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세계가 멸망하고, 새로운 세계가 태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세계의 결말을 알고 있는 유일한 독자였다.」
ㅡ ■■■, 전지적 독자 시점 中.
*
내 앞에 떠 있는 메세지창.
그것 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 문구.
가치 증명.
첫 번째 시나리오이자, 가장 큰 난관 중 하나.
작중에서 김독자는 인간이 아닌, 일반적인 ‘생물’을 죽여 시나리오를 클리어한다.
좋아. 똑같은 방법으로 하면 될 것이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아 맞다. 얘가 있었지.
전지적 독자 시점은 유명한 웹소설이다.
애독가인 얘가 모를 일이 없는ㅡ
「“야! 한준혁! 너 지금 뭐 하냐?”」
「“뭐하긴, 소설 보고 있지.”」
「“맨날 그 소설이야? 이름이 뭐냐?”」
「“…전지적 독자 시점.”」
「“뭐야 그게... 재미없어 보이는데.”」
... 생각해 보니 이러고 안 봤지.
“내가 읽던 소설 기억하지? 거기에 들어왔다고 생각해.”
“ㅇ...어.”
시간이 많이 없는 상태라, 나는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말 그대로 생명체 하나를 죽이는 거야. 주변에 아무거나 찾아봐. 어항에 있는 물고기 같은 거 말이야.”
“일단 알았어.”
두리번거리고 있는 그녀를 두고 나는 다시 생각했다.
좋아, 가치 증명.
가장 편한 방법은 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
“이거 몰래카메라지? 어이, 아줌마! 당신이 한 거지! 나 바쁘니깐 빨리 끝내!”
“뭐래요! 나도 바쁘거든요!”
“무슨 일이야!”
하지만 그들을 무자비하게 죽인다면 절대 선 성좌들의 미움을 받겠지.
일단 이 방법은 제쳐두고…
그때, TV에서 긴급 정부 연설이 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불특정 지역에서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뭐 현 정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테러범들과 맞설 것이고…
형식적인 내용이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다음에는…
ㅡ탕!
갑작스러운 총성과 함께 핏빛으로 물든 화면.
국무총리가 죽었다.
[여러분, 제가 말했잖아요. 이건 ‘테러’ 같은 장난이 아니라고.]
[아직도 못 알아들은 모양이죠? 안 되겠네. 지금도 이 상황이 게임처럼 느껴지나 봐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전개만 안 나왔으면 했는데…
[하하, 자료 조사에 의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게임에 능하다던데, 그럼 어디 난이도를 좀 올려 볼까?]
[잔여 시간이 10분 감소했습니다.]
[현재 남은 시간 10분.]
[앞으로 5분 안에 최초의 살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시, 해당 건물의 모든 생명체는 절멸합니다.]
“뭔 개소리야! 애초에 시간도 부족했는데!”
“씨발! 진짜 몰래카메라면 여기서 끝내라고!”
“경찰은 이럴 때 뭐 하는 거야!”
순식간에 상황은 난장판이 되었다.
가볍게 숨을 들이쉰 나는 말했다.
“모두 진정해 주세요.”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난 그 시선들에 꿇리지 않고 계속하여 말했다.
“이런 상황일수록 뭉쳐야 합니다.”
그러자 싸우던 두 사람이 말했다.
“뭐래 쟤는!”
“맞아! 뭘 뭉치긴 뭉쳐!”
싸우는 그들 사이에 도깨비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하하, 꽤나 재밌어진 곳이 있는 반면, 아직도 시작하지 않은 곳도 있네요. 좋아요, 특별 서비스에요. 앞으로 5분 안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여러분이 어떻게 되는지 보여드릴게요.]
허공에 나타난 스크린.
나타난 어떤 학교의 교실.
군청색 교복을 입은 채 떨고 있는 여고생들의 모습.
삑삑삑삑ㅡ
[제한 시간이 경과했습니다.]
[유료 정산이 시작됩니다.]
맨 앞줄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다시 하나씩 터져가는 머리들.
여고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장소에서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때, 눈에 띄는 두 명의 학생.
죽어가는 신음을 내며 죽어가는 여고생.
그리고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는 또 다른 한 명의 여고생.
「그리고 잠시 후. 화면에 남은 것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마지막 여고생뿐이었다.」
[#Bay23515 채널. 태풍여고 2학년 B반 생존자 : 이지혜]
화면이 사라지고, 도깨비가 말했다.
[어때요. 재미있죠?]
웃고 있는 도깨비를 본 사람들은 점점 미쳐갔다.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상황을 빠르게 인식한 이은 서로를 죽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미... 미안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일로 와! 너만 죽으면…!”
하지만 내 말에 동조된 사람들도 보였다.
특히 내 옆에 있는 이 아이.
“아저씨.”
아저씨라니. 아직 파릇파릇한데.
“저기요.”
아이는 손가락으로 무언갈 가리켰다.
저건 카페 뒷공간인데?
저건 왜? 라고 물으려는 순간 예서가 말했다.
“생각해 보니깐, 저런 뒷공간에 탕비실이라던가 비슷한 게 있잖아.”
나도 갑자기 깨달았다.
여기는 카페.
음식을 저장해둔다던가, 처분한다던가 그런 장소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곳은 분명…
“가보자.”
아이를 포함한 우리 셋은 재빠르게 뒷공간으로 갔다.
주변을 둘러보자 쓰레기통이 그 자리에 있었다.
“빨리! 예서야, 저기 반대편 잡아!”
“알았어!”
“셋 하면 엎는 거야! 하나, 둘... 셋!”
대형 쓰레기통이 넘어진 다음, 아이가 말했다.
“누나, 아저씨! 여기 바퀴벌레들이요!”
찾았다. 이거면 충분할 것이다.
콰직!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최초의 살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100코인을 획득합니다.]
“꺄악! 진짜 싫어!”
바퀴벌레를 본 그녀는 울상이었다.
“손으로 못하겠으면 밟기라도 해!”
콰직!
아이에게도 말해주려고 난 뒤를 돌았다.
그러자 이미 아이는 바퀴벌레를 잡은 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했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는 다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바퀴벌레들.
바퀴벌레가 좋아지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추가 보상 100코인을 획득합니다.]
[생명체를 살해했습니다.]
[추가 보상 100코인을 획득합니다.]
....…
꽤 쏠쏠한데?
[대량의 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코인 사용 도움말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니, 괜찮다.
이미 알고 있는데 들을 필요는 없지.
계속해서 우리는 벌레들을 잡았다.
이제 슬슬 시간이…
[제한 시간이 경과하였습니다.]
지났네.
[유료 정산이 시작됩니다.]
메세지와 동시에 가게에서 들리는 소리들.
펑ㅡ 펑!
그 소리에 놀란 두 사람은 나를 보았다.
그들의 표정에서 보이는 공포, 괴로움, 그 외에 수많은 감정들.
그들에게는 이 소리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왜일까.
어째서 저 광경을 보면서도, 나는 이토록 침착할 수 있는 것일까.
마치 소설이라도 보고 있는 것처럼.」
김독자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는 제일 먼저 있던 장소에서 나가, 가게 내부를 보았다.
수많은 시체.
그중에는 진상 아저씨와 아줌마도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내 모습이 커다란 창문에 보였다.
비이상적으로 침착한 내 모습.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던 사람처럼.
그리고 그 밖에 보이는 무너지는 건물들.
미쳐 날뛰는 사람들.
내 뒤에서 그 모습들을 바라보는 예서와 아이.
그 모든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는ㅡ
아니,
이 이야기의 새로운 결말을 만들 유일한 독자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글 쓰는 모든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