?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이거나 확인해... 준혁아?”


갑작스러운 두통과 이명에 나는 의자에서 떨어졌다.


“야! 왜 그러는데!”


정신이 끊어질 만큼 고통스러워 하는 사이에 난 한 소리를 들었다.


[현재 ‘가장 오래된 꿈’이 부재중입니다.]

[세계가 꿈의 소망을 인식합니다.] 


뭐라고?

설마…


“지금...”

“뭐라고?”

“시간...”

“뭔 시간이야!”

“빨리 확인해봐...”

“갑자기 뭐라는 거야! 6시 58분인데, 이게 왜? 야!”


「이 세계의 모든 ‘이야기’는 독자가 읽기에 비로소 존재한다.」

「세계선에 흩어진 김독자의 파편들은 ‘가장 오래된 꿈’으로서 『전지적 독자 시점』의 결말을 상상해냈다.」 


PM 7:00

퍼엉!

“꺅! ㅈ...저거 왜 저러는거야! 야! 한준혁! 빨리 일어나!”


창문으로 보이는 종말.

나는 눈을 감고 생각한다.


평범하고도 평화로웠던 한 이야기는 끝난다.

그 사이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니.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제 몇 개는 잊어버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가 만약... 만약에라도 가장 오래된 꿈의 파편이라면…


또 다른 독자들이여.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그저 결말의 원한을 풀어내지 못한 한 명의 독자의 상상이니,


[제 8612 행성계의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메인 시나리오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살아남을 거란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결말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ㅡㅡㅡㅡㅡㅡㅡ


글은 처음 써보네. 앞으로 다들 잘 부탁해!

배경에 대해서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