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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엘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핸드폰으로 김독자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다만, 김독자가 연락을 받진 않았다.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이번엔 목표를 바꿔 김독자를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김독자 컴퍼니 대표이사, 세계를 구한 영웅, 가장 못생긴 왕 등등 정말 많은 정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기사마다 김독자의 외모와 관련해 칭찬하는 댓글이 꽤 많이 달려 있었다.
우리엘은 약간의 질투심을 느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기사가 하나 있었다.
 
《김독자 컴퍼니 대표이사, '차라투스트라' 대표 안나 크로프트와 열애?》
 
 





 
 
오늘도 우리엘의 연락이 잔뜩 도착한 김독자의 핸드폰.
하지만 그 문자들은 순식간에 다른 문자들에게 밀려난다.
 
최근, 비유가 감지한 스타 스트림 구석에 비정상적으로 모이고 있는 설화 에너지가 도대체 무엇인지, 또 지구에 어떤 위협이 될지 알아내기 위해 그는 정말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김독자 컴퍼니 간부진과 상의하고, 차라투스트라의 조언을 받고, 다시 그걸 정부에 전달하기를 수십번째.
여전히 저 에너지가 왜 모이는지 알 방법이 없다.
심지어 정부에서 설명을 듣겠다고 나온 전문가들 중엔 시나리오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도 있다.
덕분에 정부에게 보고할 때마다 그들이 하는 어리석은 질문에 대답하느라 긴 시간이 걸린다.
그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는

 

 

"그 성좌들이란 것들도 미사일 맞고 버티겠소? 그냥 다 쓸어버립시다."
"에너지가 모이면 별이라도 생기겠지 뭐. 가만히 놔둡시다."
 
 
이딴 것들이 있다.
김독자는 고작 이런것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우리엘의 연락에도 건성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짜증났다.
심지어 날씨마저 그가 싫어하는 장마철이라 항상 찝찝하고 우중충 했다.
 
그나마 안나 크로프트와 상의하며 커피라도 한잔 마실땐 대화가 통하는 상대이기에 기분이 한결 나았다.
 
그러던 어느날.
 
회의 중간에 겨우 잠깐 들여다본 핸드폰에, 심상치 않은 메시지가 와 있었다.
 
 
-너 왜 요즘 연락도 잘 안받고 대답도 건성이야?
 
 
딱 봐도 삐진 것을 느낄 수 있는 말투.
평소의 사랑이 가득 담긴 문자와는 많이 달랐다.
김독자는 해명을 했다.
 
 
-요즘 너무 바빠서. 미안.
 
 
그리고 답장을 확인할 틈도 없이, 회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그 잠깐 사이에 우리엘이 꽤 많은 연락을 했었다.
 
 
-그렇게 대충 말하지 말고, 왜 바쁜지 이유라도 말해봐.
-김독자?
-또 어디갔어?
-연락좀 받아봐.
 
부재중 전화 6건 (천사같은 천사 여친님)
 
-제발

 

 

드디어 김독자도 우리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우리엘, 진짜 바빠서 그래. 다음에 시간 날때 제대로 얘기하자.
 
 
김독자는 회의가 끝난 뒤 우리엘에게 연락하기 전에 왜 그녀가 화났는지 알기 위해 정희원을 찾았다.
 
 
"희원씨, 우리엘이 왜 이러는 걸까요?"
"글쎄요? 뭐 잘못한거 없어요?"
"요즘 워낙 바빠서 연락을 잘 못하긴 했는데 전에는 그래도 이렇게 화난적은 없었어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문득 답답한 마음에 하늘을 바라보니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
아직 비는 내리지도 않는데, 벌써부터 찝찝한 습기가 온 사방에 내려앉았다.
김독자는 우리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제길.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우리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직접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심연의 흑염룡은 JUS연습에 무단결석한 우리엘을 만나기 위해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제천대성과 함께 왔지만, 그들은 들어가지 못했다.
심지어 원래 우리엘과 동거하던 가브리엘도 쫓겨나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흑염룡이 물었다.

 

 

"근데 가브리엘 넌 왜 쫓겨났냐?"
"■발 저 ■■끼가 자기 돈으로 산 집이니까 자기가 주인이라고 우겨대서 쫓겨났다."
"누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나?"
"몰라. 김독자랑 사귀던게 문제가 있는건지 종일 방에 처박혀서 우는 것 같던데."
"막내가 우리엘을 울렸다고?"
"아마?"
 
 
그 말에 제천대성과 흑염룡은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형님, 누님 어제까지만 해도 김독자 칭찬하고 너무 좋다고 안달이지 않았어요?"
"...해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순간, 끔찍한 상상을 한 흑염룡은 몸을 떨었다.
 
 
"이렇게 된거 막내한테 가보자."
"그러죠. 누님은 어차피 만나주지도 않을 것 같네."
 
 





 
 
"그래서 찾아 오셨다고요?"
"그래.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냐? 막내야."
 
 
김독자는 지금 그의 집무실에 찾아온 제천대성과 흑염룡을 보고 있다.
 
 
"그냥 연락을 좀 못 받은 것 정도?"
"겨우 그걸로 누님이 저렇게 어둡다고?"
"죄송한데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서 우리엘을 찾아가려던 길이라."
"뭐, 아무튼 헤어지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막내야. 우리엘이 저래도 어제까진 너 좋다고 우리한테도 자랑하고 그랬었다."
"근데 두분은 저희 연애를 어떻게 아신거죠?"
"누님이 어둠의 다크에 취한것처럼 웃고다녀서 이몸이 은밀하고 신속하게 조사해 봤더니..."
"그냥 우리엘이 숨기는걸 잘 못해서 그런거다."
"아...네. 뭐, 전 이만 가볼게요. 다음 회의가 있어서."
 
 
김독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제천대성이 그를 불렀다.
 
 
"막내야."
"네?"
"최대한 빨리 찾아가봐라."
"네."
"그리고 가브리엘 말로는 우리엘녀석 울고 있다니깐.“

 

 

그 말 한마디에 뒤돌아 나가려던 김독자의 이성이 반쯤 날아갔었다.
 
울고 있다고?
우리엘이?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멍하니 서있던 김독자는 정신을 차리자 마자 마왕의 날개를 펼쳐 우리엘의 집 방향으로 날아갔다.
매섭게 쏟아지는 장맛비가 하늘을 가득 매웠고, 그에 따라 그의 몸도 차갑게 젖었다.
그의 모든 업무와 미팅 일정을 무시하는 행동.
평소의 그였다면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우리엘이 울고 있다는 한마디가 그를 움직였다.
그의 눈에서, 빗물이 흘렀다.
 
 
잠시 후, 김독자는 우리엘의 집 앞에 도착했다.
 
 





 
 
불이 꺼지고 칠흑같은 어둠이 들어찬 방.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 방 안에서, 작은 형체가 몸을 일으켰다.
 
 
"깜박 잠든건가..."
 
 
핸드폰을 확인해 볼까 고민도 잠시 해보았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이미 방전된지 오래였다.
무엇보다, 그녀는 두려웠다.
 
그때 밖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
 
 
"우리엘! 나야, 김독자! 문좀 열어봐!"
 
 
밖에서 김독자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문을 여는 순간, 김독자가 우리엘을 끌어안았다.
비에 젖어 차가운 몸을 안았지만, 그녀는 일순간 그의 품이 너무나 따뜻하다고 느꼈다.
그가 그녀를 다그쳤다.
 
 
"대체 왜그래 우리엘! 사람 걱정시켜놓고는 집에서 울고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데!"
 
 
약간은 화난 어조.
하지만 그의 목소리와 얼굴에 흐르는 액체는
우는 사람의 그것이었다.
 
 
"흐, 흑, 흐아아앙~"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김독자는 말없이 그녀를 더 꼭 안아주었다.
 
잠시후, 집에 들어와 우리엘을 진정시킨 김독자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좀 괜찮아?"
"응..."
"...왜 그랬던 거야?"
"..."
 
 
집안에 불편한 정적이 흘렀다.
 
 
"왜 그랬는지 말을 해줘야 내가 앞으론 조심하고 고쳐 나가지."
"..."
"우린 연인이잖아."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인터넷 기사를 보는데...독자 이름 검색했더니 사람들이 막 독자 잘생겼다 그러고...독자는 연락도 안받고...그리고..."
"그리고?"
"그...예언자랑 사귄다는 기사가 떠서...갑자기 그냥..."
"...내가 바람이라도 피울까봐 그런거야?"
"..."
 
 
사실 그딴건 말도 안된단 것을 그녀도 알았다.
김독자는 항상 그녀만 바라봐 주었으니까.
어쩌면 그녀는 그냥 김독자가 연락을 더 잘 받아주길 바랬을 뿐일지도 몰랐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엘, 저기 하늘 보여?"
 
 
기적처럼, 어느세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듯 맑게 개었다.
그가 가리킨 방향엔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보여."
"저기서 나한테 우리엘이 뭐냐고 물으면 어떤걸 고를 것 같아?"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가장 밝은 별을 가리켰다.
 
 
"저 별 말하는거야?"
"응."
"왜 저 별이라고 생각해?"
"제일 밝으니깐."
"틀렸어."
"그럼 뭐야?“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을 따라 그녀도 고개를 돌리자
 
 
"저거야?"
"응."
 
 
그곳엔, 다른 모든 별빛을 압도하는 밝은 달이 떠 있었다.
그 빛이 한번 눈에 담기자, 그 어떤 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달은 점점 저물어 그믐달에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저러다가 그믐달이 되서 보이지 않으면 어떡해?"
"음, 그러면..."
 
 
그가 밝은 얼굴로 우리엘에게 말했다.
 
 
"네 달이 그믐달이 되더라도, 영원히 네가 떠있던 공허만을 바라보겠다고 약속할게."
"...책 많이 읽으면 그런 멋진 말도 잘하는거야?"
"아니."
"그럼?"
"널 진심으로 사랑해서 할 수 있는 말인거야."
 
 
우리엘이 말했다.
 
 
"고마워."
"별말씀을."
"자고 갈거야?"
"그래주면 좋겠어?"
"응.“

 

 

하늘에선 다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더이상 외롭지 않았다.
서로의 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가 있었기에.
 
 
김독자는 더이상 찝찝함을 느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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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잠깐 갠건 김독자가 개연성을 갈아넣어서 하늘을 맑게 바꿨던 겁니다.