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결말 - 독수 - 전지적 독자 시점 채널 (arca.live)


이 글은 윗글에서 김독자가 지구에 돌아오고, 한수영과 이어지지 않은 상황일 때를 가정한 이야기야.


딱히 윗글을 보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









「만약, 나의 오랜 구원자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면.」


ㅡ '가장 오래된 꿈', 『모두의 결말』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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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수녀가 나를 숨기고는 따라온 일진들을 향해 말했다.


“다 안 꺼져?”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고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뻐끔뻐끔 거리는 수녀의 입모양. 분명, 그 뒤에 이어진 말들이 있었다. 근데,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수녀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나의 손에 어느 목걸이를 쥐어주었다.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


“그거 가지고 있어! 나중에 다시 만나면 꼭 좋은 선물 줄게!”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수녀가 보였다. 근데 왜, 흐릿하게 보이는 것일까.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말해야만 했다. 난 떨어지지 않는 입을 힘겹게 열며 나지막이 말했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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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뭐지, 꿈이었나?


현실의 감각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 무언가가 내 손에 있는 것을 느꼈다.


“뭐야...”


목걸이었다. 어릴 때 받았던 목걸이. 이것 때문에 그런 꿈을 꾼건가…


난 주머니에 목걸이를 넣고는, 방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정확히 12월 25일 오후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어떤 장면들이 스쳐갔다.


「“이거 봐요, 아저씨! 엄청 큰 눈사람이에요!”」


「“내가 왜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지?”」


「“독자 아저씨가 오징어가 되었어!”」


그래, 모든게 기억났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였다. 그러니 <김독자 컴퍼니>의 일행들이 나를 가만히 둘 일이 없었지. 쌓여있던 피로로 인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나보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로 향했다. 근데, 그 탁자 위에 무언가 올려져있었다.


난 그것을 들어 올려 살펴보았다. 편지였다. 그것도 십자가 인장이 박혀있는.


난 편지를 풀어 안에 있던 종이를 보았다. 아름다운 금줄들이 장식되어 있는 종이였다.


ㅡ 오늘 밤에 <에덴>으로 찾아와줘! 


음, 우리엘이 보낸건가?


난 지친 몸을 이끌어 다시 한번 ‘무한 차원의 아공간 코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


<에덴>에서 보낸 편지라. 좀 귀한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의 기원은 그쪽에서 나온 거나 다름없으니깐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신나는 건 우리엘이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난 공단을 향해 걸어가면서, 시간도 때울 겸 아까 꾸었던 꿈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좀 많이 오래된 기억이었다. 아마 중학생 때쯤이었나?


그 수녀가 날 구해주지 않았다면, 난 이곳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던 거 같은데...


난 내 주머니에 있는, 수녀가 주었던 목걸이를 만지며 공단에 있는 <에덴>에 도착했다.


시나리오 진행 때 방문했던 <에덴>보다는 훨씬 규모가 작아져 있었다. 그저 공단의 별실을 쓰고 있는 거니깐. 그 높았던 <에덴>의 위상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난 문에 노크를 하였다.


똑. 똑. 똑.


“우리엘, 저 왔습니다.”


문 안쪽으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독자 왔나 보다! 내가 나갈게!]


[알아서 해라.]


무언가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리엘이 문을 열며 내 품에 안겨왔다.


[독자야! 잘 왔어!]


항상 우리엘이 내게 해주는 인사는 다름이 없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엘.”


[응! 메리 크리스마스, 독자야!]


우리엘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손을 잡아 <에덴>으로 끌고 들어갔다.


[짜잔! 모처럼 성탄절인데, 우리 에덴이 빠져선 안 되겠지!]


<에덴> 안에는 여러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들이 가득했다. 물론, 주변에는 성유물도 가득했다.


물론, 다른 것들도 많았다. 『김독자, 절대 왕좌 파괴!』,『김독자, 마계 해방!』······ 도대체 뭘 보관해두고 있는거지? 내가 사춘기였을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던거 같다.


옆을 바라보자 얼굴을 붉히고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우리엘이 보였다.


[왜… 구하기 힘들었다고.]


뭐. 우리엘이 행복하면 되는거지. 난 눈을 돌려 색다른 장식들로 가득한 <에덴>을 둘러보며 말했다.


“열심히 준비하셨네요.”


[응! 내가 진짜 힘들게...]


가브리엘이 우리엘의 말을 끊으며 째려봤다.


[뭐래, 아무것도 안 했으면서. 넌 김독자가 온다고 신나서 난리 친 거밖에 안 했잖아.]


우리엘 또한 고개를 돌려 가브리엘의 눈을 째려봤다.


[■쳐. 가만히 있으면 덧나냐?]


난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풀어내기 위해 우리엘에게 말을 걸었다.


“어... 그것보다 우리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우리엘이 다시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망설임 없이 말했다.


[글쎄, 부를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독자가 보고 싶었거든!]


그래. 다른게 뭐가 필요하겠는가. 우리엘이 있는데.


근데 우리엘은 내가 실망했다고 생각했는지, 급하게 말을 꺼냈다.


[어... 그래! 크리스마스 하니깐 옛날 생각나네. 독자야,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뭔데 말입니까?”


우리엘이 의자 두 개를 가지고 오더니, 나를 앉히고는 자신도 앉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 시나리오 시작 전이었는데 말이지········]



<에덴>의 회의실. 라구엘을 제외한 대천사들이 메타트론을 중심으로 하여 모여있었다.


바쁜 탓인지, 잿빛 머리카락이 마구 헝클어져 있는 메타트론은 비어있는 한 의자를 발견하고는 물었다.


[음? 어떤 분께서 아직 안 오신 건가요?]


[라구엘임. 아직 자고 있나 봄.]


요피엘이 마른세수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깨우고 오겠다.]


메타트론이 그런 요피엘을 말리며 말헀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라구엘께는 다른 일을 맡기면 되니깐요.]


대천사들이 고개를 숙여 라구엘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회의가 시작하고, 메타트론이 <에덴>의 모습을 화면에 띄우기 시작했다.


[자, 그러면. 모두 아시다시피 내일은 성탄절입니다. 저희 천사들은 그분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엘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머리를 꼬고 있었다. 매년 들었던 같은 얘기. 하도 많이 들어서 지루해질 정도였다. 옆에 있던 가브리엘이 우리엘에게 말했다.


[야, 뭐해? 너 그러다가...]


우리엘은 가브리엘의 말을 무시하더니, 메타트론 몰래 [지옥염화]를 손에 피우고는 여러 형상들을 만들며 놀고 있었다. 형상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고가 가능한지 방방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와중에 메타트론은 수많은 양의 종이를 띄우더니, 대천사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러면 대천사분들께서는 활동이 적혀있는 이 종이들을 배부해 주시면... 우리엘?]


[어? 야! 잠깐만!]


우리엘의 품에서 드래곤의 형상이 뛰쳐나가더니, 메타트론이 올려둔 종이를 향해 불을 뿜어댔다.


화아악!


회의실은 순식간에 불꽃과 재로 가득찼다.


[우리엘 미친■아!]


종이들이 날아다니며 활활 타오르는 사이, 타오르는 또 다른 것이 있었다.


[우리엘...]


메타트론의 눈동자였다.


우리엘은 급하게 삐딱했던 자세를 고치고는 메타트론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ㅇ...어, 서기관… 그게 있잖아...]


메타트론은 한숨을 쉬며 안경을 벗더니, 우리엘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게 ‘그것’을 담당하고 싶으시다면 말씀하시지 그러셨나요.]


급하게 불을 끄고 있던 카마엘과 라피엘이 그 말을 듣고는 웃었다.


[이야. 우리엘 축하한다.]


우리엘은 놀라며 순식간에 메타트론에게 향해 매달라붙었다.


[아니, 서기관! 진짜 미안해! 내가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라...]


메타트론은 매달려있는 우리엘을 내치고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전했다.


[정리하고 제 집무실로 오시죠.]


그 말을 끝으로, 메타트론은 회의실을 나섰다.


[와, ■발. 내가 뭔 짓을 한거지.]


날뛰고 있는 드래곤을 바라보며 우리엘은 넋이 나갔다. 그런 우리엘의 옆으로 여러 대천사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먼저, 요피엘부터.


[우리엘. 네가 우리를 살렸다.]


그리고 라파엘.


[넌 우리의 메시아임.]


마지막으로 가브리엘이 말했다.


[내가 말렸잖아. ■신아.]


우리엘은 가브리엘을 살기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뭐라고 ■■아?]


가브리엘은 어이없다는 듯이 다른 대천사들을 가리키곤 말했다.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미친■아. 저기 쟤네들도 너보고 놀렸잖아.]


[니가 ■신이라고 했잖아!]


그때, 급하게 불을 끄러 오는 하급 천사들 사이로, 누군가 회의실에 문을 열고는 나타났다.


[야, 미친■들! 불났다고 해서 구경왔다!]


미카엘이었다.


[와, 개쩌네. 것보다, 메타트론이 너 끌고 오라고 시켰다. 가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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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네.]


우리엘이 메타트론의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아니,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거냐고!]


우리엘은 자신의 금발을 마구 헝클며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가브리엘이 우리엘의 등을 치며 말했다.


[걱정 마. 그거 그리 안 어렵ㅡ]


[■발. 넌 좀 빠져!]


가브리엘 또한 인상을 구기며 우리엘을 쳐다봤다.


[■발. 미친■이 위로를 해줘도 ■랄이야!]


미카엘이 둘을 말렸다.


[야, 야. 미친■들아. 싸우지 좀 마라.]


그때, 멀리서 라구엘이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오고 있었다.


[저 미친■들 또 싸우고 있네...]


그런 라구엘에게 라파엘이 한 종이를 들고선 다가왔다.


[어, 일어나셨음? 이거 받으삼.]


라구엘은 종이를 건네받고 졸린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계속 비비며 라파엘에게 물었다.


[벌써 성탄절이라고? 그러면 대천사 회의 있던 거 아니야?]


라파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음. 그리고 회의는 이미 끝남.]


라구엘은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아니, 그러면 깨워줬어야지! 이러다가 서기관한테 된통 까이겠는데...]


서기관에게 직무 유기로 처분받을 생각을 하며 벌벌 떨고 있던 라구엘이 급하게 물어봤다.


[이번에 ‘그건’ 어떻게 된거야? 막 회의 참가를 안 했다고 해서 내가 하라고 하는 건 아니지?]


라파엘이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셈. 넌 저번에 했잖음. 이번엔 우리엘 차례임.]


아, 그래서 우리엘이 날뛰는 거였나.


[아니, 가브리엘! 나 진짜 가기 싫은데 네가 서기관한테...]


[안 돼.]


[아, ■발! 진짜로!]


라구엘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우리엘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불쌍한 녀석.


그때, 에덴의 공무를 담당하는 하급 천사가 라구엘에게 다가왔다.


[저, 라구엘님. 서기관님께서 호출하십니다.]


[벌써? ■발, 조졌네 이거. 얼른 가자.]


라구엘은 하급 천사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뒤에 있던 라파엘을 바라보았더니, 라구엘을 향해 몸에 십자가를 그리더니, 이내 묵례를 보냈다.


망할 녀석. 놀리는 건가?


서기관의 집무실로 이동 중에, 하급 천사가 날뛰는 우리엘을 바라보더니 라구엘에게 물었다.


[우리엘께서는 왜 저러십니까?]


아, 하급 천사들은 아직 모르겠구나.


[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성탄절마다 대천사들은 회의를 열어서 ‘그것’을 결정해. 그리고 ‘그것’은 말이지,]


난동을 피우는 우리엘을 끌고 나가는 가브리엘과 미카엘을 보며 라구엘은 말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린 양들에게 성탄절을 알리는 일을 뜻해. 정확히 설명하자면...]


일명 ‘설화 전파’. 


이름 그대로 설화를 전파시키기 위한 성좌들의 장치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설화를 직접 인간에게 주입시켜 스스로 그 설화가 전파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에덴을 기준으로, 아담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어져온 설화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다.


물론, 대규모 시나리오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그런 직접적인 간섭은 불가능하다. 현재는 간접적으로 설화를 전파하여 그들이 믿게 만들거나 기억하게 만드는 등의 간단한 활동만이 허가 되어있다.


[‘간접적’이라고 해서 쉬워보이지? 하지만 속으면 안 돼. 에덴의 설화는 영향력이 약한 것만은 아니라서 굉장히 만만치 않은 노가다거든.]


라구엘은 엄청난 인파를 감당해내었던 끔찍한 악몽을 회상하며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악몽 때문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 두려움의 진실을 깨닫는데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 라구엘. 여기 계셨군요.]


메타트론이 눈웃음을 지으며 라구엘을 보고 있었다. 


[앞에서 잠시만 기달려주시죠. 우리엘과 말할게 있어서.]


메타트론이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만악의 근원을 눈 앞에서 맞이한 라구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발 ■됐네.]


*


[나 진짜로 가? 서기관?]


우리엘은 메타트론이 전해준 여러 장비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


우리엘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메타트론에게 보여주었다.


[네. 우리엘께서 결정하신 일이니깐요.]


근데 <에덴>의 2인자, ‘하늘의 서기관’에게 미인계가 먹힐 일이 있겠는가. 메타트론은 서랍장에서 무언갈 꺼내더니 우리엘에게 전달해주었다.


[가시기 전에, 지금의 제복을 입고 내려가면 시선이 많이 끌릴 것입니다. 이걸 입고 가시죠.]


우리엘은 손에 들려있는 복장을 살펴 보고는 메타트론에게 물었다.


[이건… 수녀복이잖아. 이걸 입으라고?]


메타트론에게 이런 취향이 있었나? 라고 생각할 찰나, 메타트론이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더 이상 옛날의 지구가 아닙니다, 우리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받아들이는 성탄절 또한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복장이 그들에게 다가가기 가장 쉬운 복장일 겁니다.]


우리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고선 손가락을 튕기더니, <에덴>의 제복에서 수녀의 복장으로 변했다.


우리엘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해 보이는 표정과 자세를 지으며 문으로 향했다.


[그러면 갔다 올게, 서기관...]


그런 우리엘을 바라보면서 메타트론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배웅해주었다.


[잘 다녀오시죠. 우리엘.]


그때, 라구엘이 문을 열며 들어왔다.


[■발. 내 눈.]


우리엘이 라구엘을 피해 잽싸게 집무실에서 나가자, 아까 자신을 끌고 왔던 가브리엘과 미카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카엘은 우리엘의 모습을 보며 배꼽이 빠지게 웃고 있었다.


[야, 그게 뭐냐? 하하하!]


가브리엘은 우리엘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와... 너 그런거 좋아하냐?]


[아니거든... ■■■들아… 보지마...]


우리엘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뛰쳐나가, 이번 일을 함께 수행하는 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우리엘?]


우리엘은 자신을 바라보는 천사들에게 빠르게 명령했다.


[빨리 가자. 그 망할 ■■■들이 오기 전에.]


천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포탈로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엘 또한 포탈에 몸을 던졌다.


[제 8612 행성계로 이동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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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을 끝낸 우리엘은 주변을 둘러보며 천사들에게 물었다.


[여긴 어디야?]


그때, 하급 천사들 사이에 껴있던 중급 천사가 나와 우리엘에게 설명해주었다.


[여긴 ‘노아의 방주’입니다. 앞에 보이는 루돌프들이 끌고 있죠. 그리고 방주는 지구를 돌아다니며 각자의 지역에 알맞는 모습으로 변할 겁니다.]


잠시 말을 끊은 중급 천사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것들은 우리엘께서 어린 양들에게 나눠줄 선물입니다.]


수많은 양의 선물들. 어림잡아도 수억 개는 되어 보였다.


[저...저걸 다 나눠주라고?]


[네, 맞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절규하는 우리엘을 뒤로하고 방주가 어딘가에 도착했다.


[방주가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모습을 변환합니다.]


방주가 뒤틀리더니, 이내 성당의 모습을 띠었다.


[이제부터는 진언은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저희는 설화를 전파해주러 온 것일 뿐이니깐요. 아, 그리고 그 날개도 접으시고요.]


만약, 시스템의 힘들을 사용한다면 우리엘을 포함한 방주 내에 있던 모든 이들은 흔적도 없이 소멸할 것이었다.


우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수많은 사람과 아이들이 성당 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센가 목사의 복장으로 바꿔입은 중급 천사가 마이크를 잡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찾아와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자, 그러면 성탄절을 기념하며, 오늘도 기도 드리겠습니다.”


우리엘은 연설을 들으며 울상을 짓더니, 이내 체념하고는 앞을 바라보며 다짐하였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


[이야, 그때 진짜 선물이 많았거든? 그래서 말이야...]


가브리엘이 침대에서 일어나 우리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뭐야? ■발.]


가브리엘은 우리엘의 머리를 헝클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만 힘든 일이 있었냐? 나도 있었거든. <에덴>에선 말이야...]


*


[야, 거기가 아니라 이쪽으로!]


[죄...죄송합니다!]


[장식들 가져와! 벽에 붙여야 하니깐!]


난잡한 <에덴>의 모습을 보며 가브리엘이 말했다.


[■발. 서기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뒤를 돌아보자 여러 대천사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옮기기 위해 힘을 쓰고 있었다.


[야, 트리는 우리 설화도 아니잖아!]


라파엘이 끙끙 거리면서 답했다.


[서기관이 말했음. 어린 양들이 만들어준 것들도 설화가 될 수 있다고.]


망할 서기관의 철학. 물론,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이렇게 뺑이를 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힘을 들여 겨우 크리스마스 트리를 <에덴>의 중심에 놓을 수 있었다.


[후, 드디어 다 했네. 근데, 라구엘 그 ■은 뭐 하고 있냐?]


미카엘이 인상을 찡그리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발■ 저기 있다.]


가브리엘이 몸을 돌리자, 온 몸에 반짝이와 전등들을 칭칭 감고 걸어오고 있는 라구엘이 보였다.


[어, 다들 잘 갖다 놨네.]


[네 몸에 감겨있는 건 뭐냐?]


라구엘이 손에 있던 공을 가브리엘에게 던지며 말했다.


[■같은 트리 장식들. 내 지각 벌칙이란다. 이 불쌍한 대천사를 위해 도와줄 친구 없나?]


그 말을 끝으로, 모든 대천사가 온 힘을 방출하여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라구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발 ■같네.]


.


.


.


가브리엘은 열심히 <에덴>을 날아다니며 라구엘의 업무로부터 도망가고 있었다.


[저 미친■은 왜 우리까지 잡아들려고 난리야.]


그때, 가브리엘을 급하게 부르는 천사가 나타났다.


[가브리엘님! 잠시만요!]


가브리엘은 날개를 접고 잠시 지상에 착륙했다.


[무슨 일인데?]


하급 천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그게...]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봐.]


하급천사는 침을 삼키더니, 겨우 한마디를 꺼낼 수 있었다.


[미카엘님께서…]


그 순간, 들리는 미카엘의 목소리.


[와. ■발. ■됐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느낀 가브리엘은 급하게 날개를 펴며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화아악!


그러자 보이는 대참사.


[저게 뭔...]


에덴의 상징물이기도 하자, 그 자체가 거대 설화인 것.


[미카엘. 뭔 짓을 벌인 거임.]


선악과가 열리는 나무, 일명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불타고 있었다.


[야, ■됐다! 빨리 물 가져와!]


하급 천사들부터 대천사들까지. 너나 할거 없이 모두가 급하게 물을 떠 와 나무에 붓기 시작하였다. 수백명이 합심하여 진압하고 있음에도, 불은 꺼질 기미가 없었다. 


[미카엘 ■■아! 무슨 일을 벌인 거야!]


[■발.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냐?]


불은 점점 거세지더니, 이내 나무에서 가지 하나가 뚝 하고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가브리엘은 <에덴>의 어느 한 곳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설화들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었다.


[■됐네. 불 끄고 있어! 난 설화 수거하러 갈 테니까!]


에덴에 이런 일이 처음 있던 것은 아니다. 늦지만 않는다면 붕괴한 설화들을 수거해 다시 정상적으로 복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가브리엘이 날개를 활짝 펴고 전속력으로 날아가 붕괴 지점에 도착하였다.


근데 무언가 이상했다. 본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또 다른 무언가가 보이지 않았다.


급하게 가브리엘과 함께 도착한 노아가 말했다.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내 방주와 연결되어있던 포탈이 날아갔다.]


그 말을 들은 가브리엘이 놀라며 말했다.


[뭐? 방주엔 지금 우리엘이랑 다른 천사들이 타고 있을 텐데?]


[걱정하지 마라. 설화만 잘 복구 시킨다면 일시적으로 포탈은 연결할 수 있을 거다.]


노아가 날아올라 붕괴 중인 설화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가브리엘 또한 수거를 시작하며 소리쳤다.


[■발, 우리엘!]


*


[■발. 그거 때문이었어?]


가브리엘은 끄덕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미카엘 ■■ 때문에 여기도 뼈 빠지게 고생했었다고. 아무튼, 얘기하고 있어라. 난 잠시 어디 좀 들렀다 오게.]


가브리엘이 <에덴>을 떠나고, 우리엘과 나만이 남았다.


난 우리엘을 바라보았다. 근데... 우리엘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빤히 쳐다봐서 뚫릴 정도로.


“무슨 문제 있습니까, 우리엘?”


우리엘은 내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얼굴이 새빨개졌다.


[어...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엘이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는 이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험! 아무튼, 그때 나는 있잖아...]


*


우리엘은 비어있는 선물 보관함을 바라보며 허리를 펴고 있었다.


“어휴... 이제 다 끝난 거지?”


“네. ‘한국’을 마지막으로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리엘.”


우리엘은 중급천사를 툭 치며 말했다.


“고생하긴 뭘. 난 선물만 나눠줬는걸. 자, 그러면 이제 복귀해 보실까나!”


중급천사가 끄덕이며 방주의 시스템을 건들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어라?”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우리엘이 물었다.


“뭐야, 뭔 일인데? 줘봐 봐.”


우리엘은 시스템을 조작하더니, 아까 중급천사가 눌렀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들리는 똑같은 메시지.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이거 왜 이러는 거야?”


중급천사는 급하게 여러 가지를 확인하더니, 이내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우리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엘… 에덴과의 연결이 끊겼습니다...”


“뭐라고?”


우리엘은 급하게 [에덴 긴급 통신망]을 열어 가브리엘에게 연락했다.


ㅡ 야, 거기 무슨 일 있냐? 왜 방주랑 연결이 끊겼는데!


가브리엘에게서 답변을 받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ㅡ ■발. 우리도 지금 노력 중이니깐 기다려봐!


그때, 우리엘은 열려있던 성당의 문으로 한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아이였다. 무엇을 하다 온 것인지 온몸은 멍투성이인데다가, 얼굴에는 상처도 가득했다. 우리엘은 남자아이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몸은 또 왜 그러고!”


그런 남자애 뒤로 따라온 어떤 학생들의 무리가 있었다.


“어우. 존나 끈질기네… 굳이 이런 곳까지 와야겠어?”


우리엘은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그리고 남자아이를 뒤에 숨기고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성당이야. 모두 나가줬으면 해.”


학생들은 기가 찬다는 듯이 경고를 무시하고는 성당에 있는 물건들을 떨어트리며 다가왔다.


“성당이든 뭐든… 우린 쟤만 데려갈게요. 그러니깐, 나와주실래요? 좋은 말 할 때?”


우리엘은 신성모독을 일으키려는 학생들을 향해 살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검을 꺼내기 시작했다.


“다 안 꺼져?”


우리엘은 한 학생에게 다가가 검을 코앞까지 갔다 대었다.


“씨발. 뭔 저런 수녀가 다 있어! 알았어요, 알았어. 갈테니깐 좀!”


학생들이 성당 밖으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학생이 다 나가고 난 다음, 우리엘은 검을 집어넣으며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남자아이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이를 보며 우리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떡하지… 지금 선물이 다 떨어졌는데...”


우리엘은 자기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보았다.


“아, 그래! 이거라도 줘야겠다.”


우리엘은 톡하고 목걸이를 빼더니, 남자아이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분의 힘이 너를 보호해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방주와 에덴의 연결이 복구되었습니다.]


[이동이 가능합니다.]


동시에 들려오는 가브리엘의 목소리.


ㅡ 야! 겨우 버티고 있으니깐, 빨리 넘어와!


“우리엘! 지금 출발해야 합니다!”


우리엘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그거 가지고 있어! 나중에 다시 만나면 꼭 좋은 선물 줄게!”


우리엘은 떠나기 전,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때, 아이가 입을 열었다.


“꼭,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동을 시작합니다.]


방주가 아이를 제외한 천사 모두를 태우곤 이동을 시작했다.


우리엘은 그 찰나의 시간에 웃으며 말했다.


[응. 언젠간 다시 만나자.]


*


난 우리엘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벙쪄 있었다.


나의 오랜 추억이자 기억. 그 기억이 우리엘의 이야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그 순간, 찢어진 사진처럼 보이지 않았던 수녀의 모습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초록색 에메랄드빛 눈동자와 긴 금발. 엄청나게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여인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려 했던 그 말. 기억 저 너머에 있어 들리지 않았던 그 말이 생생하게 들려왔다.


「[응. 언젠간 다시 만나자.]」


아주 오래 전에 했던 그 약속. 난 그 약속을 다시 되새기며 우리엘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멸살법 덕분에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우리엘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멸살법만이 나의 유일한 구원의 길이었을까.」


[그 아이는 잘 있으려나? 하도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꼭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말이야.]


난 내 주머니에 있던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오래전 나를 구해주었던 이름 모를 그녀. 난 그녀를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고대해왔다.」


난 우리엘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채워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난 그녀를 만났던 성당이 있던 자리를 매일매일 찾아갔었다.」


[도...독자야?]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목걸이를 다 채워주고 우리엘을 바라보자, 우리엘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반대로 그녀는 아주 멀리 있지 않았다.」


“그 아이는 분명 잘 있을 겁니다. 우리엘 덕분에 희망을 얻고, 삶을 살아오며 시나리오 이후까지 열심히 달려왔을 겁니다.”


「다시 만나길 고대하던 이는 가장 가까이 있었으니.」


휘황찬란한 금발과 새하얀 날개가 우리엘 주변으로 휘날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우리엘을 향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지켜준 천사.」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엘.”


「우리엘이 나의 구원자이자, 수호자였다.」


우리엘은 당황하면서 얼굴이 붉게 변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런 우리엘에게 말했다. 


“나를 구원해준 천사님.”


우리엘 또한 깨달은 듯이 놀라고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게 너였어…?]


그러고는 나에게 뛰어들어서는 나를 끌고 모닥불의 앞에 있는 소파에 앉혔다. 


“우...우리엘?”


우리엘은 옆자리에 앉더니 내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댔다.


가까이 붙어있는 우리엘의 심장소리가 들려왔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소리였다.


[그거 알아, 독자야?]


“어떤 거 말입니까?”


우리엘의 설화가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그 설화들은 곧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장면에는 패널을 바라보며 집중하고 있는 우리엘의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 패널에는 나의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을 때, 널 계속해서 지켜보며 난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어.]


‘별자리 연회’ 때 나를 만난 우리엘이 보였다.


[그 마음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었을 찰나, 너를 보게 된 거야. 그리곤 나의 마음을 확신하게 되었지.]


‘마왕 선발전’, ‘성마대전’, 그리고 모든 성좌가 한 곳에 모여 싸운 ‘최후의 전쟁’에서 나와 함께 싸우는 우리엘이 있었다.


[너를 도울 수 있고 너의 편으로서 싸울 수 있었을 때, 난 그 어느 때보다 기뻤다?]


순간적으로 장면이 암전되더니, 사라지는 나의 [아바타]를 보고 있는 우리엘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끝나고도, 너에게 진심을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했어.]


설화들은 하나씩 이야기를 멈추고, 이내 내 눈앞에 있던 우리엘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 말이야. 무슨 일이 있든, 난 다시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아.]


우리엘은 잠시 말을 멈추고 부끄러워하더니, 이내 용기를 담아 말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말이지만, 지금이라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네.]


우리엘이 새빨개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좋아해, 독자야.]


그 말을 듣자 내가 몰랐던, 마음 깊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그것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뜸을 들이자 우리엘이 오해했는지 당황하고 있었다.


[어… 미...미안. 내가 너무 나섰지?]


“아니요.”


나는 우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엘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우리엘에게 생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저도 좋아합니다. 우리엘.”


우리엘은 순간 눈동자가 커지더니, 엄청난 것을 들은 표정을 지었다.


그정도로 좋은 것일까…? 나는 행복해하는 우리엘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가 약속했던 선물은 이미 받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때, 우리엘이 내게 뛰어들더니,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나의 구원자를 만날 수 있는 것. 그것이 나의 바람이기도 하였으니깐.」


부드럽게 느껴지는 우리엘의 입술의 감촉. 천국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구원자와 함께하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는 것일까? 그 입맞춤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입을 뗀 우리엘이 눈이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으로 수북이 쌓여가는 새하얀 눈. 그 위로 우리 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


[이날만을 기다렸어.]


우리엘은 나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우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곤 수많은 고민 끝에 입을 열어 내 진심을 말했다.


「어느 말로도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때로는 거추장스러운 말보다는, 간단하지만 깊은 말이 와닿을 때가 있는 법이었다.」


“사랑합니다. 우리엘.”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말이기도 하였다.」


우리엘은 말없이 한참동안 내 품에서 들썩이고 있었다. 난 말 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뭔가 옷이 축축한 것 같아 아래를 보았다. 알고보니 우리엘이 내 품에 고개를 파묻곤 훌쩍이고 있었다. 


우리엘은 이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엘은 울고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오랫동안 방황하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난 우리엘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 말아요. 우리엘. 이렇...”


그 순간, 우리엘은 나를 끌어 눈을 감고는 입을 맞추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나 또한 눈을 감으며 우리엘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 마음은 오직 우리 둘만이 서로에게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우리엘의 생각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난 너를 위해 했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아. 왜냐면ㅡ」


입을 떼자, 흩날리는 눈물 사이로 생긋 웃고 있는 우리엘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우리엘이 나를 꽉 껴안고는, 내 귓가에 소중하고도 산뜻한 한마디를 속삭였다.


「더 이상 너를 잃을 일은 없으니깐.」


[나도 사랑해. 독자야.]




















EPILOGUE.


.


.


.


[야, 니네 뭐하냐.]


어느센가 들어온 가브리엘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야, 우리엘 미친■아. 쟤는 마왕이라고, 마왕.]


우리엘은 놀라며 눈물을 닦더니 나의 팔을 꽉 잡으며 날개로 나를 감싸더니, 가브리엘을 노려봤다.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그게 어때서 ■발. 독자는 내꺼라고. 내꺼!]


그때, 우리엘이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치, 독자야?]


나는 우리엘의 귀여움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누가 이걸 보고서 ‘악마 같다’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이죠, 우리엘.”


[설화, ‘대천사의 사랑을 받는 자’가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엘은 내 답을 듣고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마왕이든, 천사이든 문제는 없다.」


[헤헤. 사랑해 독자야!]


그리고 우리엘은 나를 꽉 껴안고는 얼굴을 내 품에 비벼댔다. 나 또한 그런 우리엘을 바라보며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둘의 사랑은 특별하고도, 영원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