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이야기. 

 이야기는 끝났으되 끝난 게 아니었다. 

 독자가 그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것이다. 」


ㅡ ■■■


*


다들 그런 생각 한 번씩은 해보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등장인물이 된다면?


나는 꼭 전지적 독자 시점을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 왔다.


「내가 김독자라면.」


「그 모든 시나리오를 계획화 시킬 수 있었을까.」


아마, 전지적 독자 시점을 세 번째 읽을 때였나?

중학생 때의 김독자처럼 시나리오를 공략해 보는 상상을 해보았다.


물론 상상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결국은 김독자가 만들어낸 길을 따라가는 것.

내가 만들어낼 다른 길은 크게 없었다.


그렇게 모든 상상을 끝냈을 때,

나는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다.


「결국엔 다를 게 없다.」


‘김독자의 길’을 모방한 길.


나 자신의 길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나리오를 헤쳐 나간 길.


결국 끝은 모든 일행을 뒤로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 한번 희생한다.


「우린 이것을 해피엔딩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래, 다시 한 번 읽어보자.


계속 반복한다면 언젠가 나아지겠지.


*


“야! 한준혁!”


어우 놀래라.

눈을 떠보니 그녀가 나를 깨우고 있었다.


차가운 감촉.


여긴 바닥인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ㅡ


[아. 아. 잘 들리시나요?]


갑작스러운 소리에 번뜩 일어났다.


“ㅈ... 저거 뭐야…?”


[이것 참, 한글 패치가 안 돼서 고생했네. 여러분. 제 말 잘 들리시죠?]


순간 내가 잘못 본 건가 했다.


솔직히 지금 내 상황을 봐라.


한준혁. 23세. 대학생.

친구와 카페에서 과제 하다가 땅바닥에 뒹굼.

일어나보니 솜털 뭉치가 말을 하고 있음.


자… 마음을 추스르고 주변을 보자.


일단 눈에 띄는 저 이상한 솜털 뭉치.


「두 개의 작은 뿔. 작은 거적을 걸치고, 보송한 솜털이 돋은 괴생명체가 허공에 두둥실 떠 있었다.」


「요정이라고 부르기엔 괴이하고, 천사라고 부르기엔 사악하며, 악마라고 칭하기에는 천진한 외형.」


「그래서 그 녀석은 ‘도깨비’라고 불리었다.」


“...도깨비.”


“뭐라고?”


“저거 도깨비라고.”


다음으로는 창문에 눈이 갔다.


알 수 없는 괴생명체들이 돌아다닌다.


절규하는 사람들의 비명.


[자자, 여러분들. 진정하시고 일단 자리에 앉아서 제 말 좀 들어 주세요. 지금부터 중요한 말을 전해야 하니까!]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익숙한 말들.


끝내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지금 ‘전지적 독자 시점’에 들어왔다.」


[여러분, 지금까지 꽤나 살기 좋았을 겁니다. 그렇죠?]


[당신들은 너무 오래 공짜로 살아왔어요. 인생이 너무 후했죠? 태어나서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잘도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제멋대로 번식을 해대고! 하! 여러분 정말 좆같이 좋은 세상에 살았네요!] 


내가 알던 소설의 내용과 정확하게 같다.


[그런데 좋은 시절은 이제 다 끝났어요. 언제까지 공짜를 누릴 수 있을 리 없잖아요? 행복을 누리고 싶으면 대가를 지불하는 게 상식이지. 안 그래요?]


그 말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먼저, 아까부터 진상을 부린 아저씨.

온갖 사치품이란 사치품은 다 달고 있는 아줌마.

혼자 마실 거라도 사러 온 듯한 한 꼬맹이.

그 외에 커플들 혹은 대학생들.


과연 이들이 쉬운 삶만을 살아왔을까.


[휴, 이렇게 떠드는 시간에도 당신들 부채는 쌓여가고 있다고요. 뭐, 그래요. 제가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여러분이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게 빠르겠죠?]


도깨비의 뿔이 길어짐과 동시에 메세지가 들려왔다.


[#BI-7623 채널이 열렸습니다.]

[성좌(星座)들이 입장합니다.]


그렇다면 이다음은 내가 아는 그것일 터.


[메인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


<메인 시나리오 # 1 ―가치 증명>


분류 : 메인


난이도 : F


클리어 조건 : 하나 이상의 생명체를 죽이시오.


제한시간 : 30분


보상 : 300코인


실패시 : 사망


+


[그럼, 행운을 빕니다 여러분. 부디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 주세요.]


그렇게 사라지는 도깨비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젠장.’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

처음 시작은 생각보다 쓰기 쉬웠는데 막상 시나리오 시작하니깐 어렵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