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정말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노트북을 닫으며 생긋 웃어보였다.


“아직 이야기는 시작도 안 했어.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난 그녀를 바라보았다.


흐릿해 보이던 이전의 형체와는 다르게, 이번엔 명확히 보이는 그녀의 형체.


어깨까지 내려오는 흑발에 새하얀 피부.


작은 얼굴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눈물점.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녀는 내가 서술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내가 만든 등장인물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등장인물 그 이상일 수도 있는 존재.


휘날리는 흰 코트부터 시작하여 그녀의 형체가 점점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난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난 언제나 네 이야기를 바라볼 거야.”


내 말은 들은 그녀는 내게 미소를 지었다.


눈을 감았다 뜨자, 내가 바라보고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난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떠올렸다.


‘이번만큼은, 너만을 위한 이야기야.’」


*


시나리오 외곽 지역으로 가기 전, 한수영과 도깨비 왕은 창문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지구에선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다.


한수영은 도깨비 왕에게 물었다.


“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도깨비 왕은 잠시 고민하던 거 같더니, 한수영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김독자를 찾는 것.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온갖 것을 다 비밀로 치부하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솔직하게 나온 도깨비 왕에게 한수영은 당황하였다.


“너에게도 솔직한 면은 있네.”


[이래도 나도 한때는 인간이었습니다.]


웃어보이는 도깨비 왕 뒤에 슬픈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그가 인간으로 살았던 건 도대체 언제였을까? 


그녀도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때, 도깨비 왕 주변에서 수많은 설화들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설화의 활자들은 방향성 없이 퍼져나갔다.


마치, 그의 존재를 오래전에 잊었다는 것처럼.


[한수영, 난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그의 뒤로 수많은 설화들이 뭉치기 시작하였다.


이내, 그 설화 뭉치는 한 장면을 만들었다.


[한때, 저는 모든 이들의 왕이었습니다.]


[거대설화, ‘최초의 메시아'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늘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내려오는 누군가.


「그는 한때, 모두의 선이었다.」


[거대설화, ‘최초의 악'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계의 마왕들이 한 마왕의 앞에 경의를 표하듯,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심지어 그중에는 마계의 2인자, ‘지옥 동부의 지배자’ 또한 있었다.


「또한, 그는 모두의 악이었고.」


[거대설화, ‘이야기의 왕'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태초의 <스타 스트림>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모든 도깨비의 우상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의 창조주를 지켰습니다.]


그 장면에는 한수영이 그토록 찾고자 하던 사람이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잠들어 있는 김독자.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수호자이기도 했으며.」


[■, ‘제 4의 벽'이 웃습니다.]


그때, 도깨비 왕은 혹부리 왕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탁!


그는 자신의 권능으로 한수영을 띄웠다.


[‘이야기의 왕'이 당신을 시나리오 외곽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러나, 한수영. 나에게 가장 의미가 있었던 것은ㅡ]


[거대설화, ‘신의 이야기꾼'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곤히 잠들어있는 어린 그녀를 대신하여 댓글에 답을 해주고 있는 도깨비 왕이 보였다.


서툴지만, 최대한 열심히 타이핑을 해 보이는 모습.


누가 이 모습을 보고 그가 왕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리고, 그는 창조주의 유능한 이야기꾼이기도 하였다.」


[당신의 잠재된 거대설화가 꿈틀거립니다.]


그는 환한 미소로 한수영을 바라보았다.


[당신을 섬길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스파크가 한수영을 감싸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길이 쉽지만은 않을겁니다.]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구를 만들어내었다.


[이야기의 가호가 함께 하길, ‘이야기의 신’이시여.]


워프 전, 한수영은 도깨비 왕을 바라보곤 김독자처럼 웃었다.


“걱정하지 말고 맡겨둬.”


[이동을 시작합니다.]


*


한수영은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한 기분이 멈추자, 그녀는 허공에 떠 있음을 인지하였다.


“어우 씨… 머리야...”


[당신은 시나리오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고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시나리오 진행 지역으로 복귀하기 바랍니ㅡ]


그때, 그녀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혹부리 왕.


[모 아니면 도였는데, 잘 도착했군.]


혹부리 왕의 말을 들은 그녀는 어이가 없어졌다.


“넌 네 친구랑 똑같은 말을 하냐.”


비슷한 놈들끼리 뭉친다는 말이 맞나 보다.


그녀는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두 번째나 영멸 당할 뻔하였다.


혹부리 왕은 갸우뚱하며 의문을 표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아무것도 아냐.”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혹부리 왕이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을 쓸어내렸다.


[너의 존재를 감추느라 우리 혹부리의 절반이 필요했다.]


“미안, 내가 좀 위대하신 존재라.”


혹부리 왕은 뭔 이런 자가 다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말을 무시하곤 덧붙였다.


[곧 있으면 시나리오 지역에선 <배후 선택>이 있을거다. 그때까지 너는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해둬라.]


그녀는 이미 정해둔 화신이 있었다.


한준혁.

[예상 표절]로도 알아낼 수 없는 그.


그에 대해서 알아보려면, 그와 접촉하는 게 우선이었다.


자신의 여러 가지 상태를 확인하던 한수영은 문득 궁금해진 게 생겼다.


“혹부리 왕.”


바쁘게 무언갈 조작하던 혹부리 왕은 한수영에게 돌아봤다.


[왜 그러냐.]


“넌 우릴 돕는 이유가 뭐냐?”


이번 계획에 있어서 혹부리 왕은 분명 엄청난 개연성과 자원들을 소비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자신한테 투자할 필요는 없었을 터.


심지어 그가 이 계획을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잃는 것은 없었다.


[나도 모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감?


[그저 오랜 세월을 <스타 스트림>에 떠돌면서 나 또한 평범한 이야기에 지쳤을지도 모르지.]


“호오, 너 같은 존재가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 보네.”


[쓸데없는 소리 마라.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말하는 것만 보면 유중혁인 줄 알겠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되게 뭐라 그러네.‘


잠시 혹부리 왕 옆에 누워 농땡이를 부리고 있던 그녀는 한 메시지가 천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타 스트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좌, ‘■?■■??? ■■?■?’님.]


[채널을 선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아래에 수많은 채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채널 순서는 구독좌들의 수를 기준으로 표시되는 듯 한데.


손가락으로 화면을 휘휘 돌리던 그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몇몇개의 채널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 채널들은 뭐야? 생기자마자 사라지는거 같은데.”


[채널이 사라지는 경우는 대부분 ‘개연성 적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였거나, 너무 적은 구독좌들의 수로 채널이 폐지되는 경우다.]


불쌍한 녀석들.


그녀가 아는 사람도 본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었다가 망한 소설이 있었다.


그 녀석, 잘 살아있으려나?


그때, 그녀의 눈에 익숙한 채널명이 스쳤다.


#BI-7623.


비형의 채널.


무심코 팔을 뻗어 채널에 입장하려는 순간, 혹부리 왕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잠깐, 네가 지금 그 상태로 들어가면 관리국뿐만 아니라 성좌들의 관심까지 한 눈에 받을 것이다.]


혹부리 왕이 잠시 패널을 조작하였다.


자신의 수하들에게 무언갈 말하던 그는, 이내 무언갈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까 오류가 났던 수식언이 정상적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츠즛ㅡ


[<스타 스트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좌, ‘위대하신 존재'님.]


위대하신 존재라고?


뭔 중2병 같은 수식언인가.


이건 염룡이도 거를정도인데.


한수영은 혹부리 왕을 째려보았다.


그런 한수영을 바라본 혹부리 왕은 괴상한 얼굴을 하더니,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홱 돌렸다.


그녀는 저 표정을 알고 있다. 


혹부리가 웃을 때 짓는 표정.


“쪼개냐?”


혹부리 왕의 표정은 점점 더 괴상해져 갔다.


너무 괴상해서… 형태를 잃을 정도로.


“진짜 죽여버린ㅡ”


혹부리 왕은 재빠르게 왕의 위엄을 갖추었다.


[이제 채널에 들어가도 문제 없을 거다.]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표정.


살기어린 눈빛으로 혹부리 왕을 바라보던 한수영은, 이내 체념하고 채널에 입장하였다.


[#BI-7623 채널에 입장합니다.]


그러자 자랑스럽다는 듯이 울리는 메시지.


[성좌, ‘위대하신 존재’가 채널에 입장하였습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채팅방.


그녀는 모든 성좌의 관심을 한눈에 받고 있음을 알아챘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당신의 수식언을 마음에 들어합니다.]


얜 이걸 왜 마음에 들어하는거지?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당신의 수식언을 보고 폭소를 터트립니다.]


[절대 선 계열의 성좌들이 당신의 수식언을 보고 당신이 마왕이라 생각합니다.]


[절대 악 계열의 성좌들이 우리는 저런 마왕을 둔 적 없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수식언 하나로 성좌들에게 배척 당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저 존재 하나 때문에 생긴 일이다.


저 망할 왕이란 작자 때문에.


혹부리 왕을 죽일 듯이 쳐다본 한수영은 소리쳤다.


“야! 이러다간 <스타 스트림>에 안착하기 전에 쫓겨나겠다!”


[그러면 그것대로 아쉬운 거다.]


‘진심으로 해보자는 건가?’라고 생각한 한수영은 천천히 혹부리 왕에게 다가갔다.


온 힘을 다해 주먹을 쥔 순간.


한수영과 혹부리 왕 사이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제, <배후 선택>이 시작할 거다. 준비해라.]


운이 좋아도 문제다.


*


[<배후(背後) 선택>이 시작되었습니다.]


[원하는 화신에게 ‘배후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


배후 선택을 하기 전, 혹부리 왕이 말하였다.


[<배후 선택>의 참여는 네 수식언으로 해야 한다. 참여할 때는 수식언을 숨기고, 공개할 때는 나에게 말해라. 그때 시작할 것이니.]


한수영은 고개를 끄덕이곤 속으로 말하였다.


‘한준혁’


[화신, ‘한준혁’의 ‘배후 선택’에 참여합니다.]


물론, 수식언을 감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직 수식언을 밝히지 않은 한 성좌가 화신 ‘한준혁’의 <배후 선택>에 참여합니다.]


*


<배후(背後) 선택>


―당신의 화신을 선택하세요.


―선택한 화산은 당신의 그림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ㅡ당신은 현재 화신 ‘한준혁’을 선택하였습니다.


1. 자신의 눈을 찌른 자


2. 사랑과 미의 여신


3. 한발 늦은 시련의 극복자


4. ???


*


[성좌, ‘자신의 눈을 찌른 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성좌, ‘사랑과 미의 여신’이 당신의 존재에 의구심을 갖습니다.]


[성좌, ‘한발 늦은 시련의 극복자’가 당신을 경계합니다.]


역시 성좌들이란 다 같은 존재인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들.


한수영은 잠시 다른 패널을 바라보았다.


그 패널엔 여러 명의 화신이 보였다.


꼬맹이가 있었고,


ㅡ 아저씨 이건 뭐예요?


어떤 여성이 옆에 있었다.


ㅡ 이게 뭔데?


그 중심에 있던 어떤 남성이 말했다.


ㅡ 쉽게 생각해서 과외 선생님을 뽑는다고 생각해. 누구냐에 따라서 너희에게 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악영향이 될 수 있는 거지.


‘저게 한준혁인가?’


그에게서 아주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설화, ‘레몬맛 사탕의 추억’이 오랜 추억을 회상합니다.]


「“······맛있냐?”」


「“요즘 이상하게 단 게 땡겨. 너도 먹을래?”」


「“근데, 그거 내가 먹던 건데.”」


「“그래서?”」


「“······재미없네, 진짜.”」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왜 남성의 모습에 그 녀석이 보이는 것일까.


남성이 메시지를 바라보자, 성좌들이 활동을 시작하였다.


[성좌, ‘자신의 눈을 찌른 자’가 자신의 존재를 과시합니다.]


[성좌, ‘사랑과 미의 여신’이 화신 ‘한준혁’에게 반갑게 인사합니다.]


[성좌, ‘한발 늦은 시련의 극복자’가 뒤늦게 참가합니다.]


배후 등록 후보들과 정확히 일치하는 이들.


그렇다면 그 남성이 한준혁이 맞을 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한수영은 신호를 보내었다.


[아직 수식언을 밝히지 않은 한 성좌가 화신 ‘한준혁’을 바라봅니다.]


“시작하자고.”


[알겠다.]


혹부리 왕의 말을 끝으로 시스템 전체가 뒤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저 먼 <스타 스트림>의 밤하늘에 작은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


[개연성 후폭풍에 대비해라.]


츠즛ㅡ 츠즈즈즈즛ㅡ


*


<배$%(背後) 선@#$>


―당■의 ■신% 선택하■■.


―■#$%^ 화■는 당신의 ■ 그림자가 되^&*■ 것#@#$니다.


ㅡ■신은 현■ 화■@ ‘한#$■혁’을 선■ 하!■■@$다


1. ■■■ ■■ ■■ ■


2. ■■■ ■■ ■■


3. ■■ ■■ ■■■ ■■■


4. ■■ ■■■ ■■■


*


콰과광!


엄청난 개연성 후폭풍의 잔재가 그녀를 덮치기 시작하였다.


[얼마 안남았다. 조금만 버텨라.]


아직 멀었다.


아직, 그녀가 해야할 일이 남아있었다.


아득해지는 정신.


한수영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누군가를 떠올렸다.


흰 코트를 입고 있던 그 사람.


항상 그녀에게 안심되는 미소를 지어주던 그 사람.


한수영은 겨우 정신을 붙잡으며 준비하였다.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를 챈 혹부리 왕은 다급히 외쳤다.


[뭐 하는 거냐, 네가 하려는 그 짓은 널 소멸 시키고 말거다!]


소멸.


그 사람이 겪은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너희 왕들은 맨날 똑같은 말을 한단 말이지.”


한수영은 그런 혹부리 왕에게 생긋 웃으며 말하였다.


“걱정하지 마, 난 여기서 안죽어.”


[거대설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스타 스트림>의 가장 깊은 곳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언제나,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


[관리국이 이변을 눈치챘습니다.]


[거대설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스타 스트림>의 개연성을 움직입니다.]


그녀 앞에 보이는 <스타 스트림>.


그 <스타 스트림> 사이로 엄청난 양의 개연성이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수의 성좌들이 채널을 이탈합니다.]


그 소용돌이는 엄청난 기세로 별들을 휩쓸어나가고 있었다.


[관리국이 통제에 나섭ㅡ!]


그때, 도깨비 왕도 활동에 들어갔다.


[이야기의 왕이 관리국을 통제합니다.]


갑작스러운 통제에 관리국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두 왕이었다.


[관리국이 비상 대책 회의에 들어갑니다.]


혹부리 왕이 웃었다.


[성별을 바꾸기 좋아하는 한 성좌가 킬킬 웃습니다.]


[넌 지금 네가 무슨 일을 저지른지 모를거다.]


[세■관이 거설화 ‘전지적 독자 시점’■게 저항■#%^!@#@!]


[이■%의 @!이 당@!을 바라봅니@#.]


그 시선에서 들리는 한목소리.


ㅡ 잘했습니다, 한수영.


그르르르르…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든 개연성이 엄청난 양의 스파크를 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펑!


그리고, 엄청난 양의 개연성은 폭죽처럼 터졌다.


아름답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의 광경.


한수영은 그 광경에 넋이 나간 상태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메시지.


[배후 선택이 종료되었습니다.]


[<스타 스트림>이 당신의 존재를 받아들입니다.]


[배후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거대설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도망치느라 바빴던 저 별들도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는 듯, 모두 멈추어 섰다.


마치 멈춘 별들과 개연성이 모여 하나의 오로라를 만들어낸 듯한 절경.


그 절경을 바라보며 한수영은 생각했다.


「[<스타 스트림>이 당신의 수식언을 공표합니다.]」


[<스타 스트림>이 당신의 수식언을 복구합니다.]


언젠가, 김독자가 들었을 비슷한 메시지.


김독자는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득한 어둠 속에서, <스타 스트림>이 고요히 내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수영이 혹부리 왕을 바라보자, 혹부리 왕은 끄덕였다.


한수영은 천천히 벌어진 틈을 향해 걸어 나갔다.


[해당 장소는 시나리오가 진행 중입니다.]


[<스타 스트림>의 모든 성좌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최후의 벽’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러고선, <스타 스트림>을 향해 격을 개방하였다.


[수식언을 드러내지 않은 성좌가 자신의 수식언을 드러냅니다.]


어딘가에 있을 김독자를 바라보듯이 <스타 스트림>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수식언은 ‘구원의 마왕’입니다.]」


[당신의 수식언은 ‘거짓 종막의 설계자’입니다.] 


[잠재된 거대설화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우주 어딘가에, 분명 그녀와 함께 이 이야기를 읽는 존재가 있다.」


거대설화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세계가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른다.


손을 쥐었다 피자, 그녀 안에 잠재되어있던 거대설화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니 이것이 네가 살아날 ‘개연성’이 될 수 있다면.」


어렴풋이 보이는 그 기운을 받아들이자, 무언가가 그녀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손을 바라보았다.


눈이었다.


자세히 보니 무언가의 활자 같기도 했다.


곧 그 활자들은 모여 하나의 설산을 만들어내었다.


사방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곳.


수북이 쌓여있는 눈 위를 한수영이 걷자 발자국이 생겼다.


곧, 그녀의 발자국은 부드럽게 내려오는 눈에 감춰 없어졌다.


하지만 사라지던 그녀의 발자국 옆에 또 다른 발자국이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 누군가의 발자국.


마치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발자국 같았다.


그 발자국을 따라가보자, 누군가가 서있었다.


한수영과 똑같은 흰 코트를 입고 있는 이.


한수영이 알고 있던 그 미소를 띄고 있는 이.


“김독자…?"


한수영이 어떻게든 살릴려고 했던 김독자가 그녀의 앞에 있었다.


한수영은 그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툭. 툭. 툭.


그녀의 눈물은 곧, 내리는 눈과 같이 결정이 되어 떨어졌다.


손을 뻗어 그에게 닿으려고 했지만, 닿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려보았지만, 그는 점점 멀어져갔다.


절망감에 휩싸인 한수영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왜 닿지 않는 것일까.


“한수영.”


그때, 나지막이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젠가 그녀가 들었고, 다시 들을 수 있기를 고대하였던 목소리.


고개를 들어보자, 김독자가 말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언제나 능글스럽게 말하는 모습. 


한수영은 눈물을 닦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눈물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새꺄… 그걸 말이라고 하냐.”


김독자가 한수영을 향해 걸어왔다.


그러고선, 한수영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하였다.


"이렇게까지 안해도 괜찮아. 넌 충분히 노력했잖아?"


김독자의 말이 맞았다.


한수영은 지금까지 충분히 노력해왔다.


더이상 노력하더라도 김독자를 구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와 약속을 한 것이 있었다.


“넌 내 첫 독자가 되어주기로 했잖아. 난, 그걸 이룰 때까지 포기할 수 없어.”


한수영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리고 난 있잖아. 그 독자가 49%나 51%가 아닌, 내가 알던 100%의 김독자가 아니면 안 돼.”


김독자는 그런 한수영을 보고 물었다.


“정말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은 거야?”


“그까짓 시간이 어때서 그래. 난 이미 50년도 기다려봤는걸.”


흩날리는 눈들 사이로 보이는 김독자의 형상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이것이 그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수영은 연기처럼 퍼져나가는 김독자를 바라보며, 꼭 해주고 싶은 말을 꺼냈다.


그녀가 언젠가 그를 위해 썼던 말.


“김독자. 난 이 이야길 통해 네가 나를 기억해주고, 우릴 기억해준다면 말이야. 네가 돌아올 수만 있다면ㅡ”


「나는 언제까지고 영원히, 너를 위한 종장을 쓰겠다고.」


“나는 언제까지고 영원히, 너를 위해 이야기할 거야.”


김독자는 그녀의 손을 쥐며 말하였다.


“고마워, 한수영.”


그녀도 또한 그의 손을 쥐려고 하였지만, 더이상 그 자리에 김독자는 없었다.


다시 앞을 바라보니, 더이상 설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수영은 애써 슬픔을 삼키며, 천천히 <스타 스트림>을ㅡ 아니, 하나의 이야기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진짜 김독자였을까.


맞다면, 김독자는 왜 나타난 것일까.


방금의 만남으로 그녀가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이번만큼은 김독자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잠재된 거대설화가 ‘전지적 독자 시점'을 바라봅니다.]


[거대설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이야기를 멈춥니다.]


[잠재된 거대설화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독자가 없는 이야기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이 아니여도 괜찮다.」


「네가 언젠가, 이 이야기를 봐준다면.」


[거대설화, ‘전지적 작가 시점’이 당신을 받듭니다.]


그것은 김독자를 위해서라도, 한수영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녀가 원하는 결말을 만들어낼 거란 것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다들 새해복 많이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